11월의 바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꽃마차는 경포 해수욕장 근처에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닐 포장막 안과 밖으로 울긋불긋한 조화들이 샛노란 마차 색깔과는 잘 어울려 보인다.

 

확실히 바다 근처에서 거칠 것 없이 내달리는 바람 덕분에, 소라도 팔고 번데기도 파는 아저씨 뒤를 지키고 선

 

커다란 파라솔이 마치 격류에 휘말린 말미잘처럼 촉수들을 나부끼고 있는 중. 

 

모래사장까지 들어오지는 못한 마차 대신, 경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는 말들만 들어와있다.

 

느긋하게 누워 손님을 기다리는 말, 그리고 무릎을 구부리는 것조차 귀찮은 듯 나른한 표정이 인상적인 말. 

 

 

 바닷바람 냄새를 잔뜩 품고서, 강릉의 커피골목으로 들어왔다. 골목 입구서부터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가 예사롭지 않다.

 

 

 사층짜리 건물 한 채가 오롯이 까페였는데, 아쉽게도 옥상은 개방되어 있지 않았고 2층에만 올라가도 이렇게

 

한가롭고 포근한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다는.

 

 

 

그렇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두 손으로 모아쥐고 홀짝거리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코앞이 다시, 바다다.

 

 

 



























국민적 자존심까지 걸고서 삼수 끝에 획득해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직후의 뜨거운 열기는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한풀 가신 듯 하고, 이제 동계올림픽 개최로 발생할 득실에 대한 냉정하고 차분한 손익계산과

함께 '승자의 저주'를 피하고 가능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다.


'New Horizons'라는 모토를 앞세운 평창의 비전을 앞장서서 구현하며 진두지휘할 사람,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났다. 애초부터 그가 기획한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이제 강원도의 수장으로 앞장서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그가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이러한 기대와 우려의 교차 속에서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제한적인 시간과 조건하에서나마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해서 처음부터 반대했고 유치 이후에도 걱정만 맘속 한가득인 본인으로서는 나름 궁금했던, 걱정됐던 몇 가지 지점들에

대해서 질문하고, 질문의 형식을 빌려 우려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대답을 듣고 우려가 좀

사라지고 개최해야 되겠다는 설복이 되었냐고? 답은, 인터뷰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마음 속에 있지 않을까.


인터뷰는 평창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되었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이 진행될 메인스타디움이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를 둘러보고 메인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콘서트'를 함께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파워블로거얼라이언스'에 소속된 블로거 중 한명으로 인터뷰에 참석하게 되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MBC사장, 한국방송협회 회장, 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2011년 4월 이래 강원도지사로 선출되기에 이르렀으니 뻣뻣할 만도 하건만, 그는 남들보다 먼저 물병을 잡아

물을 따랐고 막걸리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무겁거나 위엄부리는 몸가짐이 아니라 그냥 친근하고 부담없는

윗집 아저씨를 만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감자'란 별명을 멋쩍게 소개하던 문순C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렇지만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빗나가기 쉬운 법, 아무리 이렇게 소탈하게 웃는 모습이 인간적이고 호의적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중요한 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품고 있는 컨텐츠다. 게다가 개인 최문순이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위한 도지사이자 '공인' 최문순을 만나야 하는 자리다. 그렇다. '공인'이란 건 이럴 때나

적당한 단어다. 공인에 대한 공적인 인터뷰. 먼저 궁금했던 건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떤 식으로 치뤄낼지에 대한 각오였다.


그는 도지사직을 수행한 후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동계올림픽 유치를 꼽았다. 강원도의 수익원 대부분은 관광에서

발생하는데, 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유인하여 열악한 도의 재정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싶다고 했다. 154만에 불과한 강원도 인구의 국민소득은 만오천불에 지나지 않을 만큼 낙후되어 있는 강원도의

인프라와 재정상태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이다. 인천과 강릉 간 고속화철도를 개통하고 용산과

춘천간 2층 철도를 운행하는 등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으며, 다른 관광상품들도 많이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연히 '비용' 문제와, 그렇게 개발된 관광상품들의 질적, 문화적 수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순서다. 그는 '동계올림픽의

저주'란 단어를 사용하며 본인이 적자 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냈고, 가능한 기존 인프라와 경기장을

재활용해서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답했다. 또한 문화가 바탕이 된 관광상품을 만들어내야 실제로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것이라며, 중국, 대만, 홍콩 등 눈 구경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눈꽃 체험 관광이라거나 DMZ 안보관광을

상품화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눈꽃'의 경우, 작년 상해엑스포 때에 기업연합관에서 인공으로 눈을 뿌리는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큰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던 터라 어느 정도 검증된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지만, 안보관광은

요새 같이 냉각된 남북관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겠다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또다른 포인트는 환경 문제다. 가리왕산에 대한 환경평가가 졸속이라느니, 대규모 토목공사와

인프라 건설로 환경에 커다란 타격이 갈 거라는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강원도의 관광경쟁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환경'을 꼽았다. 강원도처럼 울창한 숲이 보존되어 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으며, 산과 바다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란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내 지역마다

다양한 옥수수맛이라거나 고유한 산지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제맛이 나지 않는 황태 같은 특산품에 대해서 줄줄 읊는데

정말 강원도에 대한 애정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챙길 수 있을까 싶어 조금 감탄했다.

그가 강원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의 어머니에게 '최문순'이란 사람에 대해 물어보면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내가 말안해도 강원도민이 먼저 알 거라고. 그는 연임에 대해서는 이미 욕심이 없다며

어느 인터뷰에선가 밝힌 바도 있거니와, 2018년에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아 이름값올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단 게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도지사의 공관을 최초로 일반에 개방했다는 데에서는

문득 대통령 별장 청남대를 최초로 일반에 돌려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버랩되기도 하던 최문순 도지사.

그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 좀더 깊이있게

묻고 싶었지만 시간과 장소가 여의치 않았고, 그래도 날림이나마 대강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진정 온국민의 축제로 성공리에 치뤄지려면, 뭔가 큰 건 하나 했다고 무턱대고 기뻐하고는

잊어버릴 게 아니라, 계속해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검사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굳이 포스팅의 제목을 '숙제 검사'라며 도발적으로 달아본 이유기도 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무대가 될 알펜시아 리조트의 이곳저곳, 유럽의 어느 분위기있는 리조트를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이고 고급스런 외양이 눈에 확 띈다. 2018년, 지금부터 7년 후. 이 곳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은 어떠한

모습일까, 최문순 도지사와 함께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관심이 필요한 거다.

지치지도 않고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아이들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함께 즐기려는 아이들이

전부 모여들어선 벗어던진 신발이 땅바닥을 덮었다. 그렇게 모두가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소망해본다.




 

삼수끝에 유치에 성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민의 95%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환경이나 경제 부문에서의

우려도 적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그딴 거에 왜 목매고 '국민적 자존심'을 팔아가며 유치해 왔나 싶다.

뭐,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반이나 이후 추진 계획에 대한 리뷰는 차치하고.

국격을 드높이네 국민적 자존심을 세우네, 어쩌구 하기보다 뒤집어진 태극기나 바로잡자는 얘기다.


지난 8일(토) 있었던 "다함께! 함성"이라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축제에서 찍었던 사진 하나.

뒤집힌 태극기는 이미 여러 차례 신문방송에서 지적되고 개탄되었던 일인데, 아직까지 이렇게

거꾸로 들려 내보내는 사람들은 뭐지. 조그마한 만국기 사이에 저렇게 커다란 대형 태극기를

아이에게 들려 내보내는 거니까 나름 신경은 썼을 텐데. 나중에 2018년에도 저런 태극기가 횡행하는 건 아닐까.

유난스런 애국심 따위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학습효과도 없나 싶어서 굳이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기념행사 무료초대권 소지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는 행사 포스터 위에 어느순간 '무료입장'이란

종이가 덧붙어선 지역민들을 공짜로 불러들여 자리를 채우는 것만 봐도, 왠지 이 곳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른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일지 예고하는 것만 같았다. 기왕 치르게 된 거 가능한 성공적으로 마치면 좋겠지만.

여하간 뒤집어진 태극기,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소녀시대의 공연을 코앞에서 보다니. 아아 소녀시대소녀시대소녀시대..역시 좀 짱인 듯.

조만간 다시 컴백할 예정이라 하니 그녀들이 또 어떤 노래를 들고 나타날지 둑흔둑흔.

@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메인스타디움.(2011_10_8)



* 소녀시대 멤버들 별명(네이버 지식인 참고)

 

티파니

띨파니: 띨띨한 행동이나 모습을 보일때 부르는 별명.

람파니: 공을보면 무조건 차는 티파니에게 붙여진별명.

울먹파니: 울먹거리는 표정을짓는 티파니에게 붙여진 별명.

랩파니: 벌레를보며 랩을하는 티파니에게 붙여진 별명. (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벌레 를 빠르게 말하심.)

긴파니: 긴머리의 티파니

단파니: 단발머리의 티파니

양파니: 양갈래 머리의 티파니

 

서현

서로로,케로현: 서현양이 케로로를 많이좋아하고 닮아 불여진별명.

막개공주: 막내이며 언니들에게 무한이쁨을 받아 붙여진별명.

순수서현:멤버들이 서현을 순수하다고 말해 불여진별명. 외모상으로도 순수함이 뿜어져나온다.

서주우유:서현양의 어렸을적 별명. (서현의본명은 서주현이기때문에)

 

수영

식신: 먹는양이 많으시고 그속도가 빨라 지어진별명.

명랑공주: 수영양이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 보기에도 명랑하고 밝다.

셩이: 수영을 다르게 부르는말. 수영을 빠르게 부르면 셩이가 된다

 

제시카

식칼이: 슈퍼주니어의 희철군이 이렇게 부른다.

資?시카: 제시카에서 제를 떼고 부르면 시카다. 그 시카를 줄임말이 資甄?

얼음공주: 차가운 첫 이미지때문에 불여진별명. 알고보면 애교도많고 재밌다.

눈물공주: 눈물이많아 불여진별명.

 

윤아

윤ABC:티파니양이 지어준별명. 아무래도 '아'가 'A'여서 그냥 그뒤에 BC를 붙인것같다.

사스미,꽃사슴: 사슴과 닮았다. 특히 눈망울이 닮아 불여진별명.

힘윤아:보기보다 힘이 강해 붙여진별명.

(무거운박스를 드는가하며, 자신보다 훨씬덩치가큰 데프콘씨를 밀어넘어뜨린적이있어서.)

임센터,센터윤아:무대나 단체사진을보면 항상중심은 윤아양이 이기때문에 붙여진별명.

 

유리

깝율:깝치는 유리양에게 붙여진별명.

흑진주,흑율:까무잡잡피부때문에 지어진 별명. 그래도 외모는 빛나심.

참율,조신율,청순율:참하고 조신하고 청순한 유리양에게 불여진별명.

율위,유뤼: 멤버들과 팬분들이 이렇게 많이부르셔요.

 

써니

활력소:무지밝고 쾌할한성격덕에 붙여진이름.

돌고래순규:박정현의 편지할께요를 돌고래창법으로 멋지게불러 붙여진별명.

숭규: 본명인 이순규를 다르게 부르는 이름.

 

효연

사과공주: 사과머리를한 효연양에게 붙여진별명.효연양이자신을 이렇게부르시죠~

댄싱퀸: 훌륭한 춤실력덕에 불여진별명.

효댕,횬: 효연을 다르게 부르는 말. 줄여부르는말.

효크:순결한 재용이에서 나온말. 효연+오크. 좋은뜻의 별명은아니에요.

꽉효: 정확한뜻은없고, 소.학.가 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죠! "안녕하세요.꽉효입니다."

 

태연

백설기:소.학.가 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셨습니다. 뽀얗고좋은피부때문에 불려지는별명.

꼬꼬마리더: 키가작아 꼬꼬마라 불리우고 리더는 소녀시대에서 리더를 맡고있기때문에.

탱이,탱구: 태연을 다르게 부르는말.

멍탱이: 두뇌왕 아인슈타인에서 붙여진별명. 멍충이 -> 멍탱이

때때 : 어렸을적 '태연' 이 발음이잘안되 오빠가 붙여준 별명.



김태원이 이끄는 부활, 그리고 벌써 7년째 보컬로 활동중이었다는 정동하의 열정적인 퍼포먼스.


@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메인스타디움(10/8)









@ 강릉

일시 : 2011년 8월 2일(화) AM 9:3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사진 속 현수막 문구,

"이건희 회장님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2 에버랜드 같은 기업을 강릉에 유치해 주세요"

에 대한 소감을 적어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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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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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트윗. "대체 일만명이 한국 제2도시 도심서 밤새 시위를 하는데 한줄도 한장면도

보도되지 않는다. 이건 전두화시대 수준의 후퇴다. 기자들의 순종이 지속된다면 이는 80년 이전

혹은 역사에서 없던 암흑으로의 전무후무한 후퇴로 보인다."


정말이다. 딱히 조직되지 않은 사람들이, 제돈을 주어가며, 소중한 휴일을 포기하며, 이백여대

가까운 버스를 타고, 봉고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모인 일이다. 그렇게 모인 만여명의

사람들이 한진중 85호 크레인 위에서 185일째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그녀를 응원하러, 죽지 말라고,

모인 참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 라거나 비정규직 철폐! 같은 가다듬어진 주장도

넘실거렸지만,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정권과 자본과 언론이 말라죽이는 사람 하나 살리러 간 길이었다.


그게 기사꺼리가 안 된다고? 좀처럼 본 적 없는 그런 높은 수준의 연대라거나,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이 만 명이 자발적으로 모인 거라거나, 심지어 노암 촘스키가 지지발언을 보낸 그 '사건'이?

180여일째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계절 세개를 보내며 한진중공업의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는 그녀, 김진숙과 한진중 노동자들이 보이지도 않았으니 새삼

놀라울 것도 없지만, 언론이 잘했다면 MB가 대통령되는 따위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놀랍다.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다고 눈물짓고 빵빠레 울리던 언론, G20개최로

수십조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며 앵무새처럼 읊어대던 언론, MB의 말 하나 토씨 하나까지 금칠해서

홍보하느라 지면과 이미지가 넘쳐나는 언론, 4대강이니 민간인사찰이니 정권에 골치아픈 이슈가

있으면 알아서 축소보도하는 언론, 삼성과 한진 따위 대기업들의 횡포와 불법행태에 대해서는 눈감고

입다물면서, 틈만 나면 국민들을 훈계하고 교육해서 '공정사회'에 걸맞는 '국격'돋는 언론.




정말이지 "You are not 언론"이다. 방송은 전멸하다시피했고, 그나마 지면으로는 몇개 살펴볼만한

기사가 남은 게 다행일까. 얼마전 올렸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김진숙, 그들은 살아내려와야 한다. 에

이어, 7월 9일에서 10일까지 무박 2일에 걸친 2차 희망의버스 사진들과 참가기. 언론이 제대로 한다면

굳이 왜 카메라를 들고 가서 400mm 폭우 속에서 비맞으며 고생했겠나. 언론 따위, MB보다 더럽다.
 


9일 오후 1시, 시청 앞과 서울 시내 곳곳에서 2차 희망의 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탄 차가

출발하며 시청을 지나는데 시청앞 광장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 주말에 놀러나온 길에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찰차들이 보였다. 희망버스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뜻이 통한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버스를 대절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는지라 버스회사나 색깔 따위는 제각각이었는지라 앞에 '희망버스'

몇 호차, 이렇게 싸인지를 붙이는 걸로. 이제 전국에서 모인 185대의 버스가 김진숙님에게 간다니 두근두근.


4시, 휴게소에서 쉬는 중, 저마다 계란과 떡볶이와 과자들같은 간식거리를 나누느라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날 지경이다. 걱정스러운 건 부산에 내리붓는다는 장대비. 엠비의 인공강우는 아닌지 의심이..어제도

비가 엄청시리 내리고도 계속 쏟아붓는다. 부산은 어떤지, 김진숙지도님은 괜찮은지, 마음이 더 부산해진다.


그와중에 부산역에서 크레인으로 가는 길목인 영도다리를 막았다느니, 한진중공업 앞에 물대포부대가

깔리고 새까맣게 닭장차와 전경들이 깔렸다느니. 나는 김진숙의 '소금꽃나무'를 읽고 있었다. 저자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그의 책 중 한대목. "평생을 일해도 집한칸 지닐 수 없는 세상에 널 살게 할순 없지

않겠느냐..비정규직은 울고 정규직은 잔업과 성과금에 영혼을 파는, 오로지 이 두가지의 선택이 네 미래가

되게 할 순 없지 않겠느냐.(김진숙, 김주익열사 추모시)"

7시, 부산역 광장에 모이고 나니 이미 사람이 가득하다. 걱정했던 것처럼 400mm 폭우가 내리고 있는

부산이었지만 역앞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문화제의 익숙한 마이크소리와 후끈한 분위기. 전국에서 195대,

서울에서 66대가 출발했다는 소식에 버스안에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었는데 정말 많이도 모였다.

'WELCOME TO BUSAN웰컴 투 부산'이라 적힌 촌스러운 구조물을 넘어, 역앞 광장을 그득하게

메우고도 역사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까지 꽉꽉 들이찬 사람들. 이들을 움직인 건 '김진숙', 그리고

그녀와 크레인을 함께 지키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

그녀는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23선 중의 한권이기도 한 '소금꽃나무'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싸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노동자들의 투쟁은 위험해 보인다...그들은 아직도 거북선은 이순신장군이

만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북선은 우리가 만들었다.(김진숙,소금꽃나무)"


그녀와 한진중공업의 투쟁은, 위험천만한 고공농성은 단순히 감성으로, 휴머니즘과 드라마로 소모할

꺼리가 아니다. '노동'의 제몫찾기, 한줌 제한 나머지는 모두 노동자라는 자각이 중요한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희망의 버스'는 그들에 대한 구조활동이나 봉사활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다. 일상화된 정리해고와 자본과 공권력의 야합 앞에 위협받는 유리병같은 일상을.


비는 참 오지게도 왔다. 폭우 속에서도 노래를 찾는 사람들,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공연에 이어

1차 희망의 버스를 만들어냈던 시인 송경동을 비롯한 시인들의 시낭송이 있었다. '크레인 위에서

태어난 최초의 인간'이었던가, 제목부터 의미심장했던 결코 짧지 않던 시는 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진정성과 '불순함'을 가득 담고 있었다.


행진 시작. 촛불집회 때 보였던 우비가 다시 보인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던 촛불소녀.

정말 올해 맞을 비는 전부 맞은 거 같다. 촛불소녀의 촛불이 우의 속에서 흔들림없듯, 사람들은

장마철 폭우가 우박처럼 아프게 내리붓는 와중에도 흔들림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김진숙 그녀를

만나러 간다. 어쩌면 그녀의 일과 한진중공업의 일이 전해지고 난 후 가장 가벼운 마음이었는지도.

행진은 부산역 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까지의 코스가 예정되어 있지만,

경찰들이 조선소 앞에 까맣게 진을 치고 있다느니, 영도다리를 봉쇄했다느니 불길한 소문들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래도 교통 안내판에는 '부산역->영동한진'까지 행진이 예정되어 있다고

나와있어서, 어쩜 김진숙지도님을 볼 수 있겠구나, 조금은 안심되던 때.

내가 겪은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편에 서서 공권력과

용역깡패들,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병원 1층 로비를 개방해서 화장실도

쓰고 전화기 충전도 하도록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반면, 차 창문을 열고 왜 괜히 길막히게

부산까지 와서 난리냐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는 사람도 있었다. 뭐, 다 그런 거 아닌가. 다양한 목소리.

그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국회'라는 그릇에 넣고, 그 안에서 전체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게 초등학교 수준의 '정치'에 대한 설명이랄까. 그래서 이렇게 이름 중의 '정의'를 갖고 말장난하며

'justice21'이라느니 홈페이지 주소를 광고하기도 하겠지만, 문제는 왜 대부분의 국회의원은 노동일

한번 해본 적 없는 화이트칼라, 그 중에서도 잘 나가고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만 있는지.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저 플래카드가 마냥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 거다. 일단은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정활동에 대한 감시도 중요하다지만, 그거로는 뭔가 2% 이상 부족하다.

계속해서 행진 중. 몇 년만에 거리행진인지. 미처 꺼두지 않은 빨간 신호등이 반짝거리고, 차들이

씽씽 달려야 할 차선 위를 걷는 느낌은 꽤나 매혹적이다. 비가 미친 듯이 내리붓고 있지만, 평소

생각지도 못하던 공간에서 기존의 규칙과 상식을 깨뜨린다는 건 여전히 즐거운 일이다.

아, 거리 행진은, 부산역 광장에서부터 한진 영도조선소까지의 행진은 신고를 마친 합법 집회.

사실 한진중공업, 김진숙이나 다른 해고노동자들의 문제는 비단 여기뿐만이 아니다. 콜트 노동자들,

유성기업 노조, 발레오공조 노조, 그리고 노조조차 갖지 못한 삼성 같은 곳에서도 무한반복되듯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들. 구조조정과 등치되는 정리해고, 허울만 좋은 법 뒤로 벼랑끝으로 밀려나는

노동자들. 그 와중에 일종의 '대표성'을 띄고 그나마의 '대중성'을 획득한 것이 한진중공업. 이번

싸움을 꼭 승리로 만들어 김진숙과 한진중공업이 웃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이유기도 할 거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측과 독단적으로, 법적 효력도 없는 타협에 합의하고 나서는 여기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거리 곳곳에는

그들의 반칙과 기만을 숨기려는 플래카드들이 넘실거리고 있었고, 전국에서 모인 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니 손팻말이니, 그런 것들은 그것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85호 크레인 사수!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 정리해고 철회! (크레인) 강제진압 반대!"

한시간쯤 걸었을까. 걱정하던 영도다리는 허무할 정도로 금방 넘어버렸다. YS를 당선시키지 못하면

모두들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느니 어쨌다느니, 그런 어줍잖은 이야기 속에서 등장해 유명했던

영도다리가 여기였구나, 느끼기도 전에. 아마도 모두들 여기쯤 경찰이 봉쇄하지나 않았으려나,

김진숙지도님을 보지 못하고 막히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 맘이었을 거다.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멈췄다. 명절날 고속도로에서

그렇듯, 꽉 막힌 도로사정은 사람을 답답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카메라는 이제 조금씩 장대비

앞에 무릎을 꿇어가고 있었다. 잔뜩 물기를 머금은 렌즈로 앞으로 바라보니. 차벽이다.

언제부터 여기서 버티고 섰을까. 물대포차가 가운데 버티고, 양쪽으로는 차벽이, 그리고 채증용 카메라와

조명이 설치된 닭장차가 그 옆으로, 남은 부분은 완전 무장한 전의경들이 메웠다. 아니 근데, 이들이

왜 정당하고 적법한 행진을 막고 섰을까?? 불법으로 노상을 점거하고 합법 행진을 막고 있는 경찰들이다.

차벽 앞에서 당황해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그럴 수 밖에 없다. 조직된 대오도 아니고, 몇몇 학교와

조직을 포함한 개인들이 제각기의 판단으로 참여한, 지도부 없는 무리인 거다. 부산역에서부터 물처럼

흘러흘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까지 흐르려던 물줄기가 까만색의 살벌한 경찰들에 가로막혔다.

그 앞에서 '같이 살자',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85호 크레인에 희망을', '다시 소금꽃을 피우고 싶다'

따위 손팻말을 든 건 해고노동자들의 가족들. 나중에 경찰들이 폭력진압하며 연행해 간 가족들도

저기에 있었다. 해고되어 크레인에 오른 노동자분의 아내와 17살짜리 딸이었다던가.


'소금꽃'이란 김진숙 그녀의 '소금꽃나무'란 책 이름에서 비롯했을 거다. 배 안에서 용접하고 페인트칠

하며 온통 땀에 절어버린 조선 노동자들의 옷위에는 늘 하얗게 소금이 맺혀있었다는 거다. 그렇게

'소금꽃'을 매달고도 든든한 노동자들이 바로 '소금꽃나무'라는 그녀의 표현.


건물 위는, 사진기자들이 저렇게 진을 쳤다. 이미 그들은 전선이 여기에 생기리란 것을, 경찰이 여기서

무슨 짓을 하리란 것을 알고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찾아 아우성쳤던 걸 거다. 뭐, 곤봉과 방패가

번쩍거리고 물대포가 최루액을 뿜는 그런 풍경을 노리는 까마귀떼나 하이에나 같단 생각도 들었지만,

여하간 저만치 진을 쳤으니 보도는 잘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지금.

폴리스라인, 되먹지 않은 글자 위에 '정리해고 박살내자', '강제진압 중단하라'는 스티커가 빨갛고

파랗게 나붙었다. 법도 무시한 네놈들의 폴리스라인 따위. 페인트로 단정하고 세련되게 칠해진

글자들 따위, 우리들의 촌스럽고 싸구려(지만 접착력은 끝내주는) 스티커로 덮어버리겠달까. 

차들 틈새로 어렴풋이 보이는 너머 풍경. 여기서 700미터쯤만 가면 바로 김진숙과 한진중 해고자들이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이 나타난다고 했었는데. 경찰들은 아무 법적 근거없이 여길 막아서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진압하려 들면서 스스로의 정체를 노출하고 말았다. 한진중공업의 사설 경비업체 나부랭.

그런 경찰 따위. 어디에서 났는지 '폴리스 라인', '이선을 넘지마시오' 따위가 적힌 형광색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차단대가 차도 한켠에 우르르 쌓여있었다. 그리고 차벽 앞에서 그걸 한두개씩 빼어서는

깔개로도 쓰고, 저렇게 무더기 위에 철퍽 앉아서 지친 다리를 쉬는 사람들. 스스로 공정하고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찰의 권위 따위 궁둥이 밑에 깔려도 싸다.

차벽 앞에서부터 버글버글하게 모인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였고, 비바람에 쉼없이 나부끼는

깃발이었다. 그리고 이유없이 진로가 막힌 것에 대한 분노 한덩어리였다.

비상출동했다는 닭장차, 예외없이 골고루 '강제진압 중단하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사실 크레인에 대한

강제진압이 시시때때로 시도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중단 요구였는데,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부산에

내려와 행진중인 사람들에 대한 강제진압 역시 중단하라는 요구로 커져버렸다. 경찰이, 한진중공업이,

무엇보다 이 정권이 일을 그렇게 키우고 있었다.

차벽과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우선 막아놓고는, 틈새는 몸빵. 죄없는 전의경을 앞세워 길목을

틀어막은 그들이다. 그리고 길을 트라며 달려드는 시민들과 방패로 받아치는 전경들의 몸싸움이

벌어진 뒤쪽에서 잠자리떼처럼 흉물스럽게 공중으로 부양하는 것들, 뒷날의 사진채증을 위한

캠코더나 카메라 장비들인 거다. 그리고 선무방송. '지금 일부 집회참가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니, 해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진압하고 전부 연행하겠다'던가. 누가 불법인가.

완강한 차벽 앞에서, 사람들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왜 여기에 왔으며, 누가 우리를 막고 있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노랗고 하얗고 파란 우의를 입고서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로 흐르는 빗물에도

개의치 않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부가 있었다면, 좀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 않을까 아쉽긴 하지만, 각자의 단위별로, 참여한 버스별로 진행된 이야기.

성소수자들도, 장애인들도, 두리반으로 모인 인디 음악인들도, 모인 자리였다. 이왕이면 좀더 멋지게

전체의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전통적인 노동문제뿐

아니라, 성소수자 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장애인 문제 같은 다른 문제들도 산재해 있음을, 상식이라 믿는

수많은 것들이 사실 하나하나 누군가의 밥그릇과 생존을 위협하는 질곡이자 장애물일 수 있음을 나누는

자리였다면 더욱 멋졌을 거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멋진 세상이 되겠지만,

좀더 당당하고 신나려면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거 같다.

김진숙지도님에게 전달하려던 희망의 배가, 빗물이 강이 되어 흐르는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진수식을

가졌다. 한진과 경찰, 자본과 국가가 이런 식이라면, 다음번 3차, 4차가 계속 노도처럼 밀려올 테고,

그렇게 길바닥에서 진수식을 가진 종이배가 85호 크레인 앞으로까지 항해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참여연대에서 걸어올린 현수막,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김진숙님 그리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분들. 함께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오진 못했지만 그 마음은 서울과 지방 곳곳,

오프라인과 온라인 곳곳에서 넘실거린다.

밤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색소물대포를 쏴대고, 사람 얼굴을 겨냥한 최루액 물총이 난사되었으며,

방패와 곤봉 앞에 몇사람이 두드려맞고 실려가고 연행되었는가 하면, 급기야 최루액 물대포를 쏘아서

대오 전체를 고르게 적셔주는 만행까지.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있던 말던, 순식간에 사방은 무슨

가스체험실처럼 되어 눈물콧물이 낭자하고 기침소리가 가득해졌었다.

그렇게 심상정 전 진보신당의원이 연행되는 등 50명이 연행되고, 수많은 사람이 최루액과 경찰의

폭력으로 병원에 실려가거나 후송되는 밤을 버텨내고 날이 밝았다. 방송차까지 빼앗기고 나서

좀처럼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끝내 자리를 지켰다. 이 외로운 남도의 끝, 홀로

고립된 채 186일째를 버티고 있는 김진숙과 한진중공업. 최루액 대량방사의 따꼼함을 담배연기와

물로 헹궈내며. 폭력경찰 물러가라! 정리해고 철회 투쟁! 의 구호가 밤새 이어졌다.

7월 10일 6시경. 경찰들은 어느새 차벽 뒤로 견찰들 전부 숨어들어간 상태. 사람들은 제각기의 자리에서

독려발언을 이어가고, 인디밴드나 음악인들은 자유발언이나 공연을 통해 사람들을 북돋고 있었다.

이 차벽 너머에는 김진숙지도님과 다른 노동자분들이 고공농성 186일째의 아침을 맞고 있었을 거다.

밤을 꼴딱 새고는 난민처럼 널부러진 이들, 머리 위에 나부끼는 태극기를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런 고단함으로 이끌었을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자발적으로 사서 하는 사람들.

폭우가 쏟아진다는 걸 알면서, 경찰과 한진이 곱게 보내줄리 없다는 것도 어렴풋이나마 알았으면서,

그리고 당장의 밥벌이와 생활에 지쳐 일주일 중의 주말만을 기다렸을 거면서.

7시쯤. 기자회견. 유시민과 정동영이 함께 했다고 했지만, 아침 7시가 넘어 시작된 기자회견에 모습을

보인 건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대표, 조승수 대표와 민노당의 권영길 의원을 필두로 한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참담한 얼굴표정, 그러고 보니 거리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이나 백기완 선생님,

가장 앞에 서서 길을 뚫겠다 하셨던 두분은 괜찮으신 걸까.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분들이야말로

희망이다.

그렇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밤새 있었던 우리의 몸짓과 목소리가 공중파나 다른 언론에서 거의

묻혀버리다시피 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면서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일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비를 내어가며 자발적으로 이 먼 곳에까지 와서 한목소리로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을

촉구한다는 것. 그 평화롭고 합법적인 행진을 불법적으로 막고 폭력을 행사하며 진압하려든 것은

언론이 다룰 내용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3차 희망의 버스를. 이라고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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