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빵을 사들고 오른 샤요궁전의 테라스. 사람없는 한적한 테라스 위에서 두발뻗고 앉아 에펠탑과 파리의

경치를 유유히 감상했다. 샤요궁전 앞 정원 분수에 비친 에펠탑의 윤곽이라거나, 그너머 샹드마르스 공원, 그리고

사관학교 뒷편의 앵발리드까지 하나하나 내가 가봤던 곳들을 눈으로 어림해가며, 고즈넉한 파리의 아침 풍경과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평화로운 샤요궁전 테라스의 분위기에 한껏 취했다.

에펠탑의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샹드마르스 공원의 연두빛 풀빛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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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들고 갔던 바게트 빵과 토르트를 테라스 옆 까페에서 파는 에스프레소와 함께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생각했다.

호텔 조식 부페라고 해봐야 사실 먹을 것도 없고 금세 질려버려서 몇 접시 못 먹는데, 여기 이렇게 앉아서라면

빵이고 커피고 몇개고 몇잔이고 마시겠다고. 바게트빵이 눈에 띄게 줄어버리는 게 아쉬울 만큼, 그리고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따라줬던 에스프레소 커피 한 방울이 아쉬울 만큼 맛있었던 파리의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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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었지만, 에펠탑을 지나 샹드마르스 공원을 걸어보고 싶었다. 잠시 앉아서 시간을 확인하고는 샤요궁전을

떠났다. 몇 걸음 걸어 분수를 지나고 세느강을 지나고 돌아본 에펠탑, 그리고 에펠탑의 딱 벌린 두 다리 사이로

보이는 샤요 궁전, 왠지 아이스께끼~ 가 생각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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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드마르스공원(Champs de Mars)은 샹젤리제거리처럼 '샹'(Champs)으로 시작한다. 정원이라는 뜻이라지만,

그러고 보면 프랑스어에는 샹, 샤..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많다. 자칫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렇게

글로 적었을 때의 느낌과는 영 딴판으로 프랑스인들의 매혹적이고 부드러운 발음으로 잘 넘어간달까.


샹드마르스공원은 이전엔느 군대의 연병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가, 대혁명 시대에는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겪기도
했단다. 파리 꼬뮌을 기념하는 탑이 공원 한켠에 조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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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사실 상당 부분 공사 중인 듯 했다.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공원에서 편안히 앉아서 쉴 만한

벤치는 많지 않아서, 그냥 공원 끝 사관학교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새로 산 신발이 아침이슬을 머금은 잔디에

젖는 걸 느끼면서, 드문드문 보이는 여행자나 노숙자들을 지나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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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드마르스공원 끝에 있는 조그마한 문..형태의 조형물이랄까. 뭔가 현재 진행중인 샹드마르스 공원 공사의 일환인

듯 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씌여진 평화라는 단어가 유리에 새겨져 있다. 한 십여개 언어로 씌여져 있었는데,

한국어는 용케 맨 밑단을 차지하고 있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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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있는 올림픽공원의 '평화의 문'이랑 왠지 형태가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다.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지붕하며, 두개의 두꺼운 기둥으로 버티고 선 저 포즈하며. 에펠탑 너머 멀리 샤요궁전이 보이지만, 기실 내가

걸었던 거리는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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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벗어나 큰길로 나왔더니 공사 현장에 대한 설명..인 듯 한 게 붙어있다. 프랑스어를 모르니 그냥 찍어만

왔지만, 뭔가 코스를 조성하는 걸까, 저 음표 모양의 기호가 수상쩍기는 하지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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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차 중의 하나인 푸조 308. 한국에선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차이지만, 여기선 발에 채이도록 보인다.

좀더 희소하고, 좀더 고급스런 차로 내 '꿈의 차'를 바꿔야 하는 걸까, 왠지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샹드마르스공원을 지나 나타난 사관학교. 프랑스 국기가 펄럭이는 이 곳에서 지금도 사관생도들을 양성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흐릿한 아침인 데다 빗발까지 살짝 섞여들기 시작해서였을까, 건물이 왠지 침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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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토무슈란 파리 세느강을 내달리는 여러 유람선 코스 중의 하나를 담당하는 유람선이라고 한다. 메트로 9호선

Alma-Marceau역에서 내려서 Pont de L'Alma 다리아래에 승차장이 있는데, 대략 1시간20여분간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을 따라 오르내리고는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코스. 에펠탑이 굽어보는 선착장에서 그랑/쁘띠팔레를 지나

콩코드광장, 루브르박물관, 시테섬, 노틀담성당, 퐁네프 다리, 오르세미술관, 알렉산더 3세다리 등을 돌아서 다시

에펠탑 쪽으로 돌아오는 게다.


애초 내게 이 유람선을 꼭 타고 돌아오라 했던 여자친구는 특히, 야경을 보고 싶다면 9시쯤에 선착장에 나가라는

조언을 줬었고, 그 말을 명심했던 나는 에펠탑이 이미 파란색으로 물들어버린 저녁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했다.

철골 하나하나를 모두다 파란 빛깔의 물감통 속에 빠뜨렸다가 다시 조립해낸 것 같이, 에펠탑을 구성하는 뼈대가

파르스름한 빛을 머금고 있다. 노란 별 열두개와 파란 탑의 모양새는 마치 어렸을 적 디즈니 만화에서 봤던 마법사

모자같기도 하고..왜 마법의 힘을 가진 모자를 훔쳐 썼던 마법사의 제자가 물긷는 빗자루 하인을 수없이 만들어

놓고는 온동네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렸던가..그런 이야기에 나오는 높고 뾰족한 모자 말이다. 

시간간격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9시부터 한 십여분, 저렇게 에펠탑은 반짝이기 시작한다. 마치 별들이

쏟아져 내려와 에펠탑에 부딪혀 명멸하는 것처럼. 그 불빛들이 저마다 번갈아가며 수다스럽게 깜빡이는 호흡이란

건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흔히 보이는 전구들의 깜빡임보다 두세배는 더 빠르지 싶다.

파리지앵은 저 요란스럽게 빤짝이는 불빛쇼를 '창녀같다'며 싫어한다고 하지만 글쎄..에펠탑에 올랐을 때 전망대

2층에서 봤을 땐 천지사방에서 불빛이 휘황하게 번쩍이는 느낌이 천박하다기보다는 무지 화려하다는 느낌이었다. 

그치만 역시 자주 보니까 질리더라. 나중에는 역시 파랗게 단정한 에펠탑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동의하게 되었다.

마치 그런 취향의 동조로 파리지앵에 한 걸음 가까워지기라도 할 것처럼.


에펠탑을 지나 선착장에서 배를 타려고 내려갔다. 관광버스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을 보고 사람들이 전부

야경보겠다고 유람선 타러 온 게 아닐까, 잠시 긴장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물론 유람선이 꽉꽉 찰 만큼 사람들이

많았고, 자리도 제대로 못 잡겠다 싶어 유람선 한 척은 먼저 보내주고 삼십분을 더 기다리긴 했지만.

유람선 출발. 생각보다 빠른 속도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방송으로는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까지

나왔던 듯 하다. 좌석마다 전화기처럼 생긴 기구가 놓여 있어 유람선이 지나는 주변 풍경이나 건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머..딱히 그런 설명이 없어도 이제 어디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 저게 무슨 건물인지 보면

딱 알아볼 수 있을만큼은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냥 아무 도움없이 유유히 배 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한강 유람선을 작년에 한번 탔었는데, 계속 이상한 트로트 음악만 시끄럽게 나와서 영 거슬렸던 적이 있다. 그때도

야경을 보겠다고 밤에 탔었지만 생각보다 한강변의 야경은 어둠이 깊었고, 그다지 조명을 아름답게 꾸며놓지도

않았다고 실망했었다.

단순비교는 무리일 테다, 왜냐면 파리의 세느강은 한강의 폭에 비하면 개울 수준이랄까, 유람선 선로로 치면

왕복 이차선정도일 거 같고, 한강은 못해도 왕복 육, 팔차선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왼쪽, 오른쪽의 풍경이

훨씬 손에 잡힐 듯 잘 다가온 탓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확실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건물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 사진은 세느강이 고작해야 이차선이지 않을까, 라는 내멋대로의 추측에 근거가 될 만한..교차하는

두 대의 유람선. 어둡지만 않았다면 상대 배에 누가 탔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가 충분히 식별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바람이 무지하게 차가웠다. 유람선 내에는 아크릴로 천장이 덮인 실내 공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배의 가장자리에

기대어 바깥을 구경하다가 추워지면 들어가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꾸고, 그런식으로 로테이션하며 사이좋게

관람했다.

시테섬을 지나 노틀담 성당이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다. 시시각각 깊어지는 어둠에 사진이 조금 흐릿하게 나왔지만,

불빛을 무수하게 깨뜨려서 퍼뜨리는 세느강의 수면과 어둠속에서도 선연한 노틀담 성당의 멋진 정면 모습은 왠지

가슴 속에 잔잔한 울림을 던져주었다.

몇 개의 다리를 지났고, 그러한 다리마다 지상에선 볼 수 없던 곳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들과 그림들을 품고 있음에

탄복했다. 사실 그저 밋밋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단순히 강을 가로질러 이어주는 기능적인 면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미적인 건축물이자 감상물이라는 마인드가 부러웠다.

갑자기 선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평온하고 경쾌한 '솔'음을 줄곧 유지하며 몇개국어로 가이드 멘트를 해주던 누님이

높은 '도'음쯤으로 음정을 높이고는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금방 나타날 다리를 지날 때 눈을 감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질 거라고 했다. 글쎄,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곰곰 생각하기엔 배가 너무 빨랐고, 다리가

너무 순식간에 나타났다. 이건 뭐 유성이 꼬리를 끌며 떨어지는 걸 보고 소원을 빌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하고

툴툴거리면서 우선 잽싸게 사진부터 찍었다. 한두장 찍고는 흔들린 사진에 불평할 겨를도 없이 초스피드로 눈을

감고 소원 하나, 둘, 셋..이것 저것 손끝에서 비비적대며 우선순위를 가늠하다가 끝나버렸다.

다른 사람들은 잘들 빌었을까. 다음에 또 이런 경우가 생기면 뭘 빌어야 할지 미리 준비해 둘까..하고 생각한 다음

순간, 세느강 수면에 비춰지는 불빛 쪼가리들의 일렁거림이 시야를 붙잡았다.

주홍빛으로, 하얀빛으로 반짝이며 광택을 흘리는 실크 재질의 천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느낌이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대담하게 그어진 굵고 힘찬 획들이 세느강 위에 온통 흩뿌려져 있다.

멀리 에펠탑이 다시 보이고, 강변의 둥근 가로등불이 세느강에 떨궈져서는 수십배의 빛무리를 만들어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살짝 센치해지기도 하고, 지금 내 머리를 흩날리는 바람을 볼 수 있다면 아마 저런 느낌의

파장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게 큰 의미나 울림을 던지지 못하는 수많은 다른 객체와 타인들과 섞여 있던 낮과는 달리, 니가 누군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어둠, 그리고 불빛. 저런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만한 건물이 많을수록 야경이 멋져지듯이,

저런 아우라를 지닌 사람이 주위에 많을수록 '삶'이라는 여행이 멋져질 게다.

그새 더욱 농밀해진 어둠 속에서 에펠탑의 파란 빛은 더욱 미묘해졌다. 주위의 검은 빛을 조금 덜어내서 파란 빛에

풀어냈는지, 조금은 어두워진 파란 빛깔이 어둠 속에 둥실 떠있다.

몇 장을 찍어 보아도 좀처럼 딱 이거다 싶은 사진을 못 고르겠었는데, 지금은 또 막상 이건 아니다 싶은 사진도

못 고르겠다. 이제 난 파란빛을 머금지 않은 에펠탑의 야경은 생각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매년 다른 빛깔로

탑을 치장한다고 하는데, 일종의 첫인상 효과랄까..아마 다른 색의 에펠탑을 보게 되면 아쉬움과 더불어 왠지

억지스런 꼬투리를 잡는 건 물론이고, 혼자만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정말이지, 검은 밤에 파란색 에펠탑이 노란별을 두르고 서있는 거 말고, 어떤 그림을 더 상상할 수가 있을지.

빨간색? 보라색? 초록색? 노란색? 음...글쎄. 역시 파란색만한 게 없지 싶다.

티켓은 11유로였던가, 다른 미술관이나 건축물 입장료에 비긴대도 싼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꼭 한 번, 특히 밤에

탄다면 파리가 품고 있던 또다른 비경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떠났던 군대 후임녀석 하나가, 어딜 가도 이미 왔던 곳만 같다고 투덜투덜거렸던 걸 기억한다.

이미 책과 미디어 등 온갖 매체를 통해 밟아보지도 않은 미지의 땅들의 이미지와 풍광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이란 건 어떻게 생각하면 시청자들-잠재적인 방문객들-에 대한 폭력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출장으로

처음 발딛은 국가의 첫인상과 체류 기간중의 즐겁지 않던 경험이 맞물리면서, 그 나라를 다녀왔다고 할 수도

안 다녀왔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다시 가기에는 왠지 꺼려지는 망쳐버린 첫 경험 같달까.


에펠탑이야말로 그렇듯 영화, 드라마, 책, 그림, 만화, 그리고 지금 내가 끼적이는 이런 블로그가 떠도는 인터넷을

통해 쉼없이 소비되고 있는 상징물이다. 현지에 가보지도 않고도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눈여겨 본 적없는

옆집 대문에 그려진 문양이나 출근길에 마주치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보다 낯익어 버린 것 같다고 표현해도

그다지 과장은 아닐 거다. 나 역시, 그러한 느낌으로 에펠탑을 찾았고, 별다른 기대없이 에펠탑을 바라봤으며,

이렇게 살짝 '숭악한' 마음으로 부유하는 이미지를 늘리고 있다. 다소 양해를 구하자면, 아무리 그런 기시감을

품고 나른한 눈빛으로 올려다본 에펠탑이라 해도 밤에 보면 좋더란 거. 낮에 봐도 뭐...난 나름 좋더란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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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에펠탑을 마주했던 건 샤요 궁전의 발코니 쪽에서였다. 물론 전반적으로 나지막한 건물들이 늘어선 파리

중심가 어디서든 대부분 에펠탑의 일부는 볼 수 있다지만, 에펠탑 자체를 목적으로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경로가

바로 샤요 궁전 발코니였다는 얘기. 에펠탑 전경을 막힘없이 볼 수 있는 곳인데다가, 파리 시내를 다소 서쪽서

중심부쪽으로 바라보는 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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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관광객뿐 아니라 파리지앵들도 많아 보였다. 1유로에 3개씩 판다는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상인들도

보였고, 발코니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연스런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도 두드러져 보였고. 그치만 역시 무엇보다

저 앞에 버티고 선 살짝 연한 구릿빛 뼈대를 드러낸 에펠탑이 한걸음한걸음 크게 확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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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녹지는 샤요궁전 자체의 정원, 그리고 에펠탑 건너편에는 샹드마르스 공원. 첨엔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감도 잘 안왔었지만, 에펠탑을 기준으로 이쪽과 저쪽,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어 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디서

어디까지 걸어서 얼만큼 걸릴지 가늠할 수 있는 영점을 잡아주기도 한다.

에펠탑의 별 12개. 애초 유럽연합을 구성했던 12개의 국가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왠지 탑 가운데 저렇게 노랑별,

아님 노란 야광별을 붙여놓았단 건 살풋 유치한 느낌도 없지 않다. 꼬맹이들 방 천장에 붙여놓는 그런 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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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상당히 거센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해떨어지기 전에 에펠탑에 올라가서는 그 위에서

파리의 야경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냉큼 내려와서는 에펠탑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 그 와중에도 뒤를

돌아보며 왠지 이집트 룩소에서 보았던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하고 외관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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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네이버에서 구한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 사진. 이집트 여행갔을 때에는 저기서 경비아저씨들 밥도

같이 먹고 잠시 까무룩 잠도 들고 그랬었는데.

그리고 서비스샷이랄까, 샤요궁전 앞의 분수대, 최근 코엑스 앞에 만들어놓은 피아노 분수에서 목욕물 넘치듯

흘러내리는 물과는 좀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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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역시 구글링을 통한 코엑스 앞 피아노분수의 사진. 너무 이뿌게 나온 감이 없지 않다.

이제서부터 에펠탑에 다가서면서 정신없이 찍어제낀 질풍같은 카메라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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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네다리에서 모두 위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가 운행한다. 1층, 2층, 그리고 꼭대기의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동서남북 어느 다리에서 올라가던 모두 1, 2, 꼭대기 전망대 공간에선 같은 곳에 서게 된다.

엘레베이터는 일반 건물의 그것과 똑같은 원리, 비슷한 형태일 텐데, 다만 오르내릴 때 바깥 풍경이 가감없이

펼쳐짐으로써 약간의 울렁거림을 동반했다. 처음에는 다소 기울어져서 경사를 타고 오른다 싶더니, 어느 순간

위로 수직상승하는 느낌의 엘레베이터. 그것과 똑같이, 에펠탑의 뾰족한 상반신을 향한 완만한 기울기의 하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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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금방 지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떨어졌다. 거의 9시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어둑어둑해지고, 에펠탑의

최초의 불이 들어왔다. 이미 2층에 올라와 있던 나는 저 위에 보이는 전망대까지 안 올라간 게 별로 아쉽지 않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살짝 겁먹을 만큼의 높이.


그런데, 그러고 보니 얜 갑자기 파랗게 물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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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 점점이 밝혀지는 주홍빛 가로등. 아까 내가 에펠탑을 올려다보던 샤요궁전이 조그맣게

보인다. 요란한 불빛을 뿜고 다니는 반딧불이같은 저건 세느강의 유람선. 

그리고 뒤켠의 괴물처럼 솟아있는 라데팡스 지구의 고층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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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에는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서있어서 자기들끼리 조망권이니 일조권이니 싸우고 있지만, 세느강변에는

그런 고층건물은 별로 안 보인다. 덕분에 멀찍이 섰는 건물에서 퍼져나오는 불빛도 흐릿하지만 잔잔하게 감지된다.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파리. 그것도 이만큼의 거리를 격하고 보니 더욱더 평화로워 보이는 미니어쳐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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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 마르스 공원과 왼켠의 앵발리드가 보인다. 멀찍이 불끈 솟은 검은색 건물은 몽파르나스..일 거다 아마.

조금씩 어두워질수록, 세련된 조명을 맞은 몇몇 유명한 건물들이 둥실대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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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무덤이 바로 여기랜다. 앵발리드. 어떤 식으로 조명을 비추는 건지, 마치 건물의 벽면에서 불빛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꼬맹이때 잠잘 때 방에 켜두던 조그마한 전등 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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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느낌으로 가라앉은 건물들 사이를 잔잔한 가로등 불빛이 구획짓고 있다. 점점이 지나가는 붉고 노란

자동차의 행렬마저 무성영화처럼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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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개선문에서 보는 야경이 에펠탑의 야경과 더불어 볼만하다고 하던데, 뜨기 전에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

순식간에 어둠이 감싸더니 더이상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깜깜해져버렸다.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해

주위를 둘러보니 많이 한산해졌다. 짠내빠진 바닷바람같이 윙윙 불어대는 바람이 불쑥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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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전망대 티켓. 7.8유로짜리였는데, 엘레베이터를 탈 때 한 귀퉁이를 이렇게 잘라서 표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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