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때였지만, 집으로 들어가기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다. 이 짬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마들렌 교회에서 방돔광장까지 산책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다. 딱히 목적지로 잡고 가기에는 뭔가

끌림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눈길 한번 안 주고 돌아가기에는 왠지 섭섭한 곳들.


마들렌 교회, 그리스 신전 같은 외양에 가슴속 십자가를 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콩코드광장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면, 개선문, 루브르궁전, 마들렌 교회, 앵발리드까지 파노라마처럼 360도로 펼쳐진 풍경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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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본 마들렌 교회의 옆모습, 부석사 무량수전이었던가, 아랫배 부분이 봉긋한 배흘림기둥.

그 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가운데가 살며시 불룩한 이 도리스양식 기둥의 온화한 곡선이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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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안 들어가기로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발그스름한 금빛 석양이 잔잔히 배어나오기 시작한 남청색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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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이 청색으로 변해버린 시간, 노랑색 가로등이 켜진 때에 노천 까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지 않는다면

대체 언제 마실 것인가..하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와인을 한잔 가득 따라놓고 마시는

파리지앵들도 적지 않다. 우리처럼 와인을 격식 맞춰 마시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 물론 그렇게 마셔야 할 와인도

있겠고 그런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도 있겠지만, 그저 편하게 마시는 술, 그런 와인/와인마시는 법도 수입한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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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높이가 44미터에 이른다는 방돔 광장 중앙의 탑. 맨 꼭대기에는 나폴레옹상이 파리 시가를 굽어보고

있다는데..이미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잔뜩 녹이 슬어 에메랄드색으로

변해버린 청동 기둥의 둔중하고 거친 무게감이 왠지 시대를 거슬러 오른 과거의 향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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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문의 대포를 녹여 만들었다는 청동제 기둥. 뭔가 조각이 되어 있는 건지, 아님 그냥 울룩불룩하게 생겨난

무늬들인지 모를 정도였지만, 기둥을 둘둘 감고있는 띠 모양으로 그림이 가득한 거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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