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크레 쾨르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계가 녹아내리는 달리의 미술관도 있고, 몽마르뜨에 거주했던 숱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중인 미술관도 있다고 했다. 애초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보다는 좀 크게 원을 그리며
몽마르뜨 언덕의 정취를 맘껏 즐기다가 다시 앙베르(Anvers)역이나 아베스(Abbesses)역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사크레 쾨르 성당 안에서 잠시 펼쳐본 가이드북에 의하면 아베스역의 지하철 역 입구는 누군지 처음 들어봤지만
여튼 '거장 기마르'가 디자인한 아치란 거다. 왠지 조금더 그 주변에서 한 바퀴 돌아보며 눈에 담아야 할 거 같은
부담감, 그리고 이런 걸 조금더 눈에 새기지 못하고 왔구나 하는 스스로의 안목에 대한 살짜쿵 부끄러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가이드북은 이런 식으로 종종 성가신 걸음을 걷도록 압박하곤 한다.
주변 골목을 아무길이나 쑤시고 들어갔다. 가파른 경사를 가늠컨대 사크레 쾨르의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은 얼추
쉽게 잡겠다 싶어서, 그다지 거리 이름을 괘념치 않고 뭔가 이뻐보이거나 눈에 밟히는 게 있다 싶은 곳으로 향했던
게다. 그 골목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형형색색의 화려한 원색 컬러를 가진 저 티테이블들.
의자와 테이블이 꼭 같은 색으로 매치된 것도 아니다. 아마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자를 이쪽저쪽으로 끌어당기고 테이블도 몇번씩 들었다놨다 하면서 지금처럼 마구잡이식의
랜덤한 배치가 이루어진 게 아닐까, 근데 이뿌다.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앉아 차를 한잔 하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풍경이
마주보이는 길건너편의 까페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마시며 쉬거나, 그 무질서
하지만 경쾌한 색의 배합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지도를 보며 길을 정하고 있었다. 나는 안쪽에 들어가서 우선
에스프레소를 시키곤 지도를 펼쳐서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인. 이게 바로 내가 여행 내내 들고 다니던 지도책,
PARIS PRATIQUE, 거리 이름이 모두 나와있고 아무리 조그마한 골목길도 다 그려져 있어서, 파리지앵들도 길을
찾는데 쓴다는 그 책이다. 가이드북은 가끔 뭔가 설명이 더 필요하다 싶거나, 뭔가 주위에 같이 볼만한 게 없을지
체크할 때만 펼쳐보았었다. 아마 나중에 파리 갈 일이 또 생긴다 해도 이 책이면 충분할 거 같다. 사실 이제 왠만한
거리나 방향은 다 익숙해져 버려서 따로 지도나 가이드북이 필요있겠냐 싶다만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쓴 맛은 솔직하다. 쌉쌀한 냄새와 함께 혀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진한 커피 원액이 입안에
한모금 흘려넣어지면 정신이 바싹 긴장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갈색빛 거품을 헤치고 그 쓰디쓴 맛을 가만히 혀로
분별해 나가보면 진한 단맛도 느껴지고, 순수한 쓴 맛도 느껴지고, 그리고 약간의 시큼한 맛까지 감지된다. 사실
파리지앵들은 아메리카노를 두고 에스프레소에 물탄 거라면서 다소 낮춰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경사가 완연히 느껴지는 골목들. 저쪽 높은 곳에는 사크레 쾨르가 있을 테니 일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다 보면, 크게
방향이 틀리지 않는 한, 왔던 곳으로 쉽게 되돌아가겠거니 했다. 그치만 골목들이 얼기설기 만나고 있었던 데다가
몇번 모퉁이를 돌고 나니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저런 식으로 담쟁이 덩굴이 빼곡히 담을 치고 있는 공간 안에서 살면, 무지 맑은 공기를 이십사시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한눈에도 무지 풍성하고 두꺼워보이는 녹색의 벽안에선 혹시 어떤 예술가가 21세기의 걸작을 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저런 식으로 창문이 탁 트여서 바깥을 공간 안으로 품을 수 있고, 동시에 밖에서도 안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건...역시나 왠지 예술가와 어울린다 싶은 느낌인 게다. 몽마르뜨 언덕의 독특한 운치와 분위기가
계속 내 상상력을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단정한 벽돌집. 올이 굵은 실로 짜여진 스웨터를 연상케 하는, 그리고 그 오돌토돌한 촉감이 선명히 살아나는
건물의 외관이 왠지 정겹다.
어떻게 돌았던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느 순간 생 피에르 교회가 다시 나타났다. 안 그래도 아까
사크레 쾨르를 반 바퀴 돌아서 정문쪽으로 가면서 왠지 오래되어 보인다, 싶던 건물이었다. 미처 그게 파리에서
오래된 성당으로 손꼽힌다는 생 피에르 교회인지는 몰랐던 게다. 그치만 사실 그런 정보를 알고 볼 때나 모르고 볼
때나, 이 오래고 낡은 성당이 주는 칙칙하고 우울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스킵해서 테르트르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이곳에 나오면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모여있다더니 정말이다. 벌써 꼬맹이 두명이 거리의 화가들의
오브제가 되어 있었다. 이런 화가들을 일러 사기꾼 화가라거나, 돈벌려고 화가인척 한다고 비난할 수야 있겠지만,
글쎄...화가라는 게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진정한 리얼 화가일까. 다만
저들의 실력이 다소 모자란다거나, 혹은 오브제이자 돈주머니의 심기를 맞출만한 센스가 부족하다거나 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가짜 화가'라거나 '사기꾼'이라고까지 폄하하는 건 좀 감정적인 거 같다.
살짝 들여다 본 그들의 화폭에 담긴 인물은 글쎄, 눈앞에 있는 오브제와 많이 닮은 거 같단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던 건 사실였지만, 그래도 그들 눈에 보인 오브제가 그렇게 보였나부지.
골목길을 종횡하고 다니다가 문득 마주친 상점. 찌그러져 들어가며 언제든지 기우뚱, 쳐져버릴 것 같은 찌푸린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반듯하고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것이었다면 이 골목에 어울리지 않았을 거 같았다.
실제로 저 휘어진 천막이 몇십년씩이나 됐겠냐만은, 그래도 나름의 시간이 배어있다는 점에서, 몽마르뜨 언덕위에
빼곡한 고풍스런 건물들과 반들반들한 포석들, 그리고 사크레쾨르와 생 피에르 성당과 잘 어울려 보였다.
아마도..화가의 집일까. 창문에 내걸린 저런 작품들을 한점 한점 구경하며 발걸음을 느릿느릿 떼어놓는 것도 이곳
몽마르뜨 언덕의 묘미인 거 같다. 맘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한 점 사갈까, 했지만 딱히 내 눈을 붙잡았던 그림은
없었다. 뭔가 그림들이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걸 의도한다기보다는, 잔잔하면서도 편한 느낌, 그러니까 가벼운
소품으로 쓰기 좋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려 가는 길에 저런 식으로 계속 눈길을 끄는 뭔가가 있었던 거다. 저건 또 무슨 뮤제..뮤지엄, 박물관일까.
이런 식으로 몇번 방향을 꺽는 사이에 난 점차 몽마르뜨 언덕을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있었다.
막판에 도착한 역은 그래서, 12호선의 라마르크 콜랑쿠르(Lamarck Caulaincourt) 역.
짙은 녹색에서 누런색을 거쳐 붉은색으로까지 변색되어 있는 담쟁이덩굴은, 뮤제 드 몽마르뜨, 몽마르뜨 미술관의
표지판 만큼이나 금방 눈에 띄었다. 빨간 표지판과 녹색 담쟁이덩굴의 대비. 안으로 들어갔더니 조그마한 전시
공간이 있었고, 이곳에서 작업을 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대개 자그만 소품들이었고 그다지
인상적인 건 찾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건 이미 내가 파리의 여러 굵직한 미술관을 거치면서 터무니없이 눈만
높아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어쨌든 아베스 역이던, 앙베르 역이던 만나리라고 쉽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몇번이나 지도를 확인한 결과, 이미 몽마르뜨 언덕을 오르내려서, 오를 때와는 영 다른 곳으로 떨어져
내렸음을 알아차렸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지나면서 가이드북에 소개되었던 이러저러한 '관광 포인트'들도
찍어볼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아쉬워했던 것도 잠시, 이미 난 골목을 뱅글뱅글 돌면서 몽마르뜨 언덕을 네다섯시간
여유롭게 완상했음을 깨달았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중인 미술관도 있다고 했다. 애초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보다는 좀 크게 원을 그리며
몽마르뜨 언덕의 정취를 맘껏 즐기다가 다시 앙베르(Anvers)역이나 아베스(Abbesses)역으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사크레 쾨르 성당 안에서 잠시 펼쳐본 가이드북에 의하면 아베스역의 지하철 역 입구는 누군지 처음 들어봤지만
여튼 '거장 기마르'가 디자인한 아치란 거다. 왠지 조금더 그 주변에서 한 바퀴 돌아보며 눈에 담아야 할 거 같은
부담감, 그리고 이런 걸 조금더 눈에 새기지 못하고 왔구나 하는 스스로의 안목에 대한 살짜쿵 부끄러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가이드북은 이런 식으로 종종 성가신 걸음을 걷도록 압박하곤 한다.
주변 골목을 아무길이나 쑤시고 들어갔다. 가파른 경사를 가늠컨대 사크레 쾨르의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은 얼추
쉽게 잡겠다 싶어서, 그다지 거리 이름을 괘념치 않고 뭔가 이뻐보이거나 눈에 밟히는 게 있다 싶은 곳으로 향했던
게다. 그 골목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형형색색의 화려한 원색 컬러를 가진 저 티테이블들.
의자와 테이블이 꼭 같은 색으로 매치된 것도 아니다. 아마 처음에는 그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자를 이쪽저쪽으로 끌어당기고 테이블도 몇번씩 들었다놨다 하면서 지금처럼 마구잡이식의
랜덤한 배치가 이루어진 게 아닐까, 근데 이뿌다.
그 풍경 속에 들어가 앉아 차를 한잔 하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풍경이
마주보이는 길건너편의 까페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차를 마시며 쉬거나, 그 무질서
하지만 경쾌한 색의 배합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지도를 보며 길을 정하고 있었다. 나는 안쪽에 들어가서 우선
에스프레소를 시키곤 지도를 펼쳐서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인. 이게 바로 내가 여행 내내 들고 다니던 지도책,
PARIS PRATIQUE, 거리 이름이 모두 나와있고 아무리 조그마한 골목길도 다 그려져 있어서, 파리지앵들도 길을
찾는데 쓴다는 그 책이다. 가이드북은 가끔 뭔가 설명이 더 필요하다 싶거나, 뭔가 주위에 같이 볼만한 게 없을지
체크할 때만 펼쳐보았었다. 아마 나중에 파리 갈 일이 또 생긴다 해도 이 책이면 충분할 거 같다. 사실 이제 왠만한
거리나 방향은 다 익숙해져 버려서 따로 지도나 가이드북이 필요있겠냐 싶다만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쓴 맛은 솔직하다. 쌉쌀한 냄새와 함께 혀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진한 커피 원액이 입안에
한모금 흘려넣어지면 정신이 바싹 긴장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갈색빛 거품을 헤치고 그 쓰디쓴 맛을 가만히 혀로
분별해 나가보면 진한 단맛도 느껴지고, 순수한 쓴 맛도 느껴지고, 그리고 약간의 시큼한 맛까지 감지된다. 사실
파리지앵들은 아메리카노를 두고 에스프레소에 물탄 거라면서 다소 낮춰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는데,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경사가 완연히 느껴지는 골목들. 저쪽 높은 곳에는 사크레 쾨르가 있을 테니 일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다 보면, 크게
방향이 틀리지 않는 한, 왔던 곳으로 쉽게 되돌아가겠거니 했다. 그치만 골목들이 얼기설기 만나고 있었던 데다가
몇번 모퉁이를 돌고 나니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든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저런 식으로 담쟁이 덩굴이 빼곡히 담을 치고 있는 공간 안에서 살면, 무지 맑은 공기를 이십사시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한눈에도 무지 풍성하고 두꺼워보이는 녹색의 벽안에선 혹시 어떤 예술가가 21세기의 걸작을 예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저런 식으로 창문이 탁 트여서 바깥을 공간 안으로 품을 수 있고, 동시에 밖에서도 안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건...역시나 왠지 예술가와 어울린다 싶은 느낌인 게다. 몽마르뜨 언덕의 독특한 운치와 분위기가
계속 내 상상력을 그런 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단정한 벽돌집. 올이 굵은 실로 짜여진 스웨터를 연상케 하는, 그리고 그 오돌토돌한 촉감이 선명히 살아나는
건물의 외관이 왠지 정겹다.
어떻게 돌았던 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느 순간 생 피에르 교회가 다시 나타났다. 안 그래도 아까
사크레 쾨르를 반 바퀴 돌아서 정문쪽으로 가면서 왠지 오래되어 보인다, 싶던 건물이었다. 미처 그게 파리에서
오래된 성당으로 손꼽힌다는 생 피에르 교회인지는 몰랐던 게다. 그치만 사실 그런 정보를 알고 볼 때나 모르고 볼
때나, 이 오래고 낡은 성당이 주는 칙칙하고 우울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재빨리 스킵해서 테르트르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이곳에 나오면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모여있다더니 정말이다. 벌써 꼬맹이 두명이 거리의 화가들의
오브제가 되어 있었다. 이런 화가들을 일러 사기꾼 화가라거나, 돈벌려고 화가인척 한다고 비난할 수야 있겠지만,
글쎄...화가라는 게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진정한 리얼 화가일까. 다만
저들의 실력이 다소 모자란다거나, 혹은 오브제이자 돈주머니의 심기를 맞출만한 센스가 부족하다거나 할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가짜 화가'라거나 '사기꾼'이라고까지 폄하하는 건 좀 감정적인 거 같다.
살짝 들여다 본 그들의 화폭에 담긴 인물은 글쎄, 눈앞에 있는 오브제와 많이 닮은 거 같단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던 건 사실였지만, 그래도 그들 눈에 보인 오브제가 그렇게 보였나부지.
골목길을 종횡하고 다니다가 문득 마주친 상점. 찌그러져 들어가며 언제든지 기우뚱, 쳐져버릴 것 같은 찌푸린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반듯하고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것이었다면 이 골목에 어울리지 않았을 거 같았다.
실제로 저 휘어진 천막이 몇십년씩이나 됐겠냐만은, 그래도 나름의 시간이 배어있다는 점에서, 몽마르뜨 언덕위에
빼곡한 고풍스런 건물들과 반들반들한 포석들, 그리고 사크레쾨르와 생 피에르 성당과 잘 어울려 보였다.
아마도..화가의 집일까. 창문에 내걸린 저런 작품들을 한점 한점 구경하며 발걸음을 느릿느릿 떼어놓는 것도 이곳
몽마르뜨 언덕의 묘미인 거 같다. 맘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한 점 사갈까, 했지만 딱히 내 눈을 붙잡았던 그림은
없었다. 뭔가 그림들이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걸 의도한다기보다는, 잔잔하면서도 편한 느낌, 그러니까 가벼운
소품으로 쓰기 좋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려 가는 길에 저런 식으로 계속 눈길을 끄는 뭔가가 있었던 거다. 저건 또 무슨 뮤제..뮤지엄, 박물관일까.
이런 식으로 몇번 방향을 꺽는 사이에 난 점차 몽마르뜨 언덕을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있었다.
막판에 도착한 역은 그래서, 12호선의 라마르크 콜랑쿠르(Lamarck Caulaincourt) 역.
짙은 녹색에서 누런색을 거쳐 붉은색으로까지 변색되어 있는 담쟁이덩굴은, 뮤제 드 몽마르뜨, 몽마르뜨 미술관의
표지판 만큼이나 금방 눈에 띄었다. 빨간 표지판과 녹색 담쟁이덩굴의 대비. 안으로 들어갔더니 조그마한 전시
공간이 있었고, 이곳에서 작업을 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대개 자그만 소품들이었고 그다지
인상적인 건 찾지 못했지만, 어쩌면 그건 이미 내가 파리의 여러 굵직한 미술관을 거치면서 터무니없이 눈만
높아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어쨌든 아베스 역이던, 앙베르 역이던 만나리라고 쉽게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하도
이상해서 몇번이나 지도를 확인한 결과, 이미 몽마르뜨 언덕을 오르내려서, 오를 때와는 영 다른 곳으로 떨어져
내렸음을 알아차렸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렇게 지나면서 가이드북에 소개되었던 이러저러한 '관광 포인트'들도
찍어볼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아쉬워했던 것도 잠시, 이미 난 골목을 뱅글뱅글 돌면서 몽마르뜨 언덕을 네다섯시간
여유롭게 완상했음을 깨달았다.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Paris, France-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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