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대만여행 갔을 때 만났던 레스토랑 糖水, 알고 보니 홍콩에 본점을 둔 홍콩 브랜드의 레스토랑이었다.

 

대만과 일본에도 해외지점을 두었을 정도로 잘 나가는 레스토랑이라는데 전반적인 음식들도 괜찮지만

 

레스토랑 이름 그대로 달달한 디저트류가 특징적인 듯. 특히나 하트 모양 망고 푸딩이 탱글거리는 모습이란.

 

Noodles with Wontons in Soup. (45HK$)

 

Wontons with Spring Onions (66HK$)

 

Fried Flat Noodles with Beef in Satay Sauce (75HK$)

 

 

Steamed Egg Custard Buns (25HK$)

 

Steamed Prawns and Pork Dumplings (35HK$)

 

Chilled Mango Pudding (25HK$)

 

 

 

 

 

 

호텔에서 나온 한식 코스메뉴를 쭉 훑어내려 보다가 문득 놀랐다. 얼간이 된장국? 얼간이?

먹으면 얼간이가 되는 된장국인 걸까. 얼이 빠진 사람, 정도가 얼간이의 뜻일 텐데.

그래도 호텔에서 만드는 메뉴이니만치 오타는 아닐 거라 믿고 싶었지만, 또 동시에

'얼간이 된장국'이란 말에 이렇게 생경한 나 자신도 찜찜하길래, SMART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국어사전에 접속했다.

얼간망둥이랑 얼간이가 둘다 표준어란 건 알게 된 수확은 있었지만, 그리고 얼간이의

관련어휘로 멍청이, 멍텅구리, 바보, 얼뜨기 따위가 있다는 걸 재발견한 수확은 있었지만

도무지 '얼간이 된장국'의 유래를 알 수가 없었다. 이거 혹시 '얼갈이'의 오타는 아닐까.


왜 그 얼갈이 배추니, 얼갈이 김치니 하는 단어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얼갈이는 얼간이랑은

영 다른 의미를 담은 단어, ㄹ과 ㄴ의 한끝차이일 뿐인데 느낌이 확 다르다. 그야말로 절묘한

오타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얼갈이 된장국이 맞지 싶어 수정을 요청했다.

그렇게 다시 고쳐진 메뉴, 얼간이 된장국이 아니라 얼갈이 된장국이 되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해진 기분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 눈에 띄는 다른 문구. 진지와 얼갈이 된장국. 밥 대신

진지라고 하니까 그것도 또 나름 웃기다.

여하간 이게 그 '진지와 얼갈이 된장국'의 정체. 그냥 뭐..흰쌀밥과 배추국이다.

아무래도 한식을 호텔에서 먹는 건, 뭔가 코스모폴리타닉해진 맛이랄까, 많이 심심하고

밋밋한 맛으로 순화되어서 그런지 별로 맛있다는 느낌은 없고 정갈하다랄까, 딱 그정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시간만 흐르면 자연스레 다가오는 기념일,

그다지 요란스레 축하할 날은 아닌 거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이벤트들, 입학식, 졸업식, 생일

등등은 그저 as time goes by, 시간의 힘에 맡겨진 것들.

그래도, 하루동안 축하해준 이들이 참 많아서 좋았다. 뭐랄까, 어제 하루동안 내게 생일축하한다

말해준 이들의 말풍선을 톡톡 떼어서 돌돌 뭉치면, 원기옥 하나쯤은 쉽게 생겨날 듯 했달까.

그리고 어제 저녁에 갔던 레스토랑, 청담동의 제법 이름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데 분위기가

오밀조밀하니 괜찮았다. 소화전에 이탈리아 국기처럼 초록색, 흰색, 빨간색을 칠해놓은 게 보인다.

바닥 모퉁이에는 '벽난로' 모양으로 쉼없이 활활 타오르는 조명도 있었고, 벽면에는 다소 빼곡한

느낌으로 책들과 술병들과 장식품들이 놓여있었다. 갠적으로는 저렇게 꾸미는 게 이쁘고 아니고를

떠나서, 저렇게 책들이 그저 장식품으로 소모되는 게 조금 걸리긴 한다. 아무도 펼쳐보지 않고

내용에는 관심도 없으며 그저 공간을 채울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책들이라니.

게다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런 곳의 액세서리용 책들은 전부 영어나 외국어 책들.

아마 헌책방쯤에서 무게를 달아 1키로에 얼마, 이렇게 사온 책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여튼지간, 생일날까지 저런 소소한 것들에 신경쓰기 보다는, 뭔가 좀더 좋고 이쁘고 맛난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 예컨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보드랍고 풍성한 붉은 꽃잎 같은 거.

우선 빵이 나왔고, 십자 형태로 그어진 선을 따라 쪼개 먹으며 우선 감탄. 빵 괜찮네.

전채로 생굴이 나왔다. 역시 겨울엔 굴, 제철음식이 최고인 듯. 씨알굵고 신선한 굴 위에 소스를

약간 얹어서 관자를 칼로 긁어내곤 입에 대고 후르륵. 힘이 불끈불끈..?

어디선가 얼핏 들었던 거지만, 사실 보통 익숙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흥건한 크림소스는

미국에 들어와 변형된 버전이라고 했었다. 여긴 이탈리아 레스토랑, 변형되기 이전의 까르보나라가

어떤 거였는지 보여주는 오리지널 버전. 크림소스가 아니라 계란을 풀어 만든 소스에 수제 베이컨이

두툼하게 들어가 있다. 그리고 얇게 채를 친 치즈가 후두둑후두둑 뿌려져있고.

할라피뇨나 오이 피클이 아니라, 알타리무 피클이 나왔던 것도 신기했던 점 중 하나. 근데

깔끔하고 쌈빡하니 잘 어울렸다는.

리조또 위에 글뤼와인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찜. 호텔 음식들처럼 이쁘게 치장되지는 않았지만

맛은 훨씬 낫다. 딱히 지방색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둥글둥글한 맛의 호텔음식들보다 이렇게

이탈리아 본연의 스타일과 맛을 고수하는 타협하지 않는 음식점들이 훨씬 좋다는.

그렇게 크지 않은 레스토랑에 알콩달콩 이쁘장한 소품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지만, 테이블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은 것도 꽤나 맘에 들었다. 테이블이 너무 붙어 있는 곳에서 밥을 먹다 보면

옆테이블 사람에게 뭔가 대꾸를 해주거나 그들 대화에 껴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꽉 찬 느낌이면서도 테이블 간격이 지켜진다는 건 쉽지 않을 텐데.

투토베네. '투토'란 all의 의미를 가진 이탈리아어, '베네'란 good의 의미정도라던가. 결국

모든 게 좋다, 란 의미를 가진 이름의 레스토랑.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었고 음식도 넘

맘에 들어서 앞으로 파스타가 생각날 때 종종 가볼 거 같다.

찾기가 다소 쉽지 않은데, '투토베네'란 뜻이 중국어로, 혹은 한자어로 치자면 '만사쾌조'란 걸

알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간판이 저거 하나 달랑 내걸려있는 조그마한 레스토랑.




@ 도쿄, 편의점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신주쿠

@ 도쿄, 미타카역 인근
@ 도쿄, 하라주쿠
@ 도쿄, 편의점.
@ 도쿄, 기치조지역
@ 도쿄, 미타카역에서 사서

@ 도쿄, 에도도쿄건축공원에서 먹다.

@ 도쿄, 지하철 자판기

@ 도쿄, 편의점
@ 도쿄, 에비스 맥주박물관

@ 도쿄, 츠키지 시장

@ 하코네

@ 하코네, 자판기

@ 하코네, 유황온천 달걀과 아이스크림

@ 하코네

@ 도쿄, 아키하바라

@ 도쿄, 우에노









혼자 밥먹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이어폰을 귀에서 탈착할 필요도 없으며, 밥먹는 데에 집중하거나 꼬리를

무는 어떤 생각에 집중하거나 간에 장애가 생기지 않는다. 게다가 밥먹고 나서 걍 바로 자리를 뜨고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먹음 한 끼 해결인데, 마음도 편한데다가 아주 자유로운 느낌마저 든다. 학관 지하에 12시 약간 전에만

가주면, 자리도 널럴해서 왠지 주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왠지 저사람들은 서로가

무진장 친밀한 따뜻한 나라에 사는 거 같고, 난 왠지 어딘가 그림자가 빠져있거나 심장이 빠져있는 나라에 사는

듯한 감정이 유발되곤 하는 거다, 식탁 가득 사람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면.



그 중에 혼자 밥먹는 사람도, 혹은 같이 먹더라도 별반 안 유쾌한 사람도 기실 그럴 때엔 나랑 같은 감정을 느낄

게다. 어쩌면, 걍 아무나 혼자 먹고 있는 사람 있음 그 앞이나 옆자리에 앉고서 친한 척하며, 혹은 친해지며

밥먹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 싶다. 통성명부터 시작해서 과, 나이, 등등 '코스'를 밟아가며 미팅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을 게고, 걍 무작정 반찬투정부터 시작하며 공감대를 열어가는 방법도 있을 거고.(여기 밥 절라

맛없잖냐? 개밥이야 개밥..)



가끔 걍 주위를 휘 저어보면 저기 어딘가 혼자 밥먹고 있던 처자나 남정네와 눈이 딱 마주치기도 하는데, 백방

그럴 경우 그녀석도 나처럼 무작정 아무나하고 같이 밥먹어 보까 하는 쓸데없는 객기를 발동시켰을 테다. 그나마

오늘은 자리가 워낙 휑~했어서 내 심리적인 안정 공간을 확보한 채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져

내 옆앞뒤로 내 공간을 침범한 타인..들이 늘어나면 어쩌면, 숨쉬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은 친한 사람과

밥을 먹거나 밥을 먹으며 친해지는 방법 두가지밖에 없는듯하다. 왜 바둑에서, 단수에 몰린 말이 살기 위해

숨통을 트는 방법은 돌을 하나 이어 숨구멍을 넓히는 거처럼.



글타고 내가 '단수에 몰렸다'거나, 혼자 밥먹는게 불유쾌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제 밥먹는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를 유추해버리고 마는 지극히도 편향적인 이 사고의 흐름을 어쩔 수가 없단 탄식.ㅋ 어쨌거나, 밥을 같이

먹는다는 행위는 결국 내 숨통을 넓혀줘, 아님 내가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있다는 걸 믿게 해 줘...라는 말과

등치되는 거다. 따뜻한 피가 쿨럭이며 심장을 후비고 있으며, 내 그림자도 언제나처럼 묵묵히 발치에서 날 내려다

보고 있단 걸 확인시켜 주는 행위, 그게 바야흐로 "같이 밥먹자"란 말이 담고 있는 지극한 의미가 아닌지.



혼자 밥먹을꼬얌~ 하는 퇴짜는, 글타면 그러한 외부의 도움없이도 혼자 숨을 충분히 쉴 수 있거나 (산소호흡기던

부레를 갖췄건 간에) 혼자서도 충분히 따뜻한 남쪽나라란 걸 실감할 수 있어서인가...그 이전의 삶 A가

2년 6개월여의 B를 거치면서 A'로 변질된 거 같긴 한데, 아직 난 A와 A'를 비교하며 ....되는 경향보다는, B와

A'를 비교하며 마냥 좋아라 하는 경향이 더 큰거 같다. A와 A'를 비교함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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