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 썽완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거리, 캣스트리트를 지나 뒷길로 넘어들면 조금은 더 넓은 길, 그래봐야 왕복 2차선이


빠듯한 길이긴 하지만 헐리우드로드와  만모사원(문무묘)이 나타난다. 저 사다리같은 ladder road를 걸어올라가면 짠.

 

올라가는 길에 잠시 찻집에 들러 연꽃이 피어나는 차도 구경하고, 아무래도 홍콩은 종종 대만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만큼 유사한 점이 많다. 애프터눈티도 그렇고, 거리의 풍경이나 분위기, 길거리음식들도 그렇고.

 

사다리 길의 끝무렵, 허름한 건물들과 커다란 간판들 사이로 기와지붕이 얹힌 붉은, 퇴락한 전통건물이 한 채 보인다.

 

 

만모사원, 문무묘라고 읽히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홍콩이 영국에 편입된 즈음, 1800년대 중반에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열성궁, 대만을 포함해서 중국의 도교 사원들은 으레 이런 느낌이다. 향과 시주를 받고 복을 내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

 

각분야 최고의 신들이 학업, 연애, 사업, 건강 등 파트를 나눠맡고 있달까. 덕분에 그리 크지 않은 사원 내부에는

 

향내가 진동을 하는가 하면 금세라도 사방으로 옮겨붙을 듯한 촛불이 탐욕스레 붉은 혀를 낼름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믿을 만하고 흔들림없는 의지처를 찾는 사람들의 모은 손은, 간절한 뒷모습은 늘 맘을 흔들었다.

 

만모사원, 문무묘에 모셔진 신들의 유래나 계보야 워낙 엉망진창인 거 같긴 하지만 삼국지의 영웅 관우가 모셔져있는 건

 

그래도 좀 납득할 만 하다. 이야기에 따르자면 그야말로 문과 무를 겸비한 문무쌍전의 호걸 아닌가. 사진에 담자니

 

그 덥수룩한 수염이 너무 싸구려티 팍팍 나는 나일론실로 엉성하게 붙여뒀다는 티가 나서 말았지만.

 

사원에서 돌아나와 걷기 시작한 헐리우드 로드. '헐리우드'라는 이름이 대번에 미국의 그곳을 떠올리게 만들며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런 건 아니란다. 오히려 이 곳의 지명이 그곳보다 먼저 붙었다고 하니깐.

 

앤티크샵이나 갤러리가 주르륵 이어지는 가운데 이쁜 까페, 레스토랑이 점점이 박힌 거리 어디쯤에서 아예

 

길거리에 그림을 걸어놓고 오가는 여행객들과 흥정을 하는 아저씨. 비단에 먹으로 그린 듯 한데, 촉감이 보들보들.

 

거리의 하늘을 꽉 막아설 만큼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 한 그루. 아니, 한 그루라고 하기에는 뿌리와 줄기가 워낙

 

복잡하게 엉켜있어서 실제로 몇 그루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마치 옛 사원을 무너뜨리고 우뚝 선 앙코르왓의

 

나무들을 보는 것 같을 만큼, 자칫 밋밋하고 범상해 보일 수 있는 거리 풍경을 사뭇 다르게 만들어준다.

 

 

거리 곳곳에 있는 갤러리들에 자유롭게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오기도 하고,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와중에 발견한 재미있는 샵. 알고 보니 1호점, 2호점, 3호점이랄까, 근방에 세개의 샵이 모두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있었는데 아이디어가 반짝거리는 인테리어 소품들, 가구들이 가득했다. 한참을 둘러보며 예상치 못한

 

디자인의 아이템들이 가진 예상치 못한 기능에 깜짝 놀래주며 쇼핑의 재미를 만끽. 

 

 

 

 

몇가지 아이템들을 사고 나서, 계산대에서 카드를 꺼내들고 사인을 하는데 펜이 꽂혀있는 장식대도 재미있다.

 

 

헐리우드 로드를 걷다 보니 캣스트리트와는 조금 구별되는 분위기가 있지 싶다. 캣스트리트가 인사동같은 느낌의,

 

싸구려 골동품을 허름하게 파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헐리우드 로드쪽은 그걸 '앤티크'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조금더

 

세련되게 전시했거나 현대미술 갤러리들이 샤방하게 꾸며둔 느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런 식.

 

되돌아 썽완 역쪽으로 가는 길,  온통 벽면을 도배하다시 붉은 글씨로 굵게 쓰여진 저 광고판들이지만, 의외로

 

심플하면서도 명시성도 높고, 한자의 특성상 나름 압축적으로 홍보 기능도 잘 수행하고 있는 거 같다.

 

 

 

썽완 역 근처에는 도장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게 골목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우리네야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도장이지만 서양의 시각에서라면 나름 저런 것도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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