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것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적당한 거리잡기가 가장 중요하다.

얼마만큼 거리를 격해야 나와 당신의 그림이 이뿌게 나올 수 있을지..당신의 위풍당당함과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내가 그 곁에 자연스럽게 설수 있는 사진은. 

너무 멀면, 모든게 용서될 것 같다. 고작 한웅큼 흩뿌려진 저녁 햇살 만으로도 너무도 부드러워보이는 당신의

실루엣.

 
너무 가깝게 들이대진 말기. 그 오색찬란한 빛깔과 생생한 질감이 사실은 사기접시를 깨넣고 엉성하게 붙여넣은

재활용품처럼 보일 수 있으니.

고슴도치가 사랑을 하듯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바싹 다가가기엔 한 평생 호흡이 길다.

크레딧이 올라가도 삶은 계속되고, 한마디 말로 감정을 전달한다는 건 편집기술의 승리일뿐. 간격잡기는,

고수의 스킬. 당신은 내 간격 안에 들어와있어. 베인다.



01년 미국갈 때 샀던 여행가방..무슨 숫자이던가 세자리로 암호를 걸어놓았는데, 그새 잊어버렸다.

동생 졸업여행갈 때도 공항 가는 길에 전화해감서 삽질을 해놓고는, 여행 간다니까 이제야 다시 번호를 챙겨보려

다이얼을 하나씩 돌려서 확인해 보는 단순작업을 했다. 총 세자리. 000부터, 999. 대략 13분 20초정도.


상식적으로 그 1000개의 번호 중에 하나의 정답이 있어야 하는 건데, 없다. 아마 그 이유는 둘 중 하나.

1000번의 무료하고 멍청한 삽질 중 멍해져버린 내 감각이 그 순간을 놓쳐버렸거나, 혹은 애초 1000개의 번호 중

답을 찾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 자체의 오류..곧 가방 자물쇠의 고장.


분명 그중에 숫자 하나는 맞을 꺼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내 우매한 선입견을 비웃는 前백승독서실 3층 27번座

핑크곰돌이 자물쇠. 아마..비밀번호는 8991같은 네자리 숫자거나, 아님 '내려쳐뽀사뿌라'정도 아닐까 싶다.


어쨌든, 2006년 8월 태국으로 간다.

pseudo라는 단어는 그럴듯한 한자어로는 의사(似)라고 표현되는데, 간단하게 짭퉁..이랄까.

pseudo
[] a. 허위의, 가짜의;모조의 (네이버 사전 발췌)

샹젤리제 거리의 끄트머리에 있는 두 채의 궁전, Petit Palace와 Grand Palace이 딱 그런 짭퉁 궁전이다.

Palace란 이름만 봐도 영락없는 궁전인데다가, 역사도 꽤나 되어 보이는 게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관과 맞물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지만-유학간지 일년이 넘은 내 친구도 내가 가이드북의 도움을 받아 알려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사실은 그렇다.


어쩌면 바로 큰 길 건너 맞은 편에서 광채를 내는 금빛 돔에 혹한 나머지 자연스레 이곳도 뭔가 대단한

사람이 살았던 곳임에 틀림없으리라는 지레 짐작 탓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금빛돔과 저 화려한 좌대에 얹힌

조각들이 대체 뭘까, 하고 조금씩 그쪽으로 향하다가 멀찍이 있는 앵발리드까지 가버릴 뻔 했다.



이 두 개의 궁전, Palace는 애초 1900년에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를 대비해 건축된 공간이라고 하며, 일종의 전시

공간으로 기획되어 지금도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니 궁전의 필수조건인 왕족 따위

이 건축물 내에 살았던 적조차 없는 게다.


이게 그랑 빨레, 거칠게 말하자면 '큰 궁전'이랄까. 그러고 보면 개선문도 그렇듯 그리스 시대의 건축물들을

다시 되살려 지은 느낌이다, 파리의 이름난 건축물들이란 것 중 상당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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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쁘띠 빨레. 고등학교 때 친구 한녀석이 잘난 척하겠답시고 쁘띠 부르주아 어쩌구 할 때부터 알았던 프랑스

단어 'Petit'는 '작은'이란 의미를 담고 있으니, '작은 궁전'쯤 되겠다. 이름에 걸맞게 자그마하고 여리여리한 체구의

소녀같은 느낌을 가진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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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거리에서 종종 마주친 자그마한 차, 저 차 이름이 뭐더라..서울 시내에도 저런 차가 많이 다니면 좋겠다고,

당장 나부터도 저런 귀여운 차를 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차 자체가 하나의 신분의 상징처럼

쓰이는 것 같다. 차에 약간의 상처만 나도 무슨 큰일이 난 양 스트레스받고 싸우고..어떤 물건이나 쓰다보면 닳고

부서지고 하는 건 당연한 건데 항상 반질반질 광택이 흐르고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길 바라는, 더구나 검은색을

그리도 선호한다는 사람들의 심리란 건 대개 과시욕이나 물신과의 동일시 경향과 맞닿아 있을 거 같다. 그러니

저렇게 경제성이나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춘 차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려나..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을 뒤에 덧붙이다가, 나 자신이 일종의 역사적 목적론에 빠져있음을 자각했다. 우리나라의 의식

수준이나 생활수준이 점점 고양되어 언젠가는 꼭 프랑스나 다른 선진국처럼 되리란 법은 없는 건데,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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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쁘띠 빨레는 월요일이라 휴관, 화요일날 가서 찍은 사진을 좀 올리자면 내부로 들어가면 가운데 이런 정원과

물이 말라붙은 자그마한 분수가 있다. 굳이 안으로 들어와서 미술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인 한 명이 이 정원을 바라보는 까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기도 하고, 담배도 태우고 있는 걸 보고

왠지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말을 걸어 보는 순간 깨어지고 만 그의 평화로움과 여유로움. 영어를 못한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왠지 느낌으로 구별해 낼 수 있다는 건 늘 신기한 느낌이 든다. 서양인들은

유럽-그것도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까지 세분되기도 하지만-과 미국, 캐나다나 남미를 우리처럼 구별해 내는 것

같다. 다니엘과 다닐 때 물어봤더니, 그녀는 아마도 입고 다니는 옷 스타일과 브랜드로 구분이 가능한 것 같다고

했지만 내 생각엔 왠지 외모나 말로는 설명못할 무언가 미묘한 기류나 분위기의 차이를 감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내가 그를 일본인일 거라 생각한 것도 그다지 합리적인 근거는 없었던 게, 그는 상당히 한국적으로

생겼던 데다가 옷에는 아무런 브랜드나 힌트가 될만한 디자인이 없었던 것 같았다는 걸 봐도.

쁘띠 빨레의 창문을 통해 바라본 그랑 빨레의 어수선한 분위기. 다음달인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었다.

쁘띠 빨레는 그렇게 많은 소장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화요일에도 지하 전시관은 닫았고 1층도 일부만

개방하고 있었다. 덕분에 무료 입장하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려 까페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 정리 좀 하고, 이런저런 간단한 소감들 적어 놓고..지갑
 
정리도 좀 하고. 애초 빠리에서는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미술관만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털고 나서는

길에 쁘띠 빨레 앞의 피그말리온 조각상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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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이 감도는 자그마한 1층짜리 건물이 이뿌기도 했지만, 앞에 세워진 피그말리온 상. 그가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순간이 형상화되어 있었다. 조각 하나, 장식 하나에도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

개선문을 따라지었다는 '독립문'이나 다른 한국의 근현대 건축물들에 결여되어 있는 점 아닐까. 형상은 따와도

그에 서린 이야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걸 진지하게 알아채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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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윈스턴 처칠, 2차 세계대전 중 "We shall never surrender"라고 하면서 독일 점령군에 저항하는 프랑스 내

레지스탕스 활동을 독려했던 녀석이라 그런지, 쁘띠 빨레 근처에 동상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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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가방과 카메라를 내팽개치듯 내려놓고는 大자로 누워선 잠시 쉬었던 분수대 앞 잔디밭.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아무도 나를 모를 테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다니는 거다. 막말로 내가 긴머리

가발을 쓰고 다니던,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다니던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는 얘기, 더구나 여긴 파리인데.

내가 밟아온 일종의 학습효과에 의하자면, 어릿한 관광객 티를 안내고 다니는 가장 쉬운 첩경은 바로

무단횡단과 신호등 쌩까기에 달려있다. 백팩과 카메라, 지도와 물병을 들고 어리바리하게 두리번대는 건 질색.

"신호등도 변변찮은 이곳의 도로는..무단횡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재미삼아 합주해내는 클랙션의 무아지경과 도처에서 밟히는 브레이크의 굉음, 게다가 온전한 차 찾기가 힘들 정도로 광폭한 운전자들이라니...카이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8차선 도로 옆에 주저앉아 찍은 사진. 아마도 이런 것이 앞으로 내가 건너야 할 길이겠거니 하는 맘으로.."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던 한 여학생이 카이로시내에 도착해 거리를 건너 숙소로 가려다가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는

도로 위의 미친듯한 운전자들을 보며 질겁한 나머지,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Arc de Triomphe, 무려 열두 개에 이르는 거리가 모이는 그곳에 쾅, 하고 서있는 개선문인데, 어릿한 관광객 티

안내는 첩경은 무단횡단과 신호등 무시하기에 달려있다는 신념을 실천코자 당당히 무단횡단을 해버렸다. 주위에

경찰차를 멈춘 채 사방을 살피던 경찰이 호루라기불며 쫓아올려고 액션을 취하고, 사방에서 차들은 빵빵대고

난리도 아니더만. 알고 보니 다른 곳은 괜찮아도 여긴 워낙 번잡해서 자칫 생명줄을 놓을 수도 있더란 얘기.

그러고 보면 아마 교통 면에서 여기가 제일 혼잡스러운 느낌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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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발견한 지하도, 이 곳을 통해 내려갔으면 되는 거였는데 사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생각보다 큰 개선문을
 
보고 설레버린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건너려 한 탓이 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난 못 보고 지나쳤던 꽤나

긴 지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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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밑은 생각보다 조명이 박하다. 그것도 천장을 향해 쏘아지는 간접조명이어서 살짝 음침한 느낌마저 들었다.

위에서는 차들이 씽씽 잘도 지나가고 있다지만, 그런 노상의 소음은 모두 제거된 채 앞사람과 나 자신의 발걸음만

묘하게 섞여 울리는 공간을 지나면 개선문 위로 올라가는 표를 파는 매표소가 나오고, 개선문에는 안 올라가고 단지
 
그 지상에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그냥 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 옆으로 당당히 올라가면 된다. 어차피 개선문

올라갈 사람들도 표를 보여주는 곳은 지하도를 올라온 지상, 개선문 옆구리에 붙은 자그마한 문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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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보이는 라데팡스, 라데팡스에서 여기 개선문까지는 사실 걸을 만한 거리긴 할 것 같았지만 이 날의 일정이

좀 많이 걸을 것 같아 체력을 아끼기로 하고 전철을 탔었다. 왠지 이쪽의 가로수들은 아직 네모반듯한 각이 잡히지

않은 상태란 게 신기할 정도로, 내가 가진 파리의 가로수 이미지란 건 모두 냉동실의 얼음만드는 판에서 얼려진 양

반듯하고 평평하게 규율된 깍두기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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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굵은 쇠사슬을 그네처럼 타고 앉아서 바라본 개선문의 다양한 조각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맘에 들었던 건,

라데팡스 쪽을 바라본 쪽 오른켠에 새겨진 부조. 에테크스라는 예술가의 "저항"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학교다닐 때 돌을 들고 전경들과 맞서려다 최전선에 있던 농민 아저씨의 머리를 깨뜨렸을 때에도, 여하간 내

심장은 뜨거웠으며 아마 표정도 저렇게 결의에 가득차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아마도 절박하고 왠지 비루한 표정의 늙은 애비, 그리고 갓난쟁이의 목이 꺽여버린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애절한

눈빛을 보아주길 바라는 아내까지..'저항'이란 건 저 두눈 홉뜨고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 투사의 이미지로만

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리를 잡고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저런 절실하고 좌절스런, 그리고 고통스런 장애까지

함께 하는 행동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맘대로 감정이입해 버렸다.


뭐랄까, 유모차를 내세운 게 비정한 게 아니라, 유모차로 표상될 모정과 그녀의 아이 사이로 긴장감을 눈에 안

보이게 흘려넣는 놈들이 나쁜 거다.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 불감증이라니, 굳이

집회 및 시위가 어떠한 공간이며 공권력이란 게 무엇을 하는 게 '상식'인지 묻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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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날씨란 게 얼마나 변덕스럽냐면, 고작 개선문을 정확히 절반 돌아 샹젤리제 거리 쪽의 오른켠 조각을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그사이에 희뿌옇던 하늘에다 한국의 그것과도 같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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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은 뤼드라는 사람의 "1792년 의용병들의 출정", 일명 "라 마르세예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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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샹젤리제 거리쪽 왼켠의 조각, "1810년의 승리". 승리의 여신이 나폴레옹에게 승리의 팡파레를 불어주면서

월계관을 씌워주고 있다. 아...요런 센스쟁이 조각가 같으니, 월계관 씌워주는 여신은 키작은 나폴레옹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놓은데다가, 살짝 허리까지 비틀어 키를 낮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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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면의 커다란 조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네모난 조각작품들도 모두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 전쟁, 그리고 승리,

딱 하나의 조각만이 전장에서 전사해 운구되는 어떤 장군의 행렬을 묘사했던 것 같다. 나폴레옹이 치뤄낸 숱한

전쟁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는 전장에서 흘린 숱한 이의 피에 대한 부채를 지고 '전쟁광'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전쟁을 기억하고, 기리고, 재생하며.

참, 정작 나폴레옹 그 자신은 개선문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만이 이 문을 통과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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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중심에 배치된 무명 용사의 묘. 미국 워싱턴의 국립묘지에 있는 JFK 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기에도

꺼지지 않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헌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가이드북의 과장스런 표현이 구라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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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 중인 경찰 아저씨와 누나. 아까 날 노려보며 호루라기를 볼이 터져라 불어대던 그 아저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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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짜리 관광버스는 꾸준하게 관광객들을 토해놓기도 하고, 내가 있던 곳에서 갈 곳으로 그들을 옮겨놓기도 하고,

혹은 갔던 곳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시간이 남을 때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번 느긋하게 돌면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결국 줄창 걸으면서 파리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벤츠, BMW 등 고급 차종의

택시가 많아서 한번 택시도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더랬다. 더구나 파리는 택시를 타고 내리는 택시 정류장이 따로

있어서, 아무 데서나 타고 내리는 건 안 된다는 신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길래 더욱 호기심이 일었었는데,

다음에 출장 중에 들르게 되거나 다시 여행차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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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와 나란히 펄럭이는 유럽연합의 기. 유럽연합이 화폐 통합을 통해 유로화를 만들고 유통시킨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했었는데 어느덧 달러화보다 강한 화폐가 되고 말았다. 왠지 이런 걸

재테크의 관점에서 아쉬워하는 스스로를 깨닫는 순간이란 건, 씁쓸하다.

예전에는 유럽연합이라는 틀로 주변강대국 독일과 영국을 묶어놓으려는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감각에

대해 감탄하거나, 혹은 동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정치적 연합체가 가당키나 할지에 대한 공상을 했던 것 같다..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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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그리고 하얗게 빛나다 살짝 우중충하게 녹아내린 대리석에서 살풋 아쉬운 개선문. 산성비의 영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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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의 십이거리, 그 한복판에 섬처럼 덩그머니 서있는 개선문으로부터 샹젤리제 거리쪽으로 나왔다. 이번엔

제대로 지하도를 통해 빠져나왔고, 표를 사서 개선문 위에 올라볼까 했으나 지하도를 가득 메운 구매희망자들의

줄 길이를 보고는 얼른 마음을 접었다. 개선문 위에서 보는 야경이 에펠탑에서 보는 야경과 더불어 손꼽히는 파리

야경을 선사한다니, 다음에 밤에 와서 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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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어찌나 순식간에 뭉쳐오르는지, '뭉게뭉게'라고 중얼대며 파란 하늘을 메꿔나가는 거 같았다. 나는 이제

샹젤리제를 거쳐 루브르 궁전까지 걷기로 했다. 그 와중에 보이는 검정색 벤츠 택시.

그리고, 개선문을 가려면 꼭 지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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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개선문을 소개한 브로슈어.

라데팡스같이 앞뒤 분간키도 힘든 네모난 구조물에도 인간적인 편견을 투영시켜, 시내 중심을 향한 뻥 뚫린

사각 공간이 정면이라 친다면 그 반대편은 자연 뒷통수라 치부할 수 있을 게다. 그 뒷통수, 라데팡스 신개선문의

뒷켠으로 한 바퀴 돌아보다가 다소 기이하다 싶을 정도의 묘한 길이 한 줄기 뻗어있는 걸 발견했다. 너무 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뿌리칠 수 없을 만큼의, 간질간질한 호기심.


저 길은 뭔데 마치 다리처럼, 주변 지역보다 높은 위치에서 쭉 뻗어있는 걸까. 어디까지 뻗어있을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로 닿아 있으며, 내게 어떤 풍경을 보여줄까. 마침 적당하게 길..이랄까 다리랄까..의 좌우를 감싸고 도는

녹색 커튼이 모종의 관음증적 욕구까지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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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좌우켠에는 온통 십자가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외국은, 아마도 여기서 내가 의식하는 '외국'이란

대개 서양 문화권, 혹은 기독교 문화권에 속한 국가들이겠지만, 공동묘지가 참 잘 꾸며져 있고, 꽃들이나 조경이

화사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자아낸다. 워싱턴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도, 그 좌우로 각잡힌 채 딱 정렬된

하얗게 빛나는 비석의 행렬과, 싱그런 녹색으로 가득한 그 공간에서 풍기는 신성하고도 고요한 느낌이 인상깊었다.


여긴 그런 통일된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저 분방하고 자유스런, 그치만 동시에 각자 비슷한 공간만을

확보한 채 다른 이의 휴식공간을 밀쳐내거나 위압하는 느낌이 없다는 점에서 왠지 유쾌하다. 돌판 한장을 이불

둘러쓰듯 얹고서는, 쟤들은 죽고 나서 기억되는 모습도 똘레랑스의 프랑스답구나..싶었다. 용하기로 소문났다는

지관이 대통령 후보들, 한 명도 아닌 여러 명에게 이 곳의 음택을 쓰면 대권을 쥘 것이라 했다고 자랑삼아 떠드는

동네인 데다가, 음택의 규모, 호화로움 자체가 살아있는 자들의 호통소리에 비례하는 곳에 비하면 말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프랑스의 한 공동묘지일 뿐..며칠 후에 가본 나폴레옹의 무덤은 가히 그리스 신전과 같았고,

여기라고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나 사실들이 발에 채이지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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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뒤돌아서 바라본 라데팡스 신개선문, 굳이 '뒤'에서 바라본다 해도 별반 '앞'과 구별될 만한 지표가 없다.

그리고 아까부터 은근히 내 뒤를 따르는 저 까무잡잡한 아저씨, 앞에도 뒤에도 사람은 하나 안 보이고 난 자꾸

관광객들이 멈춰선 채 정체된 신개선문에서 멀어지는데 왠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사람 하나 없는

이 쭉 뻗은 다리..같은 길 위에 있다는 현실인식이 먼저였을까, 혹은 저 아저씨의 피부색 혹은 '아저씨'라는 연령과

성별에서 기인한 편견이 먼저였을까.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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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이 끝났다. 마치 신개선문에서 쭉 뻗어나와 어딘가로 날 이어줄 듯 하던, 끝이 안 보이던 다리같던 곧은

길이 갑작스레 끊기면서 잠시 황망해졌다. 대체 이 길의 효용이 뭘까,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게 고작 이 끝에서

멈추기 위해서였단 걸까, 어쩌면 그다지 큰 실패없이 항상 어딘가로 나를 이어주고 데려가던 길들에 대한 순진한

믿음, 그리고 나 자신이 살아온 지금까지의 날들이 끊겨버린 길을 쉽게 용납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감히

누구 앞이라고 길 따위가 끊기냔 말이다..라는 식으로.


여긴 대충 파리시의 끝이겠구나. 멈춰있는 타워 크레인과, 왠지 인적이 끊긴 채 나지막한 건물이 드문드문한 변두리.

무덤만 가득한 게 왠지 정체되어 버린 느낌이다. 마치 서울에서 복작대며 살다가 조금만 서울 외곽으로 나가도

전혀 다른 '촌스럽고 정체된 듯한' 풍광이 펼쳐짐에 놀라듯, 그렇게 살짝 놀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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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평등'이란 가치가 구현된 파리의 공동묘지..란 얘기는 역시 넘 성급한 것이었는지도. 그새 높아져버린 내

안목으로 보기에는, 아까의 관목 울타리 속의 조그만 공간 속에 우르르 박혀 있는듯한 무덤보다는 이렇게 좀더

트인 공간이 훨씬 좋을 거 같다. 왠지 이쪽이 꽃다발도 더 크고 화려해 보인다. 역시, 상대적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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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그 옆에 있는 아파트는 무슨 재향군인회가 관리하는 관사일까 싶었다. 풀색과 갈색으로 얼룩무늬를

그려놓은 왼쪽은 육군 출신을 위한, 하늘색과 갈색으로 얼룩진 오른쪽은 공군 출신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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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팡스 주변에도 그랬지만, 어딜 가도 공공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그리하여 미술(문화)에 대한 익숙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이건 타키스의 금속과 물을 소재로 한 설치 미술..이란 게 가이드북의 설명이지만, 그걸

몰라도 자연스레 시선을 끌고 무언가 그게 없었다면 허전했겠다, 라는 느낌을 촉발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광화문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망치질하고 있는 모빌 같은 것, 최근에 그걸 보다 잘 보이도록 도로 쪽으로 한 발짝,

30센티 정도 되려나? 그만큼 나오도록 재설치하는데 드는 돈이 몇 억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이제

한국에서도 몇 억원의 돈보다 공공 영역의 미술이 갖는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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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막다른 끝에 도달해서 잠시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 흑인 아저씨는 손톱만하던 얼굴이 주먹만하게, 그리고

내 얼굴만하게 커져 보일 만큼 가깝게 다가왔다. 난 우선 손에 들고 있던 지도와 다이어리를 가방에 쑤셔넣고,

한 손에 쥔 카메라의 줄을 바싹 틀어쥐었지만, 슬쩍슬쩍 바라본 그의 표정에서는 나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나 욕구를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의 허리춤에서 달랑이는 무전기.


아마 신개선문 주변을 순찰하는 관리원 아저씨였던 게다. 내가 인적이 드문 곳에 굳이 꾸역꾸역 들어가니까 나름

신경이 쓰이셨던 건지, 아님 단순히 순찰 중이셨고 마침 나와 경로가 같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쭈욱 걷는

동안 잠재적인 범죄자 혹은 위협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안해졌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뉴욕의

출근시간대 만원지하철에서는 치한을 만났고,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강 유역에서는 '바나나' 아저씨를 만나 꾀임에

들었던 바 있다는..예전의 기억들.


다시 돌아온 라데팡스 신개선문 아래에서 바라본 사람많고 복닥이는 개선문쪽의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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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회전 목마가 보인다. 에펠탑 아래에서도, 생 제르망 거리에서도, 그리고

라데팡스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데, 내 유학생 친구는 이곳의 문화 자체가 (상대적으로) 저자극

이란 사실에서 회전목마가 융성하는 이유를 찾았다. 설득력 있는 거 같다. 느긋한 호흡의 참 담백하고 낭만적인

놀이기구 아닌가. 그말은 곧 속도감없고 금방 싫증나며 단순한 데다가 심심한, 재미없는 놀이기구라고 번역되고

말겠지만..뭐, 나도 회전목마는 타는 것보다 타는 걸 보는 게 더 재밌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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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세자르의 조각, 엄지손가락만 툭 던져 놨길래, 나도 내 신체 중 엄지손가락만 분절시켜서 사진 속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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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데팡스, La Defense Grande Arche 역은 라 데팡스의 거대한 구조물들을 찬찬히 구경하기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역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깊숙히 라 데팡스의 신 개선문 주변에까지 가 닿음으로써 그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재미있을 것 같은 건물들을 둘러보기 어렵게 해놨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필요하다면 라 데팡스 역에서 전철을 타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지 싶다.


Esplanade de la Defense 역에서 내려선 바로 앞에서 바라본 라 데팡스의 신 개선문. 한 변이 110미터나 된다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루브르 박물관, 카루젤 개선문, 튈를리 정원에서 콩코드 광장, 개선문을 잇는 그 직선상에

위치해 있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녹지공간은 역시나, 라 데팡스로 가는 길에도 아낌없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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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려 바로 반대편을 바라보면 이렇게 개선문, 그리고 그 너머의 샹젤리제 거리가 보일 정도다.

왠지 개선문을 향한 길 양켠으로 뺴곡히 자리한 야트막한 건물들이 다소 누추해 보이거나 혹은 오래되어 보이는 건

신 개선문을 향한 그 길에 놓인 건물들이 모두 높다랗고 현대적인 깔끔한 건물들이었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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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이드 북에 '라데팡스'라고 설명되어 있는 "신 개선문 주위에 고층 빌딩이 줄지어 있는, 파리 서쪽의 부도심"

그 자체는 여러 건물들의 총합이자, 이러저러한 건물 앞 예술품들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특별한 일정 규모의

공간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랑드 아르슈, 즉 신 개선문으로 향한 순례길에는 첨단 건물들이, 마치

서울의 강남 테헤란로에서처럼 즐비하게 하늘을 찌르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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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른 아침이어설까, 그다지 관광객이 눈에 많이 띄지는 않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정비된 길은 분명 세기도

쉽지 않을 만큼 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대비하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는 라 데팡스의 신개선문을

바라보며, 뒤로는 드문드문 개선문과 개선문까지 직선상으로 놓인 아기자기한 거리들을 굽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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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껍데기를 엎어놓았다느니, 햇빛을 반사하며 다른 빛깔을 낸다느니 여러 묘사들이 꼬릿말처럼 붙어있는

건물들이 좌우로 정렬해 있었지만, 차라리 몇 개 눈에 띄는 건물들에 대해 눈길을 기울이느니만 못했던 설명이었다.

이 독특한 색깔을 고수하는 정체불명의 원통은 왠지 언제라도 하늘높이 쏘아올려질 법한 상승의 느낌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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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도착한 순간부터 거슬렸던 모종의 이미지가 극대화되어 한눈에 들어온 참이다. 왜 얘들은 정원을 이렇게

각잡아 네모반듯하게 세워놓고 싶은 걸까. 입대 직후 훈련소에서 치토스 한 봉지씩을 나눠주며 생색을 내고는,

다 먹은 봉지를 각잡아 딱지접어 내라던 부조리한 상황이 왠지 겹쳐 떠올랐다. 게다가 그 때 치토스 안에서 나왔던

자그마한 따조..였던가, 그건 허가받지 못한 놀이기구로 훈련병들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인정머리없고 유치하다

못해 진절머리나는 명령을 내려받고 나서 난 앞으로의 군생활이 이따위일 거라고 깨달아 버렸었다.


어찌됐건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따조와 각잡아 반납한 치토스 봉다리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든 "네모 반듯한"

프랑스식 정원의 한 결정적인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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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다른 여유롭고 단정한 건물들과는 다르게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들은, 왠지 건방지게 으스대고 주변의

녹지 공간을 위압하는 느낌이다. 제 아무리 나무가 자라봐야 내 어깨만큼이나 오겠냐는 식의 시니컬한 분위기.

그 한가운데서 발견한 나무의 형상은, 왠지 언젠가 주위 고층건물들의 벽을 타고 올라 하늘 가득 짙푸른 녹색을

퍼뜨릴 것처럼 희망을 품은 데다가, 왠지 모를 야망의 느낌마저 전달하고 있었다. 힘내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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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나무들, 혹은 자그마한 정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것들은 아래와 같은 사랑하는 두 남녀의 접촉과

같은 제스처로 풍성해져 있었다. 단지 나무를 자라게 하는 정원과 사람이 밟고 거니는 길거리와의 구분선만을

표시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왠지 사람의 이목을 끌고 풍경을 의미심장하거나 회상조로 만들어버리는 조각.

조각 안에서 두 남녀의 키스는, 파리지앵들이 어느 곳에서나, 주위를 괘념치 않고 표현하는 그들의 달떠오른 감정

그리고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러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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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데팡스 신개선문에 가까이 갈수록, 고층건물이 즐비한 일종의 테마파크같은 느낌이었다. 가로세로 11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ㅁ자 건축물은 글쎄, 별다른 감흥보단 그저 참 커서 눈에 잘 띄는구나 정도의 쭉정이같은 감상을

남겼고. 외려 그 근처 다른 개성있는 건물들에 또다시 눈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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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데팡스의 그랑드 아르슈, 신개선문 바로 왼쪽 켠에 있던 건물의 창문틀은 독특한 문양을 그리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일종의 퍼즐 조각처럼, 아니면 서로 연결된 폭탄 꾸러미처럼 표시된 건물의 창문을 보고 있으면,

왠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커다란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채 신선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문제를 보고, 그럼으로써 돈을 (그나마 벌음직하게) 벌고 있으리란 기꺼운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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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앞에서 왠지 익숙하고, 그래서 슬퍼보이는 느낌의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저 발랄한 정문을 바라보면서 역시 난, 저들은 뭔가 재미난 공간에서 일하는 게 아닐까, 저만큼 참신한 공간이라면

왠지 무언가를 내주고 일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얼마간은...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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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는 여행의 가장 큰 약점이란, 역시 자신이 들어가 있지 않은 사진을 많이 남기게 된다는 점일 게다.

외국인들의 형편없는 사진 실력을 보건대, 그리고 외국을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한국인이란 방학을 맞은 대학생,

여름휴가를 맞은 직장인 혹은 학교 선생, 그리고 뜬금없는 삶의 전환기를 주장하는 '아저씨'들임을 고려할 때,

9월 초의 이 타이밍에 내 사진을 찍어주길 바랄 만한 동양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도구의 인간답게,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스스로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잔뜩 오목해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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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전적으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고양되어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사진과 같다.

저 건물, 은근슬쩍 왼쪽으로 허리를 굽히고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오호, 하면서 놀라와 할 만큼의 사실,

그치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뭐 무너질 거 같은 긴장감은 하나도 없네, 하면서 어줍잖아 할 만큼의 사실.


사실과 사실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는 건, 단지 짬뽕을 먹을지 짜장면을 먹을지, 혹은 라면을 두 개 끓일지 한 개

끓여 찬 밥을 말아 먹을지를 정하는 것처럼, 전적으로 자신의 문제란 건 알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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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저 터무니없이 크고 무쓸모한 건축물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내 시야를 갑갑하리만큼 가로막는 걸 느끼면서,

왠지 이곳이 파리라는 세상의 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몇 걸음 더 딛고 나면 영화 "13층"에서 나왔던

것처럼 엉성한 CAD 작업으로 내뻗어진 얄팍한 궤적 몇 개만이 세상의 실재를 주장하는 "세계의 끝"이 나타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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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세계의 끝"이란 느낌 때문일까, 아님 단순히 교정되지 않은 채 제멋대로 넓적넓적하게 자라버린 치아의

배열처럼 엉성하게 놓여있는 빈틈많은 계단 때문일까, 유난히 계단 사이에 끼어 있는 꽁초가 많았다.

어느 계단을 밟으나 쉬이 눈에 띄는 빼곡히 꼽혀있는 꽁초들, 아마 이후의 사람들로 하여금 "에라 모르겠다"라는

느낌으로 담배꽁초를 휙ㅡ 던져버리게 만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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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데팡스의 그랑드 아르슈, 즉 신개선문은 개선문과 유사한 그 백색의 돌덩이 자체가 가진 특질과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싶었던 게다. 거기에 라 데팡스를 순례하는 순례자들이 현대 미술가들의 조각을 너그러이 평가하여

자칫 딱딱해 보이기 쉬운 고층 빌딩가를 화려하게 장식하게끔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애초 라 데팡스 지구를

상징하는 '그랑드 아르슈'는 1989년 7얼 14일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만든 건축물이다. 옥상 전망대에서는

멋진 지상의 직선과 파리 시가의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왠지 어딘가에 올라 전경을 바라보는

투어 가이드란 게 딱히 내키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조형물을 올려 보았다.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추상적인 형상이다.
파리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라 뒤레'의 마카롱을 꼭 사올 것을 당부한 친구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이라면서, 그곳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wingbus의 파리 여행정보 맵까지 쥐어

주었다. 그 맵에 나온 설명에 따르자면, 친구 말대로 "라뒤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란다. 비록 난 여태 그렇게 잘 알려졌다는 곳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마카롱이란 것도 스타벅스나 현대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한두번쯤 별 특별한 감흥없이 먹었던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설명은 이어졌다. "1862년에 세워진

가게인데, 우아한 파스텔톤 외관을 비롯하여 고풍스런 분위기가 매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내추럴, 시트롤(레몬),

피스타치오, 바닐라, 커피, 초콜렛 등 10여종의 다양한 마카롱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도상,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표시된 이 라뒤레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더구나 나는 별로 지도를 손에 들고

관광객 티 내며 다니는 걸 꺼리고 좀 걷다가 멈춰서 뒤적뒤적, 다시 또 얼추 방향과 거리를 잡고는 걷다가 안나옴

뒤적뒤적..대는 패턴으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되었다. 아무리 여행에서 헤매는 건 필연적일 뿐 아니라

사실은 기대하고 있던 거였다고는 해도, 명품 매장과 쇼핑센터로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는 그다지 내가 자주 걷게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번에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개선문을 등진채 신호등을 종횡하며 샹젤리제 거리의 좌우측 보도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쁜 까페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있는 아가씨들이 시선을 흐트러뜨렸으며, 아마도 근처 MONOPRIX같은

대형 마트에서 샀을 샐러드를 길가 벤치에서 맛있게 먹는 아가씨들도 정신을 분산시켰을 즈음.


라 뒤레가 내 등뒤에 있었다. 방금 지나친 라뒤레의 노천까페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살피던 내

시선이 곧장 저 사진 속의 아가씨가 뿜는 왠지 모를 당당함과 신선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라뒤레의 간판을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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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연두빛과 단정한 금색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냉큼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밖에서 서성대며

장식들을 구경했다. 안에는 타르트라거나 크로와상같은 기본적인 빵류에서부터 색색의 디저트용 조각 케잌, 그리고

선명하게 빛깔을 내는 근 스무 가지의 마카롱이 크고 작은 사이즈로 쫙 진열되어 있었다.


작은 거 8개에 약 14유로였던가, 1유로에 1600원 가까이 하는 세상이니 8개에 약 3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상자크기는 다양하게 있어서 많이 살수록 개당 단가가 약간씩 내려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별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으니 약간은 심술을 부리듯이, 혹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꿋꿋이 행사하겠다는 의지라도 표현하듯, 세 개의 박스, 총 24개의 마카롱을 하나하나 점원에게

무슨 맛으로 달라고 읊어줬겠지. 박스도 네 가지의 색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모두 다른 색으로 달라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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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쌉쌀한 커피랑 같이 먹으면 딱이다.

겉은 바그작, 하고 부서져 내리지만 안에는 살짝 쫀득이는 달콤한 크림같은 게 차 있다. 커피맛이든 초콜렛맛이든

혹은 레몬맛이든 그 맛 자체도 신선하게 풍미가 살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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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 역 앞에 액세서리나 화분, 온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자그마한 시장골목통 같은 데서 사온 고양이 두마리를

올려놓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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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하겠다고 떠났던 군대 후임녀석 하나가, 어딜 가도 이미 왔던 곳만 같다고 투덜투덜거렸던 걸 기억한다.

이미 책과 미디어 등 온갖 매체를 통해 밟아보지도 않은 미지의 땅들의 이미지와 풍광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이란 건 어떻게 생각하면 시청자들-잠재적인 방문객들-에 대한 폭력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출장으로

처음 발딛은 국가의 첫인상과 체류 기간중의 즐겁지 않던 경험이 맞물리면서, 그 나라를 다녀왔다고 할 수도

안 다녀왔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가 다시 가기에는 왠지 꺼려지는 망쳐버린 첫 경험 같달까.


에펠탑이야말로 그렇듯 영화, 드라마, 책, 그림, 만화, 그리고 지금 내가 끼적이는 이런 블로그가 떠도는 인터넷을

통해 쉼없이 소비되고 있는 상징물이다. 현지에 가보지도 않고도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눈여겨 본 적없는

옆집 대문에 그려진 문양이나 출근길에 마주치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보다 낯익어 버린 것 같다고 표현해도

그다지 과장은 아닐 거다. 나 역시, 그러한 느낌으로 에펠탑을 찾았고, 별다른 기대없이 에펠탑을 바라봤으며,

이렇게 살짝 '숭악한' 마음으로 부유하는 이미지를 늘리고 있다. 다소 양해를 구하자면, 아무리 그런 기시감을

품고 나른한 눈빛으로 올려다본 에펠탑이라 해도 밤에 보면 좋더란 거. 낮에 봐도 뭐...난 나름 좋더란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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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에펠탑을 마주했던 건 샤요 궁전의 발코니 쪽에서였다. 물론 전반적으로 나지막한 건물들이 늘어선 파리

중심가 어디서든 대부분 에펠탑의 일부는 볼 수 있다지만, 에펠탑 자체를 목적으로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경로가

바로 샤요 궁전 발코니였다는 얘기. 에펠탑 전경을 막힘없이 볼 수 있는 곳인데다가, 파리 시내를 다소 서쪽서

중심부쪽으로 바라보는 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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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관광객뿐 아니라 파리지앵들도 많아 보였다. 1유로에 3개씩 판다는 에펠탑 열쇠고리를 파는 상인들도

보였고, 발코니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연스런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도 두드러져 보였고. 그치만 역시 무엇보다

저 앞에 버티고 선 살짝 연한 구릿빛 뼈대를 드러낸 에펠탑이 한걸음한걸음 크게 확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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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녹지는 샤요궁전 자체의 정원, 그리고 에펠탑 건너편에는 샹드마르스 공원. 첨엔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감도 잘 안왔었지만, 에펠탑을 기준으로 이쪽과 저쪽,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어 보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디서

어디까지 걸어서 얼만큼 걸릴지 가늠할 수 있는 영점을 잡아주기도 한다.

에펠탑의 별 12개. 애초 유럽연합을 구성했던 12개의 국가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왠지 탑 가운데 저렇게 노랑별,

아님 노란 야광별을 붙여놓았단 건 살풋 유치한 느낌도 없지 않다. 꼬맹이들 방 천장에 붙여놓는 그런 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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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서 상당히 거센 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해떨어지기 전에 에펠탑에 올라가서는 그 위에서

파리의 야경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냉큼 내려와서는 에펠탑으로 서둘러 걷기 시작, 그 와중에도 뒤를

돌아보며 왠지 이집트 룩소에서 보았던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하고 외관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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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네이버에서 구한 하트셉수트 여왕의 신전 사진. 이집트 여행갔을 때에는 저기서 경비아저씨들 밥도

같이 먹고 잠시 까무룩 잠도 들고 그랬었는데.

그리고 서비스샷이랄까, 샤요궁전 앞의 분수대, 최근 코엑스 앞에 만들어놓은 피아노 분수에서 목욕물 넘치듯

흘러내리는 물과는 좀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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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역시 구글링을 통한 코엑스 앞 피아노분수의 사진. 너무 이뿌게 나온 감이 없지 않다.

이제서부터 에펠탑에 다가서면서 정신없이 찍어제낀 질풍같은 카메라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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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네다리에서 모두 위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가 운행한다. 1층, 2층, 그리고 꼭대기의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동서남북 어느 다리에서 올라가던 모두 1, 2, 꼭대기 전망대 공간에선 같은 곳에 서게 된다.

엘레베이터는 일반 건물의 그것과 똑같은 원리, 비슷한 형태일 텐데, 다만 오르내릴 때 바깥 풍경이 가감없이

펼쳐짐으로써 약간의 울렁거림을 동반했다. 처음에는 다소 기울어져서 경사를 타고 오른다 싶더니, 어느 순간

위로 수직상승하는 느낌의 엘레베이터. 그것과 똑같이, 에펠탑의 뾰족한 상반신을 향한 완만한 기울기의 하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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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금방 지면 어쩌나 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떨어졌다. 거의 9시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어둑어둑해지고, 에펠탑의

최초의 불이 들어왔다. 이미 2층에 올라와 있던 나는 저 위에 보이는 전망대까지 안 올라간 게 별로 아쉽지 않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살짝 겁먹을 만큼의 높이.


그런데, 그러고 보니 얜 갑자기 파랗게 물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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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 점점이 밝혀지는 주홍빛 가로등. 아까 내가 에펠탑을 올려다보던 샤요궁전이 조그맣게

보인다. 요란한 불빛을 뿜고 다니는 반딧불이같은 저건 세느강의 유람선. 

그리고 뒤켠의 괴물처럼 솟아있는 라데팡스 지구의 고층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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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에는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서있어서 자기들끼리 조망권이니 일조권이니 싸우고 있지만, 세느강변에는

그런 고층건물은 별로 안 보인다. 덕분에 멀찍이 섰는 건물에서 퍼져나오는 불빛도 흐릿하지만 잔잔하게 감지된다.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파리. 그것도 이만큼의 거리를 격하고 보니 더욱더 평화로워 보이는 미니어쳐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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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드 마르스 공원과 왼켠의 앵발리드가 보인다. 멀찍이 불끈 솟은 검은색 건물은 몽파르나스..일 거다 아마.

조금씩 어두워질수록, 세련된 조명을 맞은 몇몇 유명한 건물들이 둥실대며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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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무덤이 바로 여기랜다. 앵발리드. 어떤 식으로 조명을 비추는 건지, 마치 건물의 벽면에서 불빛이

스며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꼬맹이때 잠잘 때 방에 켜두던 조그마한 전등 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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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느낌으로 가라앉은 건물들 사이를 잔잔한 가로등 불빛이 구획짓고 있다. 점점이 지나가는 붉고 노란

자동차의 행렬마저 무성영화처럼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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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개선문에서 보는 야경이 에펠탑의 야경과 더불어 볼만하다고 하던데, 뜨기 전에 한번 가야겠다고 다짐.

순식간에 어둠이 감싸더니 더이상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깜깜해져버렸다.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해

주위를 둘러보니 많이 한산해졌다. 짠내빠진 바닷바람같이 윙윙 불어대는 바람이 불쑥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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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전망대 티켓. 7.8유로짜리였는데, 엘레베이터를 탈 때 한 귀퉁이를 이렇게 잘라서 표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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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을 따라 걷고 있는데 왠 아저씨가 시야에서 얼쩡거리더니 갑자기 허리를 굽혔다.
다시 허리를 편 그의 손에서 빛나는 금반지 하나.

약간은 야단스런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금반지를 줏었다며 주인 아니냐는 시늉을 한다. 혹은 한번 보라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자기 손에 안 들어간다며 세째, 네째, 다섯째 손가락에 한번씩 넣어보고는 내게 들려준다.

엉겁결에 받아들고는 본능적으로 관찰한 반지의 안쪽엔 18K 어쩌구 찍힌 자국이 선명하고, 무게감도 이정도면 금반지 맞네 싶다. 순간 이게 왠 반지냐..내가 잊어버린 거라고 할까, 오만생각이 쿠앙, 하고 뻗쳐오른다.

자기한테는 안 맞는다며 선물로 준다더니 성큼성큼 네댓걸음 걸어가버리는 뒷모습이 수상했다. 이럴리가 없는데..분명 돈달라고 매달려야 정상일 텐데..고개 한번 갸웃거릴 타이밍 쯤, 뒤로 돌아서서 나를 보는 그의 심상찮은 눈빛.

배를 쓰다듬으며 배고프다고 하고, 스몰머니~스몰머니를 외치며 내 주머니와 가방을 가리키는 폼이 딱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쯤이다. 이집트에선 내 시계와 반지, 목걸이까지 빼가려고 하던 녀석들과 마주쳤던 터라, 기대치가 높았나 보다. 여긴 아무리 그래도 빠리라구 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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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하게 반지를 땅에 내려놓고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뒤에서 뭐라뭐라 소리치고 어쩌고 했지만, 그 사람 손에 쥐어주려해봐야 안 받을 거고 자꾸 말상대해봐야 분위기만 엄해질 거고. 마치 서로 총을 겨눈 두 사람이 눈치를 보며 가만히 땅바닥에 권총을 내려놓고 살며시 뒷걸음치듯, 그런 뽄새를 머릿속에 그리며 반지를 내려놓았댔다.

조금 따라오는 듯 싶어 살짝 겁도 났지만, 그렇게 흉악한 사람같지는 않았고 또 어찌됐건 내가 걷던 길이 콩코드광장으로 향하는 세느강변이었기에 사람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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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비슷한 일을 더 겪으면서, 최초의 준비단계부터 유심히 관찰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알고 보니, 반지 따위 땅에 굴러다니지도 않았다. 애초 손에 쥐어졌던 반지, 골프 스윙하듯 땅바닥에 한번 스쳐준 거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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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걷다 보면 어느새 시내 변두리까지 금방 가닿을 것만 같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느낌이다.

더구나 다니엘과 생 샤펠에서부터 계속 쉴새없이 떠들면서 이곳저곳 내키는대로 쇼윈도우도 들여다 보고, 매장에

들여다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뤽상부르 공원까지 도착해 버렸다.

참...돌아다니면서 느꼈던 거지만, 근사한 기럭지의 잘 입혀놓은 모델만 세워두면 바로 화보촬영장이 될 법한

거리인 데다가, 그런 분위기였다. 물색없이 쪼리에 반바지를 입고 나갔던 차림이 추워보인다 싶을 정도의 소슬한

날씨였던 터라 지나가는 사람들은 스카프도 두르고, 깃 세운 반코트도 걸치고 있었지만, 잘 가꿔지고 있던 공원의

만개한 꽃들은 참 이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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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은 캐나다에 다섯 살 연상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녀와 같이 건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파리에서의 여행 겸

건축물 순례를 마치면 로마로 가서 친구들과 좀 더 휴가를 즐길 예정이라 했다.


그녀가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던 것 한 가지, 한국인들은 휴대폰을 세 개씩 갖고 다닌다던데 진짜야?

아마도 IT강국이라거나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한국수출상품의 이미지에서 기인했을 법한 질문이었다. 글쎄,

대부분은 한 개만 갖고 있을 텐데...혹시 모르겠다, 영업을 한다거나 바람을 피고 있는 사람이면 그렇게 많이 갖고

있을 수도 있겠네 했다. 혹..내 대답이 어떤 식으로던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건 아니겠지..


그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즐기던 뤽상부르 공원의 분수대 주변. 서울이던 파리던 공원은 공원일 뿐이다, 라는
 
깨달음은 이미 얻었지만 실제로 파리의 공원을 본연의 목적이랄 '쉼'과 '여유있는 담소'의 공간으로 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제야 주변에 배치된 조각상들이나 예술작품들, 혹은 잘 꾸며진 건물과 정원들이 하나하나 꼭

눈도장찍어야 할 뭔가가 아니라 우리의 대화를 위한 온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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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따라 하늘도 푸르렀고..다니엘은 아침부터 걸어다녔더니 피곤하다면서 저녁밥은 숙소에서 지어먹을 거라고

했다. 나는 유학생 친구와 함께 먹기로 아침에 약속잡고 나온 상황이었고, 친구와 함께 셋이서든 그녀의 집에서든

같이 밥먹자고 하기는 좀 애매한 상황이 도래하여 일단 작별을 고했다. 다음날 라데팡스에서 현대식 건축물들을

구경하고 개선문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 예정이라 하길래, 뭐 오다가다 만나게 되겠지, 라고 했지만..사실

그곳이 무슨 한두골목이면 끝나는 시골 장터도 아니고.ㅋ 그래서 왠지 한번은 더 마주칠 거 같다는 기대 혹은 예감이

들었음에도, 우선 이멜주소도 주고받고 나중에 캐나다 놀러가면 연락할테니 놀아달라는 약속도 받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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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떠난 잠시 후 공원에 도착한 친구를 따라 유명하다는 '물' 요리점으로 향했다. 파리에 다녀왔던 주위사람들

모두가 추천했던 물요리였는데, 그간 한국에 남았던 친구가, 사람이 그리웠던 듯한 친구녀석이 흔쾌히 사겠다며

앞장서는 덕분에 뒤를 쫄레쫄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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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 de Bruxelles"이라는 이름의 홍합요리 전문 체인점이란다. 마치 베니건스같은 느낌의 초록색-흰색이

교차하는 외장이지만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이 거의 없다고 한다. 맥도널드는

좀 눈에 띄었지만 그밖에 버거킹이나 다른 것들은 아예 못봤다. 이탈리아광장역 옆에 맥도널드나 버거킹이 나란히

있었던 걸 빼고는. 그런데 왠지 이곳의 맥도널드는 로고에 쓰인 색깔도 더 세련되거나 고급스럽다는 느낌이다.

이거 혹시 뭔가 한국에 대한 열등의식의 회로가 발동한 건 아니겠지..? 라고 자문해보았으나, 내 눈엔 저 색감이

훨씬 운치있어 보이고 이뻐보이던 건 사실인 듯.

이곳이 레옹 드 브뤼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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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창밖 풍경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또 다르다. 창문틀을 프레임삼아 내다본 파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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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란 프랑스어로 홍합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포장마차에서 기본안주로 나오는 홍합삶은 거랑 비슷한데,

아마도 치즈가 들어갔는지 맛이나 향이 색다른데다가 홍합도 무척이나 고소하다. 국물 역시 감자튀김이나 바게트

빵을 담갔다 먹어도 별나고, 맥주랑도 아주 잘 어울렸던 게다. 소심한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하게, 관광객

티내며 바게트빵을 두번이나 요청했던 리필에 흔쾌히 응해주었던 아저씨에게 감사.

덕분에 국물까지 거의 싹 먹고 배두들기며 가게를 나설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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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섬에는 콩시에르주리(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혁명 이후 단두대에 목이 잘릴 때까지 갇혀있던 감옥이라는데

별로 가보고 싶지 않아서 안 들어가 보았다..)과 인접한 생 샤펠 성당과 노틀담 성당이 가장 큰 볼거리라고 한다.

말하자면 어느 여행가이드북에나 나와있는 must-see 포스트랄까, 근데 계속해서 성당만 도는 것 같아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자연 내 걸음도 휘적휘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흐릿흐릿하며 빗발이 흩뿌리더니 때마침 기습적으로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려붓는다. 난 프랑스 날씨도

마치 익히 알고 있는 영국의 날씨처럼 그렇게 변덕스럽고 흐린 줄은 몰랐었다. 유학생 친구의 말을 빌자면, 얘들은

볕이 잘 들어 양지바르고 날씨가 좋은 땅을 찾아 주변으로 전쟁을 일삼을 수 밖에 없었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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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든 볕을 따라 냉큼 분수대에 내려선 참새들, 파리엔 비둘기도 많고 참새도 참 많다. 거리나 공원에 주저앉아

빵을 뜯다보면 참새들이 십여마리씩 둘러싸고 빵쪼가리를 노리는 건 예삿일일 정도.

비 따위 개의치 않고 노틀담 성당에서 시테섬 서쪽으로 걷던 중에 오락가락하던 비가 어느 순간 오지게 내리기

시작했고, 난 잠시 비를 그을 생각으로 나즈막하게 턱진 길가 가로수 옆 풀떼기에 앉아 비를 피했다.


그리고 만난 그녀, 아까서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싶더니 결국 날 따라잡고는 나랑 같은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겠다고 들어와 섰다. 서로를 아까부터 의식하고 있었음을 왠지 알아채고는, 이대로 말않고 계속 서있음

민망하겠다 싶은 타이밍을 잡아채고 Hi~*

약간 마른 몸에 갈색 생머리를 가진 그녀는 뜻밖에도 의외의 굵은 톤의 목소리로 대답을 주더니, 몇 마디 나누다가

우리가 같은 곳을 찾고 있음을 알고는 같이 가잰다. 나야 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여행의 묘미이니만치

냉큼 앞장섰다. 문제는..이러저러한 수다를 떨며 걸어도 걸어도 아무리 걸어도 생샤펠이 보이지 않았단 것.

그녀의 이름은 다니엘, 남자 이름같다고 했더니 뒤에 le가 더 붙으면 여성형이 된단다. 첨 알았다.

건축학도라는 그녀는 방향감각이 없었고, 나 역시도 네비게이션 없이는 운전하기가 힘든 상황인데다가 코엑스

지하에서 여전히 생경한 골목을 마주하고 있는 터였기에, 우리는 시테섬 남쪽 강변을 끼고 계속 걷다간 결국

섬끝에 이르고 말았다.

...그제야 이야기를 좀 주섬주섬 가다듬고는 각자가 가진 맵을 보충해 가며-그녀의 대축척지도, 내 소축척지도-

다시 빠.꾸. 몇 번의 갈림길과 결단을 요청받은 후에야 생 샤펠 성당에 들어설 수 있었는데 사실 둘다 별로 그곳에

방문하는데 열의를 갖고 있지 않은 탓이 컸지 싶다.


스물다섯이라는 그녀는 은근슬쩍 청소년 가격으로 거의 반값에 생샤펠 티켓을 샀고, 나 역시 그녀를 따라 은근슬쩍

청소년 티켓을 구매. 9유로에 가깝던 티켓값을 4.8유로에 사고 나니 왠지 마음이 맑아 밝아진 느낌.


그렇지만 그 스테인드 글라스는 역시 대단했다. 서민용이었다던 다소 담백한 1층의 공간을 훌쩍 넘어서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선 2층은, 조심해요 다니엘, 괜찮아요 써니, 이러면서 올라선 2층은 딱 들어서는 순간 화려한

유리창 빛깔을 묻혀서 내리꽂히는 색색의 광선들로 가득했다. 그 광선을 반사시키는 금색의 기둥과 장식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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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갱장한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을 보고 있자니 인간이 만들어낸 신적인 분위기도 때론 즐길만 하다 싶었다.

숱하게 마주친 성당들, 그 안에서 숨소리조차 조심하는 인간들은 결국 스스로 신을 불러내고 만들어내고 있는

게다. 무엇을 믿는다는 것, 그러한 믿음이 모이고 모이면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신을 불러내고, 또 영혼을

정화하기도 할 뿐더러, 그런 믿음이 기실 이렇게저렇게 역사를 움직여왔다. 그게 긍정적이던, 혹은 부정적이던

믿음 자체는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거다. 감세정책이 무조건 '표심'을 얻는 현상이라거나, 단적으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것도, 경제를 살리겠거니 했던 믿음이 자초한 무시무시한 결과인 게다.


Danielle은 캐나다의 70-80%가 무교일 거라면서 자기도 역시 종교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여태 자신이 파리에

머물면서 찍었다는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사람은 없고 전부 건물에, 파이프에, 바닥에..그런 것들 뿐이다. 니 사진은

왜 한장도 없냐 했더니, 자신은 파리에 건축물들 공부하러 왔기 때문에, 또 그걸 즐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공사판

현장 사진같은 것들만 찍고 있노라는 대답. 벽에 붙어서 사진 몇장을 찍더니 휙 돌아보고는 자긴 됐댄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저렇게 반짝대고 있는데. 난 좀 더 느긋하게 돌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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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혼자 다니느라 내 사진이 없으니 좀 찍어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잰다. 몇 장 찍고, 이 냉담한 건축학도의

지식을 재고자(?)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고딕 양식의 건물들에선 창문이 애초 엄청 좁고 작았는데

갈수록 커지는 걸 볼 수 있다는 둥, 중력과 건물 자체의 무게를 이렇게저렇게 지탱하고 있다는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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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도 어느 정도 분위기에 젖었다 싶어서 생 샤펠을 뒤로 하고 나섰다. 밖으로 나서니 정작 하늘은

찌뿌드드했고 햇살도 없었던 걸 보니, 스테인드 글라스 자체가 좀더 밝고 화사한 실내를 만드는 기능도 의도한 게

아닐까 하는 내 해석에, 명민한 건축학도 다니엘도 수긍하더군. 날 인정하다니 머리가 좋은 아가씨인 게다.


알고 보니 다니엘도 나처럼 그닥 빡빡한 일정표는 갖고 있지 않았고 걸어서 파리를 돌아다니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여서, 우리는 일단 오늘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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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시테섬은 살살 거닐며 세느강의 운치와 이국적인 파리의 건물들을 구경하기에 좋은 공간인 거 같다. 비록
 
파리지앵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이 보이는 특이한 도시이긴 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올곧이 지키고 있는 듯 한 느낌,

혹은 그런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부터 뒤섞여 뿜어지는 분위기 자체가 파리의 왠지 모를 들뜨고 설레는

공기를 만들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9월 초가 되니 동양 특히 한국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전부 서양 사람이다.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특히나 방학기간에 만나는 한국 사람은 크게 세 부류, 대학생이거나 학교선생님들, 혹은

뭔가 인생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장을 접고/쉬고 나온 직장인들. 세 부류 모두 보이지 않는 9월의 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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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공연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일요일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모르고 여행 초반엔 신기하다고 이사람 저사람

마구 찍어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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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섬 어느 다리 위에서 벌어지던 서커스, 자연스럽게 공연이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으며, 그런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 나 역시 동화되었다. 따스한 햇볕을 등 뒤로 느끼며 유유자적하는 사람들.

한시간여 동안 레파토리를 펼치는 광대 아저씨를 보며 가로등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구경하다 문득 든 생각.  

아...이런 게 사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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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쿼텟까지. 요새 색소폰을 배우는 나로서는 저 아저씨의 멋진 손놀림과 제스처가 인상적이었댔다. 쿼텟 멤버와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던 한 관광객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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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을 유유히 항행 중인 선박, 다양한 종류의 유람선이 각기의 구간을 운행하고 있었다. 최근에 새로 생겼다는

바토 버스..던가, 보단 여전히 바토 무슈가 좋다는 다른 관광객들의 이야기도 유심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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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의 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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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걸음을 붙잡는 풍경들, 그리고 굳이 잰 발걸음이 아니어도 금세 가닿는 오밀조밀한 공간들. 세느강변에

앉아 사과를 베어물던 아가씨의 회색눈이 계속 나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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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 돌아다니면서 관광객들이 다 어디있을까 궁금했었는데 노틀담성당 앞에 꼬물대는 사람들과 관광버스들을

보고 아하, 했다. DSLR과 캠코더로 무장한 관광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저마다 빈 틈을 노려 비집고

파고든다. 

가기 전에 노틀담성당은 요게 다인 줄 알았다. 저 장대한 세 개의 문과 그 위에 얹힌 화려한 조각들. 한바퀴 돌아

보니 그게 아니더란 얘기..뒤에서 보는 건 또 나름의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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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의 건물은 +자 모양이랄까, 입구와 십자가상이 양끝에서 마주 보고 있고 그 직선상 허리켠 쯤에

양날개처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커다란 채광창이 달려있는 형태다. 그 +자의 중간, 성당의 중심부 천장엔

이런 그림이 조그맣게 올라붙어있단 사실을,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발견했을 때 혼자 속으로 많이 좋아했다.

천장에 조그맣게 그려진 저게 이런 성모자의 형상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그래서

노틀담 성당에 대한 내 첫 사진으로 임명. 별이 가득한 우주를 관장하는 그리스도와 성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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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시테섬으로 건너면서 놀랬던 건, 거의 십여개에 달하는 다리를 세느강 양안으로 뻗고 있는 시테섬은

그다지 섬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것 하나, 그리고 관광객들이 다 어디갔나 했더니 노틀담 성당에 전부 다

몰려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하나. 2층짜리 관광버스가 쉴새없이 관광객을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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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본 노틀담 성당의 이미지는 사실 모종의 기시감이 들 정도로 이미 익숙했다. 그렇지만 뒤에서 본 노틀담

성당은 영 딴판이어서, 마치 '대항해시대'같은 게임에서 숨겨져있던 보물같은 장소를 찾을 때 느끼는 그런

팡파레 같은 게 터지면서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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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부는 아저씨에게선 왠지 모를 예술혼이 느껴져서, 내 기꺼이 50상팀을 내주었다. 사실은 사진 좀 잘

찍어보려다 눈이 딱 마주치는 바람에 별 수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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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은 왠지 상아를 정교하게 세공한 건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 아이보리빛을 띈 건물에 촘촘하게

조각된 창문이나 정면에 선 세 개의 대문은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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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성당에 나가고 세례도 받았지만은, 성당같이 '신성성'을 표하는 공간에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의도한 대로,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노래와 높은 천장으로 공명하는 울림, 그리고 어슴푸레

조여진 몇몇 창문으로 계산되어 들어오는 한줌의 햇살, 아줌마라 불러야 할지 처녀라 불러야 할지 모를 마리아와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한 사내, 혹은 아기의 형상까지. 스스로 만들어낸 분위기에 스스로 압도당하고 눌려버리는

것 같다.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진 신에게 스스로의 삶을 바치고, 인간의 역사를 내맡겨선 몇 백년간 싸움도 하고

여전히 그런 도그마에 빠져 종교분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맑스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는다. 물론 맑스의 그 말은 뒤집어 생각컨대, 적절한 수준에서의 '복용'은 정신건강에도, 육체건강에도 좋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비상약으로 아편을 꿍쳐놨다가 조금씩 써먹었다는 얘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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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 가서도 놀란 것 중 하나가, 기독교 문명권에서 얼마나 다양한 표정과 모션과 메시지로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이미지가 변주되어 왔는지 하는 것. 숱한 옛 기록들을 짜맞춘 'holy book'을 그 자체 하늘의 음성으로

여기면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한 그 결과물들은, 당연히도 제각기

첨예하게 다르다. 단지 외양이나 포즈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떠한 사람이었을지..에 대한 기대나 예측 자체가

그토록 판이한데, 과연 그들이 생각하고 호명하던 '신'이란, 과연 같은 사람 혹은 무언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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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 안에 있는 프랑스의 성녀, 잔 다르크. 어떤 영화에서였던가, 그녀는 신들린 반 또라이로 나왔던 걸

본 적이 있다. '신들린'이란 단어, 써놓고 보니 참 시니컬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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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 이뿌다는 생각 이전에, 저기에 돌멩이 하나라도 던져서 누군가 깨뜨릴라 했다면, 그

소리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솔직한 고백. 이 경건하고 웅장하고 밭은 기침소리 하나 내기도 힘든

엄숙하기 짝이 없는 성당 내로 유리조각들이 산산이 떨어져내릴 때라면, 거의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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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중인 파리지앵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언젠가 한번 명동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직접 연주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시니컬한 나로서도 그 장엄함에 감동받고 말았었다. 여긴 어떨까..궁금했는데,

우연찮게도 여행을 마치기 전에 한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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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바깥날씨, 왠지 밖으로 나오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여기가 내가 사는 세상, 가스펠 성가나

엄숙한 설교소리,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로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다소 칼칼하지만 신선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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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서 오페라나 발레 한 작품을 꼭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내 체류 기간동안에는 두 개의 오페라 극장 모두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오페라 역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리고 바스티유 역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Opera Bastille)의 10월 일정표.

혹여 10월 중에 파리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관람하시길 바라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재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양 오페라극장 모두 물론 비싼 좌석은 엄청 비싸지만 싼 좌석도 꽤나 있다고 하구요, 파리와 서울의 물가를 대비한다면 더욱 가볼 만 한 거 같아요. 그리고 공연 직전 삼십분 전쯤 가면 매우 싼 좌석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만원안짝이었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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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서 오페라나 발레 한 작품을 꼭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내 체류 기간동안에는 두 개의 오페라 극장 모두 아무런 일정도 없었다. 오페라 역에 있는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 그리고 바스티유 역에 있는 오페라 바스티유(Opera Bastille)의 9월 일정표.

혹여 9월 중에 파리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고 꼭 관람하시길 바라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씨가 재임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양 오페라극장 모두 물론 비싼 좌석은 엄청 비싸지만 싼 좌석도 꽤나 있다고 하구요, 파리와 서울의 물가를 대비한다면 더욱 가볼 만 한 거 같아요. 그리고 공연 직전 삼십분 전쯤 가면 매우 싼 좌석을 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만원안짝이었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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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면 꼭 먹어보란 얘기를 들었던 크레페. 가장 싼 길거리 음식 중 하나지만, 다양한 속을 넣어서 맛볼 수 있다.

우선 처음에는 설탕, 수크레(sucre)를 듬뿍 넣어 먹어보았다. 낭창낭창한 크레페의 빵 맛이 홍대입구나 그런데서 맛보던 크레페랑은 많이 달랐던 듯. 그담에는 일명 "쪼꼬쨈"이라고 불리는 뉴뗄라를 발라 먹어 보았고, 그 담담에는 바나나랑 뉴뗄라가 들어간 크레페를 먹어보았던 거 같고, 그 담담담, 담담담담에는...

만들어주는 아저씨한테 "보꾸보꾸~!"를 외쳤더니 정말 뉴뗄라가 줄줄줄 흐르도록 발라주셨던 그 인심도 잊을 수 없지만, 밀가루 반죽을 판 위에 둥그막하게 펼치던 아저씨의 능란한 손동작 역시 잊을 수 없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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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파르나스 거리 쯤에서 마주친 크레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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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테 섬 어딘가에서 마주쳤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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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를 떠나 노틀담 성당으로 걷는 중에 만난 풍경.
해바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골목을 면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모두 거리쪽을 내다보고 있다. 그 앞에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단체관람당하는 기분일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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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번거리며 골목길을 지나던 내 앞에 갑작스럽게 출현한 자전거 두대, 그리고 세 부녀.
알고 보니 바로 옆 문에서 막 외출한 찰나였지 싶다. 안전모를 챙겨쓴 아이들이 귀여워서 순간적으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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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던 일식과 중식집은 금방 눈에 띈다. 알제리를 식민경영했던 경험을 가진 프랑스에선 무슬림들도 꽤나 산다고 하며, 그 덕인지 케밥이나 꾸스꾸스같은 이슬람 문명쪽 요리도 많이 보았고, 어딜 가나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는 베트남 쌀국수 가게도 꽤나 번창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근데 왜 서울의 쌀국수 가게는 그렇게 비싼 건지, 한국에 들어온 스타벅스나 커피빈만 문제가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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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드문드문 놓여 있는 공용 화장실. 노틀담성당이나 유명한 관광지 주변에는 유료 화장실만 보이기도 하지만, 급한 상황에선 요긴하게, 무료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이다.

생 제르망 거리를 걷던 중이던가, 갑작스런 신호에 부응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막상 찾아낸 화장실은 문이 잠긴 채 요란스럽게 냄새를 뿜어내고 있어서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개 상당히 깔끔하고 뒷처리도 무난하게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자동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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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사용해 저렴하게 자전거를 빌려탈 수 있다는 이야기의 진원지는 이런 자전거 보관소인 것 같다.
시내 곳곳에 이런 보관소가 설치되어 있고, 카드를 대면 자전거를 빌리고 돌려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인 듯 한데 유학중인 친구의 말에 따르자면 사실 관광객이 아닌 파리 시민을 위한 시설이라고 한다. 관광객도 못 빌려 탈 리야 없겠지만 내가 파리에 있는 동안 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현지의 시민들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자전거 전용도로같은 인프라도 철저히 갖춰진 파리, 한국에서도 무작정 에너지 절약이니 자전거 통근이니 구호로만 그치거나 사람들의 자발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이런 구체적인 제도를 정비했음 좋겠다. 사람이 미어터지는 영등포구청, 신도림, 신림, 서울대입구, 사당, 교대, 강남...을 가쳐 삼성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기 넘 힘들단 말이다.

저렇게 보관되는 자전거가 도난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민의 '공익'이라는 가치를 확고히 견지하는 시 당국과 시민정신의 뒷받침이 부럽기만 했다. 자전거도 쌔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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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섬에 들어서는 다리 위에서 드디어 마주친 세느 강.
한강에 비하면 정말 아담한 사이즈의 강이었지만, 아기자기한 풍광과 연한 갈색톤의 질감이 운치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강변에 점점이 흩어져있는 연인들이 주위시선 따위 아랑곳않고 벌여대는 애정행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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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의 최고 걸작으로 인정받는다는 생 샤펠 성당과 루이 16세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최후를 준비하던 독방이 있는 감옥소인 콩시에르주리를 품고 있는 옛 건물群.

저렇게 커다랗고 내부를 알 수 없이 꽁꽁 숨겨둔 것만 같은 건물들을 하나하나 헤집으며 내부의 이미지를 채워가고 그곳의 분위기를 맛본다는 건, 마치 생일날 푸짐하게 받은 선물들 포장을 하나씩 뜯어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식인 게다. 네 속에는 무엇을 숨기고 있니, 내게 어서 보여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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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보니 마침 미사를 막 마치던 중..아, 그러고 보니 일요일 아침이었다. 보통 서울에 있을 때에는 늦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친구와의 약속장소로 서둘러 나서는 시간.

제단을 가운데 두고 세 방향에서 오붓하게 둘러앉아 신부님 가까이에 모여있는게 보기 좋았다. 성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유유히 구경하다 보니 친절한 아주머니 한분이 미사 후 간식과 와인을 권하신다. 마다않고 주는대로 먹고 마시고. 살짝 취기가 올라 천천히 성당 내를 걸으며, 서늘한 공기와 차분한 분위기의 감촉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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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의 연주를 한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 웅장함과 장대한 선율은 '신적인 것'을 느끼게 했었다. 프랑스에서 한번 들어볼 수 없을까 했는데, 나중에 예기치 않게 노틀담 성당에서 그 연주와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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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술가가 생 마리 성당에서 철사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알바트로스의 형상, 이건 아마 그 작품 중의 한 점인 듯 하고.
언젠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서 알바트로스에 대한 기사를 봤을 때 깊은 인상과 선명한 대비감을 남긴 단어가 생각났다. gravity & wind. 중력과 바람의 새 알바트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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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와인을 권한 착한 아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프랑스에 가득한 성당들은 여행객이 쉬기에는 그다지 편치는 않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이집트의 모스크들. 내가 쉬고 자고 일기쓰고 일정짜고 음식까지 누워서 먹었던 평안한 공간. 프랑스에선 온통 널려있는 공원이 여행 내내 그런 공간이었다.

걷다가 지치면 앉아 쉬고, 추우면 햇볕쬐고, 샌드위치 먹고, 뒹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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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나서 가이드북을 뒤졌더니, 역시 짧막한 소개가 나와있을 만한 곳이었다.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닌 듯 하다 했더니, 1600년대에 완성된 성당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 1300년대부터 지금까지 울리고 있댄다. 뭐, 천장에 붙은 저 묘한 그림을 한동안 눈여겨보느라 종소리는 못들었지 싶다. 여인의 슬퍼하는 표정같기도, 남자의 괴로워하는 표정같기도, 혹은 초탈한 표정같기도 하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아기와 젊은 엄마(아줌마 혹은 처녀), 십자가와 고통받는 남자와 여자..라는 몇 가지 소재를 가지고 참 많이도 만들어냈구나 싶었다. 저마다 다른 포즈, 표정, 외모, 그리고 분위기로 셀 수 없이 많은 변주를 해냈다, 인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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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사람들. 독실한 가톨릭국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다빈치 코드"가 가진 메시지는 내 생각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난 사실 그 책의 내용, 자체의 재미를 떠나 그다지 새롭지도 않고 새롭지 않으니 놀랍지도 않았다. 그리고 충격과 경악에 빠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감정이입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여기 프랑스에선, 왠지 그럴만 하겠다 싶었다. 여긴 가톨릭 전통에 선 신 외에 다른 신들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곳인 데다가, 그 전통에 기대어 역사를 이어온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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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의 '비상구' 표시는 왠지 쌩뚱맞아 보였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고색창연한 성당에서, 비상시에 달려나갈 방향을 표시하는 현대적인 아크릴 나부랭이라니. 더군다나 보통 십자가는 교회 맨 안쪽 깊숙한 곳에 모셔져 있단 점에서...급할 땐 반대로 튀어라, 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셈이니 조금 웃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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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 퐁피두센터가 있다는 곳으로 설렁설렁 걸음을 옮겼다. 이집트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현지인과 관광객의 가장 큰 차이는 무단횡단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있는 것 같다. 어리바리한 관광객 티는 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신호등은 늘 무시하고 다니다시피 했었다. 그러다 개선문갈 때 큰일날 뻔 했다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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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쿠키빛 건물들이 바삭바삭하게 이어지다가, 어느순간 불쑥 뛰쳐나온 저 파란색 파이프들. 마치 예술가틱하게 마르고 길쭉한 손에서 울룩불룩 튀어나온 파란 정맥들처럼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는 순간 왠지 웃음이 배실배실 나올 정도로 유쾌한 경험이었달까. 퐁피두 센터의 전위적인 ex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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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이프가 바싹 마른 아이의 늑골처럼 튀어나와있는 퐁피두센터의 기둥에 붙어 있던 딱지 한장.
냉큼 받아들이기 힘든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보듬은 반창고랄까.
"Art is the technology of the soul."
사실 난 보는 순간부터 맘에 들었던 그 기괴하고 참신한 건물. 그치만 그건 고풍스런 빠리 도심 한복판이었어서, 또 그거 딱 한 채였어서 그런 걸 게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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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 정면. 포석이 도톨도톨하게 깔린 그곳에서 쌍쌍이 앉아있던 커플들 사이를 굳이 지나, 자판을 깔아놓은 상인들과 몇마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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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프랑스 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퐁피두 센터를 정면으로 마주한 너름직한 광장. 주먹만한 포석들이 촘촘이 박혀있는 그곳에 철푸덕 주저앉아 크레페와 에스프레소를 양손에 들고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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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을 때 브이를 그리는 건, 아이들과 한국인들 뿐이란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서로 부비적대며 카메라 앞에 나서겠다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브이가 아니라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천사들의 합창'이란 과거의 티비프로그램은 혹시 프랑스에서 제작된 거였던가. 왠지 저 아이들을 보는데 극 중 등장인물들이던 시를로랑 마리아 호아키나, 그리고 그 이뿐 선생님까지 차례차례 떠올랐다. 잊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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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이건 왠지 '오 나의 여신님'에서 스쿨드가 만들었던 그 문지기 로봇이 떠오른다.

'오 나의 여신님'이라는 지독히도 남성중심적인 만화에 흠뻑 빠졌던 내 중딩시절. 찌질한 주인공을 둘러싼 세명의 여신이 가진 이름은 알고 보니 게르만 전설에 나오는 세 운명의 여신 노르네스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었다. 과거를 아는 우르트르(울드), 현재를 담당하는 베르트란디(베르단디), 그리고 미래의 여신인 스퀼트(스쿨드).
그치만 개인적으로 이 세명은, 메이드/선생/아줌마(엄마) 취향을 위한 베르단디, 군복녀/SM/누나/직장녀 취향을 위한 울드, 그리고 롤리타(소녀)/안경녀/여동생/교복녀 취향을 위한 스쿨드로 짜여진, 이후 일본의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의 섬세하게 분류된 캐릭터 구축을 위한 선행적 작업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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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물을 뿜어내는 분수 꼭지, 빙빙 돌리는 모터, 그리고 약간량의 플라스틱으로 뒤집어씌워진(?) 껍데기,
그걸 가지고 반짝이는 유쾌한 아이디어와 결합시켜 구현해낸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있는 아기자기한 분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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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눈길을 끌던 인어상. 뱅글뱅글 돌며 '젖을 짜내고 있다'랄지, 혹은 '가슴에서 분수를 내뿜고 있다'랄지. 그리고 한참 후에 내 눈길은 그 뒤쪽 고색창연한 성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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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을 두고 스트라빈스키 광장..이라는 그럴듯하고 뭔가 엄청나보이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은 퐁피두 센터 옆의 자그마한 분수대를 둘러싼, 역시 자그마한 공간을 말한다. (유학가 있는 내 친구는 퐁피두 센터는 알아도 스트라빈스키 광장이라고 하면 모르더라..) 가이드북은 종종 하나로 묶여있는 공간들을 몇개로 헤집어서 따로따로 거창하게 소개해 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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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는지, 시청에서부터 마주쳤던 사람들. 파리에서 해보고 싶던 것 중 하나가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정처없이 내닫는 거였는데 결국 실현하지는 못했다. 대신 체지방을 잔뜩 연소시키고 그 빈 공간을 근육으로 꽉꽉 눌러채울만큼의 쉼없는 걸음걸이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를 돌렸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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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는 사실 고전주의 시대의 작품이 즐비한 루브르, 그리고 인상주의 시대의 작품이 주된 오르세, 혹은 오랑주르 미술관에 이어 현대적인 작품을 구비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달의 첫째주 일요일도 아니고 딱히 돌아보고 싶진 않아서 그냥 선물샵과 가벼운 만평전만 두리번두리번. 그 중에 찾아낸 왠지 비슷한 이미지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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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보았던 그 분이 아닌가. 알고 보면 파리에선 비둘기나 심지어 참새마저도 전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나 루브르박물관을 바라보는 카루젤 개선문 근처서 호젓하게 홀로 빵을 뜯다보면 어느새 옆에 참새들이 십여마리씩 고개를 갸웃대며 호시탐탐 빵을 노리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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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 색소폰을 배우면서 몇가지 불고 싶은 노래들이 있었다.
그 목록에 있는 'misty'가 예기치 않게 내 귀에 들려오길래 고개를 돌린 곳에서 펼쳐지고 있던 멋진 야외 공연, 알고 보니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지하와 지상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것들이었지만 매번 반갑고 또 기꺼웠더랬다.
버겁고 비루한 삶을 살고 있음을 한껏 드러내며 지지직 끓는 소릴 내는 찬송가 테입이나 틀어제끼는 서울의 지하철 풍경과는 다른, 재즈, 클래식, 샹송..같은 음악적 다양성과 여유로운 예술가틱한 무언가가 반짝이는 그런 풍경. 그사람들을 수입해다가 고대로 서울 지하철, 거리 곳곳에 풀어놓았으면 싶었다.

한결 삶이 윤택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한결 사람들의 표정이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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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만 만리타향 아는 사람 한명 없는 곳, 그리고 애초 계획에도 없던 곳, 이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적지않이 위로가 되었다. 요 깜찍한 사이즈의 자물쇠들이 내가 속한 따스한 공간을 무채색의 흐릿한 파리 시내의  낯섦과 어두움에서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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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틀담 성당으로 향하는 지하철 출구.
적당한 지하철 출구를 찾아 한걸음씩 위로 올라설 때마다, 어떤 풍광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두근거리며 걸음이 빨라지곤 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 휴가땐 다른 사람을 빠른걸음으로 앞지르지 말자..고 생각했었는데 그다지 잘 지켜진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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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파리시청, 흐릿흐릿하니 비가 흩뿌리다 바람이 날리는 날씨는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햇볕 한줌을 위해 수고로이 몸을 옮기는 나는야 빠리지앵. 근데 갈색 낙엽 흩뿌려지는 가을 날씨에 흠씬 두들겨져서는 가을을 타다가 돌아온 한국의 날씨란, 왜 이다지도 더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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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청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입상들. LEBERTE, EGALITE, FRATERNITE..라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은 어느 공공기관이나 건물에서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선명한 국가 정신과 그러한 탄탄한 지반 위에 서 있는 프랑스 사회. 똘레랑스를 이야기하는 건 그 정도의 역량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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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몇 대의 패키지 관광객들이 살포시 찍고 가는 것 같았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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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좀더 '하늘색'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잔뜩 흐리고 뿌연 빛만 비산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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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이 사진은 한국의 서울시청. 뭐..일제의 잔재 청산,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다 떠나서, 파리시청과 비교했을 때 무지 담백하달까, 밋밋하달까. 어쩌면 고층아파트나 특징없는 현대적인 빌딩만 가득한 서울의 현재 이미지는 이미 시청건물이 지어지던 시기부터 예정되어있었는지 모른다.

김포공항에서 인천으로 리무진버스타고 나오면서, 그리고 인천공항 내에서까지 날 열받게 하는 일들이 계속 눈에 거슬렸었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인데 MB 따위야 머릿속에서 며칠간만이라도 지운 채 떠나고 싶었지만, 애초 '시사인'을 비행기 안에까지 끌어들인 건 나 자신이기도 했다. 포크레인이 얄밉게 굴러다니던 헐벗은 붉은흙빛 굴포천 방수막 2차 공사..가 실은 대운하 사업의 한 부분인 경인운하를 대비하는 공사란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그런 황량한 풍경이 김포에서 인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인천공항에서는 노조분들께서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하다 못해 면세점서 신발 한켤레를 사면서도 완벽하게 실패한 채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고 만 환율정책 나부랭이가 부아를 돋구었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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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풀 겸, 다시 시청 앞 동상과 함께 한 파리 시청건물. 여행 첫날 첫방문지. 사실은 걸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컨셉을 따라, 퐁피두센터까지 가는 길에 살짝 지나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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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겋게 물든 하늘이 너무 이뻐서 한 컷. 여태 자동모드로만 놓고 찍던 카메라였어서, 잠자던 수동기능을 일깨워 카메라를 제대로 활용해 보는 게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한, 열한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중의 하나는 서울에서 파리까지 비행기로 날아가는 것.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베일리스도 마시고, 책을 보고, 밥을 먹고, 잡지도 보고, 자다가, 와인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꼬냑도 마시고, 옆사람과 수다도 떨고, 자고. 그러고 나니 러시아 하늘을 날고 시베리아의 툰드라 동토를 지나 지구의 삼분지일을 돌아버렸다.

참, KLM이나 에어프랑스는 중간에 컵라면을 간식으로 준다. 대한항공같으면 비즈니스석에만 제공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늘에서 먹는 컵라면은 살짝 불었음에도 참 맛있었다. 먹고 난 뒤 기내에 꽉 차버린 라면 냄새조차 구수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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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달랬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가차없는 손길로 뚜껑을 돌려버린 병에 투명한 컵을 얹어 건네는 스튜어디스. 그런데 받고 보니 화이트 와인인 게다. 비행기값을 생각하며 기내에 실린 마지막 알콜 한방울까지 빨아먹겠다 다짐했던 나인지라 바로 항의. "제가 시킨 건 레드 와인인데요."

잠시 당황했던 그녀는, 그렇지만 이내 예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로 레드와인을 잡더니 뚜껑을 돌려버리고는 다시 건네주었다. 덕분에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푸짐하게 얹어놓고 홀짝대는 호사를 누렸다. 넉넉히 달랬더니 정말 넉넉히 준 스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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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경유했던 암스텔담 공항 내에는, 각 구역마다 특징적인 컨셉으로 선명하게 개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자그마한 성처럼, 혹은 노란색 반들거리는 딱정벌레처럼 꾸며진 까페들. 그런 까페들을 내려보고 있는 특이한 네온사인 하나. 수다스럽게 하이룽하이룽, 하하, 아!라고 온통 빤짝대며 말을 걸어대는, 엉켜버린 실뭉치같은 네온사인.

역시 네덜란드의 출입문 암스텔담 공항. 공항 내 면세점에는 온통 튤립 생화, 튤립모양 장식품들, 전통 나막신들과 치즈, 초콜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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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1시간여의 비행끝에 파리를 내려다 보다.
사실 비행기에 열몇시간씩 꾸겨져 타고 있는 건 적잖이 비인간적인 일이다. 통로쪽에 앉지 않은 이상 화장실 가는 것도, 스튜어디스를 부르는 것도, 하다못해 몸을 한번 뒤트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그저 일직선으로 곧게 나아가는 비행기의 거대한 동체 안에서는 날고 있다는 실감 따위는 공기만큼 희박하다. 단지 가끔 돌부리에라도 걸린듯 비행기가 쿨럭이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묻어나는 공포감에서, 지금 여기가 지상 수천미터위 하늘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뿐.

특히나 화장실서 일보고 있을 때 비행기가 휘청대면 스릴 짱이더라. 어쨌든 두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서있으니 왠지 비행기가 추락해도 이대로 땅위에 두다리로 내려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고 보면 30일 오후 1시 비행기였는데 파리 현지시각은 30일 오후 10시어간이었다. 왠지 하루를 꽁짜로 벌은 것 같은 기분은 귀국할 때 슬몃 사그라들어 버리겠지만, 그래도 당장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된듯한 느낌이 산뜻하다. 근 일주일 동안의 기간동안 저 거리들을 내 두다리로 가위질하듯 걸어다니겠구나 생각하니 잔뜩 눌린채 떡진 머리, 딱딱하게 굳어진 근육세포들 따위 어느새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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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나오겠다고 한 친구가 버티고 있을 출구를 향해서, 한손에 카메라를 쥐고선 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작년 가을쯤이었던가, 그가 잠시 서울에 왔을 때 밥한끼 먹고선 처음 만나는 순간을 찍어두고 싶었다. 그러나 출구에서 날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가장 먼저 짐을 찾아 일등으로 나왔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속속 일행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십분, 이십분, 삼십분..2001년 뉴욕 JFK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나오지 않아 하루 공항서 노숙했던 기억이 불길하게 떠올랐지만. 40분, 친구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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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전철 너머 보이는 황량한 역사. 그리고 뭐라씨부리노, 낙서가득한 유리창. RER B선을 타고 친구녀석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친 최초의 이미지.

나중에 알고 보니, 샤를 드 골 공항과 파리를 잇는 이 전철은 일종의 교외선, 파리 중심부부터 1, 2, 3..5 존으로 구분되는 요금체계에서 가장 먼 5존으로 설정된, 파리 외곽을 잇는 전철이다. 인천공항이랑 서울쯤의 관계랄까. 그러니 8.5유로였던가..그 비싼 요금도 대강대강 수긍해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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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드 골 공항(#2)에서 RER B선을 타고 15구에 있는 친구녀석의 집으로 향하는 길. 파리 중심가부터 시계방향으로 뺑글대며 달팽이 모양으로 감겨나가는 '구'의 구획상, 15구는 파리 남쪽 끄트머리다.
내 하루 일정의 알파요 오메가였던 12번 전철 Convention역(이라 쓰고 꽁방숑, 이라 읽는다)까지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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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8월 30일

- 13:35 인천 OUT
- 17:55 암스텔담 IN
- 20:50 암스텔담 OUT
- 22:05 파리 IN

- 숙소 도착, 휴식

ㅇ 8월 31일 (라데팡스-포름 데알 ; 서-동 중심부 횡단)

- 라데팡스
- 개선문
- 샹젤리제 거리
- 콩코드 광장
- 튈를리 정원
- 카루젤 개선문
- 루브르 궁전
- 시청
- 포름 데 알

ㅇ 9월 1일 (시테섬-스트라빈스키 광장 ; 파리 중심부-동북부)

- 시테섬
- 노틀담 성당
- 콩시에르주리
- 생트 사펠
- 퐁뇌프
- 퐁피두센터
- 스트라빈스키광장

ㅇ 9월 2일 (에펠탑 - 오랑주르 미술관 ; 파리 서남부-중심부)

- 에펠탑
- 샤요 궁전
- 앵발리드
- 오르세미술관
- 생제르망거리
- 오랑주르 미술관

ㅇ 9월 3일 (마들렌 교회 - 오페라 극장 ; 파리 중심부-북부)

- 마들렌 교회
- 몽마르뜨 언덕
- 사크레쾨르 성당
- 오페라 극장 (공연 감상)

ㅇ 9월 4일 (루브르 미술관 - 몽파르나스 ; 파리 중심부-남부)

- 루브르 미술관
- 소르본 대학(제4대학)
- 팡테온
- 룩상브르 공원
- 생쉴피스 교회
- 몽파르나스

ㅇ 9월 5일 (베르사유 등)

- 베르사유
- 생뚜앙 벼룩시장
- 유람선

ㅇ 9월 6일

- 16:25 파리 OUT
- 17:40 암스텔담 IN
- 18:40 암스텔담 OUT
- (+1일) 11:55 인천 IN

* 몇 가지 원칙들

 -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 여유있게, 느긋하게.
 - 원칙 따위 없는 게 여행, 스케줄에 구속받지 않기.

* 더 넣고 싶은 일정 혹은 장소

 - 페르 라세르 묘지 혹은 다른 공동묘지
 - 방돔광장
 - 불로뉴 숲 혹은 뱅센 숲
 - 샤르트르/퐁텐블로/생 드니 등 파리 교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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