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mps Elysees, 엘리제의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게 바로 샹젤리제.
몰랐다. 파리에 여름 휴가간다고 잔뜩 들떠서 다시는 한국에, 회사에 안 돌아올 것처럼 말그대로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을 때,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흥얼대고 있던 '오~ 샹젤리제~'의 그곳.
샹젤리제 거리는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개선문이나 노틀담성당처럼 하나의 건물이나 닫힌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뭐랄까 율동감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주위를 두리번대며 자꾸 발걸음을 늦추는 관광객들의 흐름이 하나의 파트를
맡고 있다면,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단호하고 간결한 행보는 또 다른 하나의 파트같은 느낌.
샹젤리제 거리라 불리는 약 2.3km의 이 거리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길가에 죽 늘어서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주먹만한 포석이 박혀있는 도로와 보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느 대로나 그렇지만 샹젤리제 거리에서 뻗어나가는 좌우의 자그마한 골목길들, 그 골목들을 따라 가다 보면 또
뭔가 재미있고 인상적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지만 우선은 넓은 길을 걷고 본다. 이리저리 뺑글대며
돌아서 가는 것도 좋아라 하지만 샹젤리제 거리에 이어지는 명품샵들과 까페들을 횡단보도 좌우로 건너면서 하나씩
코박고 구경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퐁피두 센터의 잔상이 아직 뇌에 남아있었는지, 공사중이던-아마도 리모델링?-건물의 산만하고 얼기설기한 외관을
보는 순간 앗, 퐁피두다, 라고 생각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샵의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라고 한다. 계절에 따라, 신상품 출시에 따라, 혹은 아예 다른 매장이 들어서는 탓도
있겠지만.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맘내키는 노천까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내가 꿈꾸던 파리여행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원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터라 한국에서도 자주 마시곤 했지만, 왠지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파리의 공기와 물 덕분인지 맛이 다르다. 녹차만 해도 물을 뭘 쓰는지, 어떤 다기를 쓰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맛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리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달랐다. 아, 물론 그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가게마다 약간씩 맛이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스프레소는 어느날 아침 빵을 사들고 샤요궁전 위의 발코니
난간에 올라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마셨던 모닝 에스프레소. 가격도 착했다. 1.5유로였던가.
어렸을 적 '몽둥이빵'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바게트빵은 딱딱하다기보단, 실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단 걸
알게 해준 파리의 빵집들. 그 중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PAUL...옆에 Brioche Doree.
왠지 김인문아저씨톤으로 "니들이 빵(pain)맛을 알아?"랄까. 왠지 한국에만 들어오면 딱딱해지고 그악스러워지고,
독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하루세끼 빵조각만 뜯고도 잘만 다녔는데, 이제 그런 식의 여행은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침점심은 대충
때우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하듯 먹는다 쳐도 왠지 해가 뉘엿해지고 숙소로 돌아갈 즈음이 되면, 몸에서 단백질과
뭔가 격식이 차려진 메뉴를 요구한다. 이왕이면 좀 여유롭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으면서도
먹고 나면 몸에도 불끈 힘이 솟을 만한 것으로. 아마 이런 추세대로라면, 근 십년쯤 후에는 세끼 모두 맛나고 비싼
것만 찾아다니며 온천같은 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정도 그림이 나오는, 그런 유복한 웰빙 여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급화를 추구하며 땡깡놓는 내 몸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하얗게 빛나는 개선문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정말 뜬금없지만,
개선문을 모델로 해서 근대 대한제국의 땅에 세워진 '독립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번 보고 왔음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개선문은 저기 당당히
위치를 잡고 서있는데 독립문은 어디에 있으며 지금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읽히고 있을까..그런 감상.
샹젤리제 거리의 즐비한 상점가와 까페들의 출현이 끊길 즈음, 쁘띠 팔레와 그랑 팔레로 이어지는 길.
이 길을 죽 밟으면 콩코드 광장을 거쳐 튈를리 공원, 카루젤 개선문과 루브르 궁전까지 닿게 된다.
몰랐다. 파리에 여름 휴가간다고 잔뜩 들떠서 다시는 한국에, 회사에 안 돌아올 것처럼 말그대로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을 때,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흥얼대고 있던 '오~ 샹젤리제~'의 그곳.
샹젤리제 거리는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개선문이나 노틀담성당처럼 하나의 건물이나 닫힌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뭐랄까 율동감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주위를 두리번대며 자꾸 발걸음을 늦추는 관광객들의 흐름이 하나의 파트를
맡고 있다면,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단호하고 간결한 행보는 또 다른 하나의 파트같은 느낌.
샹젤리제 거리라 불리는 약 2.3km의 이 거리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길가에 죽 늘어서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주먹만한 포석이 박혀있는 도로와 보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느 대로나 그렇지만 샹젤리제 거리에서 뻗어나가는 좌우의 자그마한 골목길들, 그 골목들을 따라 가다 보면 또
뭔가 재미있고 인상적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지만 우선은 넓은 길을 걷고 본다. 이리저리 뺑글대며
돌아서 가는 것도 좋아라 하지만 샹젤리제 거리에 이어지는 명품샵들과 까페들을 횡단보도 좌우로 건너면서 하나씩
코박고 구경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퐁피두 센터의 잔상이 아직 뇌에 남아있었는지, 공사중이던-아마도 리모델링?-건물의 산만하고 얼기설기한 외관을
보는 순간 앗, 퐁피두다, 라고 생각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샵의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라고 한다. 계절에 따라, 신상품 출시에 따라, 혹은 아예 다른 매장이 들어서는 탓도
있겠지만.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맘내키는 노천까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내가 꿈꾸던 파리여행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원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터라 한국에서도 자주 마시곤 했지만, 왠지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파리의 공기와 물 덕분인지 맛이 다르다. 녹차만 해도 물을 뭘 쓰는지, 어떤 다기를 쓰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맛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리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달랐다. 아, 물론 그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가게마다 약간씩 맛이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스프레소는 어느날 아침 빵을 사들고 샤요궁전 위의 발코니
난간에 올라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마셨던 모닝 에스프레소. 가격도 착했다. 1.5유로였던가.
어렸을 적 '몽둥이빵'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바게트빵은 딱딱하다기보단, 실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단 걸
알게 해준 파리의 빵집들. 그 중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PAUL...옆에 Brioche Doree.
왠지 김인문아저씨톤으로 "니들이 빵(pain)맛을 알아?"랄까. 왠지 한국에만 들어오면 딱딱해지고 그악스러워지고,
독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하루세끼 빵조각만 뜯고도 잘만 다녔는데, 이제 그런 식의 여행은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침점심은 대충
때우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하듯 먹는다 쳐도 왠지 해가 뉘엿해지고 숙소로 돌아갈 즈음이 되면, 몸에서 단백질과
뭔가 격식이 차려진 메뉴를 요구한다. 이왕이면 좀 여유롭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으면서도
먹고 나면 몸에도 불끈 힘이 솟을 만한 것으로. 아마 이런 추세대로라면, 근 십년쯤 후에는 세끼 모두 맛나고 비싼
것만 찾아다니며 온천같은 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정도 그림이 나오는, 그런 유복한 웰빙 여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급화를 추구하며 땡깡놓는 내 몸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도심속에 우거진 녹음, 한뼘의 햇볕을 받아 안으려는 여인의 해바라기. 햇볕조차 바람에 휘영청 기울어 내려쬐는
듯 햇살 조각이 사방으로 펄럭이며 내리쬐는 파리의 미친 날씨에 한국의 후덥한 여름날씨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햇빛 한 뼘을 좇아 수고로이 걸음을 옮기고, 그 따스함을 감각하면서 맹렬한 바람을 견디고 있었던 나 역시 어느새
파리지앵..?
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즈니샵도 있었다. 파리에서 디즈니샵을 보다니, 이들의 문화적 자존감과 우월감에 대한 신화가
너무 거창하게 알려져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프랑스도 WALL-E 열풍인가 보다. 디즈니샵의 쇼윈도에 온통 월-이랑
이브 장난감만 가득하다. 올여름에 봤던 영화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지만, 내가 가장 끌렸던/끌리는
'모!'캐릭 장난감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정말이지 있기만 했으면 바로 질렀을 텐데.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하얗게 빛나는 개선문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정말 뜬금없지만,
개선문을 모델로 해서 근대 대한제국의 땅에 세워진 '독립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번 보고 왔음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개선문은 저기 당당히
위치를 잡고 서있는데 독립문은 어디에 있으며 지금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읽히고 있을까..그런 감상.
샹젤리제 거리의 즐비한 상점가와 까페들의 출현이 끊길 즈음, 쁘띠 팔레와 그랑 팔레로 이어지는 길.
이 길을 죽 밟으면 콩코드 광장을 거쳐 튈를리 공원, 카루젤 개선문과 루브르 궁전까지 닿게 된다.
'[여행] 짧고 강렬한 기억 > Paris, France-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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