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일시 : 2011년 8월 2일(화) AM 9:3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사진 속 현수막 문구,

"이건희 회장님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2 에버랜드 같은 기업을 강릉에 유치해 주세요"

에 대한 소감을 적어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5장



In Honor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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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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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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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현수막이나 광고, 안내문에 오탈자나 비문이 보이면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해질 때가 있다.

친애하는 독재자 나으리의 '읍니다' 따위 말고도, 경주 남산에서 마주한 이 현수막을 보면서

이건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걸까 싶은 맘이 부글부글 일고 말았다.


"샛길 훼손지 복원을 위하여 훼손된 샛길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밥을 먹기 위하여 밥을 먹고 있습니다."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절한 예문을

만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말인 거다. 어쩌자고 이런 말도 안되는 현수막을

내걸었는지 원. 제발 좀 실제로 만들어 내걸기 전에 한번이라도 생각이란 걸 해보고 걸기를.



@ 경주 남산.



점심시간, 어제 눈여겨 봐두었던 봉은사 앞의 현수막 앞에 섰다.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


한참 노무현 전대통령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검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공분이 일던 무렵에도

봉은사 앞에는 현수막이 걸렸었다.

"대한민국 검찰의 출입을 금합니다."


종교가 이 땅을 밟고 섰지 공중부양을 하는 게 아닌 바에야, 이런 '현실 개입'은 필요하지 않을까.

법정 스님이 '무소유'를 이야기하며 청빈하고 정갈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분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지천으로 벌어지는 토목사업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봉은사 정문 앞에는 뜬금없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대학가에도 다시 대자보 문화가 일고 있다더니, 이젠 절에도

대자보가 붙어야 한다. 원래 대자보는 문화혁명기 중국에서 잘 활용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억눌렸고 표현의

욕구가 가장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수단으로 읽을 수 있을 거다. 세련된 방송, 지면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어떻게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A4용지에 커다란 폰트로 가로뽑기를 해서는, 전지 한장에 여덟장 정도로 붙여넣는 게 대학가의 대자보 기본형태.

봉은사 앞에는 전지 한장에 직접 출력해 낸 '일독을 청합니다'라는 글. 정말, 봉은사에 외압을 넣고 종교에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는 사람들, 일독을 청합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님'도 한번 봐 주시길. 읽히기 위해 벌려놓아진 글이니만치.




인천에서 상해 푸동공항까지는 대략 한시간 반, 만석에 좁디좁은 이코노미석 한중간에 끼인지라 매우 몹시

불편했지만 고작 한시간 반이니까. 비행은 한 여덟아홉시간이 한계인 듯 하다. 그 이상 타면 온몸이 뒤틀리고

오장육부가 경련하는 느낌.


푸동 공항에 도착하니 검정개 한 마리가 짐가방 냄새를 맡고 있었다. 엑스포 기간 중에 불미스런 사태를

막으려고 단속이 더욱 엄중해졌다고 들었다. '중국'으로 묶이지 않겠다는 소수민족의 테러가 걱정스러운 거다.

하긴 자기들이 티벳이나 위구르 쪽에 한 짓들이 있으니.

상해엑스포의 마스코트, 하이바오(海寶). 바다의 보물이란 뜻이다. 사람 인을 형상화했다곤 하지만, 그냥 모 사실

람 형태로 의인화된 형상들은 모두 사람 인人자와 닮을 수 밖에 없는 거다.

상해는 원래 꽤나 더운 지방이다. 4월만 되어도 반팔을 입고 다니고, 바다가 가까워 바람도 세차게 분다고 하던데

기상이변이 한국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어서 이 동네도 날씨가 이상했다. 햇살도 살짝 창백하고, 바람은 차가운

냉기를 잔뜩 머금었고. 4월말인데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다.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엑스포장에 가려 했는데, 바로 가게 됐다. 푸동 공항에서 상해 엑스포장까지 달리는 길.

엑스포 개최를 알리는 광고판들이 즐비하다. 6층짜리로 다른 국가관들보다 두 배나 높이 지어진 중국관의

위용은 항상 빠지지 않는다. 애국심과 중화주의를 고양하기 위한 발판으로 잘 써먹어보려는 심산. 가뜩이나

이미 중화제일주의가 발호하고 있는 판인데 더욱 제국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어이쿠.

그러고 보니 상해는 삼년 전에 북경이랑 부산이랑 묶어서 짧게나마 왔었다. 2박3일이었던가, 3박4일이었던가.

그때도 느꼈던 거지만 중국이라고 묶이기엔 북경이나 상해의 분위기는 참 다르다. 조계지의 기운이 남아서인지

오랜 건물들도 조금 서구적이고, 그에 더해 워낙 현대화/상업화된 지역이란 느낌.

쉬지도 않고 나타나는 광고판들. 온통 상해엑스포 표지 뿐이다.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여기는 중국. 우리나라도 요새 녹색이다 뭐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하려는 거 같더만 보여주기식 자전거 주차대는 텅텅 비어있고 자전거전용도로는 툭툭 끊겨있고.

씨알굵은 건물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데서 아마 넓은 '대륙'의 풍모가 느껴지는 걸까. 그 건물들이 전부 하나씩

상해엑스포 홍보 옷을 해입었다.

이미 상해에는 10호선까지 지하철이 뚫렸다. 아마 몇 호선 더 만들고 있다는 거 같던데, 지하철을 한번 타 보고

싶었지만 못 타보고, 외관만으로는 꽤나 훌륭해보인다. '마데인차이나'가 저급품, 짭퉁으로만 여겨지는 건

한국인들이 그런 상품만 중국에서 바라기 때문이라던데, 얘들 맘먹음 제대로 만드는 거다.

세계박람회, 줄여서 세박(世博), 중국어 발음으로는 시부~. 굉장히 넓찍한 주차장이 엑스포장 주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쓰기읽기에만 치중했던 천박한 중국어 실력을 쥐어짜내어 발휘하리라곤 이때까지만 해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한때 유행하던 대륙 시리즈처럼, 여기저기서 '달인'들이 많이 보였다. 산더미같은 짐을 이고지고안고 가는

대단한 능력자들. 이 자전거는 그 중에서도 좀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온통 난마처럼 얽혀있는 전기줄들. 저거 지 무게 못 이기고 어느 순간 투툭, 전부 바닥에 떨어져선 이리저리

나뒹굴며 전기를 쏴대는 건 아닐까.

엑스포장에 가까워질수록 티가 팡팡 난다. 조경으로 꾸며진 하이바오하며, 곳곳에 세워진 '자원'봉사자들.

엑스포장 반경 1킬로 이내에는 차의 출입을 아예 통제하고 있어서 조금 걸어야 했다.

15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엑스포장 입구에 도착했다. 총 관람객 예상수를 칠천만명으로 예상한다니 거의 남북한

합쳐서 우리나라 인구가 전부 한번씩 보는 셈이다. 물론 그중 중국인이 6500만, 외국인이 500만 정도의 비율이

될 걸로 생각된다고는 하지만, 여의도 삼분지이 정도의 땅에 그 인원이 바글바글댈 거라니 대단한 행사긴 하다.





오랜만에 다음 베스트 진입.ㅎㅎ 하긴 그때도 원주였던가, 이쪽 동네분들에게 꽤나 인상적이었던 현수막.

컴퓨터 정리하다가 나온 사진 한 장, 몇 년 전 아버지가 맡은 공사현장에 붙어있던 범상치 않은 현수막.

아버지가 직접 문구를 생각해서 만드신 거라고.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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