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모티브로 한 앙코르 윈 호텔Encore Wynn Hotel, 옆에 붙어있는 Wynn Hotel의 소유주인 스티브 윈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선물했다는 아름다운 호텔이다.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카지노 게임장 자체의 분위기도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밝고 아늑한 분위기.

 

온통 호텔 로비나 벽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려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색감의 나비 문양들.

 

제프 쿤스의 꽃다발이 호텔 안에 이렇게 놓여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들거나 부조화스럽지 않을 만큼의 현란함.

 

 

 

그리고 앙코르 호텔의 성가를 드높인 실내 꽃정원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그 매력을 더욱 뿜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살짝 동양 느낌이 얹혀진 듯한 조명들이 늘어뜨려진 아름다운 로비.

 

현란한 색감의 벌룬이 띄워져 있는 곳 맞은편에는 이렇게 회전목마가 만들어져서 투숙객이나 카지노 이용객들의

 

눈을 붙잡고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있던 고급 호텔들은 미술품도 전시하고 공간을 가능한 화려하고 아늑하게

 

꾸미려는 게 당연하다지만, 라스베거스, 특히 그중에서도 윈과 앙코르 윈의 실내 장식은 최상급에 속하는 듯.

 

그리고 또다른 미술품, 아마도 이것 역시 제프 쿤스였던 거 같은데 반짝반짝 블링블링한 뽀빠이 입상.

 

 

 

 

 

 

작년말에 갔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언제 다시 또 오겠냐 했지만 이렇게 일년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오게 되다니.

 

무려 90여불에 달하는 일일권 티켓과 같은 값에 파는 'Buy a day, Get 2014' 티켓-그니까 일년 무제한 이용권을 사두길

 

잘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니 더욱 색다르기도 하고.

 

신용카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티켓.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탈거리가 트랜스포머라더니 역시 티켓도

 

트랜스포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에는 슈렉이라거나 트랜스포머라거나, 그린치라거나 온갖 영화속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역시 디테일이 살아있는 트랜스포머의 등장 로봇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공간이 나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세트장 투어공간, 온갖 탈거리들, 그리고

 

이런 식의 잘 꾸며진 환상적인 거리들. 사진은 1938년대를 재현한 미국 거리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탈거리, 볼거리 중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워터월드쇼. 실제 동명의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해서 지어졌다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고난이도의 스턴트 액션과 전투신을 재현한다.

 

 

총알 대신 물대포를 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게 펑펑 폭음이 들리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게다가 객석과 공연장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걸 생각하면 화염이 훅 치솟을 때의 열감과 열풍은 깜짝 놀라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커튼콜, 대략 20분 정도 진행된 공연은 하루에 네다섯 차례 반복되는 것 같은데,

 

기타 다른 볼거리나 탈거리들의 시간표를 입장시에 받아보게 되니 스케줄을 잘 짜는 게 관건인 듯.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 투어.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도 긴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전기기차를 타고 실내외 세트장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만 지원.

 

여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 작품 중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거리 장면을 찍었던 세트장이라고 한다.

 

뉴욕의 상징 노란색 택시가 딱 버티고 선 앞에 까페는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까페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렇게 그간의 작품에 등장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도 지난다.

 

꼭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만이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시리즈에 나왔던 차들이라거나 모형차들 역시.

 

이곳은 특수효과를 시연해 보여주는 곳. 맑은 대낮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정도야 스프링쿨러에 익숙하다 쳐도,

 

이렇게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고 홍수가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중인 모습을 촬영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모형을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전설의 명작, '조스'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호수를 지나기도 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수영중이던 사람이 끌려들어가고는 이내 시뻘겋게 물드는 해수면.

 

 그리고 킹콩의 한 장면을 3D로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이렇게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도.

 

 실제로 비행기를 한대 구매해서 사고난 것처럼 실감나게 때려부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세트장을 활용해서 찍었던 항공기 사고 장면들이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쓰였다고.

 

 

그렇게 한 나절, 일년여 만에 다시 찾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심슨가족'이니 '미이라'니

 

'트랜스포머' 혹은 '쥬라기공원'이니 하는 다른 탈거리들도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내용을 바꾸어야 사람들을 계속 찾도록 이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또 와도 실망하진 않겠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구룡반도 남쪽의 쇼핑센터들을 둘러보며 홍콩의 이름높은 야경 레이져쇼를 기다리는 참이다.

 

 

어느 순간 해가 넘어간다 싶더니 하늘이 시퍼런 색으로 물들고는 이내 까뭇까뭇해지기 시작.

 

 스타페리에서 바라본 야경, 건물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온통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옥수수처럼 생긴 홍콩의 IFC 건물도 알알이 노란색 옥수수알이 실하게 채워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뿜어내는 홍콩섬의 마천루. 노란색 불씨를 간직한 스타페리가 바다를 넘나든다.

 

그리고 홍콩의 유명한 레이져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섬 북쪽에 늘어선 건물들이 하나하나 악기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소리에 맞추어 움직임을, 그리고 그 움직임이 모여 율동을 만드는 건물들.

 

볼 때마다 느끼지만 레이져쇼 중에선 홍콩의 이것만큼 임팩트있고 이쁘다고 생각했던 건 없는 거 같다.

 

그리고 완전히 사위가 저물어 깜깜해지고 나서 다시 지나친 초저녁무렵의 그곳. 거대한 보랏빛 장미꽃다발은

 

밤이 되자 더욱 교교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시간이 이상하게 기록되긴 했지만, 1번! 번호표를 뽑아 호떡을 사간다는 군산의 '중동호떡'으로 아침 요기거리를 하겠다고

 

갔는데, 이렇게 위치가 요상한데 있을 줄은 몰랐다. 군산항에서 '째보선창 삼거리'까지 와서 우회전, 인적도 드물고 인가도

 

별로 눈에 안 띄는 소소한 목공소나 작업장들이 늘어선 길을 가며 "여기가 정말 맞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즈음.

 

네이버 지도로 찾아보니 심지어 본점 말고 '나운점'도 있나 보다.

 

 이렇게 생긴 가게가 뙇. 문을 닫았나 했더니, 건너편 건물에서 영업한댄다.

 

 그리고 똬뙇. 대리석 건물이 반짝반짝. 이것이 바로 호떡으로 지은 건물의 위용인가.

 

제법 넓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실내. 색색의 의자가 특히 눈에 띄었다.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두주 남겨둔 시점인지라 계산대 위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 있어 분위기를 돋운다.

 

 아침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호떡을 만드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아주머니들. 쉼없이 밀대로 반죽을 밀고 한줌씩 떼어내는 작업중.

 

그리고 여기는 그렇게 떼어낸 반죽을 팬 위에 넣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구워내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호떡 사진이 없는데,

 

기름기 하나도 없이 담백하고 찰진 게 맘에 들었다. 언제든 군산까지 먼 걸음할 일이 있으면 한번 찾아볼 만 한 듯.

 

 

한개 700원, 다섯개 3,000원이던가. 저렴한 가격인데도 번호표 뽑아가며 사람들이 호떡을 찾으니 저렇게 번듯한 건물을 지었겠지.

 

 

 

 

 

 

 

 

 

트리가 공간 한가운데 떡하니 자라난 까페, 잠시 앉아 노닥거리던 중.

 

문득 트리를 따라 펜을 슥슥 끼적거리다가 장난삼아 엉성한 트리 하나 완성.

 

 

 

아무래도 벽면의 이 장식이 가장 맘에 드는 까페.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와 세팅을 이리저리 조정해가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 보기도 하고.

 

 

 

송글송글 피어오른 잎사귀를 얼마나 블러블러하게 표현해야 이쁘려나 화분 하나 갖다놓고 이리저리 찍어보기도 하고.

 

 

 

@ 커피와 사람들.

노란 반딧불이같은 꼬마전구가 노란불빛으로 터널을 만들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색색의 휘황한 나무와 수풀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매년 12월부터 2월까지 열리는 '오색별빛정원전'의 풍경이다.

겨울해가 지는 걸 지켜보면 늘 마음이 조급해진다. 차라리 깜깜해지고 나면 맘이 놓이는 석양과의 경쟁. 가평 축령산

계곡이 스물스물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걸 보며 달려간 아침고요수목원, 입구부터 범상치 않던.

입구에 들어서니 사슴 두마리가 반긴다 싶더니, 한 녀석은 빨간코 루돌프인 듯 하고, 다른 한 녀석은 '원피스'의

쵸파처럼 목덜미에 커다란 리본을 매고 있다.

가녀린 미성으로 불렸던 '마법의 성' 가사가 떠오르던 빛무리들이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속

멀리 그대가 보여..어둠의 장막에 빛으로 드리워진 터널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릴 법한 색색의 반짝이는 구슬과

별모양, 눈꽃모양 장식들이 아낌없이 달렸다.


10만평에 이르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주요 정원,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하경정원, 하늘길을 지나 달빛정원에 있는

수만그루의 잘 생긴 나무들과 그 나무 형체 그대로 빛으로 되살아난 풍경을 보려면 생각보다 많이 춥다. 다행히도

길목 곳곳에 땔나무를 피워올린 연통 꼽힌 난로가 있어 사람들이 열을 보충하곤 떠날 수 있었다.

참 이쁘다는 말 밖엔. 원체 나무가 이쁘고, 그 나무의 수형과 수세를 잘 살려서 전등을 감아놓은 덕분이다. 다만 하나,

저렇게 전등을 칭칭 감아두면 나무들의 동면과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들은 거 같은데 괜찮으려나 싶었다. 아무래도

수목원 측에서 알아서 잘 했겠지 싶긴 했는데, 나중에야 '오색별빛정원전' 팜플렛에서 관련내용을 찾았다. 옮겨보면,

"LED는 일반전구와 달리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전구로,

일반 전구에 비해 점등시 발생하는 발열량도 적어 월동에 들어간 식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걱정스럽긴 하다. LED 조명으로 '열'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 하나는

'빛'일 텐데. 이렇게 강한 불빛이 밤 늦게까지 나무에 작열하고 있다는 건. 아, 정원전의 점등시간은 대충 밤 9시까지.

토요일의 경우는 10시까지 점등하는데, 그 정도면 그래도 나무와 인간간의 '타협점'이랄 수 있으려나.

수목원의 핵심부에 있는 대표정원, 하경정원에 들어서는 입구. 사실 말보다 사진으로 전해야 하는 공간이다.

높고 낮은 키의 나무들이 온통 색색으로 물들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슨 동양화에서 볼법한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들이 둥실둥실 떠있기도 했고, 사람들은 몇 걸음 걷다말고 이내 사진찍기에 몰두하던.


특히 인상적이던 나무 한 그루. 시커먼 어둠 속에서 제 색깔을 잃어버린 나무에 빛으로 제 옷을 입혀주었다.

게다가 형광색의 소담한 열매들까지 주렁주렁.

하경정원의 전경들. 나중에는 살짝 눈이 어른어른해질 정도로 아낌없이 화려하고 호사스런 빛의 향연.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해 무작정 쳐들어간 초화온실. 빵빵한 온풍기가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금세 몸이 녹고 나니

주변에 꽃과 풀들, 초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태세를 정비하고 진입한 하늘길. 풍등이나 청사초롱처럼 만들어진 불빛이 굽이길을 따라 사람들을 인도했고,

잠시 후에는 불빛들이 모여 만들어진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그리고 튼실해 보이는 말 한마리가 나타났다.

원래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기간에는 이 곳 하늘길 좌우로는 튤립이나 계절별로 화려한 꽃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생화들 대신 꼬마전구로 만들어진 서양란 같은 화려하고 커다란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하늘길의 끝에서 이어지는 달빛정원. 쭉쭉 곧게 뻗어올라간 나무들을 따라 담쟁이덩굴처럼 불빛들이 얽혔고,

신비로운 불빛을 타고 올라가던 기운이 뿅뿅, 터지듯 저 높은 가지 끝에서 열매로 맺혔다. 사방에서 새들이 날고

기린이니 코끼리니, 동물들이 열지어 선 가운데 천사가 지키고 있던 새하얀 작은 교회가 저만치 보인다.


교회를 지키고 선 천사들. 사방으로 새가 날고 별이 빛나는 풍경이 굉장히 몽환적이기도 하고 신비롭다.


돌아내려오는 길, 달빛정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노랑색 천사들을 지나는데,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어느새 토요일의 폐장 시간인 10시가 가까운 시간, 오히려 아까보다 바람도 덜 불고 덜 추운 거 같은데 아쉽..

돌아나오는 길. 크리스마스 즈음에 왔어도 정말 분위기 좋았겠다. 이런 수준의 조명이라면, 작년 연말의 심심했던

서울 도심의 루미나리에들 백개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

나오는 길목에서, 한참 눈길을 붙잡던 나무 한 그루. 당당하고 의연하며, 그러면서도 살짝 소슬해보이는.

아침고요수목원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돌아본 수목원의 앞모습. 요모조모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불빛들이 눈을 감아도 계속 반짝반짝거리는 느낌.
 






정동길을 걷다가 만난 이쁜 까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렇게 소담한 눈송이가 창문 가득

내려앉은,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 음악만 조용하게 속삭거리던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막 시립미술관에서부터 숭례문까지 한바퀴 걸었던 참이라 조금은 차가워졌던 손과 발이 금세 따뜻하게

화색을 되찾고, 카메라를 끄집어내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1.5층 쯤으로 된 곳에도 손님은 하나도 없고, 우리가 앉은 1층에도 역시. 저쪽 너머엔 박기영의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몰렸는지도 모르겠다.

카페 모카. 새삼스레 재발견한 카페 모카의 달콤함이란.


창밖으로 기와가 얹힌 돌담도 보이고 하얗게 번지는 가로등도 보이는가 하면, 건물 앞 나무를 피해 움푹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된 캐나다 대사관의 나무 외관도 보인다. 눈꽃들을 경계로 살짝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바깥 풍경과

겹쳐서 보이는 이쪽의 포근하고도 따스한 주홍빛 조명과 실루엣들.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의 새빨강 무더기들은 실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울방울 옹송그려

말려붙은 털실뭉치같은 게 보이는데 그게 꽃이란다. 가뜩이나 풍토가 맞지 않는 한국의 겨울을 버티느라 힘들 텐데

다음번에 가도 그대로 있음 좋겠다. 언제고 정동 쪽을 돌아볼 때 꼭 다시 함 가보고 싶은 곳.

9월 17일, 18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유키 구라모토의 콘서트. 매년 크리스마스에 한국을 찾아 콘서트를

여는 그가 이런 계절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in a beautiful season'.


그의 음악을 처음 알았던 건 중고등학교 때, 광화문 교보문고 옆 즐겨가던 뉴에이지 샵이랄까, '책방 정신세계'란

곳에서였다. 피라밋이니 펜듈럼이니 수정구니 범상치 않은 물건들을 팔던 그곳에서 틀어주던 노래는 대금산조,

명상음악, 그런 류였는데 여느 때처럼 바닥에 철푸덕 앉아 이책저책을 읽던 어느 날 유키 구라모토를 만났던 것.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씨디도 사고 그러다가 한동안 잊혀졌던 유키 구라모토를 다시 만났다.

닥스훈트를 연상시킬 만큼 몸통이 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무려 30여곡 가까이를 연주하던 그와의

두시간여에 걸친 조우. 떠듬거리는 한국어로 곡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해주고, '한국어 어려워요'를

연발하면서도 경쾌한 재기발랄함과 센스있는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공연은 꽤나 유쾌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의식이랄까, 테마는 바로 이것.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이것저것 앞뒤를 재지 않고, 미래를 앞서 걱정하거나 과거가 따라와 방해하도록 틈을 주지 않고,

여하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후회없이.


그의 콘서트에서 연주된 곡들이 삼십 곡에 가깝긴 했지만 일년에 앨범을 하나씩 발매하고 있는 그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감안하면 실제 내가 기억하고 있고,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는 음악은 역시나 적잖은

시간의 세례를 거쳐 검증된 곡들이다. 특히나, Lake Louise...첫 소절을 듣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그리고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서 특히 명성을 쌓는데 일조한 Romanc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editation..등등 이날 콘서트에서 연주되었던 곡들 중에서 구할 수 있는 클립은 전부 긁어왔다.













초콜릿 박물관에 이르면 가장 먼저 그 초콜릿 색깔의 독특한 건물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놀다가 제주시로 올라가는 길에서야 비로소 이전부터 꼭 들르고 싶었던 그곳, 초콜릿 박물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세계에 산재한 '초콜릿 박물관'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사실

압구정에 있는 '샤또 쇼콜라' 초콜릿 전문점에서였다. 밀크나 유지방이 텁텁하게 들어간 네*퀵 류의 초코

음료가 아니라 제대로 된 맛이 나는 진짜 초콜릿 음료가 맘에 들었고, 그제서야 제주도에 언젠가 왔을 때

눈으로 슥 훑었던 지명 하나가 떠올랐다. '초콜릿 박물관'.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입장하기 전부터 뭔가 시선을 붙잡는 것들이 많았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초콜릿 빛깔의

판타지스러운 성같은 본관 건물이 그랬는데, 저 색깔은 제주도 특유의 화산석인 '송이석'으로 건물을 지은

덕분이라 하니 왠지 초콜릿과 제주도는 은근 궁합이 절묘하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카카오 열매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있는 카카오의 신님. 신이라기보다는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비밀'에 나오는 움파룸파족같은.

이곳이 어떻게 2010 '세계 10대' 초콜릿 박물관 중 하나로 선정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에는 이곳의 초콜릿을

만드는 전 공정이 보여지는 작업장과 각종 초콜릿 아트 갤러리가 눈을 끈다고 되어 있다. 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트롤리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 이건 박물관을 돌아보는 동안 못 보고 말았다. 여하간 중요한 건, 이곳에서

초콜릿을 직접 만들고 있을 만큼 애정도 깊고 열정도 대단한 개인이 이런 박물관을 만들어내었다는 것.

초콜릿의 맛에 영향이 있을까봐 전구역에서 엄격한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

햐아. 건물 안에 들어가서 저 안에 초콜릿에 대한 무슨 내용들이 꽉 차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건물 자체를 좀더 즐기고 싶은 맘이 큰 거다. 초록빛으로 싱싱한 잔디밭과 드문드문

여유롭게 놓인 테이블도 그렇고. 초록색과 초콜릿색의 뚜렷한 대비가 웬지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어렸을 적 읽었던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비밀'이란 소설에선 그야말로 어린 아이의 상상력과 식욕을 마구

자극하는 온갖 기기묘묘한 초콜릿들이 등장했었다. 그렇지만 그 다채로운 초콜릿의 향연 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이었던 건 아랍의 어느 왕자를 위해, 단단한 초콜릿으로 성을 만들고 안의 인테리어도 전부 초콜릿으로,

심지어 초콜릿으로 만든 수도꼭지를 틀면 마시는 초콜릿이 나오게 했다던 전설 같은 이야기. 이 성이 딱 그렇다.


마구 신나서는 건물을 사방에서 요모조모 뜯어보기도 하고, 잔디밭을 여기저기 찔러보며 걷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잔디밭 위에서 펄쩍펄쩍 뛰어보기도 하고. 완전 신난 기분이 그대로 찍힌 듯한 사진 한장.

아마도 이제 슬슬 저 안에 뭐가 숨어있을지 궁금함이 극에 달한 시점, 초콜릿 박물관 입구를 향해 달음박질하던

참이었던 거 같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건 중세 유럽의 완전무장한 철갑주의 기사. 한손엔 가문의 문양이 그려진 방패를 쥐고,

다른 한손엔 칼을 쥐고 초콜릿 박물관을 수호하고 있었다. 뭔가 그 기세만으로 따지면 십리 밖에서 바람타고

넘어온 극미량의 담배연기조차 쫄아서 발걸음을 돌릴 듯.

철갑의 기사를 지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바로 카카오. 하얗게 속이 꽉 차 있는 카카오는 아직 익지 않은 카카오로

녹색의 껍질을 두들기면 둔탁하고 속이 찬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 카카오는 최고 품질의 초콜릿을 만들 때 쓴다는

크리올로(criollo) 종이라고.

4-5개월 쯤 지난 카카오. 아직 조금 덜 익어서 껍질의 색깔은 노랑색을 띄고 있지만 크기는 약 20센티미터나

되고 무게도 500그램 가까이 된다고 하니 얼추 모양새는 잡힌 셈이다.

 

그렇게 익지 않은 카카오가 한 6개월 지나면 껍질이 불그스름하게 바뀌고, 두들기면 속이 비어있는 맑은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달고 신 맛이 나는 작은 씨가 삼사십개 들어있는 익은 카카오의 모습. 저 씨를 가지고 여러모로


가공해서 만드는 게 일반적인 초콜릿의 제조 방법이라고 한다.

걸음을 뗄라 하면 금세 새로운 뭔가가 발길을 붙잡는다. 입구에서부터 걸음을 떼놓기가 쉽지 않을 만큼

풍부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갖고 있다는 느낌. 입구 천장에 그려진 그림과 카카오 나무 화분이

묘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3D 입체영상처럼 창세기의 한대목을 재연해 냈다.

최초의 초콜릿은 지금과 같은 딱딱한 판형이나 응고된 형태의 모양이 아니라 마시는 형태였다고 한다.

고대 중앙아메리카대륙에서 처음 시작된 '마시는 초콜릿'은 이후 대항해시대에 유럽으로 건너가며

왕실이나 귀족층의 고급 음료로 큰 인기를 끌며 점차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그래서 현재까지도 멕시코나 중남미에서는 전통으로 내려오는 도구들을 동원해 마시는 초콜릿을 일상에서

즐겨마신다고 하는데, 그들의 조상은 무려 기원전 십여세기 이전으로 올라가는 시절부터 그렇게 가까이에서

카카오 열매를 활용한 음료를 즐겼다는 거다. 심지어는 종교의례에까지 가미되어 제사장의 피와 카카오를

섞어마시는 일도 있었다니, 뭔가 하늘과 땅을 잇는 신비의 음료라고 생각했는지도.

그렇게 초콜릿에 대한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피고, 어떻게 유럽을 거쳐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수많은 전시물들과 설명을 지나, 초콜릿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는 Q&A 공간이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사실도 있었고, 전혀 처음 듣는 사실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것들 몇개만.

Q. 초콜릿은 여드름을 유발하나요? A. 아닙니다. 유발하지 않습니다.

Q. 초콜릿은 최음제의 역할을 하나요? A.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음..딱 떨어지는 답변은 아닌 거 같아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뭐 아즈텍의 왕들이나 카사노바 등이

많이 먹었다니까 나도 많이 먹어야겠다..가 아니라, 많이 먹여야겠다, 가 맞으려나 그럼? 여하간.


과학적인 뒷받침이랄까, 카카오는 다양한 흥분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익히 알고 있는 카페인,

근데 이게 카카오에 들어잇는 줄은 몰랐고. 테오브로민과 테어필린이란 흥분제 성분도 있다고. 물론

다른 설명에 나와있듯 초콜릿의 성분이 마약같은 중독에 이르려면 몸무게 60킬로그램의 성인이 하루

11킬로그램씩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니 과히 걱정하거나 유의할 수준은 아닌 거 같다.

그렇지만 박물관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공간은 바로 이곳, 크리스마스 룸. 방 전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데다가, 온갖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그득하게 채워져있고 크리스마스 케잌을 꾸미거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음직한 초콜릿류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던 거다.


심지어 푸른 잔디밭이 창밖 가득 펼쳐진 유리창 위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다가,

누구라도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 무늬가 귀엽게 박혀있는 테이블

보까지.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때였지만 이 방만은 유독 사람들이 몰려서 떠날 줄을 모른 채 사진찍기에

열중하고 있더라는.


케잌 장식에 사용되는 각종 초콜릿과 설탕 공예 작품들, 그리고 이런저런 초콜릿 브랜드들이 판촉에 나서며

만들었을 장난감들까지도 저렇게 많이 수집해 놓았다. 근 30년동안 전세계 천여개에 가까운 초콜릿 샵을

돌아다니고 백여개가 넘는 초콜릿 공장을 방문했다는 박물관장의 열의 앞에 새삼 감탄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녹인 초콜릿을 부어 형체를 만드는 몰드. 돼지니 원숭이니, 심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복잡하고

커다란 것에 이르는 수십개의 몰드가 유리장 안에, 벽면에 열지어 늘어서 있었다. 실제로 여전히 초콜릿을

만들 때 쓰이기도 한다는 이 몰드들도 유래한 나라의 문화와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니

주화나 지폐, 우표처럼 꽤나 의미있고 흥미로운 수집목록이 되는구나 싶다.

초콜릿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 중에, 그리고 초콜릿 브랜드 중에 '고디바'를 빼놓을 수는 없는 거다.

자신의 백성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려는 성주에게 선처를 호소하던 젊은 고디바 부인이, 옷을 벗고

말을 탄 채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성주의 삐뚤어진 요구에 그대로 응하였다던가,

그대로 행한 부인의 결심도 대단하지만 그때 문과 창을 모두 걸어닫은 채 그녀를 지켰다는 마을 사람들

역시 대단하긴 매한가지다. 아름다운 이야기에 걸맞는 맛과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고디바.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그런 유서깊고 정평난 초콜릿 브랜드가 생겨날까. 한국인에게 초콜릿은 꽤나 새롭고

낯선 음식이었을 거다. 한국전쟁 때 미군으로부터 받아먹은 초콜릿 한 조각의 기억이 무한히 재생되는가 하면

그 이전 명성황후가 초콜릿을 좋아했다는 기록은 수입품으로 그녀의 눈을 홀리려던 일본의 계략이었다느니

그런 악의적인 해석이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세계 10대 초콜릿 박물관에 들어가는 수준의 박물관이 한국에 있다는 건 정말 놀랍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일천한 역사를 딛고서 순전히 박물관장의 개인적인 열의와 노력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 그리고 초콜릿 제조에 대해서도 세계적 수준으로 훈련받고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계속해서 이 곳이 발전해 나가 나중엔 '고디바'와 같은 명성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유리벽 너머 작업장에서 초콜릿 만들기에 열중한 저들의 손놀림과 눈빛을 보니 더욱.

초콜릿 제조실 안에는 초콜릿 품질 관리를 위해 절대 관람객들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다지만, 따뜻하게 녹여진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유리벽 너머까지 침투하기가 거침이 없다. 달달하고 사랑스런 분위기.

좀 뜬금없지만, 아~ 이래서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구나, 단번에 납득하고 말았다.


순수 초콜릿으로만 제작되었다는 수공예품들. 신데렐라, 곰돌이 인형, 에펠탑 등등이 한쪽 코너를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꼼꼼이 살펴볼수록 그 정교함이나 세련된 터치에 감탄하고 마는 것들이었다.

저런 건 아까워서 먹을 수도 없다지만 그 짙고 먹음직스런 초콜릿색깔과 향기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전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고급 초콜릿 선물박스들을 모아두었던 곳에도 볼 게 참 많았다. 비운의

다이애나비를 추모하는, 혹은 그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초콜릿 박스도 인상적이었고, 오즈의 마법사

오리지널 버전인 듯 보이는 캐릭터들이 그려진 양철가방 모양의 초콜릿상자도 재미있었다.

이 곳에서 만들고 있는 초콜릿들을 전시, 판매하는 샵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박물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마당 반대쪽에 온실같은 게 보여서 슬쩍 가봤더니 카카오나무를 직접 기르고 있는 온실이라는 거다. 아니,

한국의 기후에 카카오나무가 자라는 게 가능한가 싶어서 꼼꼼이 안내판을 읽었더니 역시 생육 조건은 절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겨우 싹을 틔우고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설명, 언젠가

'의지의 한국인이 키운 카카오나무에 달린 카카오빈으로 달콤한 초콜렛을 만들 그날'을 그린다는 마지막

문장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보통 20년 내지 30년 정도의 수령이 된 나무가 가장 좋다니, 그때쯤이려나.


돌아나오는 길. 사실 요새는 예전과는 달리 고급 초콜릿을 파는 샵도 많이 늘었고 수제 초콜릿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어난 거 같다. 그래도 아직 한국의 초콜릿 소비량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지만, 수천년 이래 인간에게 달콤쌉쌀한 맛을 전해준 초콜릿이 사랑과 열정, 도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거 같아서 다행인 거다.


사실 초콜릿이면 무조건 아리도록 달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처음에 99% 초콜릿이니

다크 초콜릿이니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원. 그런 점에서 이곳

초콜릿 박물관은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을 만끽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공간인 거 같다.

* 아, 그리고 하나 더. 보통 '초콜렛'이라고 많이 쓰는데 이 박물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초콜릿'

이라고 적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맞춤법 관련 규정을 확인하니, 놀랍게도 '초콜릿'이 올바른 표기.

많은 걸 배우고 돌아가게 해주는 제주 초콜릿 박물관이다.ㅋ




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지만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새해를 살고 있는 이맘때,

달라붙어있기는 하지만 딱히 쓰임이 없이 흔적처럼 남아있다는 맹장, 그 맹장처럼 살짝 무안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던 2010년의 남은 날들이 조금씩 소진되어 가면서 나름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2011년이라는 새해에 대한 압박은 매년 여전해서, 대체 이토록 정신없고 불안하기만

하던 2010년의 연장선상에서 2011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난 또 어떤 예기치 못한 갈래길 앞에

서게 될지 조금은 비장해지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하는 거다.



아마 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렇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 일단 올 한해의 할 일은 다 했다 싶지만 여전히 사람들 앞에 서있어야 하는

그런 부담감 혹은 멋쩍음, 얼른 창고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내년 이맘때까지 뭐하고 혼자 노나

싶은 막막함과 소심함이 휘감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거다.

호텔 불빛이 슬몃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괜히 같이 우울한 불빛을 내쏘는 듯한 트리의 그림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점점 고조되며 반짝반짝 터질듯 새된 목소리로 즐겁게 우짖던 느낌이

확 사라지고, 살짝 어두워~ 지는 트리는 왠지 2010년 마지막날을 아쉬워하는 듯.

여하간, 이 테이블과 쇼파, 그리고 등불까지 참 맘에 들더라는 뜬금없는 결론부. @ 코엑스인터콘.




12월 24일, 예상치 못했던 편지 한통이 집에 왔습니다. 실은 조금 예상은 하고 있었단 말이 맞겠지요, 방명록에

누군가 저희 집 주소를 물었었거든요. 그렇지만 뭐, 이렇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딱 맞추어 뭔가가 올 줄은

몰랐다는 이야깁니다. 주소를 저렇게 스티커형태로 프린팅하다니, 보내주신 분은 저보다 컴퓨터를 잘함에

틀림없습니다.

케잇히메님, 이렇게 손글씨가 이쁘신 분인 줄은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아마도 케잇사마로 추앙받고 있던 님을

히메로 정정해 불러드리는 것이 고마우셨나 봅니다. 어쨌거나, 따뜻한 이채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접니다.

헤~하고 벌어지는 편지 봉투는 풀칠로 마감된 게 아니라, 조그맣고 귀여운 스티커로 야무지게 마무리되었네요.

게다가 저 레이스까지 세심하게 붙여놓은 보랏빛 땡땡이 포장지는 어찌나 귀여운지요.

각각 벗겨놓고 나니 요런 것들이 나왔습니다. 2010년 캘린더와 정말 굉장히 이쁜 손글씨로 카드 한면을 빼곡히

채워주신 크리스마스 카드, 완전 가슴이 따땃해져버렸습니다ㅏ.

그리고 캘린더, 손글씨로 날려적은 듯한 숫자들하며, 삐뚤빼뚤한 줄하며 완전 제 취향이에요. 관공서에 걸릴

법한 딱딱한 글씨나 부릅뜬 눈알같은 숫자들 말고 아기자기한 게 말이죠. 감사합니다~* 케잇히메님, 새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서울=땡박뉴스) 이번 "건국60년 대한민국 봉헌을 위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이명朴統이 직접 산타 복장을 하고

5인조 그룹을 결성, 흥겨운 캐롤에 맞추어 춤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언제나

궁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려고 노력하는 이명박정부는 최근 들어 말바꾸기개그와 호통개그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여 국회에선 슬랩스틱개그를 유도하고 청와대에선 막춤개그를

선도하기로 결정했다.

본보가 발굴한 당시 영상을 보면 그 사지의 팔랑거림이 일견 경망스럽기 이를 데 없어 마치 사람잡는 선무당을

방불케 하나, 보면 볼수록 보는 사람의 심박수를 제압하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전언에 따르면 이명朴統은

춤사위를 펼친 후 격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대자연에 굴하지 않고 삽을 높이 치켜올린 태산같은 기개, 그리고

대다수 사람이 뭐라하건 자신의 길로 일로매진하는 신화적인 돌파력을 형상화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이교도연합회 알함브라 대변인은 "이명朴統은 하루라도 빨리 그의 타고난 神氣와 화해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명朴統의 총애를 받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똥아일보와의 구원을 풀고자 오보 개그를 연마중이라고

한다.




*                                       *                                       *

작년에 올렸던 거지만, 이 분이 국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선별적 재활용밖에 없다고 판단되어

다시 한번 올려본다. 그가 해온 일 중 가장 무해한 일이 아닌가 싶어서, 물론 사람에 따라 약간의 메스꺼움과

분노를 동반한 구토증을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휴가여서, 하루종일 강남과 종로, 시청쪽을 돌아다녔다. 역시나 올해도 시청 앞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꼭대기에 별이 아닌 십자가를 매달고 번쩍번쩍, 휘황하고 가로수 역시 온통 손톱만한 불빛들을 휘감은 채

무슨 열매처럼 눈송이 모양 불빛장식들이 주렁주렁하다.

어둠이 짙게 내려 나무의 형체는 쉬이 보이지도 않지만, 나뭇가지 끝까지 세심하게 잘 단도리해놓은 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나무 한그루가 어떤 형체인지 여실히 보여줄만큼 촘촘하게 해놓아서 더 이뻐 보이는 게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즈음한 연말 분위기를 내는데 빠질 수 없는 장식이기도 하고.


물론 한철만 지나면 전부 거두어질 '반짝 환경미화'이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작된 '루미나리에' 행사보다도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연말이면 나뭇잎을 잃고 앙상한 나무들이 불빛을 품는다고 여겼었다.

불과 몇 시간 전, 해가 떨어지기 전의 같은 장소. 삼엄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나무마다 허리춤에 전기설비

기구를 차고서는 온통 전기줄로 칭칭 동여매어져 있다. 시꺼먼 전선과 허여멀건 알전구가 나무등걸을 타고

가지마다 빼곡히 올라가는데, 무슨 벌레가 기어오르는 것처럼 징그러운 생각마저 든다.

나무마다 굉장한 품을 들였을 게 틀림없다. 한 그루 한 그루에 모두 전기 배선설비를 하고 나무 꼭대기쯤까지

전선을 돌려감아주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소모되었을까. 저렇게 전기줄로 칭칭 감긴 나무는

스트레스가 심각한데다가 조명으로 인해 야간에도 쉬지 못해 생장에도 적잖은 부작용을 끼친다던데, 연말

분위기를 꼭 저런 식으로 내야 하는 건가. 야경만 보고 만다면야 이뿌다고 치울 수도 있을지 몰라도, 벌건 대낮

발가벗겨진 저 나무들의 흉물스런 모습은 참아 줄 수도, 모른 척 하기도 쉽지 않다. 내가 오버하는 걸까.

무려 '전기위험'이다. 지금이 무슨 나무 전봇대를 세웠다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도 아니고-하다못해 그때도

죽은 나무줄기를 사용했다지만-잘만 살아있는 나무에 저런 식으로 고문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

정부는 '녹색'을 기치로 내건 정부 아닌가. 정부나 서울시청이나 간에 말이다. '녹색'을 이야기한다는 사람의

감수성이라면, 이런 거 불편하고 낯설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정부만 탓할 것도 아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즈음만 되면 거리 곳곳의 나무들이 몸살을 앓는다. 당장 광화문

인근의 까페니 음식점이니 호텔이니 주변 나무들만 봐도 그랬다.

나는 처음에 무슨 가시나무인가 했다. 이건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경악스럽고 경탄스럽게, 징그럽도록

세심하게 꼬마전구를 말아올린 거다. 아마도 밤에는 굉장히 이쁘겠지. 어둠 가운데 나무 한그루가 온전히

제 모습을 다 드러낸 채 둥실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것도 따뜻한 황금색 불빛으로.

그걸 위해 이렇게 뱅뱅뱅, 벌레들이 나무를 점령한 채 위로위로 좀먹어 들어가듯 전구와 전선은 나무

하나를 꼼짝없이 결박하는 거다. 징그럽고 추하다. 그리고 나무에게 미안하다.

작은 나무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게에서 마련한 트리용 나무인데 뭔 상관이냐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나무를 괴롭히고 백주대낮의 이미지를 흉물스럽게 해야 하는지, 한번 따져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될까 묻고 싶은 거다. '미감'의 문제라 하면, 단지 야경의 아름다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무 자체에 미칠

영향과 햇볕 아래 풍경의 아름다움까지도 함께 따져보자고 하고 싶다.

p.s. 집에 오는 길에 역삼역 근처에서 마주한, 최강의 나무 조명들. 건물을 둘러싼 나무들이 온통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마냥 이쁘다, 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이미 저 정도 조명의 밝기와 세기라면 일종의

공해라고 인정될 수조차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굳이 연말에 나무들에 이렇게 꼬마전구들을 칭칭 감아놓아야만 이쁜가, 하는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다들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생나무에 이렇게 야만적으로 괴롭히는 방법 말고

뭔가 낮에도 이쁘고 밤에도 이쁠 수 있는 그런 방식, 궁하면 통한다고 우선 이런 미친 듯한 조명에 대한 

거부감부터 생긴다면 새로운 방식은 고안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조명을 휘감고 있는 나무들, 여전히 이쁘게만 보이는가. 연말연시의 야경, '환경미화'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최소한 한번쯤 생각하는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




회사가 코엑스에 붙어있는 나로서는, 그다지 쇼핑몰 같은 곳을 굳이 돌아볼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실제로

캐널시티를 돌아보면서 몇몇 샵들이 조금 재미있기는 했지만, 커낼시티는 그냥 후쿠오카에 있는 조금 큰 쇼핑몰

정도라고 치고 다른 곳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몰 밖으로 나와 천장이 트인 공간에 서니 이미 캄캄해진

어둠을 배경으로 캐널 시티의 화려한 조명이 이뿌게도 붕붕 떠다니고 있었다.
때는 11월 말. 이제 슬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구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맞춤하게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런저런

태피스트리..라고 하던가, 그런 장식물들이 반짝거리는 조명에 둘둘 감긴 채 뭔가 특별한 광경을 선사하는

커낼시티의 거죽. 솔직히 내장은 그닥 신선치는 않았단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해 기분을 업시켜주는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면서 거죽이네, 내장이네 하고 있는 나는

뭔가 싶지만, 어쨌든 이미 작년 크리스마스는 지났고 올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엔 너무 멀단 말이다. 그러고

보자면 사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은 항상 느지막히 10시나 11시쯤부터 시작했었고, 눈뜨고 나서 느끼는 그

허망함이나 부질없음의 느낌은 마치 질긴 고기를 잔뜩 씹고 나서 잇새가득한 이물감 같은 것이었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이브가 최고. 뭔가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기에 딱 좋은 날짜란 말이다. 12월 24일.

한 켠에는 무대 장치도 되어있고, 뭔가 공연도 드문드문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내가 이곳을 거닐던 짧은

시간 동안에는 어디에서도 가슴뛰는 기타의 굉음이나 누군가의 호기로운 노랫소리 따위 들을 수 없었더랬다.

이런 건 참 비슷하달까, 상상력의 한계라고까지야 하진 않더라도. 코엑스몰이니 다른 복합쇼핑공간이니 하는

곳은 모두 노래짱 선발대회니 특별공연이니 하는 것들과 쇼핑공간을 융합시킨지 이미 오래인 거다.

이 것들은...어디서 봤더라, 뭔가 애니에서 봤던 듯한 캐릭터들이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게 없다. 그냥 단순히

디즈니 만화의 캐릭터를 갖다 쓴 거 같기도 하고, 우야튼 좀 맥락없이 세워진 이 녹색 동물들은 대체 크리스마스와

어떤 연관성이 있길래 저렇게 선물까지 잔뜩 받아가며 알바를 뛰고 있는 겐지.왼쪽 다람쥐 녀석 왠지 왼쪽 입꼬릴

찌그리고 쪼개는 게 기분나쁘다.

이거 자꾸 맘내키는 대로 쓰다보니 anti-Christmas의 기운이 강하게 뻗어나가는 느낌이지만, 정말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사라진지는 오래인 터..굳이 크리스마스 액세서리라고 생각지 말고 단지 이렇게저렇게 꾸며진 이쁜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저토록 후하게 보이는, '나는 관대하다'라고 창문모양 입으로 온통 외치고 있는 듯한 선물의 집은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고서는 쉽게 소화할 수 없을 유난스럽고 두드러지는 장식이긴 하다.

커낼 시티에서 맘에 들었던 것 중 하나, 마당이랄까 이 열린 공간을 걷다가 문득 예고없이 마주치는 분수대. 전혀

사람이 다니는 길과 구분되어 있지 않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 역시 바닥면과 같은 높이로 숨겨져 있어서

느닷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보면 왠지 유쾌한 장난질에 속아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몇 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그 트리들에 빨간 우산을 하나씩 들린 것처럼 조명이 서있다.

루돌프 사슴코 모양 시뻘건 불빛을 밝혀든 버섯 같은 조명등. 조금만 더 날카롭게 각도가 섰다면 붉게 달아오른

화염의 창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분수대와 더불어 커낼 시티에서 맘에 꼭 들었던 것 하나는, 바로 요 흡연구역이었다. 어렸을 적 우산을 두세개쯤

동시에 펼쳐놓고 조그마한 텐트를 치고 들어가 공간을 꼭꼭 여몄던 기억이 나게 만드는, 그런 왠지 비슷한 모양의

흡연구역. 저 동그란 천막 같은 곳에 들어가 담배를 피면 왠지 기분도 색다를 거 같다. 게다가 저 푸르스름한

간접 조명은 대체 어디서부터 쪼여지는 건지.

그러고 보니 난 커낼 시티의 후면으로부터 전면의 정문으로 역주행한 셈인가. 어쨌거나 커낼 시티를 한바퀴

관통하고 돌아보는 정문의 산뜻한 네온사인이 깔끔하다.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휘황찬란하거나 거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또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을 만큼 왜소하거나 너무 밋밋하지도 않고.

이건...커낼 시티를 떠나 텐진 쪽으로 걷다가 문득 마주쳤던 일본의 모텔 가격표. 혹시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랄 뿐.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요금체계가 좀 정교한 게 아닌가 싶다. 180분짜리 REST, 100분짜리 SHORT

TIME, 그리고 FREE TIME과 STAY. 요 두개 차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선홍색 꽃잎들이 미묘하달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