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을 걷다가 만난 이쁜 까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렇게 소담한 눈송이가 창문 가득

내려앉은, 그리고 무엇보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 음악만 조용하게 속삭거리던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막 시립미술관에서부터 숭례문까지 한바퀴 걸었던 참이라 조금은 차가워졌던 손과 발이 금세 따뜻하게

화색을 되찾고, 카메라를 끄집어내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1.5층 쯤으로 된 곳에도 손님은 하나도 없고, 우리가 앉은 1층에도 역시. 저쪽 너머엔 박기영의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몰렸는지도 모르겠다.

카페 모카. 새삼스레 재발견한 카페 모카의 달콤함이란.


창밖으로 기와가 얹힌 돌담도 보이고 하얗게 번지는 가로등도 보이는가 하면, 건물 앞 나무를 피해 움푹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된 캐나다 대사관의 나무 외관도 보인다. 눈꽃들을 경계로 살짝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바깥 풍경과

겹쳐서 보이는 이쪽의 포근하고도 따스한 주홍빛 조명과 실루엣들.


포인세티아. 포인세티아의 새빨강 무더기들은 실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 가만히 들여다보면 방울방울 옹송그려

말려붙은 털실뭉치같은 게 보이는데 그게 꽃이란다. 가뜩이나 풍토가 맞지 않는 한국의 겨울을 버티느라 힘들 텐데

다음번에 가도 그대로 있음 좋겠다. 언제고 정동 쪽을 돌아볼 때 꼭 다시 함 가보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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