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1년 9월 24일(토) PM 19:00부터

●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공중전화에서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어본 건 언제였던가, 문득 생각을 해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진 않았던 2007, 8년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통에 얼마였는지 좀체 생각이 안 나네요.


          요새 공중전화 한통에 얼마인가요??

             아시는 분들 중 초대장 바라시는 분들 댓글 부탁드립니다~*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 제공 : 초대장 5장 (당첨되신 분께는 오늘밤 자정 이전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 상해.

로밍해간 내 폰과 업무용 폰, 그리고 현지 폰까지. 세 개의 폰에 불빛을 환히 밝혀 놓고 사진을 찍어봐야.

제각기 3초면, 5초면, 전부 잠들어버렸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문득 휑해진 마음.
 
disconnected.




문득 울린 전화기, 시간은 새벽 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도 사무실과 행사장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버럭버럭할 기운 따위는 이미 엥꼬난지 오래. 행사장 세팅이 완료되려면 세네시까지 되어야 할 것

같아 이미 호텔에 방까지 잡아두고 다음날 입을 정장까지 챙겨온 채 행사장서 일하고 있던 참이었다.


전화기 너머 친구는 술이 잔뜩 올라있었다.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어메리칸 드림 따위가 아니라, 그냥 여기는

아닌 것 같아 사람답게 인정받으며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탈출한다고 했다.

늘 그시간쯤 술기운이나 하다못해 밤기운이라도 조금 빌어 느슨하게 전화를 주고 받는 녀석과 나인지라 다른

때와 달리 바짝 곤두선 내 목소리가 영 거슬렸나보다. 넌 뭐하고 있냐고, 일욜밤에 여태 일하고 있었냐고

묻는다. 오랜만에 오랜 친구와의 통화인지라 불끈 솟은 기운을 빌어 씨댕씨댕, 투덜거렸더니 이 녀석, 그게

너의 현실이다. 이런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넌 현실을 살고 있구나, 난 내가 사는 시공간이 어딘지도 모르겠다, 운운. 혀꼬부라지고

억지섞인 그건 분명 '꼬장'이었지만,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내가 살고 있다는 현실의 황량함과 각박함, 그리고

그가 살고 있다는 현실의 비현실성 혹은 다른 의미의 우중충함 때문에 뭔가 날카롭게 다가왔다.

12월 2일에는 상담회와 컨퍼런스, 6일/7일에는 또다시 국제컨퍼런스. 파스칼 라미다 웬디 커틀러다 나름

굉장하다는 사람들이 온 자리여서 영 정신사나웠던 거다. 게다가 여전히 자유무역만이 살길이라는 식의

교조적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였어서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었다. G-20정상회의로 이어지는 기간 내내, 아니

그 이후로도 계속 한국정부는 70년대 박정희식의 '수출입국', '자유무역만세' 따위 입장을 고수할 게 뻔하다.

외화내빈. 내수시장은 말라붙어가는데 대체 누굴 위한 무역인지. 언제까지 무역규모 몇 위네 얼마네 따위

숫자놀음으로 후발국 열패감을 위무할 건지. 어쨌거나 이게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나의 현실. 머릿속의 생각과

관계치않고 밥벌이를 위해 조직 내 부품으로 일하고 있는.

파직파직 조각나 버린 퍼즐들이 사실 딱 아귀가 맞아 떨어질 거라 믿는 건 딱 하나의 이유에 근거한다. 내가

얼마만큼 돈을 주고 산 거니까. 답이 나오는 퍼즐을 위한 대가로, 일정액을 지불했으니까. 그렇지만 실은 그

걍퍅한 자본주의적 마인드, 등가교환의 마인드는 대개의 현실에서 작용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 친구가 맞추고 있는, 혹은 맞추다가 말고 에이썅 안해, 이러면서 다시 흐트려버린 퍼즐이나, 내가 궁시렁

궁시렁대가면서도 어찌어찌 맞춰나가는 듯 보이는 퍼즐이나, 별로 답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는 그에게 비친 내 '취직에 성공한' 모습, 혹은 기타 이러저러한 것들에 비추어 자신을 보겠지만, 나 역시

그의 호방함, 여전히 꺽이지 않는 자신만만함, 그리고 지를 수 있는 용기, 그러저러한 것들에 비추어 나를 보고

있다. 그는 나를 통해 그에게 아직 안 갖춰진 것을 보고, 나는 그를 통해 나에게서 휘발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본다. 현실과 비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현실, 그리고 또하나의 현실이다. 각자도생중인 각자의 현실.

종종 세상이 장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뭐하나에도 진지한 열의가 생겨나지 않고, 그냥 엔간한 것 웃어넘기고

재미있는 경험했네, 이렇게 관찰하듯 딴 사람 이야기하듯 넘어갈 수 있는 때가 그런 때다. '재미있게'라는 말이

담는 경박함이 그런 장난스러움에서 나왔을 수 있지만 외부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바보같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반면 가끔 세상에 너무 몰입해서 산다 싶어 경계하게 될 때도 있다. 세상이란 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일들,

사람들, 그런 외부의 것들을 말함이다. 바보같다 생각하는 일이지만 어느 순간 문득 너무 깊이 발을 들였다

후회할 만큼 들어와버리는 경우도 있고 한발만 떨어져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바싹 붙어 생각한

나머지 쓸데없이 흥분하거나 맘상하게 되는 경우다.


회사 이야기, 일 이야기를 길게 쓰는 건 그 징조다. 바보같은 일에 너무 많이 에너지를 소모한 두세 주였다.

어쨌거나 그 친구에게 담날 전화해서 확인해 보니 미국은 안 간댄다. 그런 거다. 심각해지지 말고, 너무

진지하지 않게, 장난치며 놀듯이.




#1.

출장 중에 엠피쓰리 플레이어 이어폰을 잊어버렸다. 뱅앤올룹슨, 동생이 사다준 무지무지 비싼 이어폰을

어쩌자고 출장길에 덜컥, 가죽 케이스까지 곱게 들고 나선 건지. 출장 내내 찝찝하다가 확실히 분실했음을

돌아와 가방 다 헤집으며 찾아보고 확인한 뒤에야 꿈에 나왔다.


집에 굴러다니던 몇몇 이어폰들은 마침맞게도, 사무실서 일할 때 듣는다고 다 들고 간 참이었다. 그러다 하나는

빙빙 돌리다가 물컵에 빠져 맛이 가버려서 버리고, 다른 하나는 양쪽 다 끼고 일하긴 눈치보이던 차에 한쪽-

주로 왼쪽-만 끼고 듣는다고 아예 나머지 한쪽은 잘라내 버렸댔다. 덕분에 '애꾸귀'용 이어폰만 하나 남았다.


그래서 졸지에 벙어리가 되어버린 엠피쓰리 플레이어. 그 많던 이어폰은 다 어디로 가 버리고. 당장 출퇴근길에

자전거 달리며 목도리 날리며 깔아줄 BGM이 급하단 말이다.



#2.

전화기를 한달전쯤 바꿨나보다. 그 전에 쓰던 초콜렛폰이 근 5년 가까이 쓰다보니 버튼부분도 많이 상하고,

배터리도 반나절 버텨내고 있어서, 마침 모 통신계열사에 다니는 친구 덕에 꽁짜폰으로 바꿨다. 그러고 나니

한 가지 문제, 제조사도 다르고, 새 핸폰도 택배로 받은 터라 전화번호부를 어케 옮겨야 할지가 난감. 출장 중에

둘 다 들고 가서 시간날 때 옮겨볼까, 따위 택도 없는 생각을 하다가 걍 이래저래 한달째 냅두고 있다.


필요한 번호 하나씩 그때그때 입력하고, 모르는 번호-전화번호 따위 외우지 못하니-뜨면 어버버, 하다가

욕 감사히 쳐듣고는 번호 하나 입력해놓고. 그런 식이다. 근데 그것도 며칠 지나고 나니 뜸하다. 아...이렇게도

인간관계가 좁았던가. 그 전 핸폰에 저장되었던 근 칠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뭐, 아무 통신사 서비스센터에 가면 바로 옮겨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귀찮기도 하고 급하지도 않고 해서

언제나 백업할지 모르겠다. 어쩜 이대로 쭉 갈지도. 의도치 않은 상황에 의도 한 스푼을 얹어 인간관계 리셋..?



#3.

카이로를 거쳐 사우디 즈음, 같이 갔던 점잖은 사장님 한 분이랑 룸메이트였는데, 현지 시간 새벽 세시에

한국에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으셨다. 비몽사몽 간에 문득 들린 허억, 숨 넘어가는 소리와 남자가 낮게 흐느껴
 
우는 소리. 부친상이었다. 아마도 누군가 돌아가셨음을 전해듣는 순간에 함께 했던 건 지각이 생기고 나선

처음인거 같다. 번쩍 잠이 깨서는 덩달아 경황도 없고 먹먹하고..그랬다.


실무적인 일들은 그때부터. 바로 돌아가는 비행편 챙겨드리고, 남은 짐 챙기는거 도와드리고 출장 뒷마무리도

챙겨드리겠노라 다짐하고. 번쩍 잠이 깼었지만 이내 다시 가물가물, 죄송스럽게도 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을 설치고 나서 담날부터 감기기운이 픽 왔댔다. 열도 나고 기침도 심하고, 어지럽고.


인천공항에 들어서며 검역대에 놓인 열감지기 앞에서 괜히 설설 걸으며 기침도 두어번 했지만,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제길. 알고 보니 요새 신종플루는 열이 꼭 37.8도까지 오르지 않아도 맞다던데 왜 나를 잡지

않았을까. 기침은 여전하고, 몸은 뻑적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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