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부의 국립공원 휴양지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 자그마한 섬의 무게중심쯤에 있는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코발트빛 바다.

 

하루 300바트짜리(약 11,000원) 스쿠터를 대여해서 거의 산악 오토바이 수준으로 역동적인 코스를 내달린 후에

 

도착한 뷰포인트, 사실은 섬의 남단까지 가보려 했지만 비포장의 산길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제법 높은 지대까지 올라와서 자그마한 섬이 온통 눈 아래, 게다가 이런 각도로 굽어보니 바닷물 빛깔도 훨씬 깊고 푸르다.

 

돌아오는 길에 섬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비치를 하나씩 돌아보며 쉬엄쉬엄, 음료도 마시고 바다도 보고.

 

저 서양 아저씨는 바다를 바라보며 태극권을 하는 듯 한참동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모래보단 돌로 이루어진 해안인 듯, 잠시 앉아서 코코넛 주스를 홀짝홀짝.

 

꽃과 양산으로 장식된 코코넛 열매엔 물이 그득 담겨있었고, 하얗고 탱글한 젤리 역시 두껍게 붙어있고.

 

해변에선 어느 서양인 커플이 영화를 찍고 있는 중.

 

해안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로 올라가는 길, 정글 한가운데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24시간동안 빌려서 열심히 타고 다닌 125cc 혼다 스쿠터. 기름은 일단 만땅 채워주던데, 섬 내부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절반도 채 닳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골목 어귀에선가 만났던 용 그림. 화려한 색감의 용 두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지키고 섰다.

 

동쪽 해안가에는 방갈로나 값싼 숙소가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런 숙소들을 가리키는 표지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

 

 

 

둥근 홍등이 주렁주렁 내걸린 장대들이 맥주병이 놓인 테이블들 사이에 가로수처럼 불을 밝혔다.

 

 

몇걸음 내딛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 파도랑 놀다 온 사람들이 물을 뚝뚝 흘리며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자그마한 해안 모래사장 곳곳에 색색의 조명들이 불을 밝히고 한줌의 사람들을 꼬드기는 시간.

 

 

 

순식간에 까맣게 불살라진 하늘 아래 점점 휘황찬란한 느낌으로 번뜩거리는 노랗고 붉은 등불들.

 

 

태국 꼬싸멧의 북부해안,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아예 헐벗은 비포장도로길을 짐가방 돌돌거리며 걷는 참이다.

 

적당히 따끈한 햇살, 그리고 오른켠에 계속 따라오는 맑은 청록빛의 바다 덕에 마냥 기분좋게 걷던 길.

 

드문드문 뭉텅이 져 있는 건물들엔 이미 휴양이 한참이다. 휴양지의 로망 해먹을 매달고 까무룩 잠든 사람 아래선

 

서늘한 시멘트 바닥에 최대한 몸을 밀착한 채 널부러진 백구 한마리가 동반 수면중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제단이랄까 자그마한 불당이랄까. 이번 여행동안 다치지 않고 즐겁기를 빌어본다.

 

당장은 묵기로 한 리조트까지 짐가방을 무사히 끌고 가는 게 급선무.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늑하고 살짝 럭셔리한 리조트의 느낌들. 꼬싸멧의 동쪽 해안은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고

 

서쪽 해안은 고급 리조트가 하나 있다더니 북쪽은 이제 슬슬 뭐가 생기는 참인 듯 하다.

 

 

 

중간중간, 저런 데서 늘어지게 앉아서 커피 한잔이던 맥주 한잔 하면 딱 좋겠다 싶은 레스토랑 겸 바들이 보이고.

 

 

싱싱하게 피어오른 붉은 꽃이 더없이 화려하다 싶은가 하면, 돌돌 말뚝을 감고 올라선 푸른 잎사귀는 그야말로 남국 스타일.

 

 

어느 허름한 가옥 앞에 붙어있던 팔괘거울. 무협지에서나 혹은 강시와 영환도사가 등장할 법한 영화에서 보일 듯한 아이템.

 

조그마한 섬에서 움직이는 방법은 용달차처럼 생긴 택시인 '썽태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300바트에 약 11,000원(2013. 2월 기준)이니까 보통 하루에 300바트하는 스쿠터는 대여료가 꽤 싸다. 그리고 재미있다.

 

 

곳곳에 있는 부두들, 그리고 자그맣게 펼쳐져 있어 마치 개인 모래사장같은 해변들.

 

꽃잎들이 겹겹이 포개져서 붉은 하트를 만들었다.

 

 

방갈로나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들은 으레 이런 시원한 그늘막을 마련해두고 사람들을 뒹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오토바이 주차장 옆에 있던 자그마한 경비 초소..랄까나 사무소랄까나. 누런 선풍기 날개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숙소. 삼십분 동안 휘적휘적 걸으며 사진찍으며 온 거 치곤 꽤 금방 와버린 느낌이다.

 

애초 가이드북도 없이 그냥 꼬싸멧까지 오는 길, 그리고 이 곳만 아고다 통해서 예약했으니 이제부터 휴양.

 

 

 

 

출퇴근길, 검은 정장에 검은 바이크를 몰고 다니는 건 언젠가부터의 로망이 되고 말았었다. 출퇴근 이외의

주말이라거나 노는 날 서울 시내를 가볍게 바이크로 드라이브하는 것 역시 말할 것도 없고. 다소간의 우여곡절과

주변으로부터의 드라마틱한 허락 절차를 거쳐 이제야 공개하는 내 두번째 바이크이자 현재 라이딩중인 애마.

HONDA의 ZOOMER다.

나름의 드레스업을 거쳐 세차까지 싹하고 나선 사진을 찍었다. 어디선가 사진을 보고서 한눈에 반해버렸던

혼다의 줌머. 50CC바이크라 순정상태에서 최고속도는 60km/h정도라는 게 거의 유일한 단점인 거 같다.

카울이 최소한으로 남은 채 철제 프레임이 겉으로 드러난 독특한 바디도 매력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오밀조밀

잘 맞아떨어지는 디자인 자체가 역시 혼다구나 싶은 거다.

튜닝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스피드업을 원하는 분들은 애초 프레임이 드러나 있는 줌머란 모델 자체가

자유로운 튜닝의 여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모델이라고 하지만, 애초 기계류와 가깝지도 않고 메카닉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이나 부지런한 관리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터라 튜닝은 아직까지는 전혀 생각이 없다.


다만 번호판도 안 달려있고 정말이지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그야말로 순정상태의 줌머를 구해온지라 약간의

드레스업은 필요하겠다 싶어서 네모박스 모양의 카울 양쪽에 혼다 발광스티커 붙여주고, 패션번호판으로

고심해서 고른 체게바라 번호판 붙여주고, 뒷휀다쪽에 노터치 경고스티커 붙여주고 끝.


아니다, 카울 위에 붙어있는 혼다 마크, 그 위로 약간의 생채기가 나있길래 거기에도 스티커 하나 붙였구나. 해골마크.

사실은 왠만하면 탈것이니만치 신품을 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혼다의 줌머는 2009년인가를 끝으로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모델인지라, 채 일만킬로미터도 달리지 않은 2007년형 모델을 고르고 골라서 산 것.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이유는 줌머의 연비나 이산화탄소배출량이 일본의 가혹해진 기준을 맞추지 못해서라고 얼핏

들었는데, 줌머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30Km, 정속주행시 75km라던가. 측정결과 대충 리터당 35-40km 나오는 듯.

그리고 중고로 업어와서 무브볼이니 벨트니 에어필터 삼종세트 갈아주고 나서는 잔고장없이 잘 타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자전거도 마찬가지지만 바이크 타기에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인 거 같다. 일단 바이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배달하시는 분들이나 아이들이 워낙 엉망으로 타고 다녀서 굉장히 안 좋은데다가, 기후 역시도

춥거나 덥거나 비오거나 눈오거나. 그에 더해서 도로 사정도 딱히 좋지 않은 거 같은 게 강남의 테헤란로조차 쉴새없이

파헤치고 임시로 덮어놓고 철판을 깔아놓고 하여 아무래도 바이크 운전에 적잖은 장애가 되는 거다. 때로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움푹 파이거나 잔뜩 턱이 생겨있는 도로란 참.


드레스업하기 전에 몇 장 찍어뒀던 것도 올려보자면, 정면 아래측에서 올려본 모습. 가뜩이나 조그맣고 높이도

낮은 바이크를 올려보고 찍느라 허리가 뿌사지는 줄 알았다. 근데 두개의 부리부리한 헤드라이트가 참 이쁘네.

순정 그대로의 모습. 출퇴근길에 정장 입고 탈 생각만 아니었다면 사실 검정색 말고 펄이 약간 들어간 파랑이나

아니면 샛노랑 혹은 하양색을 원했을 텐데, 어떤 옷차림이든 소화가 가능한 건 역시 검정이다.

드레스업 이전의 모습. 그러고 보니 전후좌우 골고루 빠짐없이 잘도 찍어놓았다.

타다 보니 정말, 연비좋고 잔고장없고 조용하고 가볍고 작아서 점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건

역시 60km에서 끊겨있는 속도계처럼 제한적인 속도..한강다리 위를 건널 때 맞바람이라도 맞으면 아무리 땡겨도

50전후에서 헤멘다거나, 오르막길이 좀 경사가 있다 하면 40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라거나 하는 50cc 자체의 한계.

게다가 조작이 너무 편하다는 것도 가끔은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 같기도. 매뉴얼 바이크로 시작한 탓이겠지만.


그래서 실은, 이걸 세컨드 카로 하고 125cc 이상의 출력이 나는 매뉴얼 바이크를 한대 갖고 있음 최고의 조합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뭐 올해는 이미 바이크 시즌 오프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이대로.


줌머의 실제 사이즈를 견주어 보기에 좋은 사진. 자전거랑 비슷한 높이에 그리 크지 않은 체구.



 
혼다 줌머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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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 AF69E형 49cc 수냉 4스트로크 단기통

최고출력(ps/rpm) : 4.2ps / 8,500rpm

최대토크(kg*m/rpm)) : 0.41kg*m / 5,500rpm

점화방식 : CDI식 배터리 점화

연료공급형식 : PGM-FI(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시동방식 : 셀 스타터식 (킥식)

변속방식 : 무단변속식

전장 : 1860mm

전폭 : 735mm

전고 : 1025mm

휠베이스 : 1265mm

서스펜션(전/후): 텔레스코픽/유니트스윙

브레이크(전/후): 기계식 리딩/트레일링

전장 : 1,860mm

전폭 : 735mm

전고 : 1,025mm

휠베이스(축간거리) : 1265mm

시트고 : 735mm

지상고 : 145mm

차량중량 : 87kg

건조중량 : 84kg

승차 정원 : 1명

연료 탱크 용량 : 4.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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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달리다 문득 내다 본 하늘. 사방으로 종횡하는 고가도로와 때마침 머리 위를 지나려는 육교, 그 위에서

흰색 솜뭉치들을 흩뿌려놓은 하늘.

우. 브리즈센터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잡은 그녀의 입에 말풍선을 달아준다면 딴 한 단어. 우♡

단수이로 달리던 길, 어느 다닥다닥한 건물이 비탈을 이루고 있었다.

유난히 새파란 하늘, 오토바이들이 길 앞으로 분리된 좁은 도로 양쪽을 틀어쥔 건물들의 압박.

기차가 지나가는 어느 길목. 어렸을 땐 늘 집앞에 기차가 지나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요새도 변함없는 생각.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하던가. 나라마다 다른 특징을 좀더 선명하게 잡았어야 했는데 차의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보통우편은 초록색, 급행은 빨간 색. 왜 난 이걸 보고 양념반후라이드반이 생각나는 걸까.

주펀의 메인 골목 들어가기 전, 오랜 건물들의 1층은 전부 사설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2층은 사람이 살고

1층은 외지인들의 차에 양보하는 그들의 미덕.

주펀에서 내다봤던 해안선. 삼면이 바다로, 그리고 그 바다는 또 철조망으로 겹겹이 둘러쳐진 우리나란 참 특이한 곳.

구비구비 골목길을 버혀내어 임오신 날 밤에 펴내오리라. 주펀의 홍등가 골목길을 숨겨둔 산비탈 마을.

타이페이의 도로를 달렸다. 어디든 도시는 공사중, 어쩌면 이 거대한 무생명의 존속을 위해 쉼없는 공사는

필연적이다. 늘 어딘가 파헤쳐지고, 무너지고 새로 쌓고.

스쿠터의 빨간 브레이크등을 멍청히 보고 있으면, 그리고 누군가가 지극히 무성의하게나마 '레드썬' 비스무레하게

우물거려주기만 하면, 금세라도 최면에 걸려버릴 거 같다.

어둠 속에 둥실 떠올라 낮과는 다른 운치를 녹여내는 한자어 빼곡한 간판들.

베이먼. 여기도 저렇게 관리 안하다가 싸그리 불타 버리면 어떡할라고.

룽산쓰 옆의 화시제야시장을 갔다가 지하철 역사 옆 광장의 벤치가 홈리스들에 점령당한 모습을 보고, 카메라가

반사적으로 올라갔다가 이내 뜨끔했다. 겸연쩍은 김에 그들 위에 가로놓인 기둥에 그려진 그림에 급호기심.

끝내 풀어내지 못한 마지막 궁금증은, 밤이면 밤마다 이토록 화려하게 거리를 불밝히는 저 폭죽같은 모양의

네온사인들, 그들이 광고하는 '빈랑'이 뭘까 하는. 뭘까. 뭐였을까. 무지무지 궁금했는데 끝내 맛도 못 보고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했던 타이완의 수수께끼. "빈랑(賓郞)"이었던가, 그게 뭘까요.







융캉제 가는 길, 햇살이 박살난 채 사방으로 흩뿌려진 도로 위를 스쿠터로 달리기엔 너무 엄혹하다. 여자들은

긴 옷을 따로 걸치거나 팔토시를 하거나, 잠바를 거꾸로 걸쳐 입거나 해서 노출을 최대한 피하려고 애쓰는 게

뻔히 보인다. 게다가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달리곤 있지만, 아무래도 태양을 피하기는 힘든 듯.

융캉제라는 곳은, 가이드북을 아무리 보아도 대체 뭐하는 동네인지 딱히 감은 오지 않던 그런 곳이었다.

융캉제라는 묘하게 거칠고 리드미컬한 이름 역시 상상력을 자극할 뿐 그 공간에 대한 아무 힌트도 주지 않았고,

사실 가이드북엔 여기의 '빙관', 망고빙수만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었고.
이렇게 허름하고 푸근한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온갖 음식점과 샵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어서, 뭐랄까

대낮 버전의 야시장이랄까, 한국으로 치면 인사동쯤 되겠지 싶은 느낌.

골목을 거닐다 발견한 오편함, 아마도 빨간 게 급행, 파란 게 보통 우편을 위한 함인 건가. 그렇게 보기에는

양쪽 모두 구멍이 두 개씩 있어서, 뭔지 모르겠다. 어쨌든 색깔 빼고는 대체로 쌍둥이스러운 두 개의 우편함.

융캉제의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체게바라와 마오쩌둥의 초상, 이런 식의 제3세계 혁명지도자들을 기리는 샵은

동남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타이완 타이페이에서도 만날 줄이야. 근데 사실 이 샵에서 파는 물건들이 이

두 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는.

그리고 또다른 혁명가, 오사마 빈 라덴의 초상도 다른쪽 귀퉁이에 붙어있었다. 미국의 골칫덩이, 세계의 불안정성과

폭력성을 자신의 폭력으로 폭로하는 그는,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라 불릴 만 하다.

그렇게 걷다보니 저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굳이 가이드북을 꺼내들 필요도 없겠다. 노란 색깔로 칠해진 벽면,

우글거리는 사람,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빙관(아이스 몬스터)'. 융캉제의 보석.ㅋㅋ

의자가 몇개 있긴 하지만, 편안히 앉아서 먹을 공간조차 없어서 대부분 입석이다. 높다란 테이블 위에 망고빙수를

올리고 허겁지겁 먹는 걸 보고, 대체 뭐길래 이렇게들 줄 서서 먹는 걸까 했는데 먹어보니 알겠다. 망고도 잔뜩

들어있고 얼음도 곱게 갈려있고,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이렇게 메뉴판에는 꽤나 여러가지가 나와있기는 한데, 대부분 같은 걸 시켜 먹는 거 같다. 130NTS짜리

망고밀키프리즈, 밑엣줄 가운데 망고 듬뿍 얹혀있는 그림. 타이밍이 되면 두 번쯤 먹고 싶었던.

빙관 앞에서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조금 걸으려다 보니 바로 옆에 이런 조그마한 놀이터 같은 공원이 있었다.

테이크아웃으로 시켜서 여기 앉아 먹을 걸 그랬단 생각이 살짝. 그치만 테이크 아웃으로 가져나오면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컵안에 꾹꾹 담아주어서, 거기서 바로 먹을 때처럼 용기에 이쁘게 담겨나오진 않는단 단점이 있다.

딱 봐도 남국의 식생이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흐느적대며 바람에 너풀거리는 생기잃은 잎사귀들도 그렇고,

열기를 감당치 못했는지 으깨진 생두부처럼 찌글거리는 건물도 그렇고. 그 와중에 싱싱한 건 어린 아이의 웃음.

택시 타고 융캉제를 빠져나오는 길, 융캉제는 정말 뭐가 딱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동네. 내가 짧게 돌아다닌

탓이 크겠지만, 그냥 주택가가 모여 있는 동네에 음식점이나 옷가게 따위가 좀 쏠려있더라 하는 정도. 아,

딘타이펑 본점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굳이 찾아가 볼 생각은 안 들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증명서라고나 할까, 택시 뒷좌석에 앉으면 바로 보이도록 조수석 뒤쪽으로 걸려있었다.

타이완의 택시기사 자격증은 요렇게 생겼구나, 해서 한방.

야자수가 미끈하게 자라난 바깥 풍경. 여전히 뱃속에선 망고가 얼음물에 담겨 출렁이고 있어서 마냥 좋던 오후.

그리고 슬쩍 가이드북에서 봤던 듯한, 으리으리해 보이는 처마와 붉은 기둥이 인상적이었던 호텔이 스쳐갔다.

그리고 어딘가쯤에서 발견한 사당. 은근 이런 사당이 도처에서 눈에 띄는 게, 부와 행복을 위해 유연하게 어디라도

기대고 빌 수 있는 중국인, 대만인의 실용성이랄까 유연성을 보여주는 거 같았다.




타이완 도로에는 유난히 스쿠터들이 많다. 평소엔 버스니 승용차니 차선을 오롯이 차지한 차들과 다름없이 씽씽

잘만 달리다가, 일단 어디에고 신호등에 걸려 차들의 속도가 떨어지고 나면 맨 앞으로 스물스물 모여들어

그들만의 무리를 이루는 거다. 그들을 위해 신호등 앞에는 이렇게 스쿠터 전용 신호대기 공간까지 네모지게

만들어두고 스쿠터 모양의 표지까지 그려 두었다.

꼭 그것만 같다. 초등학교 때 자갈과 모래를 막 섞어둔 혼합물을 통안에 넣고 열심히 흔들면 모래는 밑으로 다

가라앉고 자갈들만 슝슝 모래를 뚫고 올라오는 분리 실험. 하나둘 차들 사이를 비집고 앞까지 기어나온

오토바이들이 늘어나다가 신호가 바뀔 무렵이 되면 거의 무슨 폭주족처럼 모여버린다.

밤이라고 다르지 않다. 가게들의 불빛이 대부분 꺼져버린 열두시 가까운 시간에도 일단 빨간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고 차들이 멈춰서면, 산개해서 달리던 오토바이들이 어느순간 신호등 코앞에 몰려든 채 부릉거리며

달려나갈 준비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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