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무 문제없이, 어제처럼 불평하고 웃고 떠들고 더러는 기분도 상하고 우울해 있기도 한 그런 '문제없는' 일상이

마냥 지속되리라고 믿는 건 일종의 자기 기만, 못해도 속편한 희망사항에 가깝다.


해가 저물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살짝 방심했던 그 순간에 송곳니를 박고 흔들듯이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엠뷸런스가 코앞까지 짖쳐들고 온 거다. 이미 사위가 어둑해져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혹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쉬고 있을 그런 시간에도 누군가의 파국, 혹은 멸절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린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얼마나 허망한지. 그런 얄팍하고 근거없는 안온감에 젖어

투정하듯 하루하루를 사는 동안 북극의 빙산은 녹아가고 후쿠시마의 원전은 계속 방사능물질을 분출하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거다.


서서히 끓어가는 물 속에서 끓는 줄도 모르고 첨벙첨벙 물장구치던 모습이 부끄럽게 만들던, 게다가 왠지 모르게

비감함을 더하던 앰뷸런스의 뻘건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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