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1) 한국정치가 양당제로 고착화될까.


유럽과 같은 다당제가 이념정치, 계급정치가 가능할 거란 점에서 우리나라 의회정치도 그렇게 가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회의적이 되어간다. 특히 지리멸렬해진 진보블록을 대신해 치고 나온 안철수의 역할과 성과가 문제가 될 텐데...만약 그가 자체의 정치세력을 만들어내고 일정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이제 한국사회는 양당제가 고착화되지 않을까.

안철수가 뭔가를 제대로 해내기는커녕 이쁘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제3세력에 대한 대중의 냉소와 불신은 팽배할 테고. 이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을 불러낸 대중들의 피로감과 분노를 가중시키는 존재가 되어가는 듯 하다. 그렇다면 역시, 한국도 미국처럼 양당제로 고착하게 되는 걸까. 심지어 미국보다 못한 식의 중도우익과 극우세력의 양강구도가 되리라 예상되지만.

 


2) 진보정치세력의 구심은?


이른바 재야나 운동권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건설된 진보정당에서 지켜온 의회 내 진보정치의 기치는, 어느덧 아웃오브안중이 되어가는 거 같다. '진보', '개혁', '복지', '경제민주화' 따위 단어에 대한 소유권도 모두 넘어가버렸고 좀처럼 회복될 거 같지도 않다. 이는 진보정당의 한계기도 하고, 이나라 민주주의와 '계몽'의 한계기도 하다. (안철수 현상의 안쓰러운 미망을 보라) 의회정치 내에서 진보적 가치를 표방할 수 있으려면 진보정당이 아니라 차라리 민주당 내 진보블록을 미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의회 밖의 정치적 필드는 별도로 치고)

 


3) 비판적 지지의 문제


이념적 비전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든 현실은 찔끔찔끔 변한다 했을 때, 보다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 뭘지에 대한 고민이다. 페이퍼당원이나마 진보신당 당적을 갖고 있지만 당에서 미는 후보가 아닌 타당의 후보를 이렇게 거리낌없이, 혹은 절박하게 미는 경우는 또 처음이니까. 진보신당의 공식지지 후보 김소연 후보, 그녀의 자격과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현재로선 문재인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문>박,안)

 


4) 선택지에 대한 고민...박과 안의 비교.


다만, 단일화된 결과 안철수가 야권 후보가 된다면 다시 난 고민하게 될 거 같다. 그에게 기본적인 국정운영의 능력과 자원이 있을까. 정치라는 것에 대한 그의 얕은 인식과 부정적인 시각에 더해서, 도대체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능력은 무엇인지 문제해결능력-정치력-은 있는지 뭐하나 알 수 없단 점에서 그렇다.
수첩공주라지만 박양은 할튼 조조처럼 재사들을 주위에 많이 모으고 있고, 독재자의 딸이라지만 그건 이제 까봐야 먹히지도 않으며, 민주주의적 감수성이나 가치관이 부족하다지만 기성 정치인들 대개 오십보백보인 거 같기도 하고. 최소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되지 않을까. 박양이 된다고 애비처럼 독재를 하거나 총칼로 짓밟진 않을 테고 뭐, 엠비만큼 하겠지...니미.


굉장히 우울한 그림이지만, 안철수가 하면 뭐가 나아질까, 그리고 뭐가 불안해질까를 계량했을 때. 난 안과 박양 둘다 지랄같은 결과일 거 같아서. 그땐 차라리 진보정당의 후보를 찍을 생각이다. 현재로선.

 

 

4-1) 안철수에 대한 단상

 

정치개혁'이라는 말을 협소한 지평에 지 나름의 상식에 가둬놓고는,
피와 살이 느껴지지 않는 '국민'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서
모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단어, '개혁'과 '변화'의 이미지를
냉소의 도가니에 빨아제낀 걸레짝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

대체 안철수가 바라는 '정치개혁'이라는 건 뭘까.
감성적으론 알 듯 말 듯 하다가도, 정작 디테일은 없다.
니들이 알아서 국민의 소리를 들으면 정답이 나올 거다, 라는 식인데
이건 어쩌면 자기도 뭘 어째야 할 지 몰라서일지도.

* 이번에 다시 국회의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말하는 꼬라질 보고 확 열받아서.

 


5) 요약.


박양이 대통령이 될 거 같고, 안철수는 엑스맨인 거 같고, 문재인과 민주당은 확연한 진보성은 고사하고 리더십도 전략도 없는 거 같고. 그런데 진보정당은 다 말아먹었고. 당비가 아까울 지경이고. 뭐 이딴 지랄같은 상황이 도래하고 말았는지 니미.

 

게다가 더욱 좌절스러운 건, 엠비5년의 시점, 나라의 가치관과 비전과 성장/분배전략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굉장히 큰 공간이 열렸음에도 이지경이라는 점. 분명 큰걸음 한발자국 왼쪽으로 뗄 수 있는 객관적인 호조건이 도래했음에도.

 

 

 

 

 ⓒ 공주님의 소꿉놀이 [손문상의 그림세상] 정수장학회 이야기 /손문상 화백

● 관련기사 :

조순형 “박근혜, 유신 독재 진지하게 사과해야” (경향, 2012-3-16)

김종인 "박근혜 유신체제 사과요구는 연좌제"  (시사IN, 2012-3-15)

전여옥 “박근혜, 지적 인식 능력이...” (노컷, 2012-3-16)

조순형 “박근혜, 유신독재 시절 관련 공식입장 표명해야”  (아주경제, 2012-3-16)

박근혜, 이제 그만 하시지 (프레시안, 2012-3-15)



● 일시 : 2012년 3월 16일(금) AM 10:00시부터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유신공주' 박근혜에게 
독재자 박정희 시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해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 주최 : ytzsche(이채, 異彩)

● 제공 : 초대장 6장

"병 걸리셨어요!" [손문상의 그림세상] '안철수 돌풍' 한방에… /손문상 화백

진실이 드러나다? "박근혜, 혹시 거품…" [손문상의 그림세상] 10·26 후폭풍 /손문상 화백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방송에 나왔다는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 부분만 보자.


나꼼수를 소비하는 개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리고 이에 반응해 비키니 사진을 올리던 뭘 하던 개인의 자유다.

그걸 두고 개인의 진심인지 얼굴 한번 팔아보려는 장삿속인지 따지는 것 자체는 의미도 없고 결론도 없다.


문제는 나꼼수다. 더이상 비주류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다. 비주류이기에는 일반 대중의 정서와 너무 영합하고 있고,

약자이기에는 말 한마디한마디의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이제 나꼼수는 MB집권 5년차 시대의 주류이자 강자다.


애초 씨바,씨바 거리며 육두문자와 마초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던 건 그들 스스로 비주류이자 약자를 자처하였기에

희석되었거나 용인되었는지 모른다. 불만과 불쾌함을 꾹꾹 눌러참는 것이 아니라 터뜨려 표현하는 게 통쾌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나꼼수'가 설정한 '선/악'의 닫힌 구도에 희망버스니, 비정규직 문제니, 양성문제니, 체제 문제같은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는 들어설 곳이 없었다. 나꼼수가 권력화되기 전엔 괜찮았다.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였을 뿐.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이제 주류화되어 대중의 등에 올라탄, 권력화된 '나꼼수'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자체의 문제의식 내에서 닫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세적으로 닫힌 이야기가 아닌 공세적으로 닫힌.


그 와중에 여성은 자위를 위한 '도색잡지' 수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그들의 높이에서 그것은, '하대'에 가깝다.

이거 괜찮은 건가. 다른 이슈들이 전부 희화화되고 상처받고 대상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조짐은 아닐까.


나꼼수 팀이 이전처럼 자유롭고 분방한 방송을 원한다면, 그리고 권력화와 주류 감성을 경계하고 싶다면, 이번 문제는

분명히 털고 가야 할 일이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와 조직되지 않은 비주류를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에 대한 바로미터다.




* 프레시안 만평, 손문상 화백의 그림 "씨바, 거기 조용 좀 합시다"




위 자료는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FTA' 사이트 내 한미FTA 협정문 한글본 중 캡쳐한 화면이다.

'날치기' 통과도 통과라고 치면, 이제 할 수 있는 건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 한글본(2011.6.3)' 중

제24장 최종규정 중의 5조, 발효 및 종료에 관한 내용 중에서도 2항, '종료'를 발동시키는 방법이 남은 거 아닐까.


민주당과 진보 정당들이, 그리고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세를 얻는다면 이 조항을 눈여겨 보아야 할 거 같다.

그게 이제 통과되었으니 끝났어, 라는 냉소와 무기력증을 딛고 새로운 대안을 보여줄 수 있는 첫단추일지 모른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홍준표 대표조차 알고 있듯, 김영삼정부는 97년 노동법 날치기로 망했고, 정권을 넘긴 바 있다.

▲ 프레시안, 여느때처럼 커다란 울림을 주는 손문상 화백의 만평 '기억하자! 151명!'(2011. 11. 23일자)



* 경향의 기고문.

[기고] FTA 조항에 “180일 후 폐기”… 99%의 남은 선택은 ‘한·미 FTA 폐기’

여당의 어이없는 ‘날치기’ 폭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로서는 통과된 한·미 FTA에 조금도 동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래에 그 이유를 다시 밝혀 두고자 한다.

첫째, 한·미 FTA는 심각하게 ‘잘못된 협상’이자 불평등협정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료들은 이를 두고 한동안 ‘이익의 균형’ 운운하고 또 ‘잘된’ 협상이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주장하건대 한·미 FTA는 대부분의 중요한 쟁점에서 미국의 이익과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결과물일 뿐이다. 한·미 FTA는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를 통틀어 가장 미국에 유리하게 체결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행법안은 강대국 횡포의 극치라 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한·미 FTA가 국내법률인 반면, 미국 내에선 국내법률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간단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둘째, 한·미 FTA의 경제효과는 없거나 있다 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다. 정부 측은 한·미 FTA 경제효과가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5.66%에 달하고, 일자리가 35만여개 증가하며,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며, 또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4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37억달러 감소했고, 칠레와 7년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5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음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런 상태에서 강자의 보호주의에 다름 아닌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저 미국의 ‘경제영토’가 될 뿐이다.

셋째, 2010년 12월의 한·미 FTA 재협상으로 인해 한·미 FTA는 더욱 더 잘못된 협상이 돼 버렸다. 재협상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년의 시간을 유예해주고, 미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을 대폭 강화한 데 있다. 한·미 FTA 전체를 통틀어 자동차 부문은 그저 한 부문이 아니라,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협상을 통해 이것이 무너짐으로써 사실상 한·미 FTA를 통해 무슨 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무망하다.

넷째, 한·미 FTA는 대미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금융위기는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발생했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현재의 속도대로 악화된다면, 대미 경상수지는 낙관할 수 없다. 급증하고 있는 서비스무역 적자와 정체 상태인 상품무역 흑자를 놓고 볼 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조만간 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다섯째, 한·미 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 증시를 일러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한다. 한·미 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단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 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여섯째, 한·미 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정치적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한·미 FTA 없이도 현재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3%에서 2009년 32%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미 FTA는 수출기업 대 내수기업,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현저하게 심화시킬 것이다. 이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하청 계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소위 ‘동반성장’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일곱째, 한·미 FTA는 정의롭지 못한 협정이다. 자동차산업을 위해 농업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의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의약품산업 등이 FTA의 희생양이 되었다. 보상은 어음으로 주어졌고, 결제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동차산업의 기대이익도 한국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율이 이미 절반에 달하는 조건에서 불확실하거나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해외유출도 감안해야 한다.

여덟째, 한·미 FTA 협정문에 내장된 저 허다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마디로 독소조항의 교과서다. 그 수많은 독소·문제 조항 중 으뜸은 투자자-국가소송제다. 물론 여기에다 역진방지(래칫) 조항, 네거티브 리스트, 허가-특허 연계 조항 등 이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정책공간(policy space)’을 제약, 위축시킬 것이다.

아홉째, 한·미 FTA는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복지국가는 이미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진보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역시 일찌감치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다.

열째, 한·미 FTA를 통한 이른바 ‘중국 견제’가 결국 동아시아의 역내 안정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그저 통상협정을 넘어 정치군사적 협정으로 오남용될 때 역내 안정과 평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미 FTA가 날치기된 상태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99%의 선택은 자명하다. 이러한 무법적인 날치기 폭거를 보며 그저 나는 한·미 FTA 협정문 24.5조를 또다시 떠올렸다. 이렇게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180일 후에 종료된다.” 그 외의 어떤 다른 요건도 없다. 대통령이 통보하면 그로부터 6개월 후 협정은 종료된다.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도입한 이 종료 조항은 이제 막연한 조항이 아니라, 살아있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애초 절차적 정당성조차 충족하지 못한 채 출발한 한·미 FTA는 ‘국익’을 어떻게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그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심지어 마지막 통과 과정 역시 최악이었다. 이제 우리 99%에게도 남은 선택은 한 가지밖에 없다. 한·미 FTA의 폐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 통합적이고 복지 친화적인 통상정책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그리고 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


"그래도 희망은 있다!"

[손문상의 그림세상] 2011, 김진숙 그리고 희망 연대 (프레시안)

 


그래도 희망은 있다. 란 말이 참 절실하게 다가오는 순간.

세상이고 사람이고 다 염증이 나서 나몰라라 하고 눈감고 살테다 맘을 먹었다가도.

그래도.




1970년 11월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한 젊은이가 스스로 횃불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전태일.

그리고 2011년 8월, 이제서야 '전태일의 어머니'라는 딱지를 떼고 그녀 스스로의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그녀가 있다. 이소선. 어쩌면, 그녀는 그녀의 아들 이상으로 위대한 삶을 살았다.


프레시안의 만평을 책임진 손문상 화백은 가끔 울컥, 할 만큼 강렬한 그림으로 수백마디 말을 함축한다.

모란공원묘지에 오랜만에 다시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전태일, 그리고 이소선을 뵙고 싶다.

번다한 세상일은 산 자들의 몫으로, 이제나마 당신들은 모쪼록 평안하게 쉬시기를.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 10점
오도엽 지음/후마니타스


전태일 평전 - 10점
조영래 지음/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경향신문>에 기명 칼럼을 연재 중인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과)가 <프레시안>에 기고를 보냈다. 김 교수는 17일 <경향신문>에 실릴 예정이던 자신의 칼럼이 게재를 거부당한 일을 소개하면서, 이 일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의 글을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대 철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김상봉입니다. 저는 지난해 말부터 <경향신문>에 3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기명 칼럼을 써왔습니다. 오늘 제 글이 실릴 차례인데 불행하게도 글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에서는 제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를 소개하면서 삼성 및 이건희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신문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물론 거절했으나, 신문사는 끝내 저의 칼럼 지면을 다른 분의 글로 채웠습니다.

저는 이 일에 대해 <경향신문>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문을 닫을 때 닫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이 땅의 진보 언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신문사 내부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 소비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에 기인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일을 두고 <경향신문>을 비난하기보다는 도리어 진정한 독립 언론의 길을 걷도록 더 열심히 돕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경향신문>이 삼성 관련 기고를 게재 거부한 것은 지금 한국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프레시안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서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는 독재 정부에 맞서 지속적으로 투쟁해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시민을 폭력적으로 억압한 주체는 국가 권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결실로 국가 권력에 대한 시민적 권리는 큰 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재 권력이 물러간 자리를 지금은 자본 권력이 대신하여 또 다른 방식으로 시민적 자유와 주체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일간지에 광고할 수 있는 지면을 얻지 못하고, 외부 칼럼으로 기고한 저의 원고가 신문사 자체 검열에서 끝내 게재를 거부당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이 되었다는 것을 웅변해줍니다.

1970년대 유신헌법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개정이나 폐지를 청원하는 것도, 더 나아가 그런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조차 금지했던 긴급조치 9호 시절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삼성과 이건희를 비판하는 것은 이른바 진보 언론이라 불리는 신문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본이라는 새로운 독재자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의 정의로운 기초를 뒤흔드는 시대에 누구든 어떤 식으로든 애써 역사의 종을 울려야 할 것입니다. 종이 신문에서 실리지 못한 저의 글을 혹시 실어주실 수 있는지 정중히 여쭈면서 이번 일이 이 땅에서 삼성의 독재를 끝내는 대장정의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경향신문> 2월 17일 '김상봉 칼럼'에 실리지 못한 원고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새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나면 우리는 삼성이란 재벌이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암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삼성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코미디의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들도 꽤 많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일단 회의가 시작되면 아무리 길어져도 화장실을 가는 법이 없다 한다. 놀랍다면 놀라운 일인데 끔찍한 일은 따로 있다. 주인이 화장실을 가지 않으니 회의에 참석한 머슴들도 화장실을 못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녁에 회의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물 비슷하게 생긴 것은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한다.

이 책에 엽기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건희는 유명 예술인들을 집에 불러 연주를 청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그가 부르면 대중가수든 고전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달려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한다. 그런데 유독 나훈아 씨만은 그렇게 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는 대중가수이니 오직 대중들 앞에서만 노래한다는 것이 이 존경스런 가수의 신념이라 한다.

이 재미있는 책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비하면 대다수 언론의 침묵은 기이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출판사에서는 몇몇 신문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돈 주고 광고 내겠다는데도 선뜻 받아주는 신문사가 없어 지금까지 이 책은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금지도서 아닌 금지도서가 된 셈이다.

7~80년대에는 금지도서가 많았다. 체제에 비판적인 책들은 어지간하면 금서로 분류되어 책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렇게 밟고 눌러도 땅거죽을 뚫고 솟아오르는 겨울 보리싹처럼 많은 금서들이 수십만 권씩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차이 또한 분명하다. 그 시절에는 국가가 비판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금서 같은 것을 지정하는 억압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삼성이 우리의 입과 귀를 막는 그런 권력이 된 것이다.

그렇게 말과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말기적 징후이다. 삼성이 한국 최고의 경제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뇌물로 국가기구를 매수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고 나면, 이제 그 절대 권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내부로는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을 막고 외부로는 삼성을 비판하는 개인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일만 남는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증언하듯이 삼성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가 기구와 주요 언론을 장악하는 과제를 완료했다. 삼성의 남은 과제는 김용철 씨처럼 어디서 출현할지 알 수 없는 비판자들이 나타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도 삼성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유신 독재 시절처럼 모든 개개인의 말과 생각을 전면적으로 검열하고 통제해야 한다.

마치 미국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것이 금기시되듯, 한국에서 삼성과 이건희를 비판하는 것이 대중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삼성이 이건희의 왕국에서 그 아들 이재용의 왕국으로 순조롭게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석인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금서 아닌 금서가 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알고 보면 삼성그룹 전체에서 이건희가 소유한 지분은 0.57퍼센트에 불과하다는데, 그는 자기 머슴들의 배설을 억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모두의 입과 귀를 가리려 한다. 그러면서 이 짝퉁 루이16세 폐하께서는 황송하옵게도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한다'는 교시까지 내리셨다 한다.

선거날이 가까워올수록 사람들은 이명박 심판에 열을 올리겠지만, 그 일은 박근혜 전 대표가 누구보다 차분히 잘 해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눈앞의 허상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자본에 매수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을 해체하고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한국식 자본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삼성제품 불매는 당연한 일이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기를 권한다.
 

/김상봉 전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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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하다'를 읽고 있다. 광고도 안 되고, 대형서점에서 구석진 자리로 쫓겨나고 있단 얘기에 회사

근처 대형서점에서도 과연 그런가 싶어 점심시간을 쪼개 가본 참에, 생각보다 전면에 노출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두툼하지만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를 몇장 읽다가 바로 사서 나와버렸다. 조만간 리뷰~*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을 인용해 '삼성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는 4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1심을 깨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인터넷을 통해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통신비밀보호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한 노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도 "국회 안에서 행한 정당한 국회의원의 활동으로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며 공소 기각했다.

노 대표는 지난 2005년 8월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 보도자료를 통해 옛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았다.

이날 선고에 대해 노 대표는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다.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제 주장을 완벽하게 받아들인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X파일은 국회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인데 법원에서 해결해 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오늘 판결은 제 문제를 넘어 삼성 X파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삼성 관계자, 중앙일보 관계자, 전현직 검찰 등 모든 주체들이 삼성 X파일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고 했다.

노 대표는 이어 "나머지 300여개 녹취 테입이 아직 서울중앙지검에 남아있다"며 "이 문제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18대 국회가 새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그에게 법적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향후 정치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내년 1월 중 후보 선출이 있을 예정"이라며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거대권력과 불의에 맞서 싸운 제 진심에 대해 국민적 평가를 받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임경구 기자 (www.pressian.com)

오늘자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 만평. 제목이 무려...."천한 것들"이다.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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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가락을 세워 가리켰던 달은 아직까지 아무도 거들떠보거나 주의를 기울이지도 못했지만,

어쨌던 그가 세운 손가락에 시비를 걸던 이들이 조금은 잠잠해질 것 같다. 이제 다시 손가락을 따라

삼성과 국정원(구 안기부), 일부 검찰의 비리를 파고들 수 있을까.


이제 걸리적대던 족쇄가 사라졌으니 노회찬 대표, 내년 지방선거를 맞아 서울에서 부활해야 할 텐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종면 위원장(언론노조 YTN지부장)의 체포 소식을 듣고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옛말에 '미인 박명'이라고 했는데 '명박 박명'이라고 바꿔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금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것은 누구냐"라고 물었다.

"이명박 정권은 지난 1년간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해야할 일만 했다. 부자 세금 깎아줘서 올해 12조, 내년 25조씩 세금이 줄어들게 됐다. 그리고서 장애인을 비롯한 복지 예산을 줄였다. 양도 소득세 깎아주면서 철거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사교육을 경기부양 산업으로 만들고 있다. 세금깎아 자동차 팔리게 한다며 에쿠스는 깎아주고 경차는 안깎아준다. 지금 도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은 이명박이다"

그는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을 보며 '아 이제 나도 감옥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감옥갈 정도면 나머지는 온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느냐"며 "그러나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 무너진다. 우리는 역사가 가르쳐준대로 싸울 것이다. 임기를 마친 독재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09.03.27. 프레시안 "감옥이 가득 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이춘근 MBC "피디수첩" PD가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YTN 노조에서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며 출근저지투쟁을 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피디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를 내보내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그리고 포털 대문은 온통 '김연아', '임창용', '북한 로켓' 이야기다.

포털을 쥐고 있는 조중동, 주요 언론이 의식적으로 YTN와 MBC에 대한 이러한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보도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 아니 선명한 건지도 모른다.

(참고 : 09.03.28. 미디어오늘 "한겨레, 'YTN·MBC 사태 보도' 조선일보 16배")
                                                                                                                 ⓒ 09.03.28. 경향


감옥이 가득차면 청와대가 무너진다.

                                                                                             ⓒ 손문상 화백 ( onscar@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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