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다른 책들을 전부 제쳐놓고 읽기 시작했던 책, "톰 아저씨의 오두막 1, 2"권.

책 형태로 제본된 게 아니라 A4 용지에 길게 복사된 책장을 하나씩 넘기면서 오탈자를

찾아보랴, 비문을 찾아보랴.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책 내용에 흠뻑 빠져버려 문득문득

곤란하다고 느꼈었댔다.


이제 초판이 발행되었다니 보람찬 일. 어렸을 적엔 기독교 냄새 강한 동화구나 싶은 맘으로

넘겼던 그 '톰아저씨의 오두막' 책장 사이사이에서 황량하고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의 피냄새와

나른한 무기력함이 정신을 흔들었었다. 내가 모니터해서가 아니라,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


동화거나 계몽적인 종교소설일 거라는 편견을 벗게 되는 기회가 될 거다. 그리고,

오탈자나 비문도 없을 걸.(이라고 하지만, 장담은 못하겠다;;; )



숨은 이름찾기.ㅋㅋㅋㅋㅋ 누가 여기에 쓰여진 이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 이름이 여기저기 종이쪽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건 꽤나 신기한 일이다.


ⓒ 시사인 홈페이지(www.sisain.co.kr)

지난달부터 시사IN 제1기 독자위원회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4월 6일에 있었던 첫 시사IN 독자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려고, 회사에는 집안일을 빙자해 30분 일찍 퇴근하고

독립문역 옆에 있는 시사IN 편집국으로 고고싱. 대구에서 섭도 째고 올라온 열혈독자분도 있었고, 기자분들

수고하신다고 음료수를 양손가득 들고 온 분도 계셨다. 나는? 넥타이만 덜렁대며 갔다가, 나 빼고는 전부

대학생 혹은 졸업생이라 얼른 넥타이만 풀어버리고 말았다.


관련기사들 :

“시사IN 너마저 제목 장사를…”

끈질긴 <시사IN> 저력 보여주길

그래도 하고 싶은 말 말 말

독자위원 눈길 사로잡은 기사

“배달 그것이 알고 싶다.”



애초 한시간 반 정도를 예상했던 독자위원들의 리뷰는 두시간을 꽉 채우고서야 끝났다.

내가 말을 좀 많이 했다 싶긴 했는데, 실제로도 좀 많이 하긴 한 듯..정리해준 변진경 기자님이 워낙 깔끔하게

정리해 주어서 다들 그럴듯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나오는데, 감사할 따름.ㅋ


아래 사진들은 여섯 명의 독자위원 중 한명이었던 도윤씨가 찍은 시사인 편집국의 풍경들.

우리가 모였던 편집국 회의실은 도서관도 겸하고 있었다. 무질서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만큼 자주 저 책들을

들춰보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단순히 정리할 시간이 없는 거였는지도 모르지만..당장 누가 꺼내 들춰봐도

전혀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을 저 분방한 분위기라니.)

작년이었던가, 시사IN 표지를 장식했던 MB님.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미지지만, 지금은 다소 MB의 명징함이

떨어지고 있다. 'MBC 내부의 적들'도 그렇고 反MB 진영내의 불분명하고 '정치공학'적인 문제들도 그렇고.

역시 작년 언젠가, MB와 부시의 회동을 시사하는 표지 모델로 나섰던 인형. 그때 이 표지를 보면서, MB가

앞에서 말고삐를 잡고 있고 측면에서 화면을 잡았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했었다.

고이즈미, 정동영, 박근혜에서 박제동에 이르기까지 삼등신으로 재구성된 그들의 인형이 내려다보는 편집국 내부.

시사IN, 난도질에 가까운, 선혈이 낭자한 '하드코어 리뷰'를 바란다면 기꺼이. 그렇지만 애정을 가지고.






그러고 보니 두 건 다 78호 기사에 대한 글이라는. 요새 좀 열심히 읽는 중이긴 하다.


아무리 기술 발달로 페이퍼리스 작업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뭔가 인쇄물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쇄된 매체에 대해 자의반 타의반 부여하는 공신력과 권위..랄까.




오...내 블로그가 청와대 블로그와 코레일 블로그 사이에 랭킹되고 있는 현재 시각 PM 11시 49분.

좀더 관심을 갖고 자주 포스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보면 청와대를 훌쩍 제껴버릴 날이 머지 않은 듯.


그러고 보면 오늘에야 도착한-아..아무리 생각해도 배송에 문제가 있긴 하다, 한주를 열어줘야 할 주간지가 한주가

꺽일 때쯤 도착하다니-시사주간지 "시사인" 독자란에 얼마전 올렸던 내 글이 있는 걸 보고 꽤나 기분좋은

하루였다는. 이제야 시사인 독자위원으로 뭐가 한 건 해낸건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아직 결혼도 안한 미혼남이

왠지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듯 말한 것처럼 미세조정(fine-tuning)된 거 같아 살짝 아쉽기도 하고.

내가 올렸던 글은 "사교육이 나쁘다는 옹알이보단, '사교육 공포에 맞서기'".

(참고삼아 시사인 홈페이지는 http://www.sisain.co.kr/
)



* 불과 2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청와대를 눌렀다. 크하하. 왠지 속이 후련하다는.

...그러고 보니 요새 혼자 참 잘 놀고 있다. ㅡㅡㆀ


이번주 시사인 78호에 실린 "사교육 공포에 맞서기"란 특집기사를 읽으면서, 최근 신해철의 학원 광고 출연을

두고 다소 혼란스럽던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신해철이 평소 보였던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성향들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은 그가 갑자기 대형 입시학원의 광고판이 되어 노홍철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이해하지 못했고,

신해철은 다시 이러저러한 소음과 함께 장문의 '소명서'를 제출했지만 이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해철이 과연 평소 말과 어긋난 행동을 한 것인지 아닌지 그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진중권이 말했던 것처럼

"임금님 머리꼭대기에서 희롱하며 노는 광대"가 갖춰야 하는 선명하고 자극적인 언사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넘어가면 될 일이 아닐까 싶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남았다.


입시학원을 광고하는 게 나쁜 건가. 도덕적인 견지에서라도,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사교육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냥 교육제도에 신물이 난 한국사람들이니만치,

'공교육의 썩은 등걸 위로 마구 돋아난 독버섯'같이 사교육 자체를 덮어놓고 부정하는 거 아닐까. 혹은 부정하는 척

실제로는 대책없이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사교육이 싫어요"라고 옹알이하듯.


어쩌면 우리는, 공교육이 교육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며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대원칙과

당위적인 선언 앞에서 이것저것 하는 시늉만 깔짝대면서 사교육에 대해서는 손놓고 머리도 놓고 멍하니 있었는지

모른다. 공교육만 살아나면, 공교육만 제대로 되면, 최소한 이번 정책만 제대로 펼쳐지면, 자연스레 모든 게 술술

풀려나갈 것처럼.


사교육은 신해철이 말한 대로 자동차나 핸드폰처럼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마는 개인의 중립적인 '선택사양'인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교육 천국 불신 지옥'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정신없이 앞만 보며 아이를 내몰고 스스로

숨통을 조여가는 학부모들이 바로 우리의 부모, 그리고 우리 자신들의 모습 아닌가. 누구 하나 강요한 적은 없지만,

또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도 없는 게 사교육을 향한 '다단계 돈지르기' 도박인 게다. 결국 밑천이 많은 사람만이

이기게 되는 비정한 도박.


이미 대부분의 자녀들은 첫번째 싸움에서부터 지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지만, 어쨌든 모든 부모는 그의

자녀들이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바라고 기대하면서 가용한 모든 자산을 판돈으로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신해철을 비판했던 건, 그의 이미지를 과대평가했던 것도 있지만 사교육 자체를

자신들의 삶을 질곡하는 어떤 것, 그러므로 없어져야 할 것, 최소한 불건전한 것으로 암묵적이나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교육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고 또 바람직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여전히 답은 오리무중이다. 사교육이 나쁘다, 라고 말해봐야 당장 아이가 부쩍 자라고 옆집 아줌마가

옆구리를 찌르며 믿지못할 교육정책의 널뛰기가 눈앞을 어지럽히는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신들이 이 땅의 교육시스템과 전혀 무관하게 한평생 살아갈 자신이 있거나 자신과 자신의 아이, 혹은 연관된

사람들이 그로 인해 적잖은 피해를 입는다 해도 초연할 자신이 있는 것처럼 구름 위에서 노니는 '메타적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질척하고 더러운 매트릭스 위의 말들처럼 꼬질해지고 천박해진 채 아이를

들춰업고 땅을 밟으며 걸어야 하는 범속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사 중에서도 특히 '상처투성이 우리가 희망입니다'라는 꼭지는 여러모로 인상깊었다.

사교세, '사교육 없는 세상'이 아니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명칭의 시민 단체의 이야기다. 그 기사는

참 드물게도 직접 사교육을 시켜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입장에 서서 사교육을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조금 모자라는 부분만 채워주면 될 것 같은 욕심이 시시때때로 발동하는 부모로서, 그렇지만 이렇게

자신의 어린시절과 똑같이 아이를 옥죄는 게 답답한 부모로서, 선험적이거나 구조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당장 자신의 아이와 자신의 삶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있다니 다행이다. 거대담론과 이념적 정향, 당위적 지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생활의

불편함을 못 견디고 거리로 나섰던 촛불들처럼 그렇게 사교육의 목에 방울을 달아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니, 널리 알려져서 우선은 '사교육 걱정'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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