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상징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개선문,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라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장대한 모습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건 바로 그 남쪽에 인접해 있던 '메모리얼 투 더 머더드 쥬스 오브 유럽', 그러니까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비' 정도로 번역될 법한 기념공원이었다. 저렇게 네모 반듯한 시멘트 덩어리를 마치 관짝처럼 제작해서는 오와 열을 맞추어 빼곡하게 설치해 두었다.

마침 내가 갔을 때, 왠지 굉장히 고독하거나 심난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는 젊은 친구가 있길래 뒷모습을 살짝. 이럴 때 온갖 상상을 해보게 되는 거다. 유대인일까, 친지 중에 희생자가 있는 걸까, 2차 대전의 상처가 어떤 식으로 남아있는 걸까. 등등.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간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 단순한 네모반듯한 오브제들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골목이 생기고, 그렇게 서로 예기치 않게 만나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경험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유대인들이 겪었던 역사적인 희생과 마녀사냥, 그로 인해 흘린 피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이런 기념공원에서 한번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단 점에선 절대 헛되지 않았다.




개선문 근처의 야경을 보러 나선 길, 깔끔한 파리 지하철, 메트로의 좌석 배치는 마주보고 앉는 예전 기차와

전철의 여유공간을 합쳐 놓은 듯. 게다가 저 커다란 볼록거울은 버스 뒷문위에 달린 그것과 같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서자마자 파랑색 에펠탑이 하늘을 받치고 선 게 보인다. 이미 남빛 하늘은 무지근해졌다.

루브르 박물관으로 넘어가는 화려한 다리. 넘어갈 생각은 아니고 개선문으로 갈 생각이다.

파리의 국회의사당이었던가. 하얀 가로등 불빛이 담백한 대리석벽에 부딪혀서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개선문 올라가는 계단. 쉼없이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속도를 내다보면 순간 어찔, 한 순간이 있다. 살짝

내려다보면 무슨 달팽이관을 꾸역꾸역 말아올리는 느낌이기도.

개선문 내부를 장식한 금속제 문양들. 아마도 영광의 월계관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월계수잎이 빼곡히 꼽혔다.

그리고 야경, 거대한 ㅁ자 형태의 라 데팡스를 향한 직선대로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한껏 머금었다.

[파리여행] 새로운 신전, 라 데팡스

그리고 파랑색 거인. 다소 마른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란 뼈대에선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리 높지않은

건물들 사이에서 뾰족, 튀어나와 내려다보고 있다.

[파리여행] 기시감이 덕지덕지, 에펠탑과 야경들.

남빛 하늘은 점점더 어두워져선 푸른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지만, 그러고 나니 파란 거인 에펠탑이 사방으로

파랑 불빛을 쏴대고 있다. 흡사 등대.

그리고 파리 시내. 프랑스정원식으로 네모박스모냥 손질된 가로수들이 열맞춰 늘어선 커다란 울타리가 있고,

어디론가 향하는 자동차들이 유유하다. 다정다감한 불빛이 돋을새김해주는 운치있는 건물들의 윤곽선.

다시금 꼬부랑꼬부랑, 달팽이보다는 오랜 암모나이트 정도의 거칠고 울룩불룩한 껍데기가 떠올랐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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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빛 대리석으로 지어진 카루젤 개선문, 늦은 오후에 기울어진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과 루브르 박물관을

오가는 사람들로 그 앞의 잔디밭은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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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하늘이 찌뿌둥둥하다는 이야기를 넘 많이 들었지만, 요새 한국날씨에 비기자면 저 하늘이 부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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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를리 정원의 녹색 '포장마차'들. 집 모양으로 빈틈없이 정돈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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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당신들을 찍으려던 건 아닌데. 더헙, 남자 손 어디 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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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이엿뉘이엿뉘엿뉘엿녓녓. 순식간에 황금빛 석양 너머로 숨어버리는 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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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어둑어둑하게 찍혀나온 사람들, 그리고 노랑빛과 검정빛으로 가득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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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혹은 야경을 보러 에펠탑에 오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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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석양이 온통 잠식해버린 서쪽 하늘 말고 다른 쪽은 아직 낮의 느낌이 살아있다. 내 드림카였던 푸조307이

90년대 엑셀처럼 꼬리를 물고 달리던 파리의 차로. 더이상 드림카가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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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젤 개선문을 다시금 일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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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이 흠뻑 담겼을 빨강장미꽃 한다발을 품고 가는 시크한 파리지앵 한 분의 긴 머리결에

살짝 설레어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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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를리 정원을 지키고 선 나신의 아가씨들에게로 눈을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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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넘흐 늘씬하시다~♡ 다리가 무슨 고무고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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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서니 비로소 아이들이 알록달록 눈에 띄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튈를리 정원의 커다란 원형 분수대를 지나면, 예의 프랑스식 정원의 각잡힌 덤불들이 좌우로 시립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마치 어릴 때 집을 그리라고 하면 당연한 듯 그렸던 그 모양처럼 덤불을 깎아놓았는데, 실제로 그 모양이

아주 의미심장한 메타포로 누군가에겐 읽히고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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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모양으로 다듬어진 덤불들이 양측으로 시립한 가운데, 분홍빛의 카루젤 개선문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나폴레옹이

완성된 카루젤 개선문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음에 실망해서, 설계 중이던 개선문의 사이즈를 훨씬 키우라고

명했다던가. 흰빛의 커다란 개선문도 당당하니 위엄있고 장중해 보였지만 글쎄..보는 사람의 고개와 사기를 꺽고야

말겠다는 듯이 심신을 위축시키는 개선문보다는 이 다정다감해 보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카루젤 개선문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위치가 바로 루브르 궁전 앞인지라 여러번 오며가며 마주치다 보니 더욱 호감도가 상승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튈를리 정원에서 루브르 쪽으로 바라본 카루젤 개선문의 모습. 그녀는 뒤를 돌아보고 있다. 개선문의 용도란 건,

외국 영토나 국가 외부에서 싸우고 돌아온 전사들을 궁전이나 국가 중심부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바라볼 때 보다

뽀대있어 보이기 위함인 거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나폴레옹의 입장에서는, 대중에게 보여지기 위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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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쳐 개선문 양측에는 예의 집모양 덤불과 조각상들이 파란 잔디밭 위에 펼쳐져 있다. 아마도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아폴로가 줄기차게 쫓아다녔다던 다프네가 도망다니던 쓰러진 절박한 상황을 나타낸 걸까. 그녀가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부탁해 월계수로 몸을 바꾸었고, 이후 아폴로가 승리의 상징으로 월계관을 씌워 주었다는

후일담까지 고려한다면 왠지 궁전 앞머리에 있을 법한 조각상이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프랑스에 유학중인 친구의 말로는,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따라잡으려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친숙해져 버린 채 살아가면서 별 의식조차 못하지만, 신화라거나 전래동화, 그 속에 있는 풍부한

메타포와 뉘앙스들을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왠지 이해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나 서양 근대 철학이나 그리스로마 고전을 어려서부터 많이 읽히는 나라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한국의 상식이란 건 다를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그런 문화적 베이스가 깔린 사람들은-실제로 그렇게 생각할지, 또 내 추측이 맞을지도 알 수 없는 거지만-그 조각상

아래에 완전 편한 자세로 누워서 시체놀이를 하고 있거나 유유자적하게 신문을 보고, 나와 함께 이곳에 앉았던

내 친구는 그리스 고전을 인상쓰며 읽고 있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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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앞의 동상이 다프네를 형상화한 게 맞다면ㅡ, 이 아이는 뭘까. 다프네가 자꾸 치근덕대는 아폴로한테

날아차기라도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는 짧막한 그리스로마 신화에선 그 전거를 찾을 수가 없는

다이나믹한 포즈의 여성조각상.


역시, 그런 걸 갖고 머리 싸매는 건 단군신화의 나라에서 온 나 뿐. 다른 사람들은 전부 여기저기서 시체놀이중.

보슬보슬한 잔디의 촉감이 좋긴 좋았다. 싱싱한 잔디잎새가 서늘한 기운을 몸에 흘려넣는 것도 좋았고, 뜨겁지도

따갑지도 않은 따스한 볕이 꼬물대며 내려앉는 느낌도 좋았고..동상이야 날아차기를 하던 암바를 조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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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젤 개선문 양편 덤불의 비밀.

대낮인데도 그 사이사이에 틀어박힌 연인들은 저마다의 사정私情에 여념이 없다. 가볍게는 은밀한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꼭 껴안고 있기도 하고, 심하게는 잔뜩 엉겨붙어서 팔넷다리넷머리둘을 가진 한 사람이 된 거 같다.

비밀은, 저 집 모양으로 다듬어진 덤불의 내부가 텅텅 비어있고 굵은 가지 몇개만 외양을 지탱하는데 힘쓰고 있단

사실. 마치 조그마한 텐트처럼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충분히 나오는 그 곳에는, 이미 수많은 투숙객들의

흔적이 사방에 남아있었다.


저런 동상이 그런 욕동을 더욱 부채질하는 게지, 싶기도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외려 상상해보면 무지 로맨틱할 수도 있겠다 싶다. 물론 덤불의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찔리고 긁히겠지만..나무'집'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도 이미 스릴감이 충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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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젤 개선문 옆에 출장나와 있는 빵집, PAUL(이라 쓰고 폴이 아닌 뽀올..이라고 읽는다.)은 끼니때가 되었지

싶을 때마다 여행자들이 길다란 줄을 늘어서 있을 정도로 성황이다. 어디서 사든, 동네 빵집이던 체인화된 빵집이던

파리의 빵은 어디서나 맛있는 것만 파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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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빵 한쪽에 에스프레소 한잔하면서 만난 옆자리의 가족. 꼬맹이가 다코다 패닝을 살짝 닮았다. 참새나

비둘기가 아무리 들이대도 겁내거나 놀라서 소리치기는 커녕, 좋아라 하면서 빵조각을 던져주고 있다. 급기야

참새들을 손위로 부르고, 어깨 위로 불러내서는 너무 좋아하는 꼬마 아가씨.

파리의 참새들은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랬다.

내가 먹던 빵을 뜯어 살짝 흔들기만 했는데, 1번 참새가 포르르 날아올라, 2번 참새도 포르르 날아올라, 3번 참새도

포르르 날아올라..푸덕푸덕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일었다. 겁도 없이 내 손마저 빵조각인양 쪼아보는 새들.

참새랑 같이 빵을 씹다가 슬슬 루브르 쪽으로 걸었다. 개선문을 의기양양하게 통과했고, 통과하자 유명한

유리피라밋이 불쑥 나타났다. 루브르의 유리피라밋, 이라는 키워드로 찾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구도로

사진을 우선 한 장 찍어 주고, 한장 한장 내 눈길을 따라 사진을 찍으며 다가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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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피라밋을 기준으로 좌측의 풍경. 루브르 궁전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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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피라밋을 기준으로 우측의 풍경, 루브르 궁전의 또다른 일부. 기마상 위에 용맹하게 버티고 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런 멘트를 하고 있는 느낌?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루브르 궁전을 보라."

..그냥 그런 식의 위풍당당하고 패기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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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피라밋은 생각보다 살짝 작은 느낌이었지만, 루브르 궁전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현대 건축의 즐겨찾기 재료라 할 철골과 유리로 지어진 유리 피라밋 자체가 가진 심플하고 고대 이집트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약간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데다가, 저렇게 오돌토돌해 보이고 오랜 느낌의 궁전 건축물과

함께 하나의 풍경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어간다는 것이 더욱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유리피라밋에 새겨진 루브르 궁전, 그리고 파리의 하늘과 구름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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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이 문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유리 피라밋 쪽 입구로 살짝 내려가서 한 바퀴 돌아보기만 했다.

유리 피라밋 안에서 바라본 루브르 궁전은..뭐랄까, 거미줄 같은 풍경 속에 얽혀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날렵하고 유연해 보이는 유리 피라밋의 뼈대도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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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6세의 목이 댕강,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도 댕강, 그게 바로 여기서 이루어졌음을 알려주는 바닥의 안내문.

아마도 프랑스 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실시하던 로베스 피에르의 목도 아마 여기서 댕강? 그랬던 광장인지라 이후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광장의 이름을 콩코드로 바꿨댄다. 조화라는 뜻.


무려 1343명의 피가 거리를 적셨다는 이 광장은, 가이드북의 도움을 빌자면 파리 시내의 수많은 광장중에서도

역사, 위치, 규모 면에서 가장 뛰어난 광장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겐 다소 실망스러웠다.
 
마치 개선문 앞 로터리에서 차들이 씽씽 달리며 웅장하고 아름다운 개선문 주위의 분위기를 산만케 했던 것처럼

여기도 차들이 사방으로 거침없이 다니면서 소음과 스피드로 광장을 포위하는 느낌이었달까.

차라리 서울 시청앞 광장이 안정된 녹색 잔디밭을 확보한 채 도로로부터 조여오는 압박을 버텨내는 것만도 못한

것 같았다. 외부의 소음이나 번잡스러움으로부터 독자적인 공간, 독립적인 공간으로서 파리의 광장과 공원이

갖고 있던 온갖 장점들이 사라져 버린 채, 그저 샹젤리제 거리와 루브르 궁전 앞 튈를리 정원을 이어주는 역할

밖에는..남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이곳에서 프랑스 혁명의 분위기를 조금은 더 짙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기요틴이 한가운데 떡하니 놓여있고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뭔가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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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편의 샹젤리제 거리로부터 쭉 넘어와선 어느 순간 보이는 조각상과 마치 마카롱 전문제과점으로 유명한

'LA DUREE'의 색감을 떠올리게 만든 가로등. 그치만 내가 그 유명한 콩코드광장에 서 있음을 깨달은 건 사방을

둘러본 조금 후의 일이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이 곳 콩코드광장 한가운데엔 1833년에 이집트에서 받은 룩소신전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고

했다. 내 앞 불과 10미터 앞에 황금색으로 번쩍번쩍 덧칠된 오벨리스크가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에 대해 내가

발견해낸 첫번째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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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 여행갔을 때 놀랐던 사실 중의 하나는, 원래 저러한 히에로글리프(그림문자)로 가득한 사원들, 건축물들이

모두 각종 화려한 색깔로 채색되어 있었다는 것.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씻겨 나가고 모랫빛만 남은 바탕색에

익숙해졌을 뿐이지만, 그것 역시 자세히 보면 깊숙히 새겨진 틈새에는 마치 손톱에 낀 때처럼 과거의 물감이 조금씩

남아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금칠이 된 오벨리스크는 여기서 처음 봤다. 룩소에서 봤던 외짝 오벨리스크의 반쪽이구나, 생각하니

왠지 무지하게 반가웠고, 이집트의 선물이었다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정말 순수하게 주고 싶은 마음에서

준 걸까, 왠지 나폴레옹이 로제타 석비를 옮겨오고 다른 녀석들도 이곳저곳을 들쑤셔 유물들을 강탈해 온 것처럼

강제적인 게 아니었을까 싶었기 때문.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로는 당시 나폴레옹 3세에게 이집트 통치자가 나머지 한 개도 선물로 마저 줄라고

했다지만, 이 거대한 돌덩이를 옮겨오고 다시 세우는데 고생이 너무 심했던 나머지 (감)사,but(거)절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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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형했다는 내용이 담긴 동판도 바로 이 오벨리스크 옆바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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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던 길을 거슬러 보면, 쭉 이어진 가로수길이 좌우로 시립한 가운데 개선문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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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보면 마치 파르테논 신전처럼 생긴 마들렌 교회가 보인다. 콩코드 광장이 팔각형의 형태라는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일단 오벨리스크 주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여기가 뭔가 파리 중심부의 주요한 건물들을

사방으로 품고 있는 중요한 교차로라는 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남쪽으로 보면 앵발리드의 금빛 돔이 멀찍이 보인다. 저 금빛 돔은 에펠탑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주변에선 역시나 눈에 잘 띄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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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으로 난 에펠탑의 보일듯말듯한 자태. 에펠탑을 구성한 저 철골 뼈대들은 가까이서 보면 상당히 두툼하지만,

멀리 떨어져서 볼수록 앙상해지면서 다소 흐릿해 보인다. 당연한 거지만, 왠지 저렇게 어른어른거리는 에펠탑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잠시 눈이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걸 보니 새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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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 광장..인지 정신없고 번잡스런 교차로인지 간에, 튈를리 정원으로 들어가려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잘 꾸며진 채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정원과 분수대를 기대하면서.


그 입구에 서있는 저건, 마치 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삼륜 자동차 '툭툭'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그치만 저 하얀

외장으로 자전거의 빈약하고 없어보이는 내장을 감쌌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이 엄청난 이미지의 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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튈를리 정원에 들어서면 다소 두툼한 껌을 비스듬히 살짝 휘어놓은 채 두개를 평행하게 벌여 놓은 것 같은 거대한

설치 미술 작품을 통과할 수도 있다.

쇠가 시뻘겋게 녹이 슬어가고, 만지지 말라는 사인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남은 손자국과 발자국까지, 그다지 멋지단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저 번잡스럽고 실망스러운 콩코드 광장과는 별개인 공간에 들어선다는 느낌을 생생히 갖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Champs Elysees, 엘리제의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게 바로 샹젤리제.

몰랐다. 파리에 여름 휴가간다고 잔뜩 들떠서 다시는 한국에, 회사에 안 돌아올 것처럼 말그대로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을 때,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흥얼대고 있던 '오~ 샹젤리제~'의 그곳.


샹젤리제 거리는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개선문이나 노틀담성당처럼 하나의 건물이나 닫힌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뭐랄까 율동감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주위를 두리번대며 자꾸 발걸음을 늦추는 관광객들의 흐름이 하나의 파트를

맡고 있다면,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단호하고 간결한 행보는 또 다른 하나의 파트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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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라 불리는 약 2.3km의 이 거리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길가에 죽 늘어서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주먹만한 포석이 박혀있는 도로와 보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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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로나 그렇지만 샹젤리제 거리에서 뻗어나가는 좌우의 자그마한 골목길들, 그 골목들을 따라 가다 보면 또

뭔가 재미있고 인상적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지만 우선은 넓은 길을 걷고 본다. 이리저리 뺑글대며

돌아서 가는 것도 좋아라 하지만 샹젤리제 거리에 이어지는 명품샵들과 까페들을 횡단보도 좌우로 건너면서 하나씩

코박고 구경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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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센터의 잔상이 아직 뇌에 남아있었는지, 공사중이던-아마도 리모델링?-건물의 산만하고 얼기설기한 외관을

보는 순간 앗, 퐁피두다, 라고 생각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샵의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라고 한다. 계절에 따라, 신상품 출시에 따라, 혹은 아예 다른 매장이 들어서는 탓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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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맘내키는 노천까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내가 꿈꾸던 파리여행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원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터라 한국에서도 자주 마시곤 했지만, 왠지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파리의 공기와 물 덕분인지 맛이 다르다. 녹차만 해도 물을 뭘 쓰는지, 어떤 다기를 쓰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맛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리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달랐다. 아, 물론 그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가게마다 약간씩 맛이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스프레소는 어느날 아침 빵을 사들고 샤요궁전 위의 발코니

난간에 올라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마셨던 모닝 에스프레소. 가격도 착했다. 1.5유로였던가.


어렸을 적 '몽둥이빵'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바게트빵은 딱딱하다기보단, 실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단 걸

알게 해준 파리의 빵집들. 그 중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PAUL...옆에 Brioche Doree.

왠지 김인문아저씨톤으로 "니들이 빵(pain)맛을 알아?"랄까. 왠지 한국에만 들어오면 딱딱해지고 그악스러워지고,

독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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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하루세끼 빵조각만 뜯고도 잘만 다녔는데, 이제 그런 식의 여행은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침점심은 대충

때우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하듯 먹는다 쳐도 왠지 해가 뉘엿해지고 숙소로 돌아갈 즈음이 되면, 몸에서 단백질과

뭔가 격식이 차려진 메뉴를 요구한다. 이왕이면 좀 여유롭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으면서도

먹고 나면 몸에도 불끈 힘이 솟을 만한 것으로. 아마 이런 추세대로라면, 근 십년쯤 후에는 세끼 모두 맛나고 비싼
 
것만 찾아다니며 온천같은 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정도 그림이 나오는, 그런 유복한 웰빙 여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급화를 추구하며 땡깡놓는 내 몸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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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에 우거진 녹음, 한뼘의 햇볕을 받아 안으려는 여인의 해바라기. 햇볕조차 바람에 휘영청 기울어 내려쬐는

듯 햇살 조각이 사방으로 펄럭이며 내리쬐는 파리의 미친 날씨에 한국의 후덥한 여름날씨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햇빛 한 뼘을 좇아 수고로이 걸음을 옮기고, 그 따스함을 감각하면서 맹렬한 바람을 견디고 있었던 나 역시 어느새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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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즈니샵도 있었다. 파리에서 디즈니샵을 보다니, 이들의 문화적 자존감과 우월감에 대한 신화가

너무 거창하게 알려져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프랑스도 WALL-E 열풍인가 보다. 디즈니샵의 쇼윈도에 온통 월-이랑

이브 장난감만 가득하다. 올여름에 봤던 영화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지만, 내가 가장 끌렸던/끌리는

'모!'캐릭 장난감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정말이지 있기만 했으면 바로 질렀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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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하얗게 빛나는 개선문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정말 뜬금없지만,

개선문을 모델로 해서 근대 대한제국의 땅에 세워진 '독립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번 보고 왔음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개선문은 저기 당당히

위치를 잡고 서있는데 독립문은 어디에 있으며 지금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읽히고 있을까..그런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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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의 즐비한 상점가와 까페들의 출현이 끊길 즈음, 쁘띠 팔레와 그랑 팔레로 이어지는 길.

이 길을 죽 밟으면 콩코드 광장을 거쳐 튈를리 공원, 카루젤 개선문과 루브르 궁전까지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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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밟아온 일종의 학습효과에 의하자면, 어릿한 관광객 티를 안내고 다니는 가장 쉬운 첩경은 바로

무단횡단과 신호등 쌩까기에 달려있다. 백팩과 카메라, 지도와 물병을 들고 어리바리하게 두리번대는 건 질색.

"신호등도 변변찮은 이곳의 도로는..무단횡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재미삼아 합주해내는 클랙션의 무아지경과 도처에서 밟히는 브레이크의 굉음, 게다가 온전한 차 찾기가 힘들 정도로 광폭한 운전자들이라니...카이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8차선 도로 옆에 주저앉아 찍은 사진. 아마도 이런 것이 앞으로 내가 건너야 할 길이겠거니 하는 맘으로.."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던 한 여학생이 카이로시내에 도착해 거리를 건너 숙소로 가려다가 '지옥의 레이스'를 펼치는

도로 위의 미친듯한 운전자들을 보며 질겁한 나머지,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Arc de Triomphe, 무려 열두 개에 이르는 거리가 모이는 그곳에 쾅, 하고 서있는 개선문인데, 어릿한 관광객 티

안내는 첩경은 무단횡단과 신호등 무시하기에 달려있다는 신념을 실천코자 당당히 무단횡단을 해버렸다. 주위에

경찰차를 멈춘 채 사방을 살피던 경찰이 호루라기불며 쫓아올려고 액션을 취하고, 사방에서 차들은 빵빵대고

난리도 아니더만. 알고 보니 다른 곳은 괜찮아도 여긴 워낙 번잡해서 자칫 생명줄을 놓을 수도 있더란 얘기.

그러고 보면 아마 교통 면에서 여기가 제일 혼잡스러운 느낌이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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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발견한 지하도, 이 곳을 통해 내려갔으면 되는 거였는데 사실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생각보다 큰 개선문을
 
보고 설레버린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건너려 한 탓이 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난 못 보고 지나쳤던 꽤나

긴 지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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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밑은 생각보다 조명이 박하다. 그것도 천장을 향해 쏘아지는 간접조명이어서 살짝 음침한 느낌마저 들었다.

위에서는 차들이 씽씽 잘도 지나가고 있다지만, 그런 노상의 소음은 모두 제거된 채 앞사람과 나 자신의 발걸음만

묘하게 섞여 울리는 공간을 지나면 개선문 위로 올라가는 표를 파는 매표소가 나오고, 개선문에는 안 올라가고 단지
 
그 지상에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그냥 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 옆으로 당당히 올라가면 된다. 어차피 개선문

올라갈 사람들도 표를 보여주는 곳은 지하도를 올라온 지상, 개선문 옆구리에 붙은 자그마한 문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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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보이는 라데팡스, 라데팡스에서 여기 개선문까지는 사실 걸을 만한 거리긴 할 것 같았지만 이 날의 일정이

좀 많이 걸을 것 같아 체력을 아끼기로 하고 전철을 탔었다. 왠지 이쪽의 가로수들은 아직 네모반듯한 각이 잡히지

않은 상태란 게 신기할 정도로, 내가 가진 파리의 가로수 이미지란 건 모두 냉동실의 얼음만드는 판에서 얼려진 양

반듯하고 평평하게 규율된 깍두기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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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굵은 쇠사슬을 그네처럼 타고 앉아서 바라본 개선문의 다양한 조각들. 그 중에서도 특히 내 맘에 들었던 건,

라데팡스 쪽을 바라본 쪽 오른켠에 새겨진 부조. 에테크스라는 예술가의 "저항"이라는 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학교다닐 때 돌을 들고 전경들과 맞서려다 최전선에 있던 농민 아저씨의 머리를 깨뜨렸을 때에도, 여하간 내

심장은 뜨거웠으며 아마 표정도 저렇게 결의에 가득차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왼쪽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아마도 절박하고 왠지 비루한 표정의 늙은 애비, 그리고 갓난쟁이의 목이 꺽여버린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애절한

눈빛을 보아주길 바라는 아내까지..'저항'이란 건 저 두눈 홉뜨고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 투사의 이미지로만

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리를 잡고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저런 절실하고 좌절스런, 그리고 고통스런 장애까지

함께 하는 행동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맘대로 감정이입해 버렸다.


뭐랄까, 유모차를 내세운 게 비정한 게 아니라, 유모차로 표상될 모정과 그녀의 아이 사이로 긴장감을 눈에 안

보이게 흘려넣는 놈들이 나쁜 거다.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전혀 깨닫지 못하는 그 불감증이라니, 굳이

집회 및 시위가 어떠한 공간이며 공권력이란 게 무엇을 하는 게 '상식'인지 묻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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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날씨란 게 얼마나 변덕스럽냐면, 고작 개선문을 정확히 절반 돌아 샹젤리제 거리 쪽의 오른켠 조각을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그사이에 희뿌옇던 하늘에다 한국의 그것과도 같은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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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각은 뤼드라는 사람의 "1792년 의용병들의 출정", 일명 "라 마르세예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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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샹젤리제 거리쪽 왼켠의 조각, "1810년의 승리". 승리의 여신이 나폴레옹에게 승리의 팡파레를 불어주면서

월계관을 씌워주고 있다. 아...요런 센스쟁이 조각가 같으니, 월계관 씌워주는 여신은 키작은 나폴레옹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놓은데다가, 살짝 허리까지 비틀어 키를 낮춰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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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면의 커다란 조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네모난 조각작품들도 모두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 전쟁, 그리고 승리,

딱 하나의 조각만이 전장에서 전사해 운구되는 어떤 장군의 행렬을 묘사했던 것 같다. 나폴레옹이 치뤄낸 숱한

전쟁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는 전장에서 흘린 숱한 이의 피에 대한 부채를 지고 '전쟁광'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전쟁을 기억하고, 기리고, 재생하며.

참, 정작 나폴레옹 그 자신은 개선문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신만이 이 문을 통과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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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중심에 배치된 무명 용사의 묘. 미국 워싱턴의 국립묘지에 있는 JFK 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기에도

꺼지지 않는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헌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가이드북의 과장스런 표현이 구라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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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 중인 경찰 아저씨와 누나. 아까 날 노려보며 호루라기를 볼이 터져라 불어대던 그 아저씨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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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짜리 관광버스는 꾸준하게 관광객들을 토해놓기도 하고, 내가 있던 곳에서 갈 곳으로 그들을 옮겨놓기도 하고,

혹은 갔던 곳으로 돌려놓기도 한다. 시간이 남을 때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번 느긋하게 돌면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결국 줄창 걸으면서 파리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벤츠, BMW 등 고급 차종의

택시가 많아서 한번 택시도 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더랬다. 더구나 파리는 택시를 타고 내리는 택시 정류장이 따로

있어서, 아무 데서나 타고 내리는 건 안 된다는 신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길래 더욱 호기심이 일었었는데,

다음에 출장 중에 들르게 되거나 다시 여행차 오게 된다면 그 때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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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와 나란히 펄럭이는 유럽연합의 기. 유럽연합이 화폐 통합을 통해 유로화를 만들고 유통시킨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며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했었는데 어느덧 달러화보다 강한 화폐가 되고 말았다. 왠지 이런 걸

재테크의 관점에서 아쉬워하는 스스로를 깨닫는 순간이란 건, 씁쓸하다.

예전에는 유럽연합이라는 틀로 주변강대국 독일과 영국을 묶어놓으려는 프랑스의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 감각에

대해 감탄하거나, 혹은 동아시아에서 이와 같은 정치적 연합체가 가당키나 할지에 대한 공상을 했던 것 같다..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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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하늘, 그리고 하얗게 빛나다 살짝 우중충하게 녹아내린 대리석에서 살풋 아쉬운 개선문. 산성비의 영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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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의 십이거리, 그 한복판에 섬처럼 덩그머니 서있는 개선문으로부터 샹젤리제 거리쪽으로 나왔다. 이번엔

제대로 지하도를 통해 빠져나왔고, 표를 사서 개선문 위에 올라볼까 했으나 지하도를 가득 메운 구매희망자들의

줄 길이를 보고는 얼른 마음을 접었다. 개선문 위에서 보는 야경이 에펠탑에서 보는 야경과 더불어 손꼽히는 파리

야경을 선사한다니, 다음에 밤에 와서 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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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어찌나 순식간에 뭉쳐오르는지, '뭉게뭉게'라고 중얼대며 파란 하늘을 메꿔나가는 거 같았다. 나는 이제

샹젤리제를 거쳐 루브르 궁전까지 걷기로 했다. 그 와중에 보이는 검정색 벤츠 택시.

그리고, 개선문을 가려면 꼭 지하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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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개선문을 소개한 브로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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