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하던 어느 날, 서해의 섬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나섰던 날. 


대부도로 가서 선재도니 승봉도니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침 백령도 아랫쪽 섬들에 가닿는 뱃삯을 50% 할인해준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급할 것은 없었으니 설렁설렁 달리다가 잠시 차를 멈춘 곳은 인천에서 대부도로 넘어가는


시화방조제. 덕분에 대부도로부터 선재도, 영흥도까지는 연육교로 이어진지 오래다..


그리고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시화방조제 중간 어디메쯤 낚시배들이 들고 나는 선착장,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아이스박스를 깔고 앉은 왼켠에는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쪼그려 앉아 그들의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SONY NEX-5R을 한달동안 사용해 보면서, NEX-5R의 디자인, 촬영 성능, 무선통신 기능, 그리고 다양한 촬영 부가기능에 대해

 

살펴 보았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작고 가벼운 장점을 극대화한 디자인 속에 왠만한 DSLR 못지않은 성능과 부가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위로 180도, 아래로 50도 움직이는 LCD 모니터는 촬영 자세를 무척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리고 보급형 DSLR과 동일한 무려 1,610만 화소를 자랑하는 APS-C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NEX-5R.

 

DSLR과 성능이 같다는 건, DSLR과 동일한 아웃포커싱 효과, 고감도 노이즈 억제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확연하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달한 미러리스 디자인의 절정"이라는 상찬이 다소 오글거린다 할지 몰라도, 실제로

 

SONY NEX-5R을 들고 다니면서 그 앙증맞고 야무진 디자인에는 늘 뿌듯함을 느끼고는 했던 것이다.

 

 

결국 '당신에게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는 SONY의 카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간 SONY NEX-5R과 함께 담아본 풍경들을 나누면서 당신에게도 이 카메라가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서울의 인사동, 광화문, 시청, 코엑스, 압구정동, 홍대입구라거나 대구, 인천, 군산, 가평, 춘천을 돌아다니며 함께 했던

 

SONY NEX-5R, 내게는 꼭 필요한 한 대의 카메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ㅇ 서울, '샛노랑과 샛빨강 사이'의 11월.

 

 

 

 

 

 

 

 

 

 

 

 

 

 

 

 

 

 

 

ㅇ 대구, '大雪'을 코앞에 둔 대설특보가 내린 날.

 

 

 

 

 

  

 

 

ㅇ 서울, NOW IS GOOD with 류이치 사카모토.

 

 

 

 

  

 

 

 

 

 

 

 

 

ㅇ 군산, 홍어삼합처럼 코끝을 톡 찌르던 겨울 바람.

 

 

 

 

 

 

 

 

 

 

 

 

 

 

 

 

 

 

 

 

 

 

 

 

 

 

 

 

 

 

ㅇ 춘천, 얼음과 눈의 나라.

 

 

 

 

 

 

 

 

 

 

 

 

 

 

 

 

 

 

 

 

 

ㅇ 그리고, 파노라마 세로샷 한 장 투척!

 

 

 

 

 

 

* 이 글은 SONY NEX-5R의 체험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COEX, 이천, 인천.



ⓒ ytzsche.tistory.com

부평풍물대축제는 부평역에서부터 뻗는 8차선 대로를 거의 블럭 하나 통째로 잡아두고는,

풍물마당, 경연대회장, 시민참여마당 , 체험장 등등으로 구획을 나누어 여기저기서 시끌벅적

축제가 벌어지는 그런 모양새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에서 풍물이 물론 주된 테마이긴 하지만,

'인천부평지역의 문화 예술 역량을 집결하여 시민들의 열정과 예술적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을 마련하는 게 축제의 또다른 목표이기도 하다니 더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끌어내는 게 축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말일 듯.


ㅇ 시민참여마당



아이들의 벨리댄스, 어쩜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가 이쁜데다가 고개도 확확 젖혀지는지

아마추어들의 공연이라곤 믿기지 않는 호응과 집중도를 끌어냈던 무대였다.

원래 아이들에게 저런 공연시키면 괜히 화장 짙게 하고 아이답지 않은 애매한 섹시동작이나

시킨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워낙 방긋방긋 웃으며 땡볕아래서도 열심히 하니까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더라는. 공연을 마치고 나니 꽉 찬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장난아녔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펼쳐진 인천부평시민들의 공연들. 오카리나 공연도 있었고, 전통북 공연도

있었고, 최신 노래에 맞춘 격정적인 안무를 선보인 공연도 있었고, 꼬맹이들의 태권도시범까지.


ㅇ 체험마당



 

공연장의 떠들썩한 소리를 뒤로 하고 부스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놀랐던 사실 하나는,

확실히 부평풍물축제에는 체험하고 참여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였다. 풍물을 직접

배워보고 상모를 돌려보는 체험장에서 모자를 집어들고는 뱅글뱅글 해드뱅잉을

격하게 해대며 해맑게 웃는 꼬마가 너무 귀여웠다.

상모를 돌리는 꼬맹이의 개구진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커다란 천막을 가득 메운 채 이쁘장한

아이에게 풍물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해맑고 설레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해 모두의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는 천막 안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채를 두드려대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부평대로의 팔차선, 평소에는 차들이 씽씽 내달려서 사고도 적잖이 발생했다는

그 곳에서 엄마와 할머니 손을 붙잡고 종이로 된 꼬깔모자를 접어쓴 꼬맹이가 산보를 하는가

하면, 굴렁쇠를 굴리고 투호를 하고 제기를 차는 아이들이 온통 내달리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런 게 그야말로 축제의 공간, 잠시나마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제낄 해방구의 분위기.

' 2011 부평평생학습축제'라는 이름으로 평생학습 체험장이 8차선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던 것도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 해볼꺼리들을 품고 있었다. 부평과 인천의 각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학습이라거나 평생대학 같은 곳에서 배우는 치료법들 같은 것들을 소개하고 있었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조금씩 말라붙어가며 지친 사람들에게 귀맛사지도 해주고 어르신들

수지침도 놓아주며 또다른 놀거리들, 즐길거리들로 안내해주고 있었다. 


말하자면, 잠시 쉬며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며 원두커피를 홀짝이다가 저쪽에 가서 네일도 받고

귀 아로마맛사지 받으며 피로를 풀고, 조금 발걸음을 옮겨서는 부채에 그림도 그리고 자잘한

악세사리도 따라 만들어보고. 그리고 기네스북에 도전한다는 길다란 김밥만드는데 동참도 하고.

 

축제 한켠에선 아무래도 울긋불긋한 메뉴판을 풍물패 옷차림 바람에 나부끼듯 내걸고 있는

노천식당들이 점심 장사 준비를 하고 있고, 왠지 이런 축제에는 빠질 수 없는 각설이들도

등장해서는 가위질에, 만담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눈이 꽂히던 건 어렸을 적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동전을 쓸어가던 조그마한 바이킹.

지역의 축제들도 그렇고, 하다못해 대학교 축제때만 해도 항상 문제가 되는 건 화장실,

남자와 여자를 위한 화장실을 동수로 두는 것도 참 무신경하고 배려없어보이지만,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넉넉히 준비해두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여긴 달랐다.

장애인 전용 간이 화장실을 이렇게 준비해둘 만큼 세심한 준비라니, 주최측에 감탄했다.



ㅇ 거리미술전




부평풍물축제가 벌어지는 주된 거리는 부평대로의 8차선, 그렇지만 그 8차선을 대동맥으로

해서 실핏줄처럼 인근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곳곳에도 축제의 기운은 가득 스며들어있었다.

풍물소리가 이제 충분히 심장을 쥐고 흔들었다 싶을 무렵, 적당히 쉬어가며 호흡 좀 가다듬고

지글거리는 아스팔트의 복사열도 피하고 싶다 할 무렵, 문화의 거리로 슬쩍 빠져들었다.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설치미술 작품들. 동글동글한 알을 품고 있는 바다거북들이 거리 가운데

정원석 위에 조용히 은신하고 있는가 하면, 역시나 풍물축제의 분위기를 이어 풍물패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누워있기도 했던 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실로폰, 캐스터네츠, 탬버린

그리고 트라이앵글 따위의 악기들을 설치해 두었던 작품. 유난히도 작렬하던 햇살이 하늘을

온통 눈부신 하얀빛으로 덮어버린 아래 투명한 초록 그늘을 겨우 드리운 나무, 그 아래

꿈결처럼 열려있는 악기들의 이미지가 꽤나 초현실적이었다.

그 밖에도 몇몇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재기발랄하던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환풍기인지 뭔지

커다란 금속박스를 거울로 덮어버리고는 독특한 표정의 가면을 늘어세우는가 하면,

나무 아래 (이번에는) 반짝거리는 포장지로 잘 포장된 사탕들을 매달아둔 풍경 너머로

꼬맹이가 들고 다니는 노랑색 피카츄 헬륨풍선이 잘 어울렸다.


부평풍물축제 기간에 맞추어 진행되는 2011 거리설치미술전, 풍물과 설치미술은 얼핏

좀 뜬금없어보이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개방된

전통문화공연장은 풍물축제를 찾은 아이들의 즉석 장기자랑 공연장이 되었고, 그 주변에

요모조모 설치된 미술작품들은 잠시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멋진 휴식공간도 되어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묶어두는 실용적인 보관대의 역할까지도 맡았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기, 부평 '문화의 거리'는 이미 설치미술전시회 이전에도 나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심심치 않고 띄는 곳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슴 두마리가 볼을 부비는

저 모양새의 차량통행 금지석이라거나, 푸근한 아주머니의 미소를 닮은 돼지 분수라거나.

그리고 색색으로 나부끼는 저 메뉴들은 정말 풍물놀이패의 그 날쌔고 현란한 몸놀림을

연상케 하는 거다.

골목이 끝나는 곳, 이런 예감이랄까 연상이 결코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란 확신이 들게 해준

풍물놀이패들의 흥겨운 몸놀림들이 묘사된 조각상. 골목이 적잖이 길었으니 여기까지 저쪽

부평대로의 거침없는 풍물소리가 들릴 리는 만무한데도 귓가에는 여전히 꽹과리와 장구소리가

투닥거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북소리에 맞춰 심장도 같이 맥놀이하는 기분, 이내

몸을 돌려서 다시 풍물놀이가 벌어지고 있을 그곳으로 향했다.





Beat!

풍물을 처음 접했던 건 중학교 때, 축구 응원을 하며 어설프게 잡았던 북채였던 거 같다.

두툼한 가죽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심장 깊숙이부터 울려대는 듯하던 그 북소리는 이후

군대에서 체육대회 응원을 할 때 손가락이 까지고 피가 흐르도록 때려대던 북소리로 이어졌고,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체육대회 때 난타 공연을 연습하며 또다시 되살아났었더랬다.


인천부평풍물축제는 어느새 15년째를 맞고 있는 대표적인 풍물축제라고 한다. 예전부터

부평 삼산동 일대에서 두레형태로 유지되어 오던 풍물을 1997년부터 축제 형태로 되살려

이제는 연인원 8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규모에 이르렀다니, 올해 "아시아 문화중심을

꿈꾸다"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야심차고 자부심넘쳐 보일만한 거다.  


올해는 특히 부평풍물고유제를 시작으로 인천 K-아트 초이스, 부평평생학습축제 등이 처음

함께 열리기도 하고, 주민들이나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마당이나 전국 각지의

풍물패들이 솜씨를 겨루는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여느 지역축제처럼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거나 잠깐 즐기다 뜨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풍물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것저것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명품 축제랄까.

일년에 딱 한번, 부평역 앞의 팔차선 대로를 온통 막고서는 곳곳에서 쉼없이 주고 받듯

이어지는 풍물의 가슴뜨거운 맥박소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인 것 같다. 올해 5월의 마지막 5일동안 벌어졌던 부평풍물축제 기간 중에서도 이틀,

28일(토)부터 29일(일)까지의 기간동안 이런 해방구가 열렸고 뜨거운 뙤약볕도 아랑곳없이

풍물꾼들의 상모돌림에 넋을 잃고 말았다.



팔차선 대로를 꽉 채우고 양쪽의 인도로, 그리고 인도 너머 실핏줄같은 골목골목으로

넘쳐흐르는 풍물, 꽹과리, 장구, 북, 징의 어우러진 소리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가슴을 직접 때리는 듯한 소리에 홀려 불러모아진 사람들은 이내 그네들의 눈까지

빼앗기게 되는 거다. 물흐르듯 쉼없이 흘러가며 휘감기고 더러는 휙휙 꺽이고 나풀거리는

저 상모꼬리를 보고 있자니 눈까지 빙글빙글 돌 지경이다.


Play!

그러던 와중에, 이 사람들이 갑자기 냅다 내달리며 원을 그리더니 점점 속도를 높이며

나는 듯 달리다가 펄쩍펄쩍 몸을 비틀며 돌기 시작했다. 빨강노랑파랑의 끈을 바람에

찢어질 듯 펄럭거리는 동시에 머리 위 상모가 빙빙 돌아가는 정신을 쏙 빼놓는 광경.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온통 원을 그리는 그들의 옷자락과 상모, 온몸의 팽팽한 실루엣과

그 에너자이틱한 역동성을 공유하고 싶지만, 이렇게 올리는 사진에서 그 일단의 느낌이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부평풍물축제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이런 곳에 있는 것 아닐까. 과거엔 농사일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되었을 풍물놀이가 시꺼먼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

재현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피를 휘몰이치게 만드는 그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마력을 확인하는 것. 지켜보는 사람들이 절로 흥분하며 움직임과 소리에 쫑긋

신경을 세우고 함께 몰입하고 녹아드는 과정이 바로 축제의 본령 아닐까 싶은 거다.


슬, 정리모드로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풍물패의 가락과 춤사위. 그네들의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조금씩 잦아지면서 술렁대며 방방 떴던 주위 공기부터 차츰 무겁게 내려앉았고,

소리와 몸사위에 흠뻑 몰입했던 마취상태에서 벗어나 주위를 조금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문득 눈에 띈 저 꼬맹이는,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과 꼭 같이 옷을 차려입고서는 심정

상모까지 쉼없이 돌리며 박자를 맞추고 있는 저 꼬맹이 녀석은 풍물천재?!


어려서부터 저런 국악, 우리 소리의 재미와 흥겨움을 체득하고 있는 아이라면 앞으로

어떤 음감과 감성을 가지고 커나갈지 모르지만 최소한 이런 축제에서 남들보다 한결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전통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축제때나

드문드문 접하며 생소함과 낯섦으로부터 슬슬 몸을 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제대로

문화의 정수를 즐기고 이어받은 아이들의 세대엔 이 풍물축제가 얼마나 발전해 있으려나.


Fun! 

그렇다고 우리 풍물이 꼭 뭔가 남다른 감각을 갖춰야 한다거나 훈련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단건

절대로 아니다. 게다가 풍물축제라면야, 잘 몰라도 나름의 재미를 찾고 깨알같이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축제를 만끽하면 그만인 거다. 아마도 그런 축제의 여유로움과

다양한 면모야말로 부평풍물축제를 세계인의 축제로 발전시킬 거대한 잠재력이기도 할 거다.

그 중에서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아리따운 분들을 찾는 재미도 작은 건 아니다.

풍물을 하는 분들은 모두 나이 좀 있는 얼굴 까만 아저씨들일 거라는 선입견을 보기좋게

깨주신 이분께 감사를 드리며, 공연을 보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는.


부평풍물축제의 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부평풍물단의 '삼신두레농악 판굿',

'웃다리농악' 공연 내내 사방에서 터져나오던 셔터소리의 대부분은 이 분의 활짝 핀 웃음을

향하진 않았을까. 정말 진정 흥이 돋아서 꽹과리를 두드리고 즐기는 게 오롯이 느껴졌다.

한켠에서 벌어지고 있던 온갖 경연대회나 청소년공연들도 풍물을 즐기는 또다른 방식의

체험이었다. 상모를 쓰고 복장을 갖춘 아이들이 관객석에 앉아 올망졸망 머리를 모으고

무대에 열중해 있는 장면이나,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앉으신 할아버지가 ENG카메라와

DSLR을 챙겨들고선 공연을 챙기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전국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활동중일 풍물패들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걸고

경연을 펼친다지만, 풍물의 신기한 마력은 역시 여지없이 발현되어 공연에 나선 아이들의

표정이나 관객석에 앉은 관중들의 표정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악기를 두드리고

박자를 만들고, 화음을 만들어내며 심장 고동소리처럼 꽉 찬 맥박을 부평의 8차선 도로위에

메워내며 눈빛을 교환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이뻐보였다.

무대 위에 오른 공연팀이나 무대 옆에서 연습중인 팀들이나. 풍물의 마력이 이런 거구나,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었다. 아무리 인상을 쓰고 기분이 안 좋던 상황이라고 해도 북소리

몇번, 꽹과리 소리 몇 번에 이내 심장이 두근거려 표정을 풀고 몰입하게 될 그런 마력.

그런 마력에 빠져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솜씨를 보이며 부평대로 8차선의 공기를

두근두근 두들겨대기 직전, 다소곳이 서로의 머리띠를 묶어주고 있었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보는 사람이 즐겁다고 합니다.

일년에 딱 한 번 8차선 대로를 밟을 수 있는 일탈의 기회를 함께 어우러져 도시 구석구석을

채우며, 흘러넘치는 풍물에 몸을 맡기고 흥에 취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인천부평풍물대축제위원장의 말 中)



작년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도 마찬가지다. 풍물은 무엇보다 하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절로 흥겹게 즐기도록 만드는 마력을 가진 것 같다. 내년에도

꼭 다시 부평에 돌아와 몸을 가볍게 날리며 겅중겅중 원을 그리는 그네들의 몸동작과,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두드리는 타악의 울림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인천공항세관 세관장과의 인터뷰가 예정된 자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아이들 소녀시대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인천공항세관의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최근 좀더 대중적으로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에 딱 맞춤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몰고 다니는

한류열풍을 감안하면 얼마나 자주 일본이니 중국으로, 해외로 들고 나겠는가. 여러모로 딱인 캐스팅.

세계최고의 관세행정, 인천공항세관의 비전

세관장님은-비록 그때 소녀시대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악수를 나눈 분은 아니었지만-그런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으신 분이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세관행정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데

막상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이해를 잘 받지 못하고 심지어 협조하기를 거부하거나 기분나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본인의 짐을 왜 함부로 뒤지고 열어보느냐는 건데, 사실 갈수록

몰래 밀반출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많아지는 추세거든요. 세관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관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데는 그만한 자신감이 밑받침된 거다.

올해로 인천공항은 세계공항평가에서 6년째 1위를 고수해왔는데(2006-2010), 평가항목 중 입출국에

소요된 시간이라거나 로지스틱스, 세관업무에 대한 부분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입출국하려는

승객들은 당연히 빠르고 간편한 절차를 선호할 테니 최대한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업무에도 빈틈없이

해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인천세관의 비전이라는 '세계최고의 관세행정'이 예사롭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세관

회의실 한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이달의 관세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있었다. 북한산 마약을

몰래 들여오려던 사건을 적발해낸 분이 5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되었는데, 실제로 요새 특히 마약을

밀반입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져서 마른명태의 뱃속이나

만두속에 꼭꼭 채워오기도 한다고.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사실은 히로뽕 관련 사건의 60-70%를

세관에서 적발하고 있다는 점. 경찰만 법망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세관 관련해서 여러가지 기사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외국에 나갔던 대사가

돌아오며 상아를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이야기, 금괴 수억원어치나 수백만달러를 지니고 들여오다

걸렸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비아그라 수십만정을 들여오려다 걸렸다거나 녹용이니

뱀을 대량으로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기사들은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인천공항세관

그리고 하나더, 최근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단속된 가짜상표 상품들을
 
상표를 지우고 외국이나 국내의 다문화가족, 보훈원등에 기증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런

상표법위반 상품들이라 해도 그대로 폐기처분하거나 소각처리하는 건 자원의 낭비인 거 같다

싶어서 참 잘하는구나, 고개끄덕이며 읽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단속하면서 인간적으로 안타깝거나 곤란했던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외환을 밀반출하는 단속

사례중에서 조선족이나 이주노동자분들이 제법 많은데 그분들은 송금했을 때 자칫 다른 사람이

돈을 채가거나 사고가 생길까 싶어 직접 들고 나가신다는 거다. 발각되더라도 7-8% 벌금을

뗄 생각으로 그렇게 들고 나가시는 분들의 사정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인천공항세관은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여태까지 공항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인천공항세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
 
같다는 게 세관장님의 말이다. 2012년에 핵안보정상회의도 있고, 한미/한EU FTA 등의 비준이

가시화되면서 세관 차원에서도 더욱 철저하고 확실한 행정업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출화물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분내외, 수입화물도 1일이내로 소요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 좀더 단축시키되 확실한 검역 및 관세행정은 기본이란다.

마지막으로 세관장님이 당부한 이야기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야기'였다. 인터넷에 보면 세관에

걸리지 않고 고가의 의류나 상품들을 들고 오는 법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팁들이 있지만

그런 거 전부 엉터리니까 절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짐들은 전부 엑스레이

스캔을 거치며 몇중의 검색과 비공식적인 검사를 통해 여행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소지품을

체크하게 되므로, 괜히 박스버리고 택떼고 영수증버리고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굳이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려거나 인천공항세관을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라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소지하는 게 좋겠다. 면세범위는 미화400불

이내, 구매범위는 미화 3000불 이내라고 하니까 참고하면 좋을 듯.

인천공항세관, 다리부터 눈에 띄는 소녀시대를 홍보대사로 삼은 건 정말 잘한 일이지 싶다.

여태까지도 그러했듯 참 열심히 일하고 계시구나 싶고, 앞으로도 더욱 할 일이 많으실테니

그런 이쁘고 튼튼한 다리, 건각(建脚)으로 건승하시길 바란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2005-2010) 1위를 달성했고,

지금까지 누적 여객이 2억명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국제 허브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공항이다.

국제여객운송은 세계 11위, 국제화물처리는 세계 2위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하니 평소엔 아무

생각없이 해외로 떠나고 돌아오던 공항이 새삼 다시 돌아보이는 순간이다.


그렇게 세계로 들고 나는 관문에 있는 것이 바로 인천공항세관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라는 인천공항세관, 휴대품을 통관하면서도 참 신경써야 할 게 많겠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열심히 해도 잘 티도 안 나고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확연히 두드러지는, 그런 일인 거다.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출입국할 때 자신의 짐만 찾아서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거다. 그 짐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안전한 건지, 혹시 건강을

해치거나 환각제류의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자칫 위험한 폭발물이나

도검류의 물품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혹은 반출입이 제한된 일정금액 이상의 외환이 들어있진

않은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각자의 일정에 맞춰 빠르고도 편안한

와중에 그런 것들을 체크해야 한다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거다.


인천공항세관은 동북아 물류중심인 인천공항에서 연간 230만톤의 수출입화물을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뉴스에도 났지만 그와중에 걸리는 비아그라 등의 불법 의약품 120만정을 일일이

세기도 하고, 그야말로 물샐틈없는 시스템을 통해 365일 언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걸러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나.


그 와중에 해외여행자나 항공화물을 이용한 반사회적인 밀수, 또는 마약류의 밀반출을

잡아내고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미처 몰랐는데, 국내 마약 유통등의 마약범죄

대부분, 그러니까 약 7,80%를 인천세관이 잡아내고 있다니 정말 그 단속능력이 탁월하다.


당장 눈앞에서 그런 단속 현장이 펼쳐진 걸 보는 것도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가방에 저렇게 멜로디가 커다랗게 울려펴지는 노랑색 자물쇠가 채워진 사람들은 공항을

나서기 전에 저렇게 한쪽 구석에 마련된 정밀 검색대에 가서 내용물을 샅샅이 조사받게 되는

거다. 그렇게 노란 자물쇠가 채워진 건 사전에 씨씨티비나 여러 경로를 통해 불법, 탈법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된 짐들에 대해서 보다 철저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미 공항에 들고나는 짐에 대해서는 100% 엑스레이 검사가 시행되고 있으며 무작위의

추가적인 검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한번 제대로 알아둠직한 정보.

ㅇ 반출임금지 물품

 - 국헌, 공안, 풍속을 해치는 서적, 비디오테이프, 씨디 등

 - 정부기밀을 누설하거나 첩보활동에 사용되는 물품

 - 화폐, 채권 기타 유가증권의 위조품, 변조품, 또는 모조품


ㅇ 신고대상 물품

 - 면세범위 초과 물품/판매할 물품과 회사에서 사용할 물품

 - 총포, 도검류, 석궁 등 무기류, 실탄 및 화약류, 유독성 또는 방사성 물질

 - 필로폰,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류 및 오남용의약품

 - 미화 1만불을 초과하는 외화, 원화 또는 여행자 수표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및 그 제품(상아, 웅담, 사향 등)

 - 동물, 식물, 과일, 채소류 등 농림축산물

 - 위조상표 부착 물품(가짜 상품)



이 분의 짐가방에서 나온 건 사향성분이 들어있는 우황청심환이었다. 신고대상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및 그 제품'에 해당되어 해당물품이 끄집어내어지고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법적 조치가 취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순순히 조사에 응하고 적발된 내용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부정하거나 거세게 저항하고 본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세관의 검사에는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뭔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하기 마련이라, 이렇게

추가적인 엑스레이 검사를 받도록 하거나 가방을 열어 보일 것을 요구하는 경우 고함을 지르고

저항하며 휴대품 검사직원과 말싸움,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그 와중에 직원분으로부터 들었던 재미있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자면,

세금을 내라며 가방을 계속 뒤지고 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던 사람과의

곤혹스런 상황이 지속되던 중 어찌어찌 확인을 하고 조치를 하였으나, 이후 세관직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거나 절대 가만 안둔다며 윗사람의 이름을 대라고 하는 등 그야말로

딱 한국적인 상황에 처했던 거다. 얼마나 곤혹스러웠을지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냥, 평소에 우리가 경찰이나 공권력의 역할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인천공항세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법에 저촉되거나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기 전에는 전혀

우리의 행동이나 짐가방을 구속할 일이 없을 테니까, 마치 공기처럼 평소에는 그 중요성이나

역할을 전혀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분명히 알아두는 게 필요하겠다 싶다.


ㅇ 여행자 휴대품 면세범위

 - US$ 400

 - 주류 1병(1리터 이하, US$ 400 이하)

 - 담배 한보루(200개피)

 - 향수 60ml


ㅇ 출국시 신고대상 물품

 - US$ 10,000 초과 외화, 원화 등 지급수단

 - 고급시계, 카메라, 귀금속, 보석, 모피, A급 골프채 등

 - 수출신고 수리된 물품




을왕리 해수욕장, 뱅글뱅글 달팽이 문양을 그리던 스피드보트에 두 가족 시선이 붙박혔다.

방금까지 모래를 가지고 놀던 에너지 넘치던 두 남자아이도, 조그마한 돗자리 위에서

바닷바람을 즐기며 따끈한 햇살을 감각하던 두 어머니도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멈춰선 채

시선만으로 그 궤적을 따르고 있었다. 뭔가 보트를 꼭지점으로 한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듯.




@ 을왕리 해수욕장

비몽사몽, 읽으려고 가져갔던 책은 몇장 읽지도 못하고 세네시간 자다 일어나 숙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희뿌연
 
아침햇살 아래 보이는 공사판이 답답하다. 정돈이 된다면 그럴듯해지겠지만, 아직 송도는 분장 중이다.

행사는, 비즈니스 미팅은 쉽지 않다. 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양측을 만족시키는 미팅을

안배하기란 애초 한계가 있으며, 삼십분의 짧은 미팅시간은 약간의 지각, 약간의 변수 만으로도 충분히 이후

스케줄을 헝클어뜨릴 만큼 위태위태하다.


잘해야 본전일 수 밖에 없는 이런 행사의 운영이란 것, 할 수 있는 부분이란 가용한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누수를 막고 예측가능한 빵꾸를 때워내는 것. 스물다섯의 운영요원의 건투를 빌며 상담장으로 쓰이는 홀 두개,

등록데스크, 인터넷 까페와 대기장을 빨빨거리고 다녔다.


이틀째 누군가 한 명의 대학생 운영요원으로부터 들은 말, "근데 인턴이신가요?" 뭐. 어리게 봐준거라면 땡쓰,

뺑이치는 게 인턴같아 보인 거라면..흠. 구두가 물에서 막 건져낸 걸레처럼 축축해져 척척 살에 달라붙는 느낌,

이런 행사할 때 한번은 슬쩍 만보기를 차봤던 적이 있는데 이만보가 너끈히 넘었더랬다. 운동 솔찮이 된다.

보도자료에 나갈 사진이 필요하다 하여 찍었던 행사장 전경 중에 실제로 쓰였던 사진. 빈 테이블이 그림에

나오지 않게 하고, 뭔가 열의띈 모습으로 상담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사실 맘에 드는 사진이 없었다.


한상, 韓商. 중국의 화상이나 유대인들의 유대상들처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보려는 시도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비즈니스가 이뤄지려면 국적이나 다른 조건보다 상호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게

우선이니까. 그런 이해타산을 따지고 서로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윈-윈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게다. 내년은 대구.

사람들이 좀 한 풀 꺽이고 난 등록데스크. 운영요원들이 꽤나 능숙하게 해주어서 그래도 운영상 큰 문제는

없이 이틀간의 상담이 지나가고 있었다. 뭐...누군가에게 막말을 듣기도 하고, 누군가의 불끈 쥔 주먹이

금세라도 뻗어나올까봐 쫄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고맙다, 만족한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됐다.

운영요원들. 구두를 신고 온종일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는 게 어찌나 힘든 일인지, 파장 무렵에는 기어이 바닥에

철푸덕 앉아버리고 말았던 높은 굽의 여성 요원들 덕분에 그래도 큰 탈없이 행사가 굴러갔다. 어찌 그렇게

영어도 중국어도 러시아어도 잘하시고 까칠한 사람들에 대응도 잘 해주는지.


짬이 좀 나서 주르르 의자에 앉아 쉬는 그녀들을 보자니 갑자기 면접장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애초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위해 검정정장과 질끈 묶은 머리를 요청했던 게다.

잔뜩 미어지던 에스컬레이터도 한 숨 돌리는 시간. 행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창밖으로 기울어지는 해. 이제 몇개 남지않은 미팅을 정리하고 상담실적을 집계하는 일만 남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본 화장실 표시 중 꽤나 깔끔하고 이뿌다고 생각한 그림. 간략한 선으로 남녀를 표현하고

눈에 잘 띄도록 한다는 목적에 충실한 표지판. 송도컨벤시아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것.

게다가 이 계단 표시란. 구구하게 계단 표시를 전부 그릴 필요도 없이, 화살표의 구부러짐과 진로만으로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보는 순간, 오..이거 괜찮은데 싶었다.

둘째날 미팅은 오후 세시쯤 완료. 뒷마무리하고, 어느새 급빈티지스러워진 등록데스크를 보며 한바탕 전쟁이

지나간 흔적을 더듬었다. 뭐랄까, 방금까지 부산히 돌아가며 윙윙대던 모기떼들이 갑자기 탁, 하고 멈춰버린

느낌이다. 멍하다. 새삼 느껴지는 발바닥의 통증이 무지근하다.

이제 비어버린 인터넷 까페에 앉아 한 컷. 잔뜩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어느 기업대표가 왔는지

안 왔는지, 미팅일정이 어떻게 변경되고 어떻게 취소되었는지 따위 머릿속을 채우던 단기 기억들을 닥닥

긁어모아서 싹 휴지통에 몰아넣고는 '휴지통 비우기'를 해버렸다.


남은 것은 상담실적 집계와 결산, 보고서 작성이라거나 몇몇 한상과 국내기업에 대한 피드백 등이지만, 일단

당장은 좀 쉬기로 한다. 그러고 보면 이틀내내 2층 행사장 밖으로는 한걸음도 안 나섰던 거다.





인천 송도, 얼마전 있었던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구경했던 친구 말로는 온통 뻘밭, 황량한 공사판이라 했다.

정말, 여전히 높은 건물들은 올라가는 와중이었고 커다란 크레인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두바이의 그것을

조금 축소시킨 느낌이었다.

10월 27일부터 29일, 세계 곳곳에 자리잡은 한상, 한국상인들의 네트워크화를 도모하려는 여덟번째 한상대회가

있는 기간이다. 한상대회의 '꽃'이라 불리는,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은

28-29일. 전날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동선은 어떤지, 배너는 적절히 걸려있는지 세팅상황을 살피고 한상과 국내

기업들의 미팅 일정을 체크한다.

더이상 해외에서 유입되는 신종플루를 겁낼 때가 아니라, 국내에서 돌고 있는 바이러스를 걱정해야 할 때.

어떤 업체에서 제공한 소독용 약산성수 살포기가 입구마다 설치되고 곳곳에 세정제가 비치되었다.

한쪽에 배치된 응급의료소, 라고는 하지만 사실 '응급'상황이란 건 정말 꽤나 드문 일일 터. 응급상황이 아닌

때를 위한 '의료상담, 혈압측정, 혈당검사'도 취급하는 의료소다.

그리고 인천시에서 '생산'하는 수돗물도 무료로 제공. 이름이 뭐였더라...서울 수돗물은 아리수, 인천 수돗물은

뭐였지...미추홀이었던가. 백제의 건국신화부터 유래된 고풍스런 이름 미추홀. 그치만 수돗물의 비릿하면서도

까칠쌉쌀한 느낌은 너무도 현대적이랄까.

동선 체크. 1층 정문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배너와 현수막들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었다면 된 거다. 여기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만 타면 더이상 샛길로 빠질 염려는 없다는. 작년에 제주도에서 했을 때도 동선이 과히 깔끔하진

않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다지 동선이 쉽지는 않다.

테이블 40개씩 홀 두개를 가득 채운 미팅장.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되는 미팅을 위해 상담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공간을 구획하는 저 파티션이 넘넘 어정쩡한 거다. 치우기로 했다.

등록데스크. 아직 비닐냄새가 생생한 배너가 붙어있는 등록데스크지만, 내일아침이면 운영요원들과 업체

관계자들로 정신없이 붐빌 테고, 그렇게 이틀이 지나면 뭔가 '신삥'의 어릿어릿함을 지워낸 채 전투를 겪은

노련함이 묻어날 게다.

2층에서 바라본 인천 송도컨벤시아의 전경. 드라마를 안 봐서 모르긴 하지만,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가

피아노를 쳤던 곳이 여기 어디라던가.

참 휑하다. 그렇지만 뭔가 부지런히 뚝딱거리며 건물이 세워지고 지표면이 꾸며지고 있는 중이고, 또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참 멀다는 느낌이다. 밥 먹을 곳조차 찾기 쉽지 않아 한참을 돌아야 했더랬다.

근 삼십여명의 운영요원-자원봉사자..라고 하기엔 유급이라 적절치 않은 관계로 호칭이 이렇다는-들을 소집해

담날, 다담날 행사 진행에 대한 간단한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많이 기울어진 해가 창밖에서 고개를 잔뜩 빼물고 행사장 안까지 구경중이다.

담날 등록데스크에서 등록여부를 확인한 후 나눠주게 될 명찰, 뒷면에는 삼십분 단위로 빽빽히 배치된 미팅

스케줄이 해당기업에 맞도록 적혀있는 터라 약간씩만 일정이 변경되어도 수정해야 할 명찰수가 장난아니게

늘어난다. 한상이 약 200개, 국내업체가 약 300개였던가. 일단은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고 그새 변경되거나

취소된 일정은 밤에 숙소로 돌아가 반영해놓기로 했다.

환영만찬 일정이 있어 이제야 부랴부랴 세팅에 들어간 홀 하나. 라운드테이블이 빠지고 배너를 바꿔달고,

의자와 테이블을 잔뜩 깔아놓고 착착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배너를 늘어뜨리고, 구김을 얼추 펴내리며 사다리를 밟아내려오는 분들의 노련한

손놀림이란. 뭔가 프로의 손놀림이다.

입구에서부터 1층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엑스자배너를 설치하고 빨간 화살표모양 스티커를 붙여 방향을

가리킨다. 처음엔 좀 찾아오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배너를 십여개나 '도배'를 해버리고 나니 이건

억지로 딴 길로 새버리기조차 쉽지 않겠다 싶다.

어느덧 깜깜해진 행사장. 저녁먹으러 가자고, 아직 컨펌되지 않아 걱정스러운 미팅건도 있고 행사장 세팅도

채 완료되지 않았으며 테이블 위에 놓일 넘버링 스탠드도 몇개 모자르지만, 밥은 먹자고 재촉하여 나서는 길.


그러고 보니 인천에 도착한 게 오후 두시, 바로 행사장 돌아보고 운영요원 오리엔테이션하고 명찰이다 뭐다

챙기다 보니 숙소에 체크인한 건 밤 열시였던가. 뭐랄까, 한판 행사를 벌이기 전의 긴장과 분주함이란 건

마치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기 전의 어쩔 수 없는 그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 부분은

생기기 마련이고, 정작 삐걱대며 무겁게나마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알아서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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