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앙동 '40계단' 일대,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의 판자촌이 형성되고 부두 노동자들이 구호물자를 부리던 장소가

바로 이 일대라고 한다. 2004년에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한 문화거리로 만들어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그 계단을 오르는 길에 만난 아코디언 연주자의 찌그러진 중절모나 투박한 손매가 딱 그때 그시절,

고되고 허름한 삶의 편린을 보여주는 거 같다. 더구나 분위기를 띄우는 저 주황색 가로등 불빛까지.

길가에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다른 조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여긴 '뻥 아저씨'의 뻥튀기는 소리가 금세라도

터질 듯 꼬맹이들이 귀를 꽉 틀어막고 있는 풍경이 담겼다.

그 외에도 1950-60년대 부산역이나 부산항 근처에서 쉬이 볼 수 있던 풍경들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해가 금방 저물어 더이상 찾는 건 포기하고 혹시나 몰라 동광동 주민센터로 올라가 보았다.

동광동 주민센터로 오르는 나선 모양으로 배배 꼬인 길, 360도가 한 바퀴니까 한 720도나 900도 정도 돌았다는

느낌이 들 즈음 주민센터가 나타났지만, 5/6층에 '40계단' 관련한 전시가 있다는 안내판만 버티고 섰을 뿐

문은 단단히 잠겨있더라는. 주민센터가 쉬는 주말, 연휴에는 운영하지 않는 듯 하다.

남포동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용두산공원, 롯데백화점 광복점 그리고 40계단에 이르기까지 올망졸망

모여있어 하루쯤 시간 내어 휘적휘적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딱 좋은 거 같다. 지도에 나와있는 곳들에 더해 택시를 타고

기본 요금 조금 넘어 도착하는 '감천동 문화마을'(태극도마을, 부산 산토리니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도 가면

하루 일정으로 딱 맞춤한 스케줄이 나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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