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해수욕장, 5시만 넘으면 뉘엿뉘엿 어둠이 깔리고 햇살 대신 인공 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밤바다가 먹장처럼 새까매져 도저히 바다와 하늘이 어디에서 갈려나가는지 구분을 못한다고 하지만 광안리

광안대교의 저 휘황한 불빛아래에선 선연하게 갈려나간다. 불빛이 색색의 피아노건반처럼 바닷물에 물든

저기가 바로 수평선.

어둑해지고 나선 누런 모래사장 위로 바닷바람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곤 하지만 쌍쌍이 모여앉은 커플들 사이엔

바닷바람 대신 훈풍이 일고, 영 어설프고 심심한 폭죽이나마 번갈아 쏘아올리니 좀 볼만한 풍경이 되었다.

삼각대는 맨날 들고 가선, 숙소에다 쳐박아 두고 막상 쓰질 못하네..야경 찍을 땐 참 넘넘 아쉽다.



광안리를 굳이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광안리 회타운. 1층에서 싱싱한 횟감을 직접 고르고 원한다면 회치는 모습도

볼 수 있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매력인 거 같다.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저 고층빌딩 전체에서 사람들이

생선을 잡고 횟를 씹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그로테스크하긴 하다.

언뜻 보면 상해의 야경 같기도 하고. 조금 스케일도 작고 불빛의 휘황함도 못 미치는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바닷물이 이렇게 짓쳐들어온 해안선이라거나 모래사장이 있다는 게 나름의 매력인 거 같다.

모래사장에 텐트를 치고 뭐하시나 했더니, 사주팔자에 관상을 봐주신다는 도사님들이 텐트를 치고 불을 밝혔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근경과 원경. 깜깜해진 밤바다 수면 위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불빛이 미끄러질 때마다 반짝반짝,

나이트 싸이키 조명처럼 단속적으로 반짝이는 조명을 받으며 연인들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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