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외포리 외포여객터미널, 이곳에서 30분마다 출발하는 카페리호를 타고 석모도를 들어가려는 차와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석모도 석포리로 불과 십분 남짓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은

승선비용 대인 2,000원, 소인 1,000원, 승용차 14,000원. 편도비용이 아니라 오가는 왕복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식이다.

선착장 끝이 바다에 슬몃 잠겨있고, 그 앞에서부터 일렬로 늘어서서는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차들. 저만치 앞에서

갈매기떼를 무슨 날파리들처럼 몰고서 오는 유람선이 보인다. 

이제 배 앞의 입을 활짝 벌리고는 항구와 단단히 연결짓도록 인도하는 아저씨, 배 한대에 승용차로 한 삼십여대이상

들어가는 거 같았는데 이날따라 관광버스로 석모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수능시험을 치고나서

보문사의 부처님께 부탁할 일이 많아서라거나, 석모도에 있는 조그마한 산들을 오르내리려는 거 아닐까 싶다.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석모도 가는 길 배 위에서 갈매기에 새우깡 던져주기 놀이. 이제 갈매기

녀석들도 어찌나 닳고 닳았는지 엔간한 새우깡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게으르게 배를 따를 뿐이다. 던져졌던 새우깡이

바다에 힘없이 떨어지고 나면 그제야 바다에 살짝 내려앉아 먹기도 하고, 요행히 자기 비행 경로에 맞춤하게 던져진

새우깡만 잡아챌 뿐, 던져진 새우깡을 먹겠다고 서로 다툼하거나 사람 손가락까지 잘라먹을 듯 덤벼드는 '기백'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줄 알고 새우깡 안 사고 남들이 던져주는 것만 구경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배부른 갈매기들.

▲ 네이버에서 찾아본 석모도 지도. 왼쪽 아래 '장곶선박출입항대행신고소'와 '민머루해수욕장'이 보인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장구너머포구. 네이버 지도상에는 '장곶선박출입항대행신고소'라는 긴 명칭으로 나와있지만

장곶포구 혹은 장구너머포구라고 흔히들 부른다고 한다. 포구로 향하는 길은 그다지 정비되어 있진 않아서

차 두대가 아슬아슬하게 지날만큼의 아스팔트포장이 되어 있고, 따로 간판이나 표지판이 서 있는 게 아니라

길 바닥에 저렇게 노랑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정도. 포구에 도착하니 낙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횟집들이

각자의 배 이름을 걸고서 성업중이었다.

그리고 흐릿한 날씨에 벌써부터 시뻘겋게 변해버린 해가 걸쳐 있는 하늘 아래로, 마치 태양으로부터 뻗어나와

바닷물에 일렁이는 햇살인 것처럼 출렁이는 배들이 저 멀리부터 점점 커지며 눈앞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포구에 배들이 전부 들어와있나 싶을 정도로, 조그마한 포구가 꽉 차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엔 잔뜩 녹이 슬어 있는 채

시멘트 바닥 위로 끌어올려져 있던 커다란 닻이 하나.

바닷바람이 꽤나 쌀쌀했지만 바다에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그네들도 추운지 제각기

방해받지 않고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선 낚시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는데, 그와중에

혼자 살짝 떨어져 있는 저 분이 눈에 띄었다. 어쩌다 보니 저 분이 낚시대를 드리워서는 저 어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재미있어서 사진으로 담아봤다.

포구나 그런 곳은 보통 갈매기떼들이 하릴없이 노니며 주인없는 생선이 있지는 않나 호시탐탐 노리는 게 상례인데,

아무래도 석모도의 갈매기들은 전부 외포리와 석포리를 잇는 카페리호를 따라다니는 거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구너머포구로 들어오는 배, 포구에서 나가는 배들이 그 사이에도 쉼없이 뱃고동을 울리고 있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이 곳에서 아예 바다로 삼켜지는 태양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괜찮겠다 싶어서 기억해두었다.

강화도에서 먹었던 것 중 맘에 들던 조합 하나는 강화도인삼막걸리랑 순무김치, 석모도에서도 순무가 나는지

장구너머포구를 뜨기 전 한 옆에 소담하게 무더기짓고 있던 자줏빛 순무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민머루해수욕장'.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민머루, 미음발음이 연이어 나는 이름이

기억하기도 쉽고 이쁜 거 같다. 석모도에 있는 유일무이한 해수욕장이라는데 이미 바지런한 이들은 텐트를 펼치고

바다를 바라보며 캔맥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요새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긴 좀 무리겠고, 바다를 바라보며 캠핑을

하기엔 맞춤한 장소일 거 같다.

바다만 바라봐도 추워 보이는 11월인데다가 바닷바람도 제법 세차다. 아무래도 여름철 바다와는 달리 다른

봄가을겨울의 바다란 건 다분히 관상용이라는 혐의가 짙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바다 냄새를 맡으며,

지치지도 않고 쉼없이 달려들다간 허물어지는 파도에 질릴 줄도 모르고 시선을 빼앗기는 것.


아니면 이렇게 바닷가 모래사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를 타고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 위를 잠시 주행해

본다거나, 낚시대를 바닷가에 드리워보는 것도 괜찮겠다.


모터보트는 뭍에 잔뜩 끌어올려진 채 엔진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내년 여름까지 움직이지 않으려나. 여름이면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서서 샤워장을 이용하고, 모터보트의 엔진도 쉴 줄 모르고 뜨겁게 달아오를

텐데, 민머루해수욕장의 여름철 풍경이 문득 환상처럼 스쳐갔다.

그리고 계절에 딱히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산악오토바이, 네 바퀴의 ATV를 타고 해수욕장 근처를 돌아보거나

가볍게 드라이브를 즐기는 건 비만 오지 않으면 언제든 환영이다. 사진에 찍힌 건 그렇게 당장 드라이브를 나갈

상태는 아니고, 다만 카울 옆에 붙은 '페라리' 마크가 너무 선명해서.

천막이 걷힌 채 뼈대만 차갑게 남아있는 가을 혹은 겨울바다 위로 조금씩 해가 기울고 있었다. 가뜩이나 춥고 센치한

풍경에 저런 앙상하고 차가운 알루미늄 뼈대가 시꺼멓게 타버린 듯한 모습을 보니 이정도면 이맘때 바다를 찾아

즐길 수 있는 센치함은 만땅 충전되었지 싶어, 이제 슬슬 떠나도 되겠다 싶었다.

민머루해수욕장을 떠나려는데, 아까 장구너머포구에서부터 잘 보이지 않던 새떼가 보였다. 갈매기는 아니고,

쐐기 모양의 대형을 이루어 어딘가로 떠나는 철새들인 거 같았는데, 덕분에 이맘때 바다를 찾아 느끼고 싶은

스산함이라거나 센치함이라거나 그런 감정이 충만해진 채로 떠날 수 있엇다.





* 인천관광공사에서 컨텐츠 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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