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무슨무슨 일은 어떻게 하나요?" "저기요, 여쭤볼 게 있습니다." "저기요" 운운.


인턴의 저기요, 비단 인턴 뿐 아니라 신입직원들도 종종 범하게 되는 실수가 아닌가 싶다. 뭔가 다급했거나 당황한

상황에서 나올 수야 있다고 하더라도 가끔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상대를 부르는 인턴을 보곤 했다.

'Hey'같이 단순히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일종의 호칭으로 "저기요"를 상습적으로 쓰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인턴으로 있는 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 혹은 선후배로 가깝게 지내야 할 관계인데

마치 시장통에서 익명의 사람을 부르는 듯한 이런 호칭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인턴이 윗사람들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또 부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나름의 룰이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들어온지 얼마 안된 분들하고는 '선배님' 정도 부르면서 친하게 지내는 게 좋은 거 같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바람직하다거나 일반적인 룰은 그공간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를 알고,

과거의 인턴들이 어떻게 불렀으며, 또 그 분들이 어떻게 불리고 싶어하는지를 그나마 제일 만만하고 가까운 분께

넌지시 여쭤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좀더 잘해보겠다고 물어보는 건데 쫄지 않아도 된다.

우리 회사같은 경우는 인턴과 주로 함께 일하는 바로 위 직원에 대해서는 '누구 선배'라고 부르고, 다른 분들에

대해서는 직급을 불러드리는 게 룰인 듯 하다. 그 밖의 계약직 등 비정규직 분들에 대해서는 '누구 씨'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첨언하자면, 일부 '몰지각한' 신입직원도 바로 윗 선배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개념없다'란 뒷담화를

듣기도 한다. 인턴이나 신입직원이나,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겹치는 실수들이나 태도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인턴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눈치를 쌓고 경험치를 높인다면 나중의 신입직원 생활에도 도움이

적지 않을 거 같다. 역시, 어느 정도는, 하기 나름인 거랄까.



#1.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문득 그녀의 전화를 받고 끊을 때, 그녀는 말한다. "공부 잘해~". 집에서 회사일을 말할 때

나도 문득 말한다. "학교에서~".

아직도 어색한 정장차림과,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출근길, 그리고 여전히 번거롭기만 한 아침마다의 의례.

넥타이와 셔츠의 매치. 대학생이자 인턴인 남자아이 하나와 대졸 회사원이자 외부적으론 대리인 남자아이 하나
 
사이에는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그런 묘한 분위기가 이따금씩 피어올랐다 사라진다.


#2.

적나라한 금전적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업무의 특성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확실히 스트레스가 적고, 덜

늙어보인다. 들어오기 전도 그렇지만 들어오고 나서도 줄기차게 들었던 말, 이곳 사람들은 다들 너무 좋다고.

첨에는 정말 여긴 사람들의 인성을 많이 보고 뽑나보다, 할 정도로(글탐 내가 뽑힌 게 100% 시스템 에러겠지만)

사람들이 하나하나, 다들 좋아 보였다. 물론 지금도 좋아 보인다.


다만 그러한 '사람 좋아보임' 이면에는, 굳이 다른 사람에게 까칠해 보이기 싫고 뒤로 싫은 말 듣기 싫다는

암묵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깊게 개입되지 않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허허 웃고 치우는

거다. 그럴수록 뒤로만 말이 무성해지지 않을까. 선배들이 최소 3개월은 나죽었다 생각하고 이미지관리 잘 하고

앞으로도 이미지로 '쇼부'칠 거라는 충고를 던지는 건 괜한 게 아니다. 굳이 부딪히지 않고, 마침 크게 부딪혀야

할 일도 없고 뚜렷이 숫자로 된 성과로 계측되는 집단도 아니니, 좋은 소리 듣고 좋게좋게 가는 게 제일 중요해

지는 거 같다. 아님 술자리에서, 어디에서든 질겅질겅 씹히면서도 정작 본인은 모르기 십상이지 싶다.


누구였더라, 사석에서 남의 뒷담화만 안 해도 제대로 회사생활하는 거라는 말씀은 갈수록 묵직하게 느껴진다.


#3.

내가 외국계 기업을 가고 싶어했던 건, 그곳에는 뭐랄까, 문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술을 먹어야

빨리 친해진다거나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거 말고.

여기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으레 술을

깔아놓고 몇차씩 옮기며 마시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을 못찾고 있는 것 같다.


단적으로 합격자 발표 후 가족들을 불러 식사를 함께 하는 IBM의 '가족적'인 마인드는, 사실 한국 기업들에선

찾아보기 힘들 거다. 적어도 협회에선 확실히 그런 거 같고. 그래서 한국 대기업식의 빡빡한 조직문화도 아닌

것이, (다소 이상화된) 외국계기업식의 개인화된, 동시에 다른 방식으로 묶여있는 조직문화도 아닌 것이

어정쩡하게 조직과 개인을 모두 풀어버린 지금의 그림이 아닌가 싶다. 그닥 뚜렷한 묶임이 없고 각자 적당히

친한 척하며 살짝살짝 그림자만 스칠 뿐인 피.상.적.이기 쉬운 관계. 그렇게 두루두루 친하고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아닐까. 하고 다소 기우 중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어떻게, 어떤 관계를 누구와

만들어나가야 하는 걸까 생각 중이다.

#1. 환영회

부서에 배치받은지는 어언 한달이 넘어가는데, 외국 출장과 각종 행사로 바빴던 터라 어제야 내 환영회가 있었다.

미루어지다 보니 마냥 내 환영회랄 수만도 없는 게, 대학 같은 과 친구이자 입사 3년 선배인 분께서 우리 부서로

옮겨온 환영회도 더해졌고, 어제 새롭게 합류해 한학기동안 인턴활동을 할 대학생 인턴환영회까지.

여태 팀회식은 한번도 없었지만 익히 예상했던대로 술은 그렇게 먹지 않는 분위기에, 소탈한 팀장님 이하

화기애애한 팀원들의 거리낌없는 대화가 오가는 자리여서 맘에 들었다. 평소 사무실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뭐, 아직 내가 바쁜 시기를 경험치 못한 탓도 있겠지만.



#2. 시간.

그러고 보면, 대학 졸업에 이르기까지는 계속해서 시간표가 학기 단위, 월 단위, 시험 단위, 주 단위로 짜여져

있었다. 딱히 시간을 분절시켜서 쓰고 있다는 감각 없이도,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알아서 규칙적인

일정과 시간 관리가 가능해지는 그런 상황에서 이십여년을 살아왔던 거다. 거창하게는 근대적 노동자의 예비..

랄 수도 있겠고, 안정적으로 주어진 스케줄표라 할 수도 있겠지만 여튼지간. 그래서, 정식 출근 후 고작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스케줄이 가능할지에 대해 감이 안 잡히는 건

당연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중간중간 규칙적으로 꼽혀있는 깃발들..이 안 보이니 내가 뭔가 스스로 시간을

덩어리로 묶어가며 써야 될 거 같은데, 아직 일년 한 바퀴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감잡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일의

템포-강약강약이랄까 강약중강약이랄까-를 강조하는 팀의 고유한 분위기 탓, 혹은 고유한 스케줄 탓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그런 식의 타협으로 2월 한 달을 정신없이. 아무것도  계획한 거 못하고 보내버린 스스로를

조금은 살갑게 용서.ㅋ



#3.

열두개가 찍힌 커피빈 쿠폰으로 자그마치 6,200원짜리 아이스 블렌디드를 바꿔들고 올라와선 9시 땡치고 일과가

시작되었음에도 쓰던 글은 마저 써야겠다고 이러고 있다.ㅋ

#1. 이미지(Before & After랄까..)

'한국무역협회'와 '이희범회장'을 키워드로 해서 뽑아 보았던 1년반치 기사뭉치, 월간지, 논문들에서

비쳐진 무역협회란 곳은 전경련을 필두로 한 경제4단체 중 하나라곤 해도 조금 달라보였다. 자력으로

무역하며 위협섞인 엄살을 피워대는 대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근근히 수출하며

먹고살기 바쁜 중소무역업체, 중앙에서 소외된 지방업체의 이익을 통틀어 대변하려 하는 무역업체들의

이익단체. 애초 공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고 단지 한국의 '무역업계'만을 위한 민간단체가

정체성이라지만, 다른 것도 아닌 '한국의 무역'이라니 공공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게다.


해병대 등 이런저런 희떠운 연수스케줄 몽땅 합쳐봐야 아직 한달도 안되었다지만 실제로 중소

무역업체를 위한 일도 많이 하는 것 같아 보인다. 高원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정부에 촉구한다거나,

FTA활용방안을 홍보한다거나..SERI가 삼성이란 일개 사기업의 지적 전위부대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는데 반해, 협회산하 국제무역 연구원은 그래도 국가 차원의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 분석, 대안 제시의 노력도 진지해 보이고. 물론 그러한 식의 '수출 XX불',

'세계 XX위'같은 유치한 양적과시가 끊임없이 거슬릴 뿐더러 기업인이 한국의 1등국민이라는 암묵적

전제도 썩 와닿지는 않지만.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필연적 결과로 한미FTA를 앞장서 주도했으며

한EU FTA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불쾌하지만.(근데 대체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처하는 진보진영의 자세가 왜 이렇게 다른지, 반미의식에 편승해 쉽게 감정을 동원할 수 있겠단

꼼수 > 자본에 대한 문제의식?)



#2. 낯익은 위화감

게다가 벌써부터 거슬리는 문제들도 있다. 만약 중소무역업체와 대기업의 이해가 상충하는 무역현안이

있다면, 무역협회는 어떠한 의견을 채택할 건지? 비록 6만5천여 회원사를 모시는 서비스단체..란 게

공식적인 외피라지만, 정몽구회장이 사회환원한다며 만든 재단위원장에 협회장을 위촉시킬 만큼,

삼성역 무역센터 54층짜리 건물과 코엑스의 번듯한 외양이 중소무역업체들을 왠지모르게 위축시킬만큼,

친재벌과 친기업이란 입장 간의 간극은 만만치 않다. 나아가, 무역협회라지만 수출협회라는 치명적
 
약점. 여태 한국은 수입업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소홀해 왔는데, 수입에 대한 막연하지만 뿌리깊은

부정적 이미지 때문일 게다. "무역흑자를 갉아먹는..국부를 유출시키는..신토불이를 나몰라라 하는..

사치스러운.." 등등.


그렇지만 수출만큼 수입도 중요하며, 수입의 질적, 양적인 면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단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한국 사회나 기업들이 보다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무역협회는 '무역흑자가 지고의 선'이라는 중상주의적인 가치관에 기댄 채

수입업체들로부터의 많은 가능성을 사장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수입은 가공생산을 위한

원자재란 걸 생각하면, 전략적인 측면에서나 원칙적인 측면에서나, 협회가 수입업체들을 외면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의미를 싣지도 못한 채 뭉뚱그려진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 간의

엄연한 차이. 수출입의 질적 측면, 실제 수익성 등에는 소홀한 채 그저 수입을 최대한 묶고 수출을

최대한 이끌어서 국부를 쌓겠다는 단순무식한 중상주의적 사고.


친재벌과 친기업, 친기업과 친시장간의 모호한 경계에 모호하게 발붙이고 선 무역협회는 그러한 상식이

얼마나 무디고 편향적인지 첨예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중소기업 편인지 대기업 편인지, 김용철 변호사가

개XX인지 삼성이 XX끼인지. 이미 면접 때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고 나름의 답까지 제시해

줬었던 무역협회다. 흑자면 장땡이라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신중상주의로 부활하고 있다는 건, 70년대 건설업체 사장나부랭이가 'CEO'라는 21세기적 단어가 가진

마력을 빌려 대통령에 덜컥 당선한 마당인지라 이상할 것도 없다.



#3. 창조적인 불만, 냉소에서 출발하는 낙관,..Whatever.

과장스러운 환영사와 일장훈시들은, 결국은 "초심을 잃지 말아라" 혹은 "비싼 밥이니 맛있게 먹어라"

정도로 요약된다. 누구나 초심을 운운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말하지만,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처럼 문제는 자신의 마음인 거다. 내게 있어, 모든 초심의 초심은 '즐거움'이고..즐겁게

일하고 싶다.

일단은..아직 발령도 안 받은 신입직원 나부랭이로서는, 이렇게 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곳을 갈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놓고 부메랑처럼 돌아올 부담감과 깨어있음의 압박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ver2.0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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