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뉴욕, 한국의 (서울도 아니고) 홍대앞'으로 비견해 놓은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글쎄,

다른 건 그렇다 쳐도 한국의 홍대 앞과 비교하는 건 조금 아닌 거 같다. 홍대 앞보다 훨씬 밀도 높고 넓은 규모로

번져 있는 하라주쿠의 스타일리시한 상점가들을 직접 보았다면 말이다.

하라주쿠의 대표적인 패션스트리트라고 할 캣스트리트와 메이지도리만 따라 쉼없이 걸어도 반나절이 훌쩍

가는데다가, 계속해서 뭔가 들어가 보고 싶은 샵들이 눈앞에 튀어나오는 거다. 대로 이외에 골목들에는

개성넘치게 입은 일본 사람들이 왠지 껄렁대며 걷고 있고, 차들도 골목에는 다니지 않아서 정신빼놓고

사방을 두리번대며 걷기에 딱 좋다.

한 쪽에는 명품 샵들이 차도를 사이에 두고 이열 횡대로 늘어서 있기도 하지만, 또 이런 처음 보는 간식거리들을

파는 가게들도 그 와중에 점점이 박혀있곤 했다. 아이스크림 도넛이랄까, 아이스크림이 케잌을 도넛모양으로

만들어선 화이트초콜렛으로 껍데기를 얇게 입힌 건데 가게 건물의 치장부터 남달라서 확 눈에 띄었었다.


조만간 한국에도 상륙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이제 막 생겨난듯한 아이템이니 대충 일본의 반응을 살핀 후에

되겠다 싶으면 1, 2년 내로 한국에서 볼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난 꽤 맛있게 먹었는지라.

중절모 샵이 꽤나 많아서 나도 하나 사서 써볼까 싶어 돌아보았다가, 중절모 대신 속눈썹을 요렇게 단정하게

붙이고 눈을 살포시 내리깔고 있는 마네킹에 정작 시선이 가고 말았다.

샵들 앞에 세팅되어 있는 이런 소품들도 참 아기자기하다. 뭐, 그러고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홍대에서 많이

좇으려 하는 그런 거 맞긴 하지만 여긴 조금 걷다보면 금세 벗어나버릴만큼 그렇게 작은 지역이 아니란 거.

말하자면 홍대앞과 신촌과 이대 앞과 효자동과 삼청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정도를 한군데로 합쳐놔야 그

복작복작한 분위기와 커다란 규모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움이 느껴지지 않을까.

신기한 모양의 백팩. 괴롭히거나 시비거는 녀석이 있으면 가방을 한 손에 꼬나쥐고 마구 휘두르면 전부 쓰러지고

말 거다. 저런 가방 하나 있으면 교실 내에서 군림하는 건 시간문제.

외국을 여행하면서 이런 섹스샵, 콘돔샵을 둘러보는 건 나름 흥미로운 기회. 더구나 여긴 망가의 나라 일본이니까.

기대했던 대로 온갖 신기한 것들이 조그마한 샵을 무색하게 그득그득 차 있었지만, 아쉽게도 사진촬영 불가라

그저 머릿속에 넣고 오기만 했다는. 주머니 속에는 넣지 않았다.

그렇게 오모테산도 역에서 JR하라주쿠 역까지 반나절이 넘도록 돌아다니며 밥먹고 음료수 마시고 간식먹고

구경하고 써보고 하던 발걸음이 이윽고 멈췄다.
Champs Elysees, 엘리제의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게 바로 샹젤리제.

몰랐다. 파리에 여름 휴가간다고 잔뜩 들떠서 다시는 한국에, 회사에 안 돌아올 것처럼 말그대로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을 때,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흥얼대고 있던 '오~ 샹젤리제~'의 그곳.


샹젤리제 거리는 라데팡스의 신개선문, 개선문이나 노틀담성당처럼 하나의 건물이나 닫힌 공간이 아니라 그런지

뭐랄까 율동감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주위를 두리번대며 자꾸 발걸음을 늦추는 관광객들의 흐름이 하나의 파트를

맡고 있다면, 이 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단호하고 간결한 행보는 또 다른 하나의 파트같은 느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샹젤리제 거리라 불리는 약 2.3km의 이 거리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길가에 죽 늘어서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주먹만한 포석이 박혀있는 도로와 보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대로나 그렇지만 샹젤리제 거리에서 뻗어나가는 좌우의 자그마한 골목길들, 그 골목들을 따라 가다 보면 또

뭔가 재미있고 인상적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싶었지만 우선은 넓은 길을 걷고 본다. 이리저리 뺑글대며

돌아서 가는 것도 좋아라 하지만 샹젤리제 거리에 이어지는 명품샵들과 까페들을 횡단보도 좌우로 건너면서 하나씩

코박고 구경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퐁피두 센터의 잔상이 아직 뇌에 남아있었는지, 공사중이던-아마도 리모델링?-건물의 산만하고 얼기설기한 외관을

보는 순간 앗, 퐁피두다, 라고 생각했다. 샹젤리제 거리의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샵의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라고 한다. 계절에 따라, 신상품 출시에 따라, 혹은 아예 다른 매장이 들어서는 탓도

있겠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맘내키는 노천까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잔, 그리고 샌드위치 하나..내가 꿈꾸던 파리여행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원래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터라 한국에서도 자주 마시곤 했지만, 왠지 이곳의

에스프레소는 파리의 공기와 물 덕분인지 맛이 다르다. 녹차만 해도 물을 뭘 쓰는지, 어떤 다기를 쓰는지에 따라서

엄청나게 맛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파리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달랐다. 아, 물론 그보다 미시적인 차원에서도,

가게마다 약간씩 맛이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스프레소는 어느날 아침 빵을 사들고 샤요궁전 위의 발코니

난간에 올라앉아, 에펠탑을 바라보며 마셨던 모닝 에스프레소. 가격도 착했다. 1.5유로였던가.


어렸을 적 '몽둥이빵'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바게트빵은 딱딱하다기보단, 실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단 걸

알게 해준 파리의 빵집들. 그 중 조만간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PAUL...옆에 Brioche Doree.

왠지 김인문아저씨톤으로 "니들이 빵(pain)맛을 알아?"랄까. 왠지 한국에만 들어오면 딱딱해지고 그악스러워지고,

독해지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에는 하루세끼 빵조각만 뜯고도 잘만 다녔는데, 이제 그런 식의 여행은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침점심은 대충

때우고 돌아다니면서 군것질하듯 먹는다 쳐도 왠지 해가 뉘엿해지고 숙소로 돌아갈 즈음이 되면, 몸에서 단백질과

뭔가 격식이 차려진 메뉴를 요구한다. 이왕이면 좀 여유롭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으면서도

먹고 나면 몸에도 불끈 힘이 솟을 만한 것으로. 아마 이런 추세대로라면, 근 십년쯤 후에는 세끼 모두 맛나고 비싼
 
것만 찾아다니며 온천같은 곳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정도 그림이 나오는, 그런 유복한 웰빙 여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급화를 추구하며 땡깡놓는 내 몸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벌써부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심속에 우거진 녹음, 한뼘의 햇볕을 받아 안으려는 여인의 해바라기. 햇볕조차 바람에 휘영청 기울어 내려쬐는

듯 햇살 조각이 사방으로 펄럭이며 내리쬐는 파리의 미친 날씨에 한국의 후덥한 여름날씨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햇빛 한 뼘을 좇아 수고로이 걸음을 옮기고, 그 따스함을 감각하면서 맹렬한 바람을 견디고 있었던 나 역시 어느새

파리지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즈니샵도 있었다. 파리에서 디즈니샵을 보다니, 이들의 문화적 자존감과 우월감에 대한 신화가

너무 거창하게 알려져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프랑스도 WALL-E 열풍인가 보다. 디즈니샵의 쇼윈도에 온통 월-이랑

이브 장난감만 가득하다. 올여름에 봤던 영화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지만, 내가 가장 끌렸던/끌리는

'모!'캐릭 장난감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정말이지 있기만 했으면 바로 질렀을 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뒤를 돌아보면 하얗게 빛나는 개선문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정말 뜬금없지만,

개선문을 모델로 해서 근대 대한제국의 땅에 세워진 '독립문'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한번 보고 왔음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리지널과의 비교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개선문은 저기 당당히

위치를 잡고 서있는데 독립문은 어디에 있으며 지금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읽히고 있을까..그런 감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샹젤리제 거리의 즐비한 상점가와 까페들의 출현이 끊길 즈음, 쁘띠 팔레와 그랑 팔레로 이어지는 길.

이 길을 죽 밟으면 콩코드 광장을 거쳐 튈를리 공원, 카루젤 개선문과 루브르 궁전까지 닿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라 뒤레'의 마카롱을 꼭 사올 것을 당부한 친구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이라면서, 그곳의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wingbus의 파리 여행정보 맵까지 쥐어

주었다. 그 맵에 나온 설명에 따르자면, 친구 말대로 "라뒤레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란다. 비록 난 여태 그렇게 잘 알려졌다는 곳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마카롱이란 것도 스타벅스나 현대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한두번쯤 별 특별한 감흥없이 먹었던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설명은 이어졌다. "1862년에 세워진

가게인데, 우아한 파스텔톤 외관을 비롯하여 고풍스런 분위기가 매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내추럴, 시트롤(레몬),

피스타치오, 바닐라, 커피, 초콜렛 등 10여종의 다양한 마카롱을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도상, 샹젤리제 거리 중간쯤에 표시된 이 라뒤레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더구나 나는 별로 지도를 손에 들고

관광객 티 내며 다니는 걸 꺼리고 좀 걷다가 멈춰서 뒤적뒤적, 다시 또 얼추 방향과 거리를 잡고는 걷다가 안나옴

뒤적뒤적..대는 패턴으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좀 되었다. 아무리 여행에서 헤매는 건 필연적일 뿐 아니라

사실은 기대하고 있던 거였다고는 해도, 명품 매장과 쇼핑센터로 가득한 샹젤리제 거리는 그다지 내가 자주 걷게

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한번에 찾고 싶었다.

그래서 개선문을 등진채 신호등을 종횡하며 샹젤리제 거리의 좌우측 보도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쁜 까페들이

있었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있는 아가씨들이 시선을 흐트러뜨렸으며, 아마도 근처 MONOPRIX같은

대형 마트에서 샀을 샐러드를 길가 벤치에서 맛있게 먹는 아가씨들도 정신을 분산시켰을 즈음.


라 뒤레가 내 등뒤에 있었다. 방금 지나친 라뒤레의 노천까페를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메뉴판을 살피던 내

시선이 곧장 저 사진 속의 아가씨가 뿜는 왠지 모를 당당함과 신선함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라뒤레의 간판을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연두빛과 단정한 금색의 조화가 매력적이어서, 냉큼 들어가기 전에 잠시 밖에서 서성대며

장식들을 구경했다. 안에는 타르트라거나 크로와상같은 기본적인 빵류에서부터 색색의 디저트용 조각 케잌, 그리고

선명하게 빛깔을 내는 근 스무 가지의 마카롱이 크고 작은 사이즈로 쫙 진열되어 있었다.


작은 거 8개에 약 14유로였던가, 1유로에 1600원 가까이 하는 세상이니 8개에 약 3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상자크기는 다양하게 있어서 많이 살수록 개당 단가가 약간씩 내려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기 때문에 별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으니 약간은 심술을 부리듯이, 혹은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꿋꿋이 행사하겠다는 의지라도 표현하듯, 세 개의 박스, 총 24개의 마카롱을 하나하나 점원에게

무슨 맛으로 달라고 읊어줬겠지. 박스도 네 가지의 색상이 있었던 거 같은데, 모두 다른 색으로 달라고 주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뜻하고 쌉쌀한 커피랑 같이 먹으면 딱이다.

겉은 바그작, 하고 부서져 내리지만 안에는 살짝 쫀득이는 달콤한 크림같은 게 차 있다. 커피맛이든 초콜렛맛이든

혹은 레몬맛이든 그 맛 자체도 신선하게 풍미가 살아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테 역 앞에 액세서리나 화분, 온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자그마한 시장골목통 같은 데서 사온 고양이 두마리를

올려놓고 한 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