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닥친 2012년의 끄트머리,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추위가 한결 더 심해진 건 틀림없는 듯

 

연말 대목이 예년같지 않다는 푸념이 사방에서 들리더니 이태원프리덤의 이태원 역시 비슷하게 쎄한 분위기.

 

바람막이용 비닐 너머 괜찮은 비스트로 겸 까페 건물과 가로수에 칭칭 감긴 전등이 부옇고 앙상하게 드러나고,

 

마치 벽면을 타고 기는 덩굴손처럼 유리창 위에서부터 스물스물 늘어뜨려진 빨갛고 파랗고 노란 꼬마전구 불빛이 커튼처럼 드리웠다.

 

치킨집 천장에 장식된 세계 각국의 국기들. 홍콩을 국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여하간 홍콩의 깃발도 보이고.

 

추위에 손이 곱아 아무리 손을 불어도 따스한 감각이 없어서 카메라고 뭐고 가방에 넣으려던 차에 눈에 띈 그래피티 하나.

 

왠지 2012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눈에 더 잘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에서 시작', 뭔가 리셋의 의미가 담긴 거 같기도.

 

 

어쨌거나 이제 모두 '작년'에 찍은 사진일 뿐.

 

아래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2013년이 되도록, 영에서 다시 시작~*

 

 

 

 

썬크루즈호텔의 갑판부 위에 있는 풀장에서 바라본 정동진 해안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던 시간대.

 

해수풀장이었으니 아마도 정동진 앞바다에서부터 퍼온 물이었을 텐데, 작은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수압이 생각보다 세다.

 

  

 

저녁 7시가 넘어도 아직 사위가 흐적흐적 발가스름하던 때. 고작 두어달이 흘러 해넘이의 호흡은 무척이나 가빠졌다.

 

 

 

호텔 안 7, 8층쯤의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

 

 

양손을 살짝 벌려 치켜든 자세는, 살짝 어색하면서 변태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해를 잡으려는 손짓이라 치자.

 

'손각대'를 쓰다보니 좀 많이 흔들렸지만, 조리개를 바짝 조인 렌즈의 빛갈라짐이 제대로 잡혀서 그냥.

 

 

호텔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천장에는 열두 별자리의 상징들이 원형을 이루며 박혀 있었다. 이건 물병자리.

 

 

선크루즈 호텔 앞으로 살살 걸어본 야밤의 산책 풍경.

 

 

 

 

유람선 한 척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이 곳에 올려서는 호텔로 쓴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저 아랫쪽으로는 조금은 작은 배 모양으로 만들어진 횟집. 옆에는 요트들이 줄줄이 주차중이다.

 

 

호텔에서 뻗어나가는 산책로는 정동진 시내를 굽어보는 전망대로 이어졌다. 작고 어슴푸레한 불빛무더기.

 

 

 

밤마실을 마치고 새벽 해돋이를 보러 달려나가기 전, 잠시 희뿌연 분위기를 감상하며 호텔의 정원을 살폈다.

 

 

그리고 해돋이. 이 호텔과 정동진은 특히 새해 첫 해돋이를 하겠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하는데, 사실 꼭 그런 날

 

해돋이를 보겠다고 남들 모두 줄서서 가는 곳에 덩달아 가는 건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꽤나 볼 만한 건 사실이니 굳이 새해 첫날 말고, 언제든 본인이 맘을 다잡고 싶은 때

 

오는 건 어떨까. 모든 사람들이 요이땅, 해서 새해 1월 1일부터 새사람이 되겠다며 다짐하는 건 좀 그로테스크하다.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나 풀들을 보면 꽤나 이국적이다. 무성하지는 않지만 야자수도 자라고.

 

밤마실을 다녔던, 그땐 잘 알아채지 못했지만 꽤나 잘 다듬어진 정원.

 

호텔 출입구에 설치된 우표모양의 구조물. 오가는 투숙객들이 전부다 저 안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던.

 

 

 

밤에 봤던 야경이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해 보였지만, 역시 바닷가 풍경이 뜨거운 여름 대낮에 봐야 진짜다. 파라솔들하며.

 

 

그리고 다른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장승공원도 있었는데, 관리가 안 된 건지 아님 잡초들이 워낙 생명력이

 

강인한 건지 거의 버려졌다 싶은 느낌으로 황량하던, 두눈 부리부리한 험상궂은 표정의 장승들이 더욱 부각되던 곳.

 

 

 

 

 

2011년이 갔고, 많은 매체들과 사람들이 나름의 한해 뉴스를 정리해보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 2011년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 속편하고 게으르게 손놓고 있던 인류에게

굉장히 큰 이정표가 되는 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원전 르네상스'를

외치며 국내외로 원전을 확대 가동하려 드는 정권도 있다지만, "100-1은 0"이 되고 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대안 마련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관련글 : 원전 견학 후기. 원전이 스스로 말한다, 100 빼기 1은 0이라고.



2011년을 휴지통 속에 넣어 뚜껑 덮고 청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발로 뻥, 차서 내버릴 게 아니라,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의 충격과 공포에 눈돌리고 애써 둔감해지며 폭탄을 안고 살것이

아니라, 그런 비정상적이고 치명적인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이 '온고이지신'하는 방법 아닐지요.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방사능물질이 계속 새어나오고 있고, 바람과 해류와 도로를 타고

방사능물질은 이 조그마한 별 지구 방방곡곡으로 번져나가고 있을 텐데요.



● 일시 : 2012년 1월 2일(월) PM 14:44부터

●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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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 : "후쿠시마", "원전" 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금세 뜨는 무서운 사진들, 한번 쭉 훑어보시고
           후기를 공개글로 남겨주세요.
        
+ 초대장을 받을 이메일주소!^-^*

● 주최 : ytzsche(이채, 異彩)

● 제공 : 초대장 25장+a





















● 일시 : 2011년 1월 6일(목) 00:30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 목적 : 작심삼일 시즌2가 지나가고 있는 2011년 1월 6일,
            새해 다짐을 되새기고 작심삼일 시즌212(=365/3)까지
            쉼없이 무한 돌림노래하는 열의를 되새기기 위함.



● 방법 : 올해의 새해 다짐, 세가지 소원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혹시 아나요, 댓글을 달아주시면 정말 이뤄질지도..?!


제공 : 초대장 69장 (왜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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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잘 될겁니다^-^ : 잘될꺼야
분명 잘 될겁니다^-^ : ㅋㅋㅋ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ㅋㅋㅋㅋ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그럴리없는 거 알자나ㅋ

분명 잘 될겁니다^-^ : 그럴리 있다고 생각해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뭐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화이팅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ㅋㅋㅋㅋㅋㅋ

분명 잘 될겁니다^-^ : ㅋㅋㅋㅋㅋ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걍 새해라고 다들 너무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밝고 맑고 행복하기만 할 듯이 구는 게
다 잘되길 바래, 그러기야 하겠냐만. : 웃겨서



to '분명 잘 될겁니다^-^',

우리의 대화 기억해두고, 일주일쯤 지나서 누가 맞았나 보자구.ㅋㅋ

그때도 2011년이 따끈따끈할지, 뭔가 새로운 건덕지가 있을지 말이지.





아직 새해가 오지 않았지만 이미 꽤나 오래전부터 새해를 살고 있는 이맘때,

달라붙어있기는 하지만 딱히 쓰임이 없이 흔적처럼 남아있다는 맹장, 그 맹장처럼 살짝 무안하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지던 2010년의 남은 날들이 조금씩 소진되어 가면서 나름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2011년이라는 새해에 대한 압박은 매년 여전해서, 대체 이토록 정신없고 불안하기만

하던 2010년의 연장선상에서 2011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난 또 어떤 예기치 못한 갈래길 앞에

서게 될지 조금은 비장해지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하는 거다.



아마 저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렇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는 지났으니 일단 올 한해의 할 일은 다 했다 싶지만 여전히 사람들 앞에 서있어야 하는

그런 부담감 혹은 멋쩍음, 얼른 창고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또 내년 이맘때까지 뭐하고 혼자 노나

싶은 막막함과 소심함이 휘감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거다.

호텔 불빛이 슬몃 어두워지기라도 하면 괜히 같이 우울한 불빛을 내쏘는 듯한 트리의 그림자.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점점 고조되며 반짝반짝 터질듯 새된 목소리로 즐겁게 우짖던 느낌이

확 사라지고, 살짝 어두워~ 지는 트리는 왠지 2010년 마지막날을 아쉬워하는 듯.

여하간, 이 테이블과 쇼파, 그리고 등불까지 참 맘에 들더라는 뜬금없는 결론부. @ 코엑스인터콘.




여기저기에 글을 흘리고 다니는 게 취미이긴 하지만, 올해는 (아마도) 블로그와 특히나 트위터

때문에 다이어리가 꽤나 띄엄띄엄, 여백의 미를 과시하는 거 같다. 아무래도 회사용 다이어리와

개인용 다이어리를 별도로 쓰는 것도 원인이긴 한 거 같고. 그래서 올해 말에는 제법 고가의

만년필도 하나,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다이어리도 완전완전 사랑스러운 걸로 고르고 말았다.

가죽으로 씌워진 2010년 다이어리는 아무래도 조금 두껍고 무겁고 커다란 느낌이 있어서

매일같이 들고 다니며 끼적대기가 좀 불편하기도 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도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 덕분에 이미 9월부터 다이어리가 헐벗는 징조는 뚜렷했달까.

(점점 헐벗어가는 2010년 다이어리.)

이번 다이어리는 앞뒤 표지에 온통 금빛 고양이가 가득하다. 꾹꾹이를 하고 식빵을 굽고

이렇게저렇게 몸을 흐느적대는 고양이들이 홀딱 반할 포즈들만 취하고 있는 거다. 아무래도

요샌 트위터에도 흥미를 많이 잃었는지라 내년엔 좀더 이 어여쁜 다이어리를 애용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다이어리 속에도 온통 고양이가 그득그득, 정말 맘에 들었던 건 단 한 페이지에도 똑같은

도안의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까맣고 하얗고 점박힌 온갖 녀석들이 나와서 이렇게

놀이기구도 타고, 나비도 쫓고, 풍선도 띄우고, 한장한장 넘기니 monthly plan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되는 weekly plan의 페이지들. 날짜 표기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아까 조금

1월달치만 미리 적어두다가, 워터맨 만년필을 갈피에 끼우고서 귀염이들과 사진 한 장.

아 진짜..인간적으로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니들. 바니걸 코스프레중인 괭이녀석, 바나나

코스프레중인 괭이녀석, 그리고 수면안대를 이마에 쓰고서 말똥말똥한 눈빛을 쏘아주는

괭이녀석들까지. 이 녀석들과 함께라면 2011년 완전 해피할 듯. (그리고 나는 삼십대..ㅋㅋ)


weekly plan 다음에는 무지노트처럼 자유로운 공간이 다이어리 삼분지일쯤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고양이들의 대향연. 시간을 두고 찬찬히 들여다보았지만 정말정말

페이지 한 장도 겹치지 않는 컨셉의 그림들이라니, 이년전인가, 썼던 다이어리도 고양이가

우르르 나왔지만 그건 사실 어제의 괭이가 오늘의 괭이였고 또 내일의 괭이였다구.

다이어리를 사면서 함께 산 포스트잍. 꺄아~ 저 눈빛하며 다소곳이 두 앞발을 모아쥐고 있는

모습이라니. 2011년 한 해동안 핥짝핥짝 아끼며 사용해 주겠어.

아, 이번에 2010년 올 한해동안 고생한 스스로에게 사 준 만년필. 꽤나 비싼, 워터맨의

만년필인데 사실 제 값을 다 준 건 아니고, 바자회에 나온 신품을 반 값정도의 가격으로

질러 버렸다. 파커, 라미를 거쳐 이제 워터맨까지 진입했으니..이제 몽블랑으로..?!


2011년 한 해동안 잘 부탁해, 다이어리 군 & 만년필 양. 그리고 페이지 곳곳마다

셀 수 없이 많이 숨어있는 괭이들♡ 내가 여기저기 데려가주께욤.ㅋㅋㅋㅋ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얻은 종이 한 장이 있습니다.

말 두마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과 말등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기수 두 명의 모습이 담긴 그림입니다.


종이를 접던 자르던 뒤집어 붙이던, 말 두 마리가 신나게 내달리는 모습을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한시간은 2분이지만, 사실 제한시간이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 분은 댓글로 쉽게 설명을 해주시거나, 아예 풀이과정을 포스팅해서 올려주시면

새해맞이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ㅎㅎㅎ

(이거 절대 제가 못 해냈으니 남들도 모두 못할 거야, 따위의 오기가 발동해서 내는 문제는 아니에요.)


다시 한번, (작심삼일 시즌2까지 지나버렸지만) 1월 7일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일시 : 2009년 12월 15일(화) 02: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2장

● 자격요건 : 새해 다짐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댓글로 알려주시는 분
                   (기본적으로 선착순, 예외적으로 양질의 대답 여부)

● 참고포스팅 :
2주 빠른 trial version 새해다짐 아홉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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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Tuesday December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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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사방에서 (남들보다) 좀더 빨리, 좀더 높이 뛰라고 재우치는 상황에서 굳이 새해

다짐까지 좀더 앞당겨서 해보자니, 왠지 뒤숭숭하고 어영부영 지나야 제맛인 연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냥 이건 전적으로 최근 무지하게 뒤엉킨 스텝을 밟으며 온통 헝클어져버린 일상을 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약간의 반성, 그리고 미처 스텝을 추스를 짬도 없이 다가와버린 연말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잡아보려

쥐어짜보는 안간힘같은 거다.


..뭐, 약간은 그런 효과도 노린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다. 어차피 새해 소망따위 작심삼일, 새해들어서 삼일만에

쓰디쓴 자기모멸과 시니컬한 배째라 멘트 수렁에 빠지기 보다, 새해 들어서기 전에 조금은 워밍업도 해보고,

과연 이게 될만한 다짐인지 아닌지, 간도 볼 수 있는 훌륭한 유예기간인 거다. 게다가 굳이 새해소망으로

다짐씩이나 할 만한 것들이라면 굳이 새해되면서부터 시작할 이유도 없는 거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1. 걷거나, 자전거타고 출퇴근하기.

가을에 산 삼각형 자전거, 출장 한번 다녀오니 쎄~하니 추워진 날씨 덕에 얼마 타지도 못하고 겨울이 됐다.

이년차에서 삼년차로 변신하는 시기, 그간 억눌러온 허릿살이 조금씩 반역의 붉은 깃발을 드높이는 바 운동이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인 거다. 날씨가 춥거나 비오거나 눈오거나 하면 걷기로, 기타의 경우에는 자전거로.

애초 자전거 살 때 버스값 들어갈 거 모아서 자전거를 사겠노라고 큰소리쳤던 터에. 비록 빡세게 걸어서 30분이

꽉 차고, 사무실에 오르는 엘레베이터 안에선 몸에서 김이 펄펄 날 지경이긴 하지만 우선은 걷고 자전거타보기.


2. 영어 & 제2외국어 말하기 공부하기.

어설피 '영어공부', '중국어공부', 요래봐야 아무것도 공부 못하는 거다. 그냥 실용적인 차원에서, '영어 말하기

& 제2외국어 말하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워낙 영어 잘하는 사람이야 깔렸으니 치이지 않을 정도로는

해야 할 텐데...제길. 게다가 제2외국어로 대체 뭘 배울지는 아직 맘이 세워지지 않아서 문제다. 조금이나마

하던 걸 계속 하자면 중국어 정도일 텐데, 사실은 일본어나 스페인어를 새로 배우고 싶은 맘도 동하고 있고.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우선 영어부터 어떻게 좀. 2001년 맨하탄에서 알바할 때 '나쁜 영어'를 배우지 못해

한마디 대거리도 못했던 수모는 아직도 생생하단 말이다. 사진은 쌍둥이빌딩 무너지기 며칠전.


3. 색소폰 레퍼토리 12곡 만들기, 여차하면 색소폰 사기.

작년 10월께부터 배우던 알토색소폰. 따지자면 배운지 일 년이 넘었다지만 일주일에 고작 한번 점심시간때

45분 수업, 거기다 역시 일주일에 한번 될까말까한 개인연습시간인지라 우스운 실력이다. 색소폰을 빌려주며

연습시켜주는 곳이라 아직 색소폰도 안 샀으니 말 다한 거다 실은. 그래도 선생님 왈 다른 아저씨들은 색소폰

기본 조금 배우고 바로 '성인가요'로 넘어가지만 형님은 마침 '초견(악보를 보고 바로 읽어내리며 연주할 수

있는 능력)'도 좋고 재지한 감도 있고 하니 제대로 재즈를 해보자고, 나름 탄탄하게 기본기를 닦고 있는 중.

이제 대략 연말께부터 레퍼토리 만들기에 집중하려 했으나 워낙 이런저런 점심약속이 많아 한달 쉬기로 하고

내년 1월부터 다시. 한달에 한곡, 그렇게 연습하다가 집 가까운 곳의 색소폰 동호회 같은데 찾아봐서 색소폰

사서 독립할 예정이다.


4. 수영 배우기(바다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운동신경 부족증에 시달리는지라, 수영은 늘 죽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었다. 그나마도 파란 페인트칠

깔끔히 칠해진 실내 수영장에서나 하지, 시퍼런 바닷물이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이끼 짙푸른 오아시스같은

곳에선 목숨을 내걸고 한두번 뛰어들었다간 지쳐 널부러지는 거다. 다이빙 하는 포즈만 잡고 사진찍고 돌아설

때의 그 씁쓸함이라니. 마침 지구 온난화의 기세가 날로 흉흉해지는 이때, 수영은 생존기술이다. 바다 수영이

가능할 정도, 최소한 배영이 가능할 정도로는 수영을 배워야겠다. 겸사겸사 유선형 몸매도 만들어보고.


5. 네팔/쿠바/페루 중 하나 여행가기.

네팔의 주요 수출자원 하나가 '자아'라던가, 네팔을 혼자 배낭여행 다녀온 남자와는 연애도 하지 말란 이야기가

있다지만 몇년전부터 네팔은 로망이 되어버렸다. 카스트로가 죽기 전에는 꼭 가봐야 한다는 쿠바 역시, 생각만

하면 조바심이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나라가 된지 오래고. 쿠바. 큐바. 쿠우바. 그러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에

잉카보물전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잊고 있던 나라 이름이 하나 떠올랐다. 페루. 이름만 들어도 정말 뭔가

클래식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이 그득한 나라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중의 하나에선, 마방진을 풀어서 마법을

부리던 팬더에게 맛난 마멀레이드 잼을 원없이 먹여줬던 할머니가 페루에 살았댔다.

문제는 어느 나라를 가건 짧은 일정으론 녹록치 않다는. 대체 내년엔 휴가를 얼마나 쓸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


6.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들 얼굴 사진 모으기.

새로 바꾼 휴대폰에 오늘에야 전화번호부를 옮겼다. 필요한 번호부터 조금씩 옮기자는 생각이었지만, 그러다간

평생 전화번호부를 못 옮기겠다 싶어서 그냥, 대리점에 가서 삼천원 주고 오분만에 옮겨버렸다. 연락을 자주

하거나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더라도 그냥 내게 전화번호가 쥐어져 있다는 것 자체로, 언제든 전화할 수 있단

가능성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은 다 만나서 얼굴맞대고 이야기를 섞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마다 꼭 상대의 얼굴을 담지는 못하더라도, 2010년엔 주위를 좀더 챙겨야겠단 다짐.


7. 시민단체/정당 활동 좀더 열심히 하기.

대학 때의 고담준론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최소한 내가 먹고 살겠다고 버둥대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내지르고

있는 '해악'들에 상응하는 만큼의 뭔가는 해야겠다. 그저 단순히 당비 내고 후원금 내던 차원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책임있는 역할, 조금은 더 부담되는 역할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오마이뉴스에 드문드문 

싣던 기사들도 좀더 정기적으로 가다듬어진 글을 올리는 게 필요할 거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여태까지보다는

무게중심을 좀더 공적인 활동 쪽으로 옮겨보고 싶긴 한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8. 대학원 준비..? 기타 자격증..?

대학원을 가던 해외연수를 가던, 사실 지금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 변수가 많긴 하지만 어쨌든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면 조금씩 대학원을 염두에 둔 그림을 그려야 될 때가 된 거 같다. 이년정도 다녔으니 회사는 이미

적응할 대로 해버렸고, 자칫 이대로 무겁게 가라앉아 버리진 않을까 걱정인 거다. 혹은, 가방끈 늘여봐야 사실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차라리 다른 자격증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음......일단 2010년은 뭔가 다른

가능성을 구체화한다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려나.


9. 하루하루 기억에 남을 만큼 재미있게 살기.

회사-집-회사-집을 쳇바퀴도는 아저씨가 되기는 싫은 거다. 틈틈이, 없는 짬을 내어서라도 미술관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감각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다. 그냥 하루하루 지나는 게 기억에

남지 않을 만큼 밋밋하고 진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뻔한 궤적을 되밟아 나가는 건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살짝 벗어나 주는 것도, 혹은 확 예정없이 질러버리는 것도 매력적이니깐.


물론 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 쉼없는 송년회 러시들 때문에라도 얼마나 갈지 회의적이긴 하다. 그치만 뭐,

언제는 삶이 평온평탄했던가. 그런 핑계로 고작 며칠도 안 되어 때려친다거나, 아예 시작조차 못해서는 곤란한

것들이다. 사실 이런 아홉 가지 다짐들은 단지 새해를 맞아 새삼 챙겨먹은 맘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들인 게다. 그저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을 반복하며 살지는 않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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