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에서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을 파는 것도 신기방기한데, 심지어 백숙을 판다는 이야기에 기함.

 

간판은 누가 저렇게 아작을 내놨는지, 그리고 그걸 또 누가 저렇게 잘도 다시 붙여놨는지.

 

 

 

 남포동 BIFF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 씨앗호떡이 기름이 튀겨지는 모습.

 

 가위로 옆구리를 슬쩍 잘라낸 후에 숟가락으로 해바라기씨, 땅콩등을 푹푹 찔러넣는 게 포인트.

 

 

그리고 바로 옆,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생선구이정식을 먹기 전 시장 구경부터.

 

 

 

뜬금없이 발견한 보양탕집, 마침맞게 자라 두마리와 닭인지 오리인지,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다라이 안에 갇혀있던.

 

그리고 시장통에 줄기차게 이어지는 생선구이집들. 몇년전이나 다를바없이 푸짐하고 맛나던 한상.

 

 

 

* 이 포스팅의 목적 중 하나, 홍콩 찜사쪼이 해변을 따라 조성된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의 홍콩 영화배우들 중

 

한국인들이 알만한 스타들, 유덕화, 임청하, 홍금보, 성룡, 오우삼, 서극, 주윤발, 장국영, 주성치, 장만옥, 장백지, 양가휘,

 

곽부성, 여명 등의 손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하는 것.

 

 

스타의 거리가 시작되는 즈음, 영화 필름을 옷 대신 걸치고 선 여신의 자태가 당당하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 홍콩섬 완짜이와 센트럴의 개성있고 거침없는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

 

필름 롤의 형태로 된 금색 조형물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가 하면,

 

큐사인을 위한 보드가 이 거리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타의 거리, Avenue of Stars.

 

바닥에 돈이라도 떨어뜨린 양 다들 바닥만 굽어보고 걸어가는 사람들, 그 틈에서 아예 철퍽 주저앉아 바닥을 짚은 사람도 많다.

 

어느 영화감독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 메가폰을 쥐고 생생한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눈빛에 힘이 실려있다.

 

 

아마도 청동으로 만들어진 듯한 카메라를 쥐고 있는 카메라감독의 손모양이나 표정도 생생한 편이고.

 

그리고 장백지. 그녀의 손은..작고 이쁘기도 하구나.

 

이소룡의 명판은 있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도장은 없다. 있을 리가 없나..어디라도 손도장 하나쯤 남아있을 법 한데.

 

성룡. 역시 그는 장난스럽게도 살짝 삐뚜름하게 양손을 짚었나보다.

 

게다가 이렇게 사인을 남겼는데, 마지막에 앙증맞은 하트 그림도 그렇지만 '성룡'이라는 한글도 눈에 들어온다.

 

아침나절이지만 뜨거운 햇살 때문에 사람들이 양산인지 우산인지를 전부 받쳐들고 걷고 있었다.

 

주윤발. 이 아저씨는 왜 손도장을 안 남겼을꼬.

 

유덕화. 꽤나 많은 여성팬들, 특히나 아주머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쉽게 찾았다.

 

양조위. 그도 역시 양손을 살짝 어긋나게 짚고는 사인을 남겼다.

 

이소룡의 이미지하면 딱 떠오르는 그 포즈. 그대로 멈춰선 이소룡이 홍콩의 해안가를 지키는 중이다.

 

조명기사와 마이크 담당이 위치를 잡고서, 그 가운데쯤엔 의자가 하나 놓여있어서 꼬맹이들이 줄을 섰다.

 

오우삼.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지만, 그의 이름은 헐리우드에서도 명성을 높인지 오래다.

 

곽부성. 다소 후줄근해 보이는 그의 입성은 도무지 왜 그가 인기있는지 알쏭달쏭하게 만들었지만 여하튼.

 

 

 

스테판 초우. Stephen Show. 누구인가 했다. 다름 아닌 주성치. 요조가 좋아하는 주성치, 아쉽게도 손도장이 없다.

 

Jet Li, 영어이름이 좀 만화 캐릭터 같은 게 이연걸의 이미지에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통배권을 시전하듯 손도장을 찍었을까.

 

그리고 여명. 아마도 내가 왔다갔다 스타의 거리를 왕복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어간 곳을

 

고르라면 여기가 아닐까. 특히나 아주머니 팬들이 꼭 한번씩은 이렇게 손이라도 맞대어 보고 자리를 뜨셨다.

 

그리고 장국영. 음..여전히 그가 자살한 곳에는 기일에 맞춰 하얀 국화가 소복하게 헌화된다고 한다.

 

그리고 서극. 한때 그의 무협영화를 빠짐없이 챙겨봤었는데.

 

그리고 놓칠 수 없는 배우, 임청하. 아아. 내 어렸을 적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뷰잉 데크. 밤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할 즈음인 8시경이면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쉽지 않지만 지금은.

 

 

성룡과 홍금보의 손도장을 보고 환히 웃으며 기념촬영중인 사람들, 사실 저 손도장이 진짜 본인 거인지는 '신뢰'의 영역이다.

 

 

그리고 바닥에 박힌 채 하루하루 마모되어 가는 셀레브리티들의 손도장은 관심없이

 

그저 가족들과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데 더욱 열심인 사람들. 사실 이 편이 훨씬 남는 게 많지 않을까.

 

(특정 스타의 열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말이다. 팬이라고 해도 온기조차 사그라든 손도장이 뭐...별 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성화를 진짜 봉송하는데 쓰였던 것일까, 아님 그저 기념 조형물일까.

 

건너편 고층빌딩들을 압도하는 높이와 존재감으로 우뚝 섰다.

 

스타의 거리 끝까지 갔다가 다시 설렁설렁 돌아나오는 길,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햇살에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다행히도 스타의 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뷰잉 데크, 그리고 시계탑이 나타났다. 버블버블 게임에서 본 듯한 저 투명하고

 

동그란 유리막 안에 들어간 건 야간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위한 조명 도구들.

 

 

스타의 거리 초입,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뷰잉 데크, 시계탑, 그리고 스타 페리 선착장은 그냥 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제 스타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보려는 참인데, 글쎄, 홍콩 영화배우들에 굉장히 홀릭되어 있다거나 손도장을 꼭

 

맨눈으로 봐야겠다 하는 사람 아니라면 얼추 위의 사진들로 대리만족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정이 바쁘다면 이렇게 스킵하시길.

 

 

 


"강릉을 넘어 현실에까지 범람한 그와 그녀의 사랑. 그들의 로맨스는, 그들의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ytzsche.



강릉과 非강릉, 영화와 현실의 공간.

강릉은 그런 곳이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파랗기만 한 바다에 연한 이 자그마한 소도시는, 외지에서 들고 나는 사람들을

통해서나 비로소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곳이다. 특히 여름에 바다를 찾는 향락객들에게는, 강릉이란 극중 민아의 자조섞인

표현처럼 일종의 '피서지용 연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필요할 때 찾아와선 며칠 후엔 훌쩍 내버리는.


영화사 조대표도 잔뜩 지친 채 그렇게 불쑥 강릉으로 향한다. 딱히 일정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그저 바다를 보겠다

떠난 길이었으니 그에게 강릉은 일종의 비현실이었다. 그리고 투숙한 호텔에서 20년전 강릉에서 만나 하룻밤을 지냈던

민박집 여자아이와 똑같이 생긴 그녀, 민아를 만나 함께하며 강릉은 20년만에 로맨스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여느 연인들처럼, 그와 그녀 역시 스치는 손길 하나에, 미묘한 뉘앙스를 흠뻑 적신 단어 하나에, 그렇게 감정이 부풀어오른다.

그건 그가 호텔 로비에서 만나는 남자 맛사지사와 여성고객의 흥정 따위를 모두 성적인 의미를 함뿍 담아 읽어내린다거나,

그녀 역시 그를 조심스레 만지려 들며 그를 욕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자연스러운 거다.



강릉에서의 로맨스, 강릉에서만 가능한 로맨스.

문제는 그들이-그의 생각대로라면-부녀간일 수도 있다는 것. 그는 드문드문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감정을 벌여놓는다. 그건 그가 강릉이란 곳을 대하던 태도에서 비롯할지 모른다. 여긴 '피서지'니까,

현실과는 다른, 영화 속과 같은 허구의 공간. 현실의 문법과 규율이 깨지는 그런 비현실의 공간. 이미 그는 20년전에도 그랬었다.


어쩌면 그녀도 그와의 사랑이 순간의 불장난이라거나, 두시간여만에 크레딧이 올라가며 끝나버릴 영화같은 기억으로 끝날 거라

지레 겁먹고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아픈 상처를 갖고 있던, 그리고 아마 그런 아픈 상처의 결과로 태어난 그녀다.

혹은 그녀는 아직 어려서, 깨질지언정 한번 그와의 이야기 마지막 페이지를 보겠다는 당돌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과는 같다.


그와 그녀는 줄곧 손에 소니 핸드캠과 라이카 카메라를 쥐고 다닌다. 경포에서 주문진을 돌아다니는 길에, 그들은 쉼없이

서로의 이미지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일층에 미용실이 있는 이층 양옥집에 대한 엇갈린 기억이라거나, 새로 찍으려 하는

영화에 대한 즉흥적이고 암시적인 이야기들이라거나, 그러는 그들은 분명 그 예술적인 세계의 감독이나 배우처럼 굴고 있었다.

 



현실까지 넘쳐들어온 로맨스의 물결.

그녀가 그에게 먼저 고백한 때, 그는 그 직전 분명 그 타이밍에 마음을 전하려 결심했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도망갔을까.

왜 강릉을 벗어나 자신이 속한 거대한 도시 서울로 한달음에 되돌아왔을까. 그녀의 고백에 퍼뜩 놀라 겁먹은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게 '로맨스'로서 어울리는 짧고 아름다운 결말이라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울에 돌아와 안심했을까.


아마 그는 굉장히 찝찝하고 부끄럽고 지쳐버린 채 돌아왔을 거다. 어디선가 내 아이가 나도 모르게 자랐다는 상상, 그리고

그 아이에게 '핏줄이 당기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상상이 허용되던 다소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불쑥

냉혹하고 단정한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그리고 20년이 지나도 똑같이 그 공간에서 도망나와 문제를 피해버렸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영화같다'고 표현하는 식이라면, 여기서 그의 이야기 한토막은 크레딧을 올리며 끝내야 하는 타이밍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그녀가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우리의 영화는 끝이 나지 않았어요"라고 말해주는 데서

폭발하는 거다. 강릉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었던 그들의 영화같은 사랑이 비로소 그 속박을 끊고 현실까지 넘쳐들어오는 순간.


로맨스와 현실의 혼재, '강릉'이란 알리바이가 필요치 않은 사랑.

물론 대책없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녀는 그의 딸인 게 분명해지고, 그렇지 않다 해도 그들의 나이차는 스무살.

그들의 사랑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얼마나 더 깊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물과 기름같이 겉돌던 로맨스와 현실을 비로소 뒤섞을 수 있게 되었다. 강릉과 非강릉의 벽을 넘어서.


어쩌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아닐까.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따로 생각하는 식의 사고방식 말이다. 영화에선

그게 '강릉 vs 非강릉'의 공간으로 표현되었다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거나, 연애 초 콩깍지와 리얼한 실재모습은 다르다는

식으로, 결혼 전과 후가 다르단 식으로 칸막이를 세워 놓고는 '(짧아서 아름다운) 로맨스 vs 현실'의 구도를 만들곤 한다.


아닐 수도 있을 거라 믿는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도 않고, 로맨스의 마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으니만치

뭐 하나 뚜렷하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건 확실하다. 우리의 로맨스는, 우리의 영화는 서로가 서로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다음 장면으로 함께 넘어갈 수 있는 한 끝나지 않는다. 그게 아마도 백년후에 크레딧을 올리는 비법.


각자 만들어가는 영화의,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라면. 배우와 감독이라면.



#1.

어젯밤 꿈에 전지현이 나왔다. 그녀는 내 앞에서 해실해실 웃으며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따내려고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없었다. 당황해서 가방을 뒤졌지만 역시 핸드폰은 나오지 않았다. 울고 싶은 마음이 되어 그녀에게
 
말했다. 명함 한 장 주세요.


#2.

저번주 목요일 밤부터 2박 3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예기치 않은 일정, 생각지 않았던 장소였다. '올레길'이란 건 뭔가

심각한 고민이나 결정할 사항들을 싸짊어지고 걷는 게 제맛 아닐까 했는데, 가족들하고 도란도란 걷는 것도 좋았다.

덕분에 포스팅거리는 잔뜩 늘었다. 캄보디아도 갈 길이 먼데, 제주도부터 차근히 올려야겠다.


#3.

일요일밤에 만난 군대친구는 부산에서 올라왔다. 벌초하러 갔다 오는 길에 문득 서울행 버스를 탔다고 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면서 또 물었다. "어떻게 살 건데?" 아마도 2002년께 군대에서부터 서로에 대해 계속되었던 질문,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가서 밤새 술을 펐을 때의 대답과는 달랐나보다.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은, 내게서 그가 기대했던 마지막 말이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지"라는 말로 시작되는 구구한 말들,
 
"핑계인지도 모르겠지만"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핑계들. 내가 이미 그 녀석에게 '황소만한 개구리'라고 뻥을 얼마나 잘

쳐놨었는지는 몰라도, 아닌 게 아니라 요새 스스로에 불만이 많다. 자유란 건 단순히 물리적인 시공간에 대한 개념이

아니니까.


#4.

슬슬 바빠지고는 있다. 할 일은 늘어나고, 하고 싶은 건 많고. 당장 이번주 월요일에 있었던 '시사IN 강연회'는

가지도 못했다. 진중권이 강사로 나왔는데, 다음달 출장 준비다 뭐다 바빴다. 오늘도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의

강연이 있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 2008 PIFF

토요일 아침 댓바람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국제영화제.

대학 들어와서부터 계속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갈 만한 타이밍이 없었달까. 다른 짓들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번번이 '보다 더' 바쁘고 중요해 보이는 일들이 생겼더랬다.

원래는 토욜부터 일욜 저녁까지, 한 예닐곱 편의 영화를 쭈욱 볼 생각이었지만. 이러저러한 변수들로 인해 예매했던

표들을 전부 취소하거나 현장에서 교환하게 되었고..군대 동기들 그리고 그 여자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거리를 걷고, 바다를 보고, 학교 캠퍼스에서 연못을 보고, 길에 눕고, 술을 마시고, 해맞이를 했다.


야외상영관에서 했던 '공각기동대' 감독의 애니 '스카이 크롤러' 더하기 2008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이던가..

라던 이태리 영화 '고모라'를 보다가 영화가 중간에 끊기고 이탈리아어가 너무도 리드미컬하게 잠을 불렀던 게

그 모든 걸 촉발시켰다. 아마도 야외상영관의 약간은 산만한 배경도 한몫했을지도.


부산내려간다 하면 니 와봐야 지갑아작나고 몸씹창난다고 오지말라고 걸진 욕지거리를 전화로, 문자로 질겅이는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결국, 이번에도 밤새 뭔가 촛불 하나를 뿌리채 태워버리는 듯한 기분으로 놀아제껴버렸다.

가장 최근에 봤던 건 올해 초 협회 연수기간, 북경, 상해를 거쳐 부산으로 왔을 때, 룸메이트였던 행님 한분을

옆방에 밀치고는 밤새도록 양주마시고 웃고 떠들고..우리가 포대 BX에서 냉장고 열린 문짝서 새나온 불빛을

조명삼아 밤새 술마시던 이야기와 하루키의 소설을 두고 벌이던 담배 한개피의 이야기들..그런 안주거리 삼아 

진지해지기도 했다가는, 결국 침대에 담배빵 한두개 내주고 토하고..담날 아침에 정신못차린 녀석들 쫓아내곤

나 역시 하루종일 널부러져 지냈던 기억.


그나마 이전처럼 숱하게 잘려나간 필름쪼가리들만 넝마처럼 늘여뜨려 돌아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있는 기억을 갖고 돌아와서 다행이다. 비록 리비도와 어렴풋한 불만으로 가득한 자유연상법을 차용해

스토리와 인과관계를 무시한..일종의 포스트모던을 표방한 독립영화였지만.


다음엔 영화만 보고 와야겠다..고 잠시 생각도 했었지만, 흔들리는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로 로드 무비를

찍듯 부산녀석들과 밤새 이야기하고 걷고 노는 게 역시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도, 영화를 한꺼번에 세네편씩

과식하는 건 잘 소화시켜 내는 것보다 도로 토해놓는 게 더 많은 거 같아서.




#2. 채용설명회

어제 1시, 서울대학교 140동에서 무역협회 채용설명회가 있었다. 140동이 어딘가 했다. 홈피에서 확인해보니

국제대학원. 몰랐는데, 우리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위해 공간을 빌리려면 대관료를 내야 한단다. 한 번에 30,

두 번에 50. 학교가 배가 불러서 그런 걸까. 여러 모로 생각해도 배부를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다른 학교는

쌍수들고 환영이라건만 이상한 일이다. 결국 협회와 관계를 맺고 계신 국제대학원 교수님을 통해 무료로 장소

협찬. 빈정상한 협회 인사팀분들은 자칫 우리학교를 스킵할 뻔 했고, 난 하루 볕쬐며 모교안에 포스터붙이고

채용설명회를 준비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놓칠 뻔 했다.


협회 신입에서 3년차쯤까지 중에 서울대 출신 '대표'로 뽑혀나온 나로선, 내게 주어진 15분쯤의 시간을 어찌 쓸까

고민하다가 그냥 최근 대두되는 '사회적 기업'이란 개념을 끌어다가는 60여년전부터 협회가 그런 상을 구현해온게

아닐까 한다거나, 민간부문과 같은 역동성으로 공익성을 추구한다는 매력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통상본부에서 내가 하는 일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민간통상협력활동을 촉진'하는 거창하고 보람찬

일이며 일과 삶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는 반증으로 PIFF 참관기와 색소폰 연습 등을 주워섬기는, 나름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했던 것 같다. 


중소업체들이 행사나 세미나에 참석하며 진정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끼지만, 가끔 걸려온 전화가 코트라가 아니냐
 
따진다거나 협회는 어디에 있고 대체 뭐하는 데냐고 물을 때 당황스럽다는 '진솔한' 얘기도 가볍게 눌러 해주고.


Q&A시간에는 대부분 구체적인 전형 절차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글쎄..사람들이 보통 채용설명회 안 오는

이유가, 질문이 어떤 수위를 넘어 예민한 영역으로 넘어오면 정답이 안 넘어오기 때문 아닐까. 나도 그래서 작년에

채용설명회는 두세번밖에 안 가봤던 것 같은데 그것도 대개 선물로 준다는 USB나 꽁짜점심 때문이었다. 뭐..그런

당근도 없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이라 감사했고, 열심히 질문을 해준 사람들이라 더욱 감사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도 아닌 것이, 사실 나는 작년 한 번, 그 중에서도 고작 한 차례 서류에서

CEO 면접까지를 거쳤을 뿐인 조그마한 샘플인 거다. 동기들도 제각기 다른 질문, 다른 취향의 면접관을 마주했고,

일년 전 전형절차를 밟은 선배들은 더욱더 다른 환경과 내용으로 시험에 처했다. 그리고도 올해 전형이 어찌 될

지에 대해서는 인사담당자가 아닌데 무슨 책임있고 신뢰감 있는 말을 할 수 있으리오.


물론, 그런 건 있다. 협회의 분위기에 비추어 어떤 사람을 원할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이 역시 어쩔수없이 많이
 
주관적이겠지만), 그리고 이 곳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지. 아마 마지막 문제의 경우에는 이미 이 공간에서
 
닳아버린채 닮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외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타인을 위한 채용설명회마저 내 고민과 기억을 위한 자리로 변질시켜버렸달까. K, Ba, Ca같은 강력한 산화력으로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나를 중심으로 도는 양 묘사하는 건, 지독한 이기심의 발로인 게다. 사랑을 한다는 건

마음을 가로세로 넓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오로지 그 상대만을 향해서였을 뿐, 어쩜 주위에 대해서는

외려 가로세로 좁혀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Q. 인터넷 예매 티켓은 어떻게 받나요.

A. 인터넷 예매 하신 티켓은 영화 시작 1시간 전까지 영화제 기간 중에 운영되는 임시매표소에서 티켓을 찾으시면
됩니다. 이때 본인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지참하셔야 합니다.
대리인을 통한 티켓 수령의 경우에는 티켓을 예매자의 신분증을 지참하신 경우에 대리수령이 가능합니다. 영화제 기간전에는 전국 GS25편의점 내 ATM기와 부산은행 전 지점에서 미리 발권받으실수 있습니다.


Q. 교환부스란.

A. 교환부스란 당일 상영작에 대해 환불을 원하시는 분과 그 영화의 입장권을 원하는 분들의 만남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당일 표를 환불받기 원하는 입장권을 교환부스에 접수를 하면, 자원봉사자들이 그 입장권을 원하는 분에게 팔리면 입장권의 금액만큼 받아가고, 그 입장권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즉, 볼 수는 없지만, 입장권이 아까우신 분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장판매의 모든 것

A. 1. 현장판매는 현장 임시매표소(대부분 상영관에 설치되어있는 극장매표소입니다.)에서만 합니다. 2. 현장판매는 예를들면 10월4일에는 10월 4일에 상영하는 영화만, 5일에는 5일의 영화만... 매일 당일영화만 판매합니다. 3. 현장판매는 전체좌석의 30%이며 야외상영장, 부산극장, 대영시네마와 같은 1000석이상의 좌석이 있는 큰 영화관은 20%정도입니다. 4.현장판매는 해당극장 임시매표소에서 다른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도 판매합니다. 5.임시매표소 오픈 시간에 인기작은 대부분 매진됩니다. 임시매표소 운영시간을 확인하세요.


Q. 티켓 예매 관련 주요 일정

A. 티켓 예매관련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제 기간             : 2008. 10. 2 ~ 2008. 10. 10

개.폐막식  예매 :2008. 9. 22 오후 6시
    - 9월 18일 18:00     - 인터넷예매만 가능

일반 티켓 예매        : 2008. 9. 24 ~ 2008. 10. 9
   - 예매시간 : 24시간(단 부산은행은 은행업무시간)
   - 단, 9. 24은 09:30 부터 운영


Q. 인터넷 예매 내용을 변경하고 싶어요.

A. 문자 메시지로 받은 예매내용(영화명, 극장명, 성인/학생여부, 예매티켓 수량, 상영일시 등) 또는 결제 지급 방법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존 예매를 취소하고 새로 예매를 하셔야 합니다


Q. 예매를 취소하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나요?

A. 1) 영화제 시작 전(10월 1일까지) : 수수료 없음 - 인터넷 예매 후 발권 전에는 인터넷에서 취소 가능합니다. - 인터넷 예매 후 (GS25에서) 발권 받은 티켓은 (영화제기간 이외에는) 취소 및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 모바일 예매는 모바일에서만 취소가 가능합니다. (10월 1일 이후에는 임시매표소에서만 취소 가능) 2) 영화제 기간(10월 2일부터): 수수료 장당 1,000원 - 인터넷 예매 후 발권 전에는 인터넷에서 취소 가능합니다. - 발권 받은 모든 티켓은 임시매표소에서만 취소가 가능합니다. 영화제의 사정에 의한 상영 취소 또는 변경의 경우 폐막일까지 임시매표소에서 환불 가능합니다.(수수료 없음) 영화 상영 당일 티켓은 취소 및 환불이 되지 않습니다. ★ 인터넷으로 예매하신 티켓을 GS25 또는 부산은행에서 미리 발권해서 오시면 현장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표를 교환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발권을 한 뒤에는 영화제 기간 임시매표소에서만 취소가 가능합니다.(수수료 부가)


Q. 영화 예매시 수수료는 얼마인가요.

A.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예매 시 별도의 예매 수수료는 없습니다. (단, 영화제 기간 티켓을 취소하시면 취소수수료 1장당 1,000원이 있습니다.)


Q. 해운대 숙박시설 연락처

A. 파라다이스 호텔 051) 742-2121 www.paradisehotel.co.kr/
매리어트 호텔 051) 743-1234 www.busanmarriott.co.kr
조선비치 호텔 051) 749-7000 www.echosunhotel.com
해운대 그랜드 호텔 051) 740-0114 www.grandhotel.co.kr
해운대 리베라 호텔 051) 740-2111 www.rivierahotel.co.kr
B&B 호텔 051) 742-3211 www.bnbhotel.co.kr
퀸스관광 051) 743-4848
로드비치호텔 051) 747-9911 www.lordbeach.co.kr
로얄킹덤호텔 051) 744-1331 www.royalkingdom.co.kr
호텔 서울온천 051) 743-0414~5 www.seoulonchun.com
테마21 모텔 051) 747-9021~2 www.theme21.co.kr
모텔 그랑블루 051) 746-8171~2 www.beachtel.co.kr
매쉬노트 모텔 051) 744-1882 www.mashnote.com
델로스 모텔 051) 746-7117
크리스탈 모텔 051) 747-5988
노블레스 모텔 051) 743-7311 motelnobless.co.kr
모텔 아쿠아비치 051) 743-2805
청풍 모텔 051) 742-0305
파라디아 모텔 051) 746-9887
해운온천 051) 742-6945
송도각 051) 743-5393
달맞이 별장 051) 747-4146

< 부산국제영화제 상영관 및 인근역 >



ex. 아마도 가장 먼 코스일 2호선 장산역에서 1호선 자갈치역까지의 시뮬레이션.

해운대 프리머스(장산역)에서 영화를 보고 부산극장(자갈치역)으로 이동한다고 할 때,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빠르게 환승하기 위해 서면행 5번칸 3번문에 서있다가 2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고 한다. 35분 소요.


(위의 자료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http://www.piff.org/kor/index.asp 등에서 재정리하였습니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의 기사나 소식을 들으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부글부글 키워왔었다.

대학교 1,2 학년때에는 다른 짓들을 하느라 그다지 아쉬운 줄 몰랐지만,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부산국제영화제는

판도 커져갔고 질적으로도 꽤나 발전했다는 소식이 이어져왔다.


그러다 작년쯤이던가, 왠지 우울하던 가을날씨에 취했는지 어쨌는지, 내가 죽기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가고싶다, 가고싶다고만 되뇌이다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절박감이 들었댔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는 와중에 해운대 앞 바다가 내게 낼름낼름 손짓하는 것 같기도 한 데다가 회사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가고 싶은 사람들 지원해준다길래, 냉큼 맘을 정해버렸다. 이미 개막작, 폐막작은 불과 1분여 혹은

5분여 만에 매진되어 버렸다는 긴박한 소식을 듣고는 오늘 오전 9시반, 영화제 기간중 상영하는 영화들의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시간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마치 대학다닐 때 인기과목들 수강신청하는 마음으로 몇개 땡기는 영화들을 골라놓고는, 9시반이 되자마자 접속,

신용카드로 마구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편당 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내 손가락질을 더욱 빠르게 했는지도.

정말 순식간에 샤샤샥 매진되어 버리는 바람에 몇개-예컨대 "날고 싶은 눈먼 돼지"라거나 "댄서의 꿈"같은 매력적인

제목의 영화들-는 놓치고 말았지만, 그래도 "스카이 크롤러+고모라"를 예매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헝거"와

"힌드미스"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현장에서 예매하겠다고 길게 늘어선 줄에서 방실방실 웃는

사람들을 티비에서 보면서 상당히 부러워했던 터라...그 대열에 기꺼이 낄 용의도 있다.


10월 4일, 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끽하고 올 예정. 문제 하나는, 부산까지 내려가는 김에 군대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해야 할 텐데...지금 티켓예매 상황을 보아하니 일욜 아침같은 빈 시간에 술을 마셔야 할 듯 하다는 것.

어찌됐건, 죽기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한 번 가겠다는 꿈은 이렇게 이루어내는구나 싶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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