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창가에 그어지는 빗방울처럼, 움직이는 건 자취를 남긴다죠..죽을때까지 먹고 싸는 지렁이처럼.

난 내가 싸제끼는..나로부터 소외되고 나를 소외시키는 감정들을 계속 보고싶진 않은데. 말과 글..이란 건,
 
그로써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자 하는건 너무 지치는 일이네요. 소모적이야. 


여지껏 내가 살아온답시고 나도 모른새 쏟아내고 다닌 말들과, 잠시 그것에 콧물처럼 묻어있던 감정들도

그렇고..주섬주섬 수거한단 건 불가능할뿐더러 나..자신, 맷돌에 대고 갈아버리는 느낌이 든단 말이죠.

죽을 때까지 따끈함과 신선함을 간직한 채 감정을 실을 만한 그릇이 없네요. 뱉어놓고 나면 썩어버리는

느낌을 온전히 전해줄 방법이 없네요. 말의 온기와 감정의 신실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외마디 비명에

의미를 담고 죽어나자빠지는 게 그나마 가장 스스로에게 충실한 거겠죠.


말은, 글은..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각자의 머릿속에 깊이 골지워진

손바닥만한 우물속에서 죽도록 외로워해야한단 걸 외면하는 데엔 너무도 성공적이었던 걸까요, 아님 '최면'에

걸린 채 몰입했던 걸까요..살아야 한다고 믿을만한 이유는 그거밖에 없는데, 아둥바둥 살아야 할 이유는

결국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고 싶어서인데. 알고보니 적어도 난, 아무것도 피워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품거나

전달하지 못하는 불임의 인간인지도. 몰입이 안되는 게 아니라, 몰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굳이

몰입해 보겠다는 것부터가 무리였는지도.


왜. 노이즈 가득한 세상에서 자기조차 믿지 못하는 말들을 내뱉으며 스스로 냉소를 머금은 채 살아야하죠..

장마가 시작되고, 폭우가 쏟아져내려도 우린 몇천년 째 고작 우산 하나 가졌을 뿐인데. 왜. 왜..대체 뭘

믿고 그리도 당연하게 다들 살아가는 거죠. 난 질식해버릴거 같은데. 우산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고 정수리나

겨우 가린 파리하고 위선적인 사람떼를 보면 토할 거 같은데. 나 역시 그 족속의 가죽과 핏물을 지닌

일부라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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