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의 기사나 소식을 들으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부글부글 키워왔었다.

대학교 1,2 학년때에는 다른 짓들을 하느라 그다지 아쉬운 줄 몰랐지만,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부산국제영화제는

판도 커져갔고 질적으로도 꽤나 발전했다는 소식이 이어져왔다.


그러다 작년쯤이던가, 왠지 우울하던 가을날씨에 취했는지 어쨌는지, 내가 죽기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가고싶다, 가고싶다고만 되뇌이다 끝나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절박감이 들었댔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는 와중에 해운대 앞 바다가 내게 낼름낼름 손짓하는 것 같기도 한 데다가 회사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가고 싶은 사람들 지원해준다길래, 냉큼 맘을 정해버렸다. 이미 개막작, 폐막작은 불과 1분여 혹은

5분여 만에 매진되어 버렸다는 긴박한 소식을 듣고는 오늘 오전 9시반, 영화제 기간중 상영하는 영화들의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시간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마치 대학다닐 때 인기과목들 수강신청하는 마음으로 몇개 땡기는 영화들을 골라놓고는, 9시반이 되자마자 접속,

신용카드로 마구마구 긁어대기 시작했다. 편당 5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내 손가락질을 더욱 빠르게 했는지도.

정말 순식간에 샤샤샥 매진되어 버리는 바람에 몇개-예컨대 "날고 싶은 눈먼 돼지"라거나 "댄서의 꿈"같은 매력적인

제목의 영화들-는 놓치고 말았지만, 그래도 "스카이 크롤러+고모라"를 예매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헝거"와

"힌드미스"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뭐, 현장에서 예매하겠다고 길게 늘어선 줄에서 방실방실 웃는

사람들을 티비에서 보면서 상당히 부러워했던 터라...그 대열에 기꺼이 낄 용의도 있다.


10월 4일, 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끽하고 올 예정. 문제 하나는, 부산까지 내려가는 김에 군대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해야 할 텐데...지금 티켓예매 상황을 보아하니 일욜 아침같은 빈 시간에 술을 마셔야 할 듯 하다는 것.

어찌됐건, 죽기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한 번 가겠다는 꿈은 이렇게 이루어내는구나 싶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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