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후인 료칸에서 제공되는 석식. 보통 료칸은 여느 호텔과는 달리 투숙 인원수로 숙박비를 받는데,

 

그 이유는 온천에 대한 사용료와 더불어 석식, 그리고 조식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이다.

 

묵었던 '유후인몰'의 경우 석식은 오후 6시, 6시반 두 시간대 중에서 선택을 해야했고, 조식 역시 오전 8시,

 

8시반 중에서 미리 선택해야 했다. 그러면 이렇게 시간대에 맞춰서 테이블을 미리 세팅해두고

 

객실번호를 올려두어 예약석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는 메뉴판, 그저 알 수 있는 거라곤 몇몇 한자어로 미루어 짐작해볼 뿐인 메뉴 몇 개와

 

가짓수가 참 많은 거 같다는-대충 열세가지?-기대감을 부풀게 만들던 깨알같은 코스 요리일 거란 사실.

 

에피타이저로 제공된 매실주가 온전한 모습으로 담긴 사진은 이것 한장뿐. 따로 음료를 주문받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별도의 비용이 나가게 되므로 굳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하나씩 날라오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

 

 

어느 각도로 보나 살짝 섹시하게 얹힌 계란말이 두 조각. 그리고 푸딩인지 곤약같은 에피타이저.

 

 

생선회와 구운 생선조각들. 역시 일본의 와사비는 제대로 강판에 갈은 매콤한 와사비였다.

 

 

짜잔, 연잎에 싸여있던 농어와 가지찜. 연잎의 향기가 독특하게 배어있었던 느낌.

 

 

뜨겁게 달궈진 그릇에 담겨나온 저 포슬거리던 계란찜 속엔 어묵이 한줄.

 

마차가루가 섞인 죽염에 찍어먹는 고추튀김, 고구마튀김, 그리고 음..좌우지간 뭔뭔 튀김들.

 

 

그리고 개인용 구이판에 구워먹으라며 나온 와규(일본산 소고기), 닭고기랑 기타 채소들.

 

 

이글거리는 불판 위에 우선 마블링이 아리따운 와규부터 올려주셨다.

 

그리고 버섯과 양파 나부랭이들도 함께, 소고기 기름을 먹고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

 

일종의 스프였다고 해야 하나. 한국어로 된 메뉴 소개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서빙하시는 분 중 한 분이 한국사람이긴 했지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고 하여, 그저 눈으로 혀로 음미할 뿐.

 

 

하얀 쌀밥에, 저건 토란국일까. 큐슈 쪽 음식이 아무래도 혼쥬에 비해 짜긴 한 듯 전체적으로 조금

 

짭조름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 맛있게 슥삭슥삭 잘도 비워냈던, 질세라 쉼없이 나오던 료칸의 석식.

 

 

그래도 정신없이 먹다 보니 마지막 음식. 황도인지 살구인지, 과일맛이 강하게 나는 푸딩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을 찍으며 하나하나 음미하는 게 목표였건만, 아무래도 사진에 맛이 담기지는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아주아주 훌륭했던, 언젠가 꼭 다시 한번 가서 만끽하고 싶은 유후인 료칸의 석식.

 

 

 

 

 

 

회사 1-3년차 때 국제행사나 의전 업무를 맡아 호텔이나 럭셔리한 레스토랑 음식에 시큰둥해졌을 때만 해도

내가 이런 음식 사진을 찍을 줄 몰랐다. 그렇지만 남의 돈이나 행사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와 재원으로 간 건 처음.


폭설주의보와 한파주의보가 내린 1월의 마지막날. 모두가 집으로의 퇴근을 서두르며 철수하던 여의도로 거꾸로

바삐 거슬러 도착한 여의나루역에선 아무래도 나 혼자 내렸던 거 같다. 63빌딩 Walking on the Cloud에서.















올리비아 코스와 노르마 코스. 가격차가 좀 있어 6코스와 7코스, 나오는 메뉴도 조금 달라서 더욱 풍성했던 저녁.

다음번엔 여의도 63빌딩보다 뷰가 좋은, 강남 도심의 마르코폴로에서 된장질 한번 시도.(그래봐야 회사 3층 위지만)




아침 일찍 도쿄를 출발해서 전철, 산악열차, 유람선, 곤돌라 따위를 타며 하코네를 돌아보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어느 료칸, 예약자명을 대고 입실하고 나니 푸짐함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갈한 분위기의 다다미식당엔 발이 내려뜨려져 있고 마치 명패를

붙여놓듯 각 좌석마다 료칸 투숙객들의 이름을 붙여두었고, 그쪽으로 인도해주던 아가씨는

영어가 조금 짧았지만 생글거리는 미소와 친절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젓가락을 받치고 있는 토끼도 귀엽지만 젓가락을 묶어둔 일본전통종이 재질의 띠지도

고급스럽다. 사실 토끼 표정은 살짝 '자살토끼'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여태 봐왔던 수많은 물수건 중에서 가히 최고라 할 만한 걸 여기서 만났다고나 할까.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 큼직한 꽃문양이 그려져 있는 수건이었는데, 면이 헤지지 않아

털도 두툼하니 포실포실한 느낌이 들었고 따뜻하면서 깔끔한 느낌이 좋았다. 이후로

나오게 될 음식들의 질과 맛을 기대하게 만들던 그럴듯한 '에피타이저'랄까.

이내 내온 음식들, 그러고 보니 작년 가을에 갔던 이 료칸에서 은근히 토끼 장식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씨알굵은 밤이니 참치니 생선알이니 따위가 금빛 접시에 담겨나왔고,

그 위에는 하얀 무로 깎여진 눈빨간 토끼 한마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금빛 접시에 올라있던 시원한 음료랄까, 냉국이랄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탱글탱글한

알맹이가 알맹이가 자작한 국물에 가득 담겨 있었다.

보기만 해도 탱글탱글한 느낌이 잔뜩 전해지는 노란색 묵, 위에 살짝 얹힌 와사비와

초록색 별모양이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단순히 미각적인 기대뿐만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날 먹어'라고 맹렬하게 유혹하는 음식들.

이제 주메뉴, 하코네 멧돼지고기 샤브샤브. 커다란 접시에 야채도 제법 풍성하게 나왔고,

깔끔하게 썰린 돼지고기들이 부채처럼 펼쳐져 있었다.

전기온열기 위에 등나무로 만들어진 소쿠리를 올리고 기름종이를 받치고는 육수를 부었다.

그렇게 한겹의 얇은 종이 위에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돼지고기와 야채들, 불이 거의

손실없이 그대로 전달되어선지 순식간이었다. 야채들은 거의 데친다는 느낌으로 끓는 물에

넣었다가 바로 꺼내어 먹기 시작했고, 돼지고기는 조금은 더 익혀서.

샤브샤브를 먹는 새 반찬들이 나왔다. 반찬이랄까, 사이드디쉬랄까. 반찬이라기엔 하나하나

단품으로도 너무 훌륭한 것들이어서, 또 딱히 밥이랑 먹는 것들도 아니어서.

밥이 그리 작지 않은 통에 담겨나왔고,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어느새

바닥을 보인 채 나뒹굴고 만 밥통. 하루종일 하코네 산간을 돌아다니느라 적잖이 지치고

배고팠던 상황이라곤 해도, 굉장히 맛있게 많이 먹었던 저녁식사였다.

그렇게 야채 한 점 남기지 않고 완전히 싹 비어버린 샤브샤브 접시도 나뒹굴고. 남은 건

애초 서빙될 때 꽂혀 왔던 '하코네멧돼지'가 꿀꿀거리는 화살표 하나.

그리고 디저트, 소복하니 상큼한 과일샤벳과 촉촉한 치즈케잌, 그리고 말차 냄새가 진하게 나는

모찌 두조각에 커피가 나왔다. 정말 디저트까지 한치의 허술함이 없는 훌륭한 만찬이구나, 싶은

느낌이 팍팍 들게 만들던 것들. 새삼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보아도 참...언제고 다시 한번

료칸의 굉장했던 온천욕 시설을 만끽하고 나서 저 만찬을 맛보고 싶은 맘이 무럭무럭.

소소한 디테일도 정겹기 그지없던 료칸의 식당 액세서리들. 젓가락을 받쳐주던 토끼들도

그렇지만, 이쑤시개를 담아두고 있던 저 쇼핑백 모양의 통도 참. 정말 종이쇼핑백을

펼쳐놓은 채인 양 옆에 라인도 들어가있을만큼 디테일하던.







투르크메니스탄에도 '피데'라는 이름의 피자를 팔고 있었는데, 놀라웠던 건 길쭉하게 만들어진 도우 위에 얹힌

치즈와 계란, 고기 들 위에 대파가 하나 통째로 올려져 있었다는 사실. 썰지도 않은 대파의 하얀 뿌리까지 그대로

피자 위에 얹어놓았다는 게 꽤나 충격적이었지만, 피자와 함께 썰어서 맛을 보고 더 놀랐다.


어라, 맛있잖아. 피자의 느끼함이나 고기냄새 따위를 깔끔하게 잡아주면서 상큼하게 입맛을 돋궈주는 느낌.

대파를 여기저기 음식에 많이 넣어서 먹는 한국에서도 한번 시도해봄직한 색다른 토핑 아닐지.

양고기를 빵 안에 넣었다고 해야 하나, 빵으로 양고기를 쌌다고 해야 하나, 특유의 양고기 냄새가 풀풀 나는

부드럽고 고소한 양고기의 기름이 빵에 스며서 굉장히 잘 어울렸었다. 구운 토마토 같은 더운 야채와 함께

먹으니 그렇게 기름지지도 않고.

붉은 무가 주로 들어갔던 야채 샐러드. 붉은 무가 어찌나 붉던지, 다 먹고 나니 왠지 이빨까지 빨개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 정도, 그리고 조금은 저것들 인공색소는 아니겠지 할 정도로.

양꼬치, 러시아와 CIS 국가지역에서 즐겨먹는 꼬치 요리를 '샤슬릭'이라고 한다고 했다. 양고기나 닭고기, 소고기를

꼬치로 구워서 빵이랑 야채랑 같이 먹는 건데, 내가 먹었던 곳에서는 마치 인도의 '난'같이 담백하고 쫄깃한

갓 구운 빵을 고기 바닥에 깔고 고기 위에 덮어서 보온 효과도 살짝 노린 듯 하다. 보료를 깔고 이불을 덮어서

자장자장, 샤슬릭은 물론 맛있었고, 특히나 양고기 샤슬릭은 최고.

쉬어가는 사진,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에는 백화점 하나 변변한 게 없지만 그나마 터키에서 들어온 쇼핑센터

'임파스'가 가장 큰 곳이라고 했다. 그곳의 1층에서 대충 간식거리 사고 2층에 올라가 밥을 먹던 중이었다.

사탕처럼 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설탕이 귀여워서 한 장.

투르크메니스탄의 빵도 꽤나 맛있었던 거 같다. 어디서 먹던 기본 이상은 했다. 다양한 소가 들어가거나 맛이

색다르진 않은 거 같지만, 그냥 빵 자체가 맛있었던 거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게다가 이 빵 같은 경우엔 아낌없이

뿌려진 깨 덕분에 굉장히 고소했고.

온통 투르크어나 러시아어로 씌여진 메뉴 중에서 골랐던 샐러드 하나. 샐러드야 당연히 메인 메뉴 전에 야채를

좀 먹어서 비타민을 공급하려는 건데, 무작정 아무거나 찍어서 시킨 샐러드엔 온통 고기 뿐이었다. 혓바닥을

저민 듯한 햄도 있고, 간도 있고, 그리고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첨보는 햄들도.

투르크에서도 그렇지만 러시아에서도 많이 먹는다는, 일종의 탕이랄까. 고기도 들어가고 야채도 들어가고

붉은 무도 들어가고, 저렇게 하얀 크림같은 덩어리도 넣어서 잘 섞어 먹기도 하고. 자작한 국물이 얼큰하기도

하고 건더기도 보슬보슬 맛있었다.

위에는 양고기와 소고기가 섞인 '샤슬릭', 아래는 only 양고기 '샤슬릭'. 원래는 사막에 나가 모닥불을 피우고

불 주변에 모여앉아 꼬치를 구워먹는 게 제대로라고 하던데, 출장 중에 그런 호사를 부릴 여유야 도저히 나지

않는 거고. 그래도 이 샤슬릭을 먹었던 집은 뭔가 제대로여서, 고기에서 모닥불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났다.

양고기는 정말 그러고 보니 원없이 먹었구나.

너무 노골적으로 새 한마리의 형체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던 고깃덩어리. 치킨이라고 했는데, 닭이라기엔 크기가

조금 모자란 게 중닭이나 병아리를 잡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고기를 좋아하는

나라고 하지만, 이 녀석은 왠지 넘 적나라하다 싶어 조금 애도의 마음을 갖고 고기에 임했었다.

떠나기 전, 투르크 정부에서 차려주었던 만찬장의 테이블. 기본으로 테이블에 깔려있던 음식만 이만큼이었다.

일단 에피타이저처럼 저들을 엔간히 해치우고 나면, 그 다음부터 메인 디쉬가 차례차례-한 세네번 나왔던 듯-

나오는 순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테이블 한가운데 장식처럼 놓여있던 과일들을 가져가서 깍아내오는 식.

사막의 나라 투르크에서 이렇게 신선한 야채들을 먹기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역시 대부분의 야채니 과일은

인접한 카자흐스탄이나 다른 '-스탄' 국가로부터 수입해 온다고 한다. 밑에는 치즈를 감아돌린 가지 샐러드,

그리고 닭고기를 찢어서 버섯과 옥수수와 무친 샐러드.

출장을 힘들게 다녀와봐야, 이렇게 음식들이 풍성하니 살이 디룩디룩 쪄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몰라도 투르크메니스탄은 누구든 물갈이를 한번쯤 하고 오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웬걸,

'밥만 잘 먹더라'.




북아프리카의 강렬한 태양 아래, 반짝반짝 파랗게 빛나는 수평선이 창문틀 위로 쑤욱 올라서있다.

빳빳하게 긴장한 태양은 시커먼 먹지같은 카펫에다 창문틀 모양의 빨간 도장을 쿡 찍어버렸고.


어쩌다 창문 너머로 수평선이 올라서 있는 그림을 보게 되면 뭔가 되게 어색하다고 느꼈었던 것 같다.

눈의 착각이거나 시점의 높이로 충분히 가능한 일일 텐데, 이렇게 직접 사진으로 구현된 그런 모습을

보니까 이제서야 납득이 간다. 여전히 살짝 어색해 보이는 완고한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알제리의 환율은 2009년 5월 현재 US$1 = AD72.3289. 400,000 알제리 디나르였던가..그다지 크지 않은 돈을 갖고도

저렇게 푸짐한 돈뭉치와 똥글박이들을 (잠시나마) 쥐고 있을 수 있다는 건, 꽤나 기분좋은 일이었다.

김정은이 그토록 외쳐댔던, "여러분~ 부자되세요~" 전 부자됐어요~* 라고 답해주고 싶었다는.


P.S.

저녁시간이 되어 문득 생각나는 그때의 만찬..배고프다..T^T

'건국'이란 단어를 들이대는 정부. 위대한 국민이라는 말도, 기적의 역사라는 말도, 너무 쭈뼛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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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그랜드볼룸의 한식 세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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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류의 기본 찬은 미리 깔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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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채에 들어있는 팬지꽃은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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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주는 복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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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 어..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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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 구이는 언제 먹어도 참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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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호주산)이 사실상 마지막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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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지와 국'이 함께 나왔지만, 왠지 한식은 그렇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어야 맛이지, 이렇게 쬐끔씩

맛만 보이며 코스로 띄엄띄엄 나오는 건 좀 별루다. 외국 정찬처럼 나이프와 포크가 필요에 맞게 십여개씩

나와서 그때그때 먹는 메뉴를 준비하고, 얼마나 식사가 진행되었는지 가늠케 하는 것도 불가능한 수저 한벌.

한식이 가야 할 고급화의 길은...아직 찾아내지 못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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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이어지는 쇼쑈쑛. 비보이와 현대화된 템포의 전통악기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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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분의 파격적인 한복, 그리고 명치아래께 케잌묶듯 묶인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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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YTN이나 몇몇 신문방송 기자들이 오긴 했지만, 제대로 기사거리가 될만한 건 없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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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무리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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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현미. 보톡스의 힘일까, 마치 다림질된 듯한 얼굴을 보곤 생경함만 가득했다.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구성지고 목소리는 깔끔했지만, 나이를 알 수 없이 요새애들처럼 비슷하게 이뻐진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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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에서 왜 느낌표가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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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겨우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사회란 이런 거다~라고 제대로 보여주었다.

좌중의 분위기를 조율하며 끌어올리고 내리고를 자유자재로 하는, 게다가 출연자, 스탭과의 호흡이라거나

여유넘치는 애드립이란. 사회자로서 유재석의 겸손함과 출연자에 대한 치켜세움이 미덕으로 발견되고 있지만,

이미 송해는 출연자에게, 관객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풍요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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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는 설운도.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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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과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일상의 조명이 되돌아오고, 호텔리어들이 부산해졌다.

항상 뭔가 가슴이 휑해지는 순간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몇 번 안되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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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8. 8. 11(월) 18:30-21:00
장소 : 웨스틴조선호텔(서울 소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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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및 리셉션이 시작되기 전, 막 금속탐지기의 설치가 끝났다.
행사장에 빠지지 않는 엑스배너와 뒷켠의 등록데스크. 몇가지 버전의 문구와 도안을 거쳐 가다듬어진 녀석.


행사장에 일찍 도착해 저런 배너를 설치하고 등록데스크를 꾸려놓고 명패와 명찰을 준비해 놓는 것.
아무리 에어콘이 출중한 호텔이라지만 넥타이졸라맨 정장차림으로 배너들과 낑낑대며 땀흘리는 것,

그리고 불과 몇시간 후 청와대 경호팀의 경호를 받는 '거물'들이 그 장소를 채우는 것.

다시 행사 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호텔측 사람들이 테이블을 치우는 가운데 지배인과 영수증을 검토하는 것.

마치 "연극이 시작하기 전",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느낌과 사람바글한 행사장의 느낌간의 간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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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은은한 황금빛 조명 아래선, 사실 별 거 없는 종이쪽지 나부랭이도 왠만하면 다 쌔끈해보이고
그럴듯해 보인다. 테이블 위에서 반짝이는 식기들도 마찬가지. 그야말로 조명빨의 극치라고 사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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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측 참석인사들의 명찰. 등록데스크에 정렬시켜 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명찰 왼쪽 상단엔 비표 번호를, 오른쪽 상단엔 청와대 경호팀의 검수 완료 도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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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룸으로 쓰인 로즈룸.
참석자 접수중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내게 직접 전화를 해서 참석의사를 밝혀왔고,
등록데스크에서 이구택 포스코회장은 내 요청에 따라 명함을 꺼내 신분을 밝혔다.

meaning,
퇴임 후 무슨무슨 재단이니 어쩌니 직함 하나 마련해 두는 건 비서업무를 직접하기 싫어서인 듯 하고,
난 어쩐지 다소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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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전면에 걸린 현수막. 경제4단체의 로고를 비등한 사이즈로 넣어야 한다는 주문사항이 훌륭히 적용된 사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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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아이스 카빙.
정장을 차려입은 높으신 분들이 버글대며 칵테일 리셉션을 즐길 때야 아무도 건드리지 않지만,
행사 후엔 손바닥으로 비벼대며 녹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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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룸을 점거한 사람들.
전체 참석자 명단과 헤드테이블 배치도는 내가 쥐고 있었지만, 누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쌤쌤..이랄까.

나도 그들을 모른다 할 것이요, 그들도 나를 모른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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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맨 뒤쪽 끄트머리쯤서 찍힌 사진. 150여명의 사람들의 참석의사를 확인받고, 신원조회를 하고,
이름과 직위와 소속이 적힌 명찰과 명패를 불만없도록 만들어, 뒷말안나오게 잘 '숟가락 놓는 건' 생각보다 큰일.

두꺼운 비프를 꺼리고 흰살생선을 싫어하며, 너무 크리미한 드레싱은 싫어한다는 따위의 까탈스런 호주총리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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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미디어는 꽤나 왔었지만, 사실 이런 식의 의전행사들은 기자의 눈으로 보건대 그닥 영양가가 없다.
어쩌면 행사장에 출입하는 기자 자체가 하나의 의전일 수 있는 거다.

이번 행사 역시, 외려 만찬 후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대우조선 인수건에 대해 한 말이 더 기사감이 되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케빈 러드 호주 총리 초청 경제 4단체장 만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라는 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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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중인 Kevin Rudd 호주총리. 그는 무려 20분동안 답사 겸 연설을 했는데 사람들이 모두 지겨워했다.

그치만 기후변화, 비핵화, 자유무역 등의 아젠다를 제시하며 환태평양안보경제공동체라는 비전을 설파하는 그를
보며 난 국기 거꾸로 들고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누군가를 생각했다.
미들파워로서 호주와 한국이 갖는 유사한 위상에도 불구, 이렇게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국가지도자의 비전과
마인드. 그리고 자국의 입장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갈 수 있는 의제를 선점하겠다는 의욕까지.

아무리 지 머리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보좌진들이 써주는 거라고 해도, 뭔가를 알고 말하는 사람과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지껄이는 사람과는 차이가 나는 게다.

더구나 행사마치고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호주측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흔쾌히 사진을 찍는 마음씀씀이, 퇴장하며
줄곧 온화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저런 류의 정치인은 아직 한국에서 못 봤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호주총리의 공식실무방문에 대한 경호문제가 상당히 빡빡하다.

느닷없는 부시의 방문으로 가뜩이나 정신없어진 청와대 경호팀이지만, 어찌됐건 난 예정대로 금욜쯤에는

청와대로 진격해서 이명박을 해치우고...라기보다는 신원조회절차를 마친 사람들의 비표를 가져와야 한다.


오늘까지는 만찬 참석예정자들의 명단을 완료하고, 호주대사관과 예상참가인원을 검토, 웨스틴조선호텔측과

행사장 세팅에 대해 논의를 마쳐야 했다. 참석희망자들의 주민번호와 주소, 영문이름과 직함까지 포함된

인적사항을 받아야 했는데 호주대사관은 마냥 '높은 사람들'을 초청하고 싶은 게다. 헤드테이블에 앉혀서 지네

총리 체면을 세우고 싶었겠지. 외교부장관, 지경부장관, 국토해양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이회창, 박근혜,

정세균 민주당 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진 국회의원 등에 이르기까지..온갖 곳을 다 찔러놓더니

기어이 오늘 터진 거다.


시작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1인. 비서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내가 발송한 공문에는 8월 1일이 신청 마감이라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지가 모시는 사람한테 그런게 어딨느냐, 신원조회 절차도 필요없다, 라고 생떼를 쓰는

거다. 그것도 확실히 참석하겠다는 게 아니라 갈지 안갈지 모르지만 단지 한 자리를 마련해 놓으라는 강짜.

거만하고 느릿한 비서의 말투에 짜증이 버럭 나서 꺼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안되겠다고 단호히

끊어버렸다. 다소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었지만, 나몰라라 하고 뚝 끊었다. 뭐랄까, 한나라당에 잘 보일 일 따위

없다..란 생각과 동시에, 비서가 내 이름 알아봐야 대체 뭘 어쩌겠어..란 얄팍한 산술이 뒤엉켰달까.


뒤이은 또다른 한나라당 국회의원 1인. 신나겠지 한나라당. 맹박이가 그리 망쳐놔도 공정택 너끈히 당선되는

이 지랄맞은 상황이니 더욱. 아까 그사람보다는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는 갖춘 비서였다. 하기야 그는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립총회를 비롯, 우리쪽 행사에 자주 출몰했던 사람이기도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조금 봐줘서,

지금 당장 참석 여부를 확인해오면 넣어보겠다고 한 발 빼줬다.



이른바 갑-을의 관계, 거기에서 파생하는 기분더러움과 망나니틱한 막무가내식의 행태들은, 어쩌면 그 물고

물리는 위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노동하는 인간'의 고됨이 표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 죽지 못해 일을 하며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짜증스러운 순간들, 응어리들은 언제든지

약한 곳을 타격하며 터져나가기 십상이다. 예컨대 나보다 약자의 입장에서 전화를 걸어오거나 아쉬운 소리를 할

법한 상대는 언제고 쉽게, 스트레스 해소나 짜증을 분출을 위한 샌드백이 되버리는...


그 스트레스들을 갑-을 놀이의 부산물이라고 하면서 슈퍼갑이 되고 싶어, 라거나 을의 위치에 처한 본인의 상황을

씁쓸해하지만 사실 그 사슬엔 어디에도 정점이 없는데다가, 누군가의 갑은 항상 누군가의 을인 게다. 결국

문제는, 이렇게 덥고 이렇게 짱나는 세상에 닥치고 일만 꾸역꾸역 해야 한다는 거 아닐까 싶다. 회사원이 된다는

것, 낯설게 보면 한없이 낯설어지고 다소 어이없어지기까지 하는 시츄에이션. 개인적인 견지에서야 도닦는셈

치고 '노동하는 인간'의 고됨, 그리고 그로 인한 날카로움과 짜증을 약자에게 전가하며 해소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다지만, 애초 그러한 열악한 상황에 빠뜨린 사회와 근대적 시스템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던 제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름 아직까지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려고 애쓰고 있다. 호주대사관의 참사관 하나가 어이없이

짜증내며 전화하길래 같이 버럭해주고 나서는, 목소리를 가다듬을 새도 없이 받은 지방중소업체의 전화에

나긋하게 응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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