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돌고래같이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흐르면서 왠지 모를 바다 깊숙히 어두운 곳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내 위장과의 첫대면.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었고, 처음으로 내시경을 경험했다.
난 억지로 눕혀져 주사를 맞는 짐승처럼 옆으로 뉘여진 채 자전거에 바람넣는 호스처럼 생긴 내시경을 공포스런
눈길로 바라봤다. 우악스럽게 내 입을 쑤시고 들어가는 검은색 호스에 나는 왠지 '겁탈당하는' 느낌이었고...
30여초 동안 후비는데 정말 게거품을 줄줄줄 흘리며 끊어질듯 불안한 숨을 내쉬었더랬다.
내 십이지장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이 되었을 거라 추정되는 궤양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조직검사를 위해
철사 하나가 슝슝슝 들어가서 살점을 조금 떼어낸듯 한데, 난 광우병 걸린 소마냥 침을 질질 흘리면서 정신이
나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못할 짓이었다. 몹쓸 짓이었고. 참...내장을 직접 보겠다는 심플한 아이디어를 극단까지 밀어올린 우악스럽고
미친거 같은 시술이란 감상. 알고 보니 영동세브란스 병원의 내시경은 여전히 두껍기로 소문난 구식의
그것이라는. 목젖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으로 하루가 지났다.
그 반질반질하고 핑크빛선연했던 내 귀여운 내장사진을 갖고 싶었는데, 비슷한 사진이라도 찾아보려 구글신에
빌었으나 역시 내것만한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사진을 빌려와 조금이나마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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