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22. 외장 현무암 및 단열재 부착작업

 

2015년 6월 27일, photo by myself



외견상으로 보기엔 한달이 지났지만 그다지 크게 변한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지적사항


대부분이 반영된 데다가 내부 단열재가 전부 부착 완료된 상황, 그리고 외벽의 절반에 가까운 영역을 현무암으로


감싸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모습이다.



예년에 비해 오뉴월에 비가 많이 오기도 했어서 조금 진척속도가 늦어진 감도 있다지만 햇볕은 모른척 쨍쨍이다.


가운데 굵은 경계를 기준으로 왼쪽은 현무암으로 치장할 거고, 오른쪽은 노출콘크리트를 광낼 예정이다.


오래된 건물 리뉴얼하듯이 현무암을 외벽에 덧씌우는 작업. 현무암도 붙이고 끝이 아니라 방수도료를 바른다거나


광택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좀더 이쁘게 다듬을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자주 보다보니까 그대로 냅둬도 되겠다 싶은 이층 테라스의 구멍 뽕뽕 외벽.


거실의 큰 통유리창은 지난 어머니 지시사항에 따라 더 커졌다. 


현무암으로 감싸는 작업은 일층을 지나 한창 이층에서 진행 중.


그리고 정원에 놓일 현무암 재질의 포석. 큼지막한 판석이 놓이고 그 틈새로 잔디가 푸릇푸릇 자라면 꽤 괜찮겠다.


이 돌들은 현관에 경사로로 깔릴 거라고.




대여섯 채의 전원주택이 모여들어 바야흐로 조그마한 마을이 형성되고 있는, 그 깊숙한 안쪽에서 내다본 우리집.


마을의 초입에 위치한 데다가 오가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타기 시작해서 슬슬 구경하러 오는 외지인이나 주변마을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대체 어떤 모양의 전원주택을 짓는 거냐는 궁금증을 만족시켜 줄 만한 답이면 좋겠는데.



두툼한 단열재를 대어 엄청나게 두꺼워진 외벽. 이제 여름에 덜 덥고 겨울엔 덜 추운 집에서 지낼 수 있겠구나.


건물 내부에 깔려야 할 복잡한 배선들. 현관 입구에 일단 저렇게 데굴데굴 뭉쳐있는 상황이다.


거실의 통유리는 참 시원해 보이는 게 볼수록 맘에 든다.



천장에도 두텁한 단열재가 시공됐고, 조명을 내려뜨릴 전선인지 뭔지가 또아리를 틀고 얌전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계단의 위치도. 경사를 맞춰서 벽을 따라 그려진 파란선대로 나무계단이 올라갈 예정.


계단에 쓰일 나무들이 옆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그리고 이층 테라스.



갈수록 바깥 풍경은 초록초록해지는구나. 서울의 희뿌옇고 뿌연 색감에 지친 눈이 쉬기에 딱 좋다.


마음에 드는 공간 중 하나. 이층 복도. 왼쪽으로 동생방, 오른쪽으로 내방. 그리고 위로는 채광창.


그러고 보면 건물 외벽만 섰다고 건물이 지어진 건 아니다. 내부에 단열재를 채우고, 바닥재를 깔아야 하고,


거기에 벽지를 바르던 페인팅을 하던 내벽을 치장해야 하고, 가구니 싱크대니 하는 인테리어를 챙겨야 하고.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18. 1층 외벽면 철근 설치 및 2층 바닥면 슬라브 거푸집 설치 작업.

 

2015년 5월 5일, photo by father

 

어린이날이라지만 건설 현장이 으레 그렇듯 공사는 쉬지 않는다. 공사장 근처, 집터에 와닿는 다리 건너편에도 쉼없이

 

지어지고 있는 말벌집이 있다. 이걸 어째야 하나..

 

이제 1층 외벽 중에서 노출콘크리트 벽면으로 드러날 벽면을 다 만들어놨으니 그에 맞추어 철근을 조립할 순서.

 

 

이렇게 1층 외벽면 전체에 대해서 철근을 조립하는 작업과 함께,

 

2층 바닥 슬라브 거푸집을 설치하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시 한번 콘크리트를 부어 1층 벽면과 2층 바닥면을 연성할

 

차례가 되겠지. 굉장히 뚝딱뚝딱 빠르게 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2015년 5월 5일 현재 공사장 전경. 아직 어떤 모양의 집이 저 안에서 뿅하고 튀어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북적북적하니 활기찬 움직임이 내부에서 잔뜩 일어나고 있어 흥미진진한 상황이랄까.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14. 1층바닥 철근배근, 전기배관, 오수하수파이프 배관, 콘크리트 타설, 바닥면고르기 미장 마감, 그리고 삼겹살파티.

 

2015년 4월 28일, photo by father

 

 

우선 1층 바닥에 다시 철근을 깔고, 전기설비를 세팅하고, 오수하수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리고 나서 콘크리트를 붓는다.

 

이제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나면 바로 집의 1층 바닥면이 될 터.

 

 

레미콘에 실린 채 뱅글뱅글 돌아가며 여기까지 내처 달려왔을 콘크리트는 이제 단단하게 다녀진 바닥면 위를 서서히

 

잠식해나가기 시작하고, 철근으로 촘촘하게 짜여진 구조물 역시 그 안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콘크리트가 채워지고 나서, 이제 바닥면이 고르게 다져질 수 있도록 준비.

 

 

 

이렇게 바닥면을 매끈하게 다질 수 있도록 미장을 마감하고. 그대로 굳기를 기다리며 다음 작업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그 전에, 오늘 공사에 참여했던 인원 전체와 함께 삼겹살파티부터. 공사장에서 저렇게 직접 구워먹는

 

고기는 한번 맛본 적이 있는데 진짜 맛있었다. 츄릅..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13. 내부바닥 단열재 시공 및 옥상빗물 홍통파이프 설치

 

2015년 4월 25일, photo by father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것을 보더니 주위에 먼저 집을 짓고 살고 계시던 분들이 물어보셨다고 했다. 지하실을 파는 건줄

 

알았다고, 엄청 단단해 보이게 짓는 게 지진이 나도 괜찮겠다고 하셨다나.

 

이제 다음스텝은 땅의 습기가 올라오지 않게 내부 바닥에 비닐을 먼저 깔고 단열재를 시공할 차례. 두툼한 단열재가

 

매트리스처럼 집의 바닥을 빈틈없이 덮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흘러내릴 빗물을 받아낼 홈통 파이프의 위치를 잡고 설치 완료까지.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8. 터 다지기와 기초 공사

 

2015년 4월 21일, photo by father

 

 

본격적으로 기초를 잡는 공사가 시작, 우선 집의 기초를 튼튼히 잡기 위해서 땅을 파고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중이다.

 

 

 

저 기계는 도로 포장할 때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아스팔트를 붓고 나서 저 시끄럽기 짝이 없는 기계로 단단히 다지는.

 

 

 

그리고 철근을 잔뜩 싣고 와서 부려놓는 아저씨.

 

 

그리고 레미콘이 와서 시멘트를 붓고, 다시 반듯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재개. 

 

 

결과물. 밭전(田)자 모양으로 정리된 집의 기초가 단단하게 자리잡혔다.

 

 

 

* 비좁고 비싼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버티느니 근교의 괜찮은 땅을 구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겠다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오랜 꿈이셨다. 마침 건축 쪽에 종사하시는 아버님이신지라 벌써 십여년전부터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고치기를 여러번, 그러다가 올해 4월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전원주택을 짓는 계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제부터 올릴 사진들은 드문드문 내가 가서 찍은 사진들과 아버지가 현장을 관리하며 찍으신 사진들이 뒤섞일 예정이며, 가능한 집이 세워지는 시간순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업데이트하려 한다. 관련한 문의나 궁금한 점들이 있다면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6. 공사용 임시전기 가설, 측량

 

 

2015년 4월 18일, photo by father

 

현장사무실로 쓸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집터 앞에 내려앉다.

 

 

그와중에 아버지는 컨테이너 박스랑 화사하게 피어난 진달래인지 철쭉을 함께 담으시고. 정작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고장나서 잔뜩 빛이 번지는 건 알지 못하고 계셨다.

 

그리고 집터에 대한 실측. 지목을 논밭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변경했으니 그에 대해 확정짓는 절차인 듯.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렸을 적 아버지 공사현장 따라다니면서 저 막대기를 들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공사용 임시전기를 신청했더니 이렇게 직접 전봇대에서 따서 끌어내려준단다.

 

 

컨테이너 박스에 설치해놓은 계량기에 연결해 놓았으니 이제 공사 현장에서 쓰일 전기는 걱정없어진 셈.

 

 

 

 

해발 4,130미터. 이 표지를 보고 나자 생각보다 훨씬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를 오려고 여태 걸었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높이까지 걸어올라와 보았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질리도록 걷고 싶었는데 그야말로 5일간 징하게 걸어서 도착한 곳.

 

 

그리고 짙은 안개속에서 헤엄치듯 조금 더 걸어가니 비로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예기치 않게도 산악인 고 박영석의 기념패. 2011년에 안나푸르나 등정을 왔다가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크고 황량하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시즌이 아니라 더욱 사람이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앞서 걷던 미국 친구 하나는 벌써 다이닝룸에 누워서는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길래, 슬쩍 도촬. 훌륭한 풍경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새로 롯지를 짓고 있는 공사판이 있고, 그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위한 텐트가 짙은 구름 속에 숨어있다.

 

새로 지어지는 롯지에 들어갈 침대들. 그러고 보니 트레킹 중에 내가 누웠던 침대는 모두 저렇게 생겼던 거 같다.

 

멀찍이 흐릿하게 보이는 탑 같은 형체가 삐죽 솟았길래 슬쩍 가봤다.

 

가는 길에는 온통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진과 글귀가 가득했고.

 

 

탑 역시도 티벳 불교식의 깃발을 온통 휘감고서는 안나푸르나를 바라보고 향했던 사람들을 품었다.

 

 

 

비교적 최근에 늘어뜨린 것처럼 보이는 선명한 빛깔의 깃발은 '부처의 눈' 그림을 새긴 채 산아래를 굽어보는 중.

 

4,130미터 고도의 이곳에서도 공사판은 별다를 거 없다. 물론 건축용 부자재들은 하나씩 전부 사람이 이고지고 날라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면 있겠지만, 그렇게 날라온 문짝과 유리와 나무판넬들을 가지고 건물을 세우는 건 기술자들의 몫.

 

이렇게 촘촘한 발받침을 갖고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도 할 테고. 저렇게 간격이 좁으면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

 

여기까지 무사히 트레커들을 인도해서 끌고 온 가이드와 포터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에 열중이다.

 

모두들 추위를 막기위해 오리털 파카에 네팔 전통의 양털 모자를 썼다.

 

그리고 이미 이 곳 다이닝룸에 자리를 잡은 한 트레커는 침낭 안에 들어간 채 꽁꽁 옷을 싸매고 모자까지 쓴 채 독서삼매경.

 

아침마다 향을 새롭게 갈아 피울 텐데, 저렇게 나무벽에 찰싹 붙여서 태우면 위험하지 않으려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애초 제대로 씻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양이세수라도 하려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주인 아저씨가 양동이를 내준다.

 

여기는 물도 귀하다면서 저 양동이에 달린 수도꼭지를 틀고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하라는 것. 대충 씻고 치웠다.

 

 

그리고, 짙은 안개를 뚫고 불현듯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두둥실, 구름 사이에서 삐쭉 고객만 내밀었다.

 

근데 이토록 가까이 다가섰을 줄이야. 거의 코앞이잖아 싶을 정도로 눈앞을 압도하는 위용과 그 디테일.

 

이내 짙은 구름 속으로 다시 숨어버렸고, 한참을 바라보아도 좀체 다시 나타날 기미가 없더니,

 

해가 거의 떨어지기 직전 다시 한번 슬쩍 안부인사를 건넸다. 굳 나잇. 내일 새벽에 봅시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그 중에서도 구시가 중심이랄 옐라치치 광장을 둘러싼 오육층은 가뿐히 넘어보이는 건물들 너머로

 

덧니처럼 뾰족하니 튀어나온 첨탑 두개의 주인공. 광장 오른켠에 자리한 카프톨 언덕 위의 성모승천 대성당이다.

 

구시가의 낡고 오랜 건물들 사이를 흐르는 이차선 도로, 그 옆에서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나이든 크로아티아의 할아버지,

 

너머로 삐죽 고개를 치켜올린, 근 천년을 지켜온 성모승천 대성당의 보수중인 첨탑 하나.

 

 

카프톨 언덕을 휘적휘적 올라가면 마주치는 대성당 앞의 광장에는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성모마리아상이 우뚝 솟았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 아래서도 번뜩이는 금빛을 발하는 성모상과 아래의 천사들은 살짝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을 풍긴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설수록 더욱 실감나는 성모상의 유별난 높이. 성모승천 대성당을 찾는 이뿐 아니라 자그레브, 아니 크로아티아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다.

 

게다가 눈에 신경을 집중해서 그 진중하고도 살짝 근심어린 듯한 표정을 찬찬히 뜯어보노라면 진짜 하늘에서도 그럴 것만 같다.

 

 

성모승천 대성당의 섬세하고도 우아한 입구, 상아빛의 대리석과 조각상들이 차곡차곡 접혀들어가며 녹슨 청동문으로 집약되는

 

그 운동감이 너무 좋아서 한참동안 보고 있는 사이에 신부님도 수녀님도 신자분들도 조심스레 입구를 드나들었다.

 

문 위 벽공에 바쳐진 유달리 하얗고 거칠지만 에너지 넘쳐보이는 대리석 조각상도 가만히 눈여겨볼 만 하다.

 

 

정문의 좌우에 시립하고 선 (아마도) 카톨릭의 성인성녀들이려나. 화려하고 섬세한 대리석 조각 장식들은 가만히 뜯어보면

 

조금씩 모양새가 다르고 매무새도 다르다.

 

그리고 성모승천 대성당을 삥 에둘러 한바퀴 돌아보는 길, 성당 옆에 자리한 부속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연륜도 못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반질반질 매끈해진 대리석 재질의 포석들이 밟히는 소리가 따각따각 경쾌하던 그 곳.

 

 

 

두 개의 종탑은 최근까지도 모두 보수중이다가 최근에야 하나가 산뜻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바싹 당겨서 본 그 모습은

 

디테일하고도 부드러운 매무새가 왠지 돌을 다루는 경지에서 경주의 다보탑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성당 옆구리에 나있던 이러저러한 나무문들, 어느 것 하나 심심하거나 허술하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공들여 치장된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성당 외벽에 붙어있던 커다란 태엽시계, 그 아래에서 비둘기들에 빵을 뜯어주던 아저씨는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참이다.

 

 

섬세하고 세밀한 조각들로 치장되어 있는 첨탑이라거나 정문과는 달리, 성당의 어느 외벽은 이렇게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나잇살 깨나 먹은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코엑스 메가박스 가는 길, 리모델링이 한창인 코엑스 곳곳에서 문닫고 사라져버린 샵과 공간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늘 무심코 지나쳤던 장식등들이 새삼스럽게 보이고, 마치 이 곳에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인양 카메라를 들게 만든 이유.

 

 구간구간 상점들이 빠져나가고 공사가 시작되고 있는 즈음이라 살짝 황량해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다.

 

그리고 코엑스 메가박스의 상징과도 같은, 이 텔레비전 탑.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라고 해도 믿을 법한.

 

 

어느샌가부터 메가박스 옆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생겼다. 도슨트도 상주 중이어서 언제든 들어가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작지만 알차게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것.

 

재미지고 발랄한 작품들을 볼 겸, 슬쩍슬쩍 점심시간에 산책 삼아 돌아다니는 곳 중 하나.

 

 

 

삼성역 트레이드 타워와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 아마도 80년대 후반 올림픽을 앞두고

지어지던 즈음에 찍힌 사진인 듯 싶다. 지금은 반짝반짝거리는 외벽 때문에 그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상상도 해보지 않았지만 이 사진을

보니까 감이 대략 잡히는 거 같다.


채 껍데기가 다 씌워지지 않은 채 내부가 슬쩍 들여다보이는 트레이드타워 꼭대기층이라거나

골격만 앙상하게 서 있는 그랜드인터콘의 뼈대라거나. 게다가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코엑스몰

공사도 있었을 텐데 사진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는 또 얼마나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때만 해도 참, 나직나직한 건물들 사이에서 불쑥 돌출한 두 건물이 눈에 딱 띈다.

그때에 비하면 고작 20년여가 지난 지금은 뭐가 너무 많단 느낌이다. 뭐 54층짜리 건물이니

아직은 낮은 건물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렇다고 딱히 높은 건물이라기도 그런 높이.






@ 광화문 공사현장.


철창살 속에 해태가 갇혔다.




두바이 시내를 돌아보며 심심찮게 부딪혔던 '물차'. 식수로 마실 수 없는 짠물이 아니라, 식용이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sweet water'를 운송하는 차들은 한국의 유조차에 비길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유조차,

두바이의 식수차.

무슨 카레이싱 트랙처럼 하얗고 꺼멓고 번갈아가며 칠해진 보도블럭도 눈에 띄었지만, 그야말로 앙상하다는

느낌 그대로 듬성듬성 뜯겨진 머리칼처럼 빨강노랑꽃들이 피어난 화단이란 참.

자세히 보면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요리조리 보일러 배관처럼 화단을 커버하고 있고, 그 근처에 바싹 붙어선

운좋은 몇몇의 식물들만 꽃봉오리까지 피워낼 수 있었던 거다. 아마도 쉴새없이 저 호스로 쫄쫄쫄 물을

공급하면서 겨우 꽃들을 보듬고 있겠지.

그럴듯한 외관을 갖춘 건물 옆을 지나.

어디선가 옆에 바싹 붙어섰던 버스는 뿌연 먼지가 온통 차안으로 들어갈만큼 활짝 창문을 열어놓고 조그맣고

낡은 선풍기를 차안에서 돌리고 있었다. 고개를 완전히 팩 꺽은 채 졸고 있는, 피곤해 보이는 이주노동자.

두바이는 외국의 자본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외국의 노동으로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도로를 청소하는 것도, 거리의 경찰같은 하급공무원도, 심지어 기업을 움직이기

위한 실무진조차 모두 외국에서 수혈되어 온 노동자들이다. 호텔의 웨이터도, 쉐프도, 호텔리어도 마찬가지.

한국에서 심심찮게 두바이 어느 호텔 근무 경력의 누구누구, 보이는 게 당연하달 수도 있는 거다.

운하도 만든 두바이. 바닷물이 들어온 거라고 설핏 들은 거 같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이 두바이는 하수처리

시설이니 하수배관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자생능력이 없는 도시라고 말했던 거 같은데,

실제로 두바이 건물들은 거의 지하를 파들어가지 않고 하수배관이나 처리시설이 없어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바로 휴교령이 내려지고 도로가 온통 물바다가 된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예전에 비해 비가 더욱

자주, 많이 내리고 있어 이후로는 더욱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했다. 굉장히 '퓨처리스틱'해보이는 디자인의 시설물이었다. 뭔가 했더니, 전철이랜다. 여행으로 다니면

한번 실제로 타보기도 하고 그럴 텐데, 눈으로만 볼 수 밖에. 들은 바에 따르자면, 1등급칸과 2등급칸으로

나뉘어 있어 돈많은 사람은 비싸게 주고 여유롭고 쾌적한 칸에 탑승하고, 돈이 없으면 퀘퀘한 냄새와 땀냄새가

뒤섞인 바글대는 공간을 버텨내야 한다고 한다. 가격 차이도 꽤나 크다던가.

두바이의 국기를 형상화한 지하도로의 벽면그림.

다시 한번 지나치게 되었던 전철역. 딱딱하고 반짝거리는 껍데기를 가진 거대한 곤충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벌레같기도 한 형태가 시선을 붙잡았다.



얼핏 보면, 차가운 은색 파이프 십여개를 동여매둔 것 같다. 길이가 다른 파이프들을 질끈 묶어두고는 창고

한 곳에 똑바로 수직으로 세워두면 저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정원 한 가운데 연못에 비친 버즈 두바이의 서늘하고 뾰족한 실루엣.

빌딩 옆구리춤에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파리같은 불빛은, 실은 그렇게 작지만은 않을 크레인이다.

버즈 두바이의 발치께에는 여전히 공사중인 짜잘한 건물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그러고 보니 밑둥만 보면

버즈 두바이도 꽤나 옹골찬 건물이다. 튼실한 하체, 얄쌍한 상체.

그래서다. 더욱 주사바늘이 연상되는 건. 저걸 한 손에 쥘 만한 사이즈의 로봇이 있다면 언제든 툭,

꺽어선 무기로 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롱기누스의 창.

공사중인 아랫 건물들. 이것들도 그리 작다고 치부될 건물은 아닌데, 덜컥 하나가 뾰죽하니 솟아버리는 바람에

영 가오가 죽어 버렸다.

부분부분 떼어서 보면, 꽤나 높은 마천루다. 뉴욕이나 어디 대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높이이기도 하고.

사실 한국만 해도 최근 지어진 고층건물들이 잔뜩 몰려있는 지역이란 드물다. 아무리 강남이나 광화문 거리라

해도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그다지, 고층건물이 빼곡한 지역을 찾기는 쉽지 않은 거다.

뭔가 금속 골조와 유리 재질의 외장재가 초현실의 느낌을 던지고 있다. 메탈과 유리, 그 두가지 재료가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의 핵심 자재라는 지적이 와닿는 순간. 고층으로 오를수록 하늘의

파란빛을 머금은 버즈 두바이.

버즈 두바이를 올려다 보기 딱 좋은 이곳은 the old town island, 두바이의 전통 왕궁과 저택들이 재현된 공간.

압도적인 높이, 그렇지만 저 건물에 입주해서 일할 사람들은 좀 깝깝하겠다. 50여층만 되어도 창문 하나없이

답답한 공기가 내부에서 돌 뿐인데다가 엘레베이터 한 번 타면 귀가 윙윙거리는데, 저렇게 높아서야 원.


가까이 보나, 멀리 보나, 까마득하니 높게 뻗어 저게 진짜인가. 싶은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슬람교는 신의 외양을 흉내낸 것들에 주의가 기울여지는 순간 우상숭배로 빠질 수 있다면서 조각상이나 징표를

빌려 신을 기리는 걸 경계할 만큼 분별있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모스크에 가도 화려한 스태인드글라스나 장식,

조각상들은 보이지 않고, 다만 코란 말씀들을 적어넣은 아랍문자들이 그림처럼 장식되어 있을 뿐. 그런 맥락에서

모스크가 주변 건물들에 포위당한 듯 압도당한 그림이 나오는 건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어쩜 크게 괘념치

않을지도 모르겠고, 아님 반대로 그렇게 독실하게 따르는 신의 처소 내지 전당을 압박하는 것에 버럭할지도.


보통 이렇게 띄엄띄엄 놓인 건물들 사이에서라면, 모스크가 아무리 작고 야트막해 보인다하더라도 하루 다섯번씩

독경 소리를 울려퍼뜨리며 기도시간을 알리는 미나렛이, 마치 물 밖으로 튀어나온 스노클링처럼 톡 튀어나와서는

모스크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미 한껏 높아져 버린 카타르 도심의 공사현장 틈바구니에서는 미나렛이 제아무리 쫑긋대봐야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외려 저 괴물처럼 커다란 건물 꼭대기쯤에서 신에게 기도드릴 시간임을 알리는 게

더 웅장하고 그럴듯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작고 약해보이는 모스크가 금세라도 밀쳐질 거 같다.

이 건물은 뭔가...세계 몇 번째로 높네 어쩌네 말이 나오고 있을 거 같다. 아직 건물이 다 올라간 건지, 아님 미처

다 올리지 못하고 여전히 올리고 있는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주위에 크레인이 없는 걸로 봐서 이미 다

올릴 만큼 올린 걸까. 저 높이쯤임 만족하고 세계 몇 번째니 하는 섹시한 광고문구와 타이틀을 거머쥐는 건가.

근방의 건물들도 모두 공사중. 카타르 도하는 공사중. 이렇게 짧막하게 이야기해도 별로 무리가 없지 싶을 정도로

차암~ 여기저기서 공사중이다. 도심을 지나는 도로가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를만큼 길을 중간중간 막아놓고

돌려놓으며,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사진으로 카타르의 열감과 열풍을 전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 저 분들이 얼마나 더울까..그래도 햇볕에 직접

닿지만 않으면 조금은 서늘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기에 머리고 팔이고 온통 천으로 가려 놓은 듯 하다.

노가다 현장에서 몇 달 일을 해본 바로는, 일 자체가 고되다기 보다는 그 먼지날리고 위험한 작업환경이 더

고되었던 것 같다. 다만 드럼통에 목재들 넣고 모닥불을 쬐가며 작업해야 할 만큼 추운 날이라거나, 햇볕이 너무

뜨거워 오후 한시에서 세시정도까지는 아예 그늘을 찾아 쉬어버리는 날에는 날씨 그 자체도 무지 힘들었다.

여긴 어떨까. 7,80년대, 그리고 지금도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떨까.

도심을 벗어나 시 외곽쪽으로 조금만 나서면 이렇게 여유있고 설렁설렁 공간을 쓰고 있는 건물들이 천지삐까리다.

삼각뿔 형태의 담장, 삼각뿔 형태의 건물 외관. 그리고 빨간 삼각뿔이 뒤집어진 형태의 못알아먹을 교통표지판.

도하에 면한 아라비아해의 파란 바다를 내려다보는 저 집들. 여긴 딱히 모래사장을 찾아 걷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바다 앞에 지어진 집들은 좋을 거 같다. 낚시도 하고, 보트도 타고..가끔 살짝 잊어버리곤 하는데, 사막

근처의 바다라고 해서 바다까지 사막처럼 황량한 건 아닐 거다. 이집트 여행때 휴양도시 다합에서도 느꼈었지만,

바다는 어디에서든 바다다. 온갖 빛깔의 어패류와 생명들이 가득한.

물론 마냥 황량하게만 보이는 사막도 사실은 조심조심 생명들을 품고 있다.

이건 뭘까. 카타르에서 이용해본 대중교통이라곤 택시가 전부여서, 저게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라고 확실히

단언하진 못하겠다. 왠지 스쿨버스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흔치 않게 강한 색을 가진 집이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살짝 흐끄무레한 색깔을 띄고 있거나 오랜시간 닳아버린

모랫빛깔을 닮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색 자체가 강하진 않더라도 뭔가 선명하고 단호한 느낌의 건물이라

맘에 들었다.

펄 카타르에 지어질 건물을 광고하는 대형 포스터랄까. 펄 카타르가 다 완성이 되면 저렇게 되는구나..빨간 원색이

좀 많이 쓰이고 녹색 정원이 건물 사이의 공간을 꽉 메운.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색깔이 좀더 밝고 선명해지고,

녹색이 훨씬 많이 눈에 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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