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가뜩이나 환율도 안 좋은데 생각보다 우편으로 온 수표에 대한 '대접'이란 게 안 좋군요.

매입수수료를 별도로 10,000원. 우편료를 별도로 2,400원. 게다가 일정률의 환가료까지.

무려 만삼천원 가까이 수수료로 날아가 버렸네요.


우편환에 대한 수수료는 액수에 비례해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건수에 비례해 부과된다고 하니

차라리 잔뜩 모아서 한 육백만달러쯤 된 후에 한꺼번에 찾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은행에선 두 가지를 추천했어요. 송금, 혹은 그냥 현찰로.

송금의 경우 100달러가 넘으면 역시 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역시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 듯 하구, 현찰로 받는 건 제가 캐나다까지 뱅기타고 가야 한다...는?


뭐, 그러려니 하고 환전해 버렸습니다.


#2.

요새 왜케 갑자기 번다한 일들이 늘었는지, 포스팅도 쉽지 않고 정신도 없고 그러네요.

특히나, 건강 다들 잘 챙기시고...부모님 건강검진은 규칙적으로 받게 해드리시길.

몸건강 마음건강,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당.ㅎ



매년 받는 정기건강검진을 위해 받아든 서류봉투에선 그리 길지는 않았던 문진표와 함께 작은 종이봉투가 나왔다.

변기에 설치하는 채취용 '편의도구'와 초록색 비닐백에 든 작은 플라스틱 키트, 뭐랄까. 어른을 위한 채변봉투.

어렸을 적에는 황토색의 거칠거칠한 종이봉투에 비닐봉지 하나가 고작이었던 것 같은데, 이만큼 세련된 '응가'봉투라니.


그래봐야 똑같다. 안에 똥을 품고 있다. 이녀석은, 내가 사진을 찍은 이녀석은 품고 있을까 없을까.

다소 심술궂고 악취미적인 질문이거나 상상력의 자극인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이 플라스틱 통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안에 똥을 품고 있다.(그렇다고 사진 속의 이녀석이 품고 있다는 건 아니다. 뭐..결과적으로는 품었겠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사람을 마주하며 이녀석은 지금 뱃속에 응가를 품고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진 않는 것처럼,

이녀석도 마찬가지로 관대한 시각으로 봐줄 수 없을까.


두 가지의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을 듯 하다. 어차피 안에 들어있는 게 응가인데 똥색봉투에 대충 담던, 아님 이렇게

새끈하게 빠진 플라스틱 통에 담겨 초록색 봉투에 담겨 다시 종이봉투에 담던 내용물은 변치 않는다는..일종의

反Plastic Surgery스러운 방향. 또 하나는 아무리 안에 들어있는 게 응가라 해도 1980년대, 90년대 초의 그때와는

달리 이렇게 충분히 덜 혐오스럽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는, 다소 전향적이고 비위좋은 방향.


결국 진부한 '내용'와 '형식'의 문제로 치환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똥'에 대한 입장이다.


"똥누는 순간은 하나님의 창조를 수락하지 못하겠다는데 대한 일상의 증명이다. 둘 중의 하나다. 똥을 수락하던지

아니면 우리들 자신이 수락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된 것이다. 똥의 존재가 부인되는 미학적 이상은 키취라고 한다.."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응가-똥에 대해 '수락'하며, 마음의 독재를 불러일으키는 '키취의 제국'을 거부한다. 이건 사람이다. 혹은

그 쓰임으로 인해 사람과 비슷한 면이 매우 많아진, 플라스틱 용기다.





핑크빛 돌고래같이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흐르면서 왠지 모를 바다 깊숙히 어두운 곳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내 위장과의 첫대면.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었고, 처음으로 내시경을 경험했다.

난 억지로 눕혀져 주사를 맞는 짐승처럼 옆으로 뉘여진 채 자전거에 바람넣는 호스처럼 생긴 내시경을 공포스런

눈길로 바라봤다. 우악스럽게 내 입을 쑤시고 들어가는 검은색 호스에 나는 왠지 '겁탈당하는' 느낌이었고...

30여초 동안 후비는데 정말 게거품을 줄줄줄 흘리며 끊어질듯 불안한 숨을 내쉬었더랬다.

내 십이지장에는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이 되었을 거라 추정되는 궤양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조직검사를 위해

철사 하나가 슝슝슝 들어가서 살점을 조금 떼어낸듯 한데, 난 광우병 걸린 소마냥 침을 질질 흘리면서 정신이

나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못할 짓이었다. 몹쓸 짓이었고. 참...내장을 직접 보겠다는 심플한 아이디어를 극단까지 밀어올린 우악스럽고

미친거 같은 시술이란 감상. 알고 보니 영동세브란스 병원의 내시경은 여전히 두껍기로 소문난 구식의

그것이라는. 목젖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으로 하루가 지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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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질반질하고 핑크빛선연했던 내 귀여운 내장사진을 갖고 싶었는데, 비슷한 사진이라도 찾아보려 구글신에

빌었으나 역시 내것만한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사진을 빌려와 조금이나마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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