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지킴이 김장훈, 구글코리아의 가장 큰 미팅룸 '독도'에서 두시간여 미팅을 가지다가


문득 '독도'와 '김장훈'의 재미있는 연관관계가 떠오르고 말았다. 


'독도'라는 미팅룸 명패 앞에서 사진을 찍자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왕이면 독도지킴이 김장훈씨의 사인을


하나 남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시는 가수 겸 공연기획자 김장훈.


그렇게 구글코리아 오피스에 작지만 재미있는 스토리가 하나 더 쌓이게 된 하루.




+ 그리고 구글코리아의 빼놓을 수 없는 셀렙, 싸이의 사진 한장.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과 싸이의 만남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과 싸이가 27일 오후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직원들과 만남을 가진 후 함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래하는 음유시인' 루시드폴의 작품들. 작년 '고등어'와 '평범한 사람'으로 홀딱 빠지고 나선 걷잡을 수 없이

맘 속에 자리잡은 그의 나즈막하지만 깊은 곳까지 와닿는 음색, 서정적이지만 떨림 가득한 가사. 그의 노래랄까,

읊조림이랄까, 속삭임을 듣고 있으면 달콤쌉쌀한 99% 다크초콜렛를 녹여먹는 느낌같기도 하고.


수줍게 관객에 인사하던 루시드폴, 두시간반동안 깨알같은 농담으로 행여나 졸릴까 관객까지 배려하던 그.

그렇지만 가끔은 걸터앉은 의자에서 바닥에 닿지 않은 두발을 까닥거리며 음률에 빠져들기도 하던, 천상 아티스트.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꽂히던 2011년의 끝자락에서 포근한 백허그로 감싸안아주는 듯 하던 마법의 밤.

 

"오, 사랑" (오, 사랑, 2005)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볕을 잊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
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 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따라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
내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내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


"봄눈" (레 미제라블, 2009)

자 내 얘기를 들어보렴
따뜻한 차 한잔 두고서
오늘은 참 맑은 하루지
몇 년 전의 그 날도 그랬듯이

유난히 덥던 그 여름날
유난히 춥던 그 해 가을, 겨울
계절을 견디고
이렇게 마주앉은 그대여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처음으로 말을 놓았던
어색했던 그날의 우리 모습
돌아보면 쑥스럽지만

손끝에 닿을 듯이 닿지 않던 그대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데
하루에도 몇 번을 내게 물어봐도 나는 믿고 있어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

그대라는 꽃잎



"알고 있어요" (레 미제라블, 2009)

행복하게 웃어보자
오늘 너무 슬퍼보여
내말에 그저 조용히 웃던
그대의 뒷모습
하지만 웃고 있어도,
항상 울고있는 사람
한없이 고단한 그대 모습
멀리 사라지고

하루라는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
세상에 험한 말들로 그댈
아프게 했는지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나도 그대의 하루에
무거운 짐이었다면
그래서 말 할 수 없었다고,
미안해 하진 마
하루라는 짧은 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
세상에 험한 말들로 그댈
아프게 했는지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넌, 여전히 어려운
눈빛으로 나에게 얘기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왜 그러냐고
난 말하고 있었지
뒤돌아선 그대가
그런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다 알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그대 손으로" (버스, 정류장 OST (L'Abri), 2001)

바람 부는 곳으로
지친 머리를 돌리네
나는 쉴 곳이 없어
고달픈 내 두 다리 어루만져주오
그대 손으로 그대 손으로

세찬 빗줄기처럼
거센 저 물결처럼
날 휩쓸어 간대도
좁은 돛단배 속에
작은 몸을 실으리
지금 가야만 한다면
그대 품으로 그대 품으로

태양은 그 환한 빛으로
어리석은 날 가르치네
당신은 따뜻한 온기로
얼어붙은 날 데워주네
언제나 아무 말 없이
그대 손으로 그대 손으로


"그리고 눈이 내린다" (아름다운 날들, 2011)

참 좋아라 했던
이 길 위엔 아무도 없는데
밤은 정말 이렇게
나도 모르게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어

날 보듬어 주던
그 눈빛은 사라졌지만
푸르고 푸르던 기억
아직도 향기로 남아
눈짓으로 인사하는구나

외롭다는 건
기다리는 것

잊혀지는 게
아무렇지 않도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루 또 하루가 지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까

그래, 나는 약해졌는지 몰라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하늘은 밝아올 테고
거리는 분주할 테고
내 마음도 조금씩 환해질 거야

그래, 나는 약해졌는지 몰라
하지만 견디다 보면
여름은 다시 올 테고
겨울엔 눈이 올 테고
나는 다시 빛날 수 있겠지


"그대는 나즈막히" (레 미제라블, 2009)

그대는 나즈막히
당신은 언제라도 날
떠날 수 있어요
얘기하네

난 아무 말 못하고
두터운 목도리를 말 없이 벗어준 채
돌아서지만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세상에 어떤 인연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사람들 모두 껴안고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지

스쳐가는 말이라도
그렇게 얘기말아요
나에게 그대는 언제나
말할 수 없이 고마운 사람
사랑하는 나에게는
모질게 얘기말아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필요 없어요

언젠가 마음 변할 수도 있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평범한 사람" (레 미제라블, 2009)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꿈꾸는 나무" (아름다운 날들, 2011)

내가 자라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난 말하지 못한 채
잎새만 펄럭이겠지

얘기해도 될까
매일 내가 꾸는 꿈
비웃지 않고서 나의 얘기 들어준다면
한번 느릿느릿 얘기해볼까

따뜻한 집,
편안한 의자,
널찍한 배,
만원 버스 손잡이,
푸른 숲,
새의 둥지,
기타와 바이올린,
엄마가 물려준
어느 아이의 인형

하지만 이 세상에서
되고 싶지 않은 게
내게 하나 있다면
누군가를 겨누며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

내가 꾸는 꿈

얘기해도 될까
매일 내가 꾸는 꿈
비웃지 않고서 나의 얘기 들어준다면
한번 느릿느릿 얘기해볼까


작은 책상,
동그란 거울,
뜨거운 불빛,
시원한 그늘,
식탁 위 한 쌍의 젓가락과 술잔,
눈물 닦아줄 휴지,
사랑 전해줄 편지

하지만 이 세상에서
되고 싶지 않은 게
내게 하나 있다면
누군가를 겨누며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




김태원이 이끄는 부활, 그리고 벌써 7년째 보컬로 활동중이었다는 정동하의 열정적인 퍼포먼스.


@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메인스타디움(10/8)








고인돌의 나라, 강화도(고인돌의 나라, 강화를 재발견하다.)에서 올해로 벌써 14회째를 맞이한

축제가 있다. 다른 지자체들의 축제가 부침을 거듭할 때에도 흔들림없이 계속되어온 이 축제의

이름은 "강화고인돌문화축제", 아무래도 강화도를 대표할 뿐 아니라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에 이른 고인돌을 앞장세운 게 톡톡히 제 역할을 했지 싶다.


이틀동안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생각보다 너른 섬 강화도의 중앙쯤 위치한 고인돌광장,

강화도 지석묘를 둘러싸고 있는 초록잔디밭 광장 위로 특이한 형태의 연들이 줄지어

꼬리를 퍼덕이고 있었다. 올해의 경우 6월 11일(토)부터 12일(일)까지 이틀 열렸는데

광장을 꽉 채워 고인돌 행사장, 체험장, 사진전시장, 전통체험관, 먹거리장터들이 늘어섰다.



ㅇ 고인돌 축조 재현하기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았던 건 역시 고인돌을 쌓아올리는 모습을 직접 재현하는 모습이었다.

부족을 통솔하던 부족장이 죽자 하늘이 내려앉은 듯 탄식하며 비통해하는 원시인들의 모습,

그리고 커다란 덮개돌을 덩굴같은 줄로 단단히 묶어서는 흙으로 비탈을 만든 바닥돌 위로

힘을 합쳐 끌어올리는 모습, 재현 중에서는 열명 남짓한 원시인들이 힘을 합쳤지만 실제론

수백명에 달하는 인력이 동원되었을 거라고 한다.


말하자면 이건 실제보다는 상당히 축약된 무게와 규모로 재현된 미니어처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재현행사를 준비하는 스탭들이 저 커다란 덮개돌을 가뿐하게 들어올리는

모습을 얼핏 보았던 거 같기도 하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었으려나, 그렇지만 그걸 저렇게

리얼한 표정과 액션으로 소화해내며 재현 행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시인 여러분들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낼만 했다.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불러내어 으쌰으쌰, 덮개돌을 바닥돌 위에 확실히 얹어놓고나서는

두 손을 번쩍 치켜올리며 고인돌이 완성된 것을 축하하는 원시인들. 바퀴 역할을 하며 바닥에서

뒹굴었던 나무통과 비탈을 만들어 주었던 흙만 치워내면 이곳 강화도에 이미 존재하는 140여기의

고인돌에 하나가 더해지는 셈이다.

고인돌축제의 개막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고인돌 축조과정을 재현하는 원시인들의 기합소리와

함께, 칠선녀들의 공연과 함께. 고인돌광장과 바로 붙어있는 강화역사박물관에 마네킹으로 전시된

선녀들의 복장이나 장신구는 완전히 똑같았던 그녀들은, 그렇지만 훨씬 뛰어난 미모와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칠선녀는 과거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단군이 하늘에 제를 지낼때 일곱선녀가 옆에서 제를

도왔다던 고사로부터 등장하는데, 전국체전의 성화를 매년 새롭게 뽑히는 칠선녀들이 참성단에서

채화하고 있기도 하다고. 그리고 그녀들은 1956년 이래 강화여고에서 뽑혀왔다고 하니, '그녀들'이라

칭하기보다는 그 아이들, 이라는 표현이 낫겠다.


ㅇ 원시인의 일상 체험하기

이리저리 고인돌광장을 떠돌며 행사도 구경하고 체험관들도 구경하던 와중에 만난 꼬맹이들.

고인돌을 둘러싼 울타리에 기대앉아선 조금 쉬어가려는 듯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고 있더니

카메라를 보자 불쑥 장난끼가 발동한 듯 옥수수랑 돌도끼를 양손에 쥐고는 흔들어준다.

원시인들이 다들 저런 레오파드 무늬가 뚜렷한 가죽옷을 입고 다녔을지는 상당히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벌거벗고 다니거나 잎사귀 한두장으로 코스프레를 하기엔

너무 전위적인 느낌이니까 원시인들은 모두들 표범 한두마리쯤 쉽사리 때려잡았을 거라

호의적으로 생각하기로 하자. 호피무늬 원시인 복장을 머릿수건까지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돌도끼나 단검을 꼬나쥐고 나니까 다들 신났다. 거울 앞에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그렇다고 다들 폭력적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돌판과 돌확을 이용해서 낟알의 껍질을 까고 있는

진지한 표정의 아이의 손끝이 신중했다. 돌확은 원시인들이 곡식을 떨어내고 껍질을 제거하던

작업을 돕기 위한 도구인데, 저 정도로 원시적이어서야 손으로 하나씩 까는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하지 않으려나 싶다. 하긴 워낙 발전속도가 빨랐으니, 수천년 전의 인류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터에 직접 '인간 탈곡기'가 되어 체험하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몇몇 시대를 구분짓고 공간을 구분지을 지표가 되어주는 토기들을 갖고 아이들에게

열심히 그 특징과 정보를 알려주고 계신 아저씨. 이 토기에 그려진 무늬는 빗살무늬라고 하는데

주로 곡식의 낟알등을 담아두었고 바닥이 뾰족한 건 땅에 묻어두었으리라 추측하는 근거가

된다 운운, 이야기를 듣는 아이의 자세가 제법 의젓해서 보기만해도 흐뭇했다.

사냥감을 사냥해보는 체험, 이랄까. 새총들이 줄줄이 늘어선 가운데 꼬맹이들이 있는 힘껏

노랑 고무줄을 당겨서는 표적을 노리고 있었다. 공룡이 그려진 표적지를 보며 다시금 궁금해진 건,

인류의 조상인 원시인들이 공룡과 겹쳤던 적이 정말 없었을까. 일반적으로는 인류와 공룡은

서로 시기가 겹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인돌 빠삐코'니 뭐니 인간의 상상력 속에서 원시인들은

늘 공룡들과 함께 노닌다.


ㅇ 강화도 문화 체험하기

강화도의 특산품, 하면 화문석. 어쩔 수 없는 암기식 교육의 부산물이다. 이름만 익히 듣고 외웠지

그게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여태껏 블랙박스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게 사실.

옆에서 하나씩 가르쳐주는 선생님 옆에서 입을 꼭 다문 채 화문석 만들기에 몰입해 있는 아이도

아이지만, 그 손놀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대체 어떻게 저렇게 이어지고 묶이는 걸까 호기심에

가득찬 구경꾼들의 표정도 못지 않았다. 시간만 있다면 털썩 천막에 앉아서는 선생님한테

배워가며 직접 한땀한땀 정성으로 매만진 화문석 한장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강화도에 많이 나는 약쑥으로 비누도 만들어보고, 상큼한 형광색 꼬리를 달고 있는 화살을

던져넣는 투호도 하고, 그렇게 몇걸음 채 걷지 못하고 무언가 직접 손목 걷어부치고 만들거나

경험해보거나 그렇게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함께 즐길 거리들이 제법 솔찮았다.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혹은 걷는 아이 손을 꼭 붙들고 온 부모들에겐 꽤나 수월한 나들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천연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포함해서, 고인돌마을 족장 체험, 도자기 만들기 체험,

연날리기 체험, 무형문화재 제14호 단청그리기 체험, 다도체험 등등 고인돌을 만들던 원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살던 인류가 축적해온 유무형의 독특한 문화유산들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넓게 열려있었다. 이정도면 굳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는 단어를 동원해

교육과 놀이가 혼합되어있음을 강조한 주최 측에 수고했노라, 박수를 쳐줄 만 하다.


ㅇ다양하게 즐기기

강화고인돌문화축제를 즐기러 와서 찍은 사진 중에서 맘에 드는 사진은 즉석에서 인화해서

콘테스트에 응모할 수 있다나, 이미 응모된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다들 욕심이 그득하다.

일등해서 상품가져갈려는 의욕이 넘치는지 사진들이 다들 범상치 않았달까.

원시인 복장을 챙기고 돌도끼를 들지는 않더라도, 뺨이든 손등이든 뭔가 고인돌축제에 어울릴

페인팅을 하나 하고 나면 뭔가 축제를 즐길 준비가 된 느낌인 거다. 특히나 아이들이 엄마손

잡고서 길게 늘어선 그 줄을 슬쩍 지나치고 나니 또 다른 긴 줄이 나타난다. 삐에로 아저씨가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주는 건, 정말 어디서나 아이들을 모으는 최고의 방법인 듯.

그 와중에 바쁘게 돌아가는 먹거리장터와 행사장 주변 스탭들의 발놀림. 축제의 분위기를

돋우는 건 심장 박동을 따라 노니는 풍물의 흥겨운 장단과 함께, 빤짝거리는 새틴 재질의

'가죽옷'을 입은 '원시인'이 어색한 옷차림에 불편해하면서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행사가

잘 되도록 움직이고 있는 모습인 거다.
 

공연도 이틀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도록 짜여있었다. CBS에서 녹음방송을 하는가 하면, 마야가

초청가수로 와서 노래를 부르고, 평양예술단이니 인천시무형문화재협회 공연이니, 심지어는

웃찾사 공연팀이 와서 개그공연까지 하도록 스케줄이 짜여있었다. 나름 강화군 차원에서 심혈을

쏟아붓는 행사라는 게 빈말은 아닌 거 같다.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조금 아쉬웠던 건 '에어바운스' 축하비행이었다. 등뒤에 커다란 프로펠러를

메고서는 그 힘으로 날아올라 낙하산에 의지하여 두둥실 떠다니는 것, 처음에 굉장히 커다란

선풍기 소리가 날 때만 해도 설마 저게 날겠어 싶었는데 정말 훌쩍 떠오르더라는. 아쉬웠던 건

바람이 너무 쎄서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어려움이 좀 많았고, 그나마 떠올랐던 것도 생각보다

일찍 내려온 거 같았다. 그치만 정말, 저렇게도 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줬달까.

그 옆의 역사박물관에서는 축제 기간에 맞추어 인천무형문화재 기능장들의 특별전을 열고

있었다. 대금, 단소 같은 전통악기나 화문석, 도자기나 전통의상 등이 강화역사박물관 1층의

로비에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으니, 잠깐 더위도 식힐 겸 에어콘 바람도 쐴 겸 들어가서

휘 둘러보기에 딱 좋았던 거 같다.  

 

2011년 강화 고인돌문화축제는 여러모로 좋은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강화도에 있다고만 들었던,

실물을 제대로 보거나 체험해본 적은 없는 고인돌이니 화문석이니 그런 것들에 대해서 작정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축제 자체도 '고인돌'이라는 뚜렷한 아이템을 가지고 특색있게 잘

꾸며놓아 중구난방식의 여느 지방 축제와는 격을 달리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강화 고인돌광장 인근으로 산재해 있는 고인돌군을 돌아보기에도 좋은 위치라는 점,

그리고 강화도도 제주도나 다른 곳들처럼 트레킹 코스를 사방으로 개발하고 있으니만치 더욱

즐길 것이 많아졌다는 점도 축제에 맞추어 강화도를 향해 발걸음을 쉽게 떼도록 이끈다.








 
그들의 노래는 '진정성'이 담뿍 담겨있었다.

'나는 가수다'에 대한, 김건모의 재승부에 대한, 심지어는 '아이유와 나가수가 싸우는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 공간의 천지사방으로 마른 불 번지듯 퍼져나갔지만 여태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노래만 어찌저찌 듣게 되거나, 대충 그래서 김건모는 어찌되었고, 어느 가수는 '나가수'를

반대했다는 따위의 이야기들로 접하던 이 프로그램을 직접 보겠다는 맘을 먹게 된 건 순전히

노래 두 곡 때문이었다. 김범수의 '제발'이 불을 댕기고, 이소라의 '넘버원'이 결정타를 먹였달까.


그래서 첫회부터 졸졸 따라가서 이제 다 따라잡았다. 워낙 전회 복습의 분량도 많고 중간평가니

뭐니 곁다리 내용도 많아서 중간중간 빨리감기를 하며 노래 위주로 보긴 했지만, 주위에서 임재범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느니, 이건 꼭 챙겨보라느니 따위 유난스럽다 싶은 반응들이 이젠 그럴 만도

하네, 정도의 평가를 얻게 되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소라, 박정현에서 김건모, 임재범에

이르는 출연 가수 하나하나 노래를 할 때마다 소름이 번쩍번쩍 돋고 눈물이 치솟으려 하더라는.


그들의 노래는 '진정성'이 담뿍 담겨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진심을 다해 부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눈물을 훔치며 생각한다. 꼭 이런 방법으로 가수들의 진정성을 짜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경쟁 이외의 다른 방식은 없었을지, 그리고 가수들이 진정성을

담아 혼신의 힘으로 노래하도록 우리들이 채근하고 강제할 수 있는지.


1_ 경쟁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진정성' 짜내기.

경쟁이 있었기에 이렇게 멋진 가수들이 더 멋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미 가수로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스타일, 평판에 안주하며

설렁설렁 매너리즘에 빠진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매너리즘을 깨는 게

꼭 이렇게 살벌한 경쟁, 꼴찌는 떨어져나가는 콜로세움의 살육전을 빌어야 하는 걸까. 누군가

이미 말했듯 1등이 명예롭게 빠지는 방식이라거나, 두번 이상의 기회를 주어 평가한다거나,

팀전을 벌인다거나 하여 원샷원킬의 경쟁구도와 긴장을 완화할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경쟁 이외에 다른 방식은 정녕 없었을까. 가수들이 '진정성'을 담뿍 담아 노래를 부르게

하려는 건, 무언가를 잃지 않기 위해서나 타인을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혹은 함께 만들기 위해서 같은 동기로는 안 되었을까. '나가수' 식의 감동있는 무대를 만드는 게

흔치 않은 것 만큼이나 그런 '씨스터액트'류의 감동있는 무대 역시 흔치는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은 거다. 정말 궁금한 건, 나가수의 경쟁이 계속해서 '진정성'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가수들에게서나 관중들에게서나. (경쟁은 이미 진정성 이외의 부분,

감동적인 스토리빨, 빛나는 편곡, 여러 스페셜한 요소들에서 이뤄지지 않는가.)


2_ 근본적으로, 노래에 진심을 담는 건 가수의 의지.

콘서트 내내 쏟아부을 열정과 에너지를 노래 하나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평소엔

노래부를 때는 체력안배를 하거나 컨디션을 고려한다는 이야기다. 당연하다. 노래 한곡으로

뭔가 결정되는 경연대회를 늘 여는 게 아니니까, 늘 일백 퍼센트의 진심이 가득 담긴 그런 노래가

나올 수는 없는 거다. 그런데 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그런 걸 요구한다. 노래 한 곡을 위해

이주동안 그야말로 피말리는 연습을 반복하게 하고, 이십년차의 국민가수도 손을 덜덜 떨며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 프로그램에 들어온 이상 규칙이 그렇다. 가수는 쥐어짜내진다.


뭐, 원치 않았음 출연하지 않았으면 된다고, 알아서 몸관리는 하는 게 프로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가수는 매번 노래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라고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할지도.

나도 처음엔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노래하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과의 싸움,

화려한 컴백의 야심, 부와 명예, 호승심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상황으로 내모는 건, 그리고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좀 잔인하지 않나. 임재범이 건강상의 문제를 무릅쓰고 녹화를 강행한 게 미담이

되고, 평생 노래해야 할 가수들이 강행군으로 목을 상하거나 건강을 상하는 게 무용담은 아니다.


약간 확대하자면, 검투사들의 멋진 육체, 약동하는 근육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보기 위해

로마인들은 그들을 죽음과 대면시켜 죽을 때까지 싸우도록 하며 환호했었다. 검투사들 역시

자발적으로 그 콜로세움에 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원래 세상이 그런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혹은 돈과 명예를 위한 사다리를 잡기 위해 선 사람도 있을 거다. 어느

경우이던 간에, 그들의 진정성, 진심은 이미 프로그램화된 외부로부터 쥐어짜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불러올려져야 하는 것 아닐까. '나가수'에 나가지 않고도 진정성 가득한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실제로 부르고 있는 가수들을 귀찮음과 무지를 무릅쓰고 찾아나서는 건 어떨까.



나가수, 결국 가수들의 진정성을 값싸게 만드는 건 아닐까.

나는 가수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도 모두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다. 그들의 노래는

아름답다. 그들이 자처한(혹은 자처했다고 생각하는) 콜로세움, 무대 위에서 그들이 노래를 할 때

그들은 그대로 혀가 되고 목청이 된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언제까지 그들의 '진정성'을

쥐어짜내어 대중에게 값싸게 단타로 팔아치울건가. 대체 이 프로그램이 가수들의 진정성을

어필하고 극대화하는 방식이란 건, 지속가능하기나 한 걸까. 단지 체력적이고 육체적인 부분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쟁으로 누군가는 계속 밀려나고 누군가가 계속 수혈되는 구조란 게.


어린애가 새장 속의 새들을 끄집어서는 꾹꾹 누르며 노래를 뱉으라 하는 거, 그런 그림 같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라면 그들의 진정성이, 그들의 노래가 값싸져버리는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미 나온다. 가창력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이야기. 이미 변덕스런 대중은

아무 노력없이 잘 포장된 채 손에 쥐어진 그들의 진정성에, 그들의 음악에 둔감해지고 따분해

하는 건 아닐까. 좀더 강렬하고 '감동'있는, 그리고 피비린내나는 이야기를 원한다며 소란을

떨지는 않을까. 생사여탈권을 쥔 다수의 무리가 덜덜 떨고 있는 한줌을 향해 이런저런 변덕을

부리고, 힘을 전횡하는 그림, 딱 떨어지는 근거는 없다지만 괜히 두려워진다. 


+ 사족.

사실, 근거가 없진 않다. 김건모가 재도전에 나섰을 때 온통 공정성, 공정성을 외쳐댔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정성? 말이야 좋은 말이고, 그가 재도전을 요청한 것도 딱히 좋은 그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예능이다. 수능시험도, 입사시험도 아니고 대선이나 총선도 아닌

일개 예능 프로그램. 그 소란은 정말 '공정성'에 대한 목마름이었을까. 아니면 하나 거창한

꼬투리 잡아챈 아이가 새장 속 새를 온통 들쑤시며 광기 어린 욕망을 채우려는 거였을까.


이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을 논하기엔 룰도 엉성하지만 룰이 놓인 시스템 자체가 엉성하다.

1등과 꼴찌를 뽑는 기준이란 게 사람들의 평가만으로 되려면, 나머지 변수들이 통제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편곡의 아웃소싱 여부, 동원자원(브라스, 댄서, 스페셜 게스트, 밴드 등)의

한계설정, 거칠게 운빨이라고만 정리하자면 컨디션, 공연 순서, 곡 선정 따위의 것들까지.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노래 잘하는 가수를 뽑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는

셈치고, 핏대세우지 말고 봅시다~' 하고 쿨하게 말하기엔, 프로그램부터 살기를 띄고 가수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결국 '나는가수다' 이 프로그램이 지탱하고 있는 '경쟁으로 가수들로부터

더 좋은 음악, 진정성 담긴 음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안이하고 근시안적인 마인드 그 자체부터

문제삼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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