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컨테이너가 흙바닥을 찍어누르듯 자리잡고서 오랜 시간이 지났나보다. 온통 붉은 녹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컨테이너 철판껍데기에는 햇빛 알레르기처럼 자잘한 물집이 빈틈없이 잡혀 있었다.

흉흉하고 살벌해보이는 그 두껍고 우왁스러워보이는 컨테이너차벽, 그런데 그 벽면에 바싹 기대어선

노랗고 하얀 꽃들을 피워내는 들풀들이 있었다. 햇볕도 가리우고, 철이 부식되고 페인트가 떨어져

나오며 참 많이 방해받았을 텐데, 기어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 제주, 가파도.


이런 거 왜 계속 방치해두고 있나 모르겠다. 아예 저렇게 철판이 다 썩어서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방치할 생각인 걸까. 가파도의 풍광은 아름다웠지만, 시멘트를 때려부어 만든 길은 편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고, 그 와중에 이 녹슨 컨테이너 박스가 가시처럼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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