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까페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신사동 가로수길 옆길 이름은, 세로수길. 가로수에서 '가로'만 떼어서

 

그에 대응하는 '세로'수길이라 이름붙인 작명센스에는 감탄할 만 하다.

 

발 닿는대로 들어간 그 중의 한 레스토랑. 요새 브런치 메뉴가 없는 곳이 없다지만 여긴 그 중에서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음식도 괜찮았고, 새파랑 물병도 맘에 들었던 것이 왠지 새하얀 벽돌담을 가진 햇살 쨍쨍한 이국의 테라스를 떠올리는.

 

 

 하얀 회벽을 그대로 드러낸 인테리어야 요새 워낙 흔하게 보이는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저렇게 천장에까지 그림을 넣은 건 참신한 듯.

 

그리고 또다른 '세로수길'의 까페. 레스토랑을 나와 몇걸음 걷지 않아 나타난 까페였는데, 밖에서 봤을 때

 

그럴 듯 해보이기도 했고 밖에서 볼 때뿐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도 제법 이쁘겠다는 판단이 섰더랬다.

 

 

2층에 위치한 까페의 창문은 온통 활짝 열려 창밖의 풍경을 눈앞 가까이 끌어당겼다.

 

 

벽면 한귀퉁이의 칠판에 쓰인 흐트러진 글씨체, 그리고 책장 한 칸을 넓게 차지한 화분과 열쇠 하나.

 

 

아포가토와 에스프레소. 귀여운 차받침과 예기치 않은 장식용 인형들의 출현에 깜짝 놀랬다.

 

그렇게,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에 있던 어느 까페와 레스토랑.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이쁘고 한적한 공간이라 남겨둔다.

 

 

구름이 불시착하던 어느날, 자동차들의 피난행렬 사이에 꼼짝없이 끼인 채 바이크 위에서 찍었던 사진.

하늘이 저렇게 싱숭생숭하기도 했지만, 색다른 눈높이에서 바라본 차들의 붉은 불빛들도 맘을 흔들긴 매한가지.

서울 시내, 라고는 해도 가로수를 굽어보는 건물들이 늘어선 곳은 사실 강남 일대와 종로 일대를 제하고 나면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가로수와 건물이 까치발을 서며 키재기중이던 어느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렸다.

불시착할 듯 하던 구름은 점점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저너머로 내빼버렸는데, 붉은 신호등과 하얀 횡단보도와

시커먼 사람 그림자와 저너머 단속카메라에 포박당한 채 얼음, 으로 멈춰서고 말았다.




담양의 대표적인 여행지,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과 관방제림을 자전거로 달렸다. 죽녹원 앞에서 자전거를

즐비하게 열맞춰 세워둔 많은 대여점 중에서 하나를 골라 반짝거리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한시간에 삼천원.

아저씨가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과 관방제림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면 되는지를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전거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방향만 따라가도 되겠다 싶어서 큰 걱정없이

여유롭게 페달을 밟았다. 차가 거의 지나지 않는 단단한 아스팔트길이 매끄럽게 뒤로 물러선다.

굴다리 앞에서 우회전해서 큰길에서 좌회전하랬던가, 아저씨의 말을 곱씹기도 전에 저만치서 장대한 나무들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모처럼만에 타보는 자전거가 꽤나 즐거운 와중이었는지라 고작 십여분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가 아쉽기도 했지만, 일단 가로수길 입구에 정차. 가로수길 아래로는 자전거 통행금지란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시장통처럼 북적였다. 나무 둥치마다 하나씩 차지하고 온갖 포즈를 잡아대는

앳된 커플들도 보였고, 삼각대를 쓰거나 서로의 카메라를 돌려가며 사진을 부탁하는 중후한 부부도 보였고.


그리고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은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다. 춘천 남이섬에 있는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과

비슷한 길이였던 거 같긴 한데, 옆으로 계속 차들이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호젓한 분위기가 모자란 만큼

가로수길의 길이도 모자라게 느껴진 듯 하다. 돌아나오려는 길에, 문득 마법처럼 사람들이 쏴아 빠져나가고

흙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순간. 아이를 업고 걸리며 앞서 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이 여유롭다.


돌아나오려는데, 가로수길 옆으로 차들이 미어진다. 차를 가져와 잠시 멈췄다 갔더라면 좀더 아쉽지

않았을까. 여행에 걸맞는 속도란 게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여행지에 점찍듯 찍고 뜨기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지나는 풍경들이라거나 바람을 맞는 게 넘 좋았던 거다.


관방제림은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바로 맞은 편에서부터 시작됐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진 관방제림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쌓아올린 제방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약 700여그루의

나무가 있었지만 현재는 300여그루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나름 물을 다스리는 치수의 방책으로 효과가 계속

되었기에 오랜 세월 관리되고 보존되어 온 게 아닐까. 수백년의 시간동안 검증된 치수책인 셈이다.

관방제림, 방둑처럼 불뚝 튀어나온 길을 따라 달리는 길. 옆에서는 무르익어가는 벼들이 누런 물결을 일렁이고

있었고, 오른켠에는 장승들이 띄엄띄엄 꽂힌 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흙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메타쉐콰이어 길과는 달리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 가로수길은 차에서 내려 얼른 보고 갈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사람들의 접근이 훨씬 쉬웠다면, 여기는 나름 걸어들어와야 하는 곳이라 호젓함이 보전된 듯.


길은 꾸준히 길고 곧게 이어졌고, 드문드문 앉아 쉴만한 벤치나 정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지 앉아 쉬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길 옆으로 따라 흐르는 개천, 층층이 다듬어진 개천에서 하얗고 뿌연 속살을 드러내는 개울물 틈새를

긴 부리로 비집으며 먹이를 찾고 있는 하얗고 길다란 새 한마리가 우아하게 날개를 퍼덕였다.

자전거에 좀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 자전거는 한 손으로 운전하며 다른 한 손으로 되는대로 사진을 찍어대기에

이르렀다. 용케도 수평이 잡힌 사진들. 담양 시내에 가까워진 듯 애드벌룬도 떠있고 뭔가 복작복작한 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이르러서야 관방제림이 어느결에 끝났다는 걸 감지하고 뒤로 돌아 나가기로 했다.


관방제림에 서 있던 커다란 나무들 중에서도 아마 이 나무가 가장 컸던 거 같다. 머리를 풀어헤친 듯 사방으로

뻗어올라간 꼿꼿한 가지들의 기운이라거나 왠만한 어른들이 수십명은 모여야 겨우 그 두께만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둥치, 이런 나무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저렇게 자라는 동안

쉬지 않고 게으름도 피우지 않고 제 몸속에 꼬깃꼬깃 나이테를 채워넣었을 거다.

째째하게 모래사장이나 훑고 마는 파도가 아니라, 말하자면 제법 사이즈가 되는 바위섬쯤을 기어이 갈아내어 형체도

없이 지워버리겠다는 무게감과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는 그런 파도소리가 누렇게 익은 논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거의 다 돌아나와서 관방제림 초입쯤 도착했을 때, 아까 띄엄띄엄 놓인 채 정면을 노려보고 있던 장승들이 이번에는

슬쩍 고개를 외로 꼰 채 다닥다닥 붙어있던 즈음에, 미처 못 보고 지나쳤던 얼굴이 사라진 장승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이랑 둘이 사이좋게 얼굴을 하나씩 넣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 가족의 오붓한 모습.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는 길, 건물 옆으로 늘어진 전선을 따라 하늘을 가리는 두텁한 커튼처럼 덩굴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저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났으면 꽤나 묵직할 거 같은데 전선이 끊기지 않으려나 싶던.

자전거를 반납하고 죽녹원 옆에 있는 전남도립대학을 걷다가 문득 발견한, 시멘트 옹벽에 붙어있는 피어싱들.

하나도 아니고 저렇게 여러개가 길을 걷는데 쭉 늘어서 있어서 재미있어 보여서 사진 한장.


첫날

8시 서울 출발

12시 담양 도착

12-1시 점심 ; 담양한우


1시 죽녹원

3시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길 by 자전거

4시 관방제림 by 자전거

5-6시 저녁 ; 대통밥 & 떡갈비


둘째날

 

10시 삼지천마을(슬로우시티) 도착


(11-12시 점심 ; 국밥촌)

2시 소쇄원 도착

4시 담양 출발

 

 

 

 

 

 

 




남산타워로부터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남산타워를 다시 오르는 케이블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남산의 옛이름을 딴 찻집에 앉아 땀을 식히던 중 휘영청 기와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케이블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남산에 서린 기억들을 구비구비 펼쳐놓으려니 터질듯한 연둣빛의 가로수가 팔을 뻗어 아서라, 한다.

하얀 강아지를 앞세워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녀의 모습이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말줄임표가 되었다.

기상청의 구라는 끝이 없는 걸까. 꿈과 희망의 오월이니만치 구라를 쳐도 조금은 긍정적인 구라를

치면 좋겠고만, 꾸물거린다는 예보 덕에 집에서 꾸물대다가 느지막히 나오는 거다. 그래도 이토록

반짝반짝 잔디밭 한가득 튀겨대는 햇살을 놓치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남산도서관 옆의 그 유명한 돌계단. 둘씩, 셋씩 짝지어 계단을 오르내리고 더러는 철퍼덕 앉아

쉬어가는 모습이 정말 모두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였다. 제각기의 사연과 이야기를 가졌을 사람들,

이렇게 한 사진에 담기고 나니 뭔가 모자이크 하나를 완성한 느낌이기도 했다.



@ 남산.

뭔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창밖에 선 나무, 이게 뭘까.

8월에 저런 포스팅을 올렸었다. 아마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예약으로 걸었던 글이었을 게다.

얼마 전 문득 창밖으로 보니 그새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게 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해 하며 사진을 찍어두고는 차일피일 하는 새, 지금은 또 새까맣게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정말, 말 그대로 새까맣게 말라서 꼬부라지다가 끝내 비틀어져 버렸다.

빨갛게 타오르다 타버리고 남은 재, 같다.

차마 그 흉한 몰골을 찍고 싶은 마음은 동하지 않아 그저 여백으로 남긴다.

이름도 미처 알기 전에 지나가 버렸다. 내년엔 다시 돌아온다지만 2009년과 2010년. 다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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