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압지, 주말에는 10시까지 개방한다는 이 곳의 주차장은 (관리인 아저씨 말로는) 이천 대까지 수용가능하다지만

 

그야말로 시장통이나 유명가수의 콘서트 직후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격전지가 되어 꽉 막혀 있었고,

 

그런 전쟁을 벌이고 들어가니 이런 고요한 수면 위로 안압지의 정자들이 의뭉스럽게 둥실둥실 떠올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세 채의 정자. 온통 들어차있던 사람들은 흔적만 어렴풋이 남았다.

 

그 틈새에서 용케 삼각대를 소심하게나마 펼칠 공간을 잡고, 이리저리 두리번두리번.

 

안압지 수면에 비친 정자의 잔잔한 그림자. 아직은 쌀쌀한 겨울바람도 저렇게 말간 수면을 뒤흔들 힘은 잃었나보다.

 

정자 뿐 아니라 연못 주위의 인공섬들과 조경들에도 이쁜 조명이 고르게 비춰지고 있었다. 뱃놀이하기 딱 좋은 인공연못.

 

바글바글 정자가 미어지도록 올라선 사람들 쪽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굉장히 고즈넉하고 신비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안압지의 밤 풍경.

 

 

밤이 깊어가는데도 사람들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들어오고, 대형관광버스가 사람들을 쉼없이 토해내는 걸 보곤

 

이제 여길 떠날 때로구나, 싶어서 떠나기 전 마지막 컷.

 

아, 안압지 연못 바닥에서 발굴했다는 신라시대 귀족들의 술자리 장난감 모형도 한 장 담았다.

 

십이면체 주사위에 면면마다 적힌 술자리 벌칙들. 크게 웃기, 옆사람 간지르기, 술 원샷하기 등등.

 

숙소로 돌아오는 길, 경주의 고즈넉한 밤길 한가운데 서서 고고히 불을 밝히고 있던 첨성대 모형.

 

 

 

경주 남산에 오르는 길, 삼릉을 거쳐 지나는 골짜기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건 다소 묘한 손모양의 목잘린 좌불.

 

석조여래좌상, 삼릉어귀의 길로부터 출발해 남산에 오르는 길은 예전부터 절도 많고 불상도 많았다나.

 

무려 11개소의 절터와 15구의 불상이 산재한데다가 금오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라 제일 즐겨찾는 등산로란다.

 

 

어느새 싱그러운 녹빛이 솔잎바늘 끝까지 충만한 소나무들. 남녘에는 봄이 왔다.

 

바위 위에 새겨진 관세음보살상. 천수관음의 자비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은 천년을 이어지고.

 

관세음보살이 굽어보는 경주 남산의 앞마당. 하늘이 좀만 더 파랗게 맑았음 좋았을 텐데 아쉽다.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석가삼존과 아미타삼존이 새겨져 계시다는데, 머리에 둥그렇게 보름달같은 휘광이 비치는

 

부처님 세분이 계시니 뭔가 더욱더 강력해 보인달까. 이렇게 선으로만 새겨진 부처상은 남산에선 드문 거라고 한다.

 

하얗고 검은 바위의 육중한 옆구리에 명료하지만 가느다란 선으로 한붓그리기하듯 그려놓은 부처님들을

 

눈으로 따르다 보면 중간에 살짝 선을 놓치기도 하고 어지러워지기도 하고. 구도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은유일 수도.ㅋ

 

그리고 석가여래좌상. 부분부분 깨어져나간 부분도 보이고 뒤의 휘광도 다시 조각붙이기를 한 거 같지만

 

엄숙하고 우아한 표정이나 진중한 앉은 자세가 여전히 당당하다.

 

 

부처님한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요모조모 얼굴과 몸의 굴곡을 살펴보려는데, 부처님 왠지 우셨던 거 같다.

 

하긴 요새 세상이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참 슬픈 일 투성이들일 테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눈물자국이 선연하다.

 

 

남산 정상까지는 안 가고 내려오는 길, 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다지 좁지 않은 길을 꽉 채워서

 

남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좌우로 허리를 굽힌 채 소나무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던 남산의 노송들.

 

 

그리고 남산 아랫자락에 그리 오래진 않아보이는 망월사라는 절에 잠깐 인사드리러 들어가는 길.

 

나른하고 촉촉한 봄볕이 내리쬐이는 절 앞마당에는 벤치도 늘어서 있고, 가지런히 누워 몸을 달구는 기왓장들도 쪼르르.

 

댓돌 위에는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였다.

 

 

대웅전 뒤로 푸릇푸릇한 기운이 마구 돋아나는 남산을 배경으로 크고 작게 솟아오른 불상과 불탑들.

 

 

 

 

천년고도 경주 남산에 찾아드는 봄. 꽃망울이 툭툭 터지며 노랑 꽃잎이 비집고 나왔다.

 

남산을 올라가는 길은 굉장히 여러갈래가 있는데, 그 골짜기마다 온갖 돌을 쪼아 모신 와불과 좌불이 숨어있다.

 

일단은 남산 아랫둔치에 있는 포석정부터 살짝 눈도장찍고 남산을 에둘러 삼릉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경주에 오면 뭐니뭐니해도 소나무. 거침없이 뒤틀린 그 기기묘묘한 생동감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와중에 이른 봄볕을 쬐러 나온 청설모 한 마리. 쉼없이 앞니를 놀리며 겨우내 아껴두었을 도토리를 까먹는 참이다.

 

그리고 삼릉. 제법 경사가 있는 곳에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다 보면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이 둥실 떠오른다.

 

 

능 세개가 연이어 봉긋봉긋 솟아있는 곳엔 따스한 봄볕이 나리고, 주변에는 짙은 솔숲 그늘을 드리워 서늘한 기운이 뻗친다.

 

조그마한 구릉처럼 솟아난 저 신라시대 왕들의 무덤을 보면 참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

 

천년 전의 죽음이 이토록 자연스럽고 평온한 분위기로 승화되었구나, 랄까.

 

딱히 어디가 길이랄 것도 없는 남산 언저리를 더듬다 보면 이런 표지판이 보인다. 신라인의 미소와 도깨비의 형상.

 

경애왕릉을 향해 걷는 길, 곧고 늘씬하게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신비로운 기운처럼 하늘을 향해 하늘하늘 번진다.

 

 

그리고 다시, 삼릉과 경애왕릉을 지나고 남산을 향해 본격적으로 걷는 길, 양쪽으로 소나무가 어깨를 구부려 터널을 만들었다.

 

 

 

 

 

작년 말, 2030세대에 대한 선험적이고 편의적인 규정과 비난이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자성에 기반해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한 2030세대와 4050세대 간의 이해를 도모한다는 좌담회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30대 직장인' 대표 패널로 나서게 되었는데, 사실 세대론 따위는 (비록 그 편의성과 명료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세대' 대신 '계층'이나 '계급'을 통한 사회 분석이 적절하다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되어버려서 다른 패널분들께 민폐를 끼친 거 같기도 하고,

 

'세대론'이란 걸 깔고 이야기를 하려 했던 애초 취지를 상당부분 불식시켜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사실 대선 이전에 출간되어 2030세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범진보 야당세력을 정신차리게 하려던

 

이 책이..이제야 나오게 되어 제2의 박통 시대를 맞게 된 건 아닐지, 하는 생각도 해보고.

 

 

또 하나는, 대선 후 평가 국면에서 또다른 반편향으로 치닫던 5060세대 ㄱㄱㄲ론 같은 것도 결국 '세대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로 뭐 하나 설명하지 못하는 동어반복에 가까운 주문일 뿐이란 생각이다.

 

 

단적으로, 대형차 타고 골프치러 다니는 60대 부부와 리어카 끌고 폐지줏으러 다니는 60대 부부가 하나로 묶일까.

 

해외어학연수 다니고 온갖 학원 등록해서 다니는 소위 있는 집 대학생과 등록금 하나 감당하기 힘든 없는 집 대학생이 같을까.

 

 

아래는 참여사회연구소에서 내보낸 보도자료, 그리고 본문 중 내가 발언했던 부분들 중 일부 캡쳐.

 

 * 보도자료, "참여사회연구소, 단행본《2030 크로스》출간, '불임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붙임의 세대론'" 中

1.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소장 :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3월 4일 단행본 ≪2030 크로스 ― 불임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붙임의 세대론≫(참여사회연구소 기획, 양정무‧윤홍식‧이상호‧이양수 엮음, 이매진 펴냄)를 출간했다. 이 책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백수와 음악가, 의사와 시민단체 활동가, 결혼을 앞둔 20대와 비혼주의자, 동성애자 등 다양한 20, 30대와 참여사회연구소의 40, 50대 편집위원들이 필자로 참여해, 2030세대의 현실과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세대 간 이해와 통합을 위한 단초를 고민한다.

 

 

2. 1부에서는 2030세대 24명이 직접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고, 2부에서는 이른바 사회분석 전문가들이 세대 담론을 되짚었으며, 3부에서는 청년과 기성세대가 모여 진행한 난상토론을 글로 담아냈다. 불안하고 불평등하며 불합리한 ‘불임’의 시대를 사느라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채 살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보수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끊임없이 ‘오해’를 받는 2030세대가 과연 어떻게 4050세대와 ‘크로스’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

 

5. 3부 ‘2030 크로스 4050’에는 20, 30대와 40, 50대의 난상 토론을 담았다. 2030과 4050이 한자리에 모여 왜 자꾸 2030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세대 구분의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지, 2030은 동질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세대를 넘어 어떻게 소통하고 연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6. 지금의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이기적이며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비판받는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불임의 시대’에서 청년들에게만 진보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비겁하다. 따라서 4050세대는 어설픈 위로 대신 2030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혐오하는지 제대로 보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자신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젠 2030세대와 4050세대가 함께 불안을 잘라내고 희망을 붙이는 ‘붙임’의 세대론을 모색해볼 시간이다. 

 

 

 

 

 

 

 

 

 

 

 

 

 

 

태국요리의 두드러진 봉우리 하나랄까,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똠양꿍'.

 

현지의 타협하지 않는 맛에는 생강과 온갖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거침없이 뿜어나오는.

 

꼬싸멧의 밀가루 모래사장에 길게 누워 마시던 코코넛 쉐이크.

 

 

그리고 태국의 이러저러한 해물볶음밥. 도대체 이들의 이름은 외우려고 해도 외우기가 넘 어렵다는.

 

웨스턴 스타일의 아침을 먹었을 때도, 유난히 진하고 샛노랗던 노른자위가 박힌 태국의 계란이.

 

역시 이름은 알 수 없는, 그렇지만 코코넛 밀크가 듬뿍 들어있던 매우몹시 맛나던 태국식 커리.

 

그리고 하얀 살이 가득 차있는 게와 커리가 범벅되어 있는 요리. 이번 여행 최고의 음식이었다는.

 

태국에 와서 한번은 꼭 먹어보아야 할 망고밥. 망고와 코코넛밀크와 동남아쌀밥의 심플한 조합이지만 맛있다.

 

또다른 웨스턴 스타일의 식사. 네모난 곽에 담긴 형태의 볶음밥이라거나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꽤 진하게 내려주던 맛있는 커피. 이른바 커피벨트가 지나는 베트남이나 라오스에 인접한 나라여서 그런지 맘에 들었다.

 

 

 

 

 

어느날, 저녁도 먹을 겸 공연도 들을 겸 찾아간 이태원의 올댓재즈. 딱히 연주자 누구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충분히 즐길 만큼의 선곡과 연주 실력을 보여주는 밴드들을 만나게 된다.

 

연주를 감상하며 음료를 홀짝거리다 문득 눈길이 닿은 곳에 무수히 내려앉은 별빛들.

 

유리창에 새겨진 드럼 세트 위로 반짝이는 별빛에 마음마저 일렁일렁.

 

 

 

 

 

경주역 옆의 해장국골목, 일년 전쯤 경주 여행와서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렌즈 부숴먹고는

 

사진 한장 못 남긴 게 아쉬워서 다시 간 김에 여기부터 재방문.

 

꼭 여기가 젤 맛있는지는 모르겠고-다른 곳은 안 가봤으니-주르륵 늘어서 있는 해장국집 중의 하나.

 

역사 오랜 맛집에 어울릴 듯한 이런 주방 풍경. '할매' 할머니는 문 앞에서 문을 여닫아 주시고.

 

메뉴판은 위와 같음. 기본은 묵해장국, 선지해장국, 뼈다귀해장국 등등. 게다가 온통 경주산의 식재료들.

 

선지해장국. 다진마늘을 아낌없이 넣어주셔서 깔끔한 국물맛. 수면 아래 선지가 90%.

 

뼈다귀해장국. 굳이 뼈를 들고 힘들여 발라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말랑말랑한 살점들.

 

음식점 안에는 어디서 나셨는지 이런 공중전화 부스가 뙇. (가게 안에 전화기를 다셨었나..)

 

커피는요 셀프니드. 아마도 제가 경상도 혹은 경주쪽 사투리를 소리나는대로 쓴 거 아닐까 싶다.

 

"커피는요~ 셀프니드~"

 

 

압구정동 큰길따라 걷다가 문득 나타난 이국적인 건물, 고층빌딩이 한치라도 더 비싼 땅값을 빼먹겠다고 빽빽히 들어찬 가운데

 

태평하게 잔디정원까지 앞에 펼치고는 야트막한, 유럽의 냄새가 풍기는 건물을 지어놓은 무슨 성형외과 건물.

 

 

까끌까끌하게 생긴 울타리도 눈을 끌지만, 두껍고 얇은 나뭇가지를 잔뜩 뭉쳐놓고는 말끔하게 부드럽게 깎아버린 모습이

 

왠지 성형외과의 기술력이랄까, '성능'을 과시하는 거 같아 눈에 담았다.

 

 

얼마나 삐죽거리던, 거칠거나 모가 났던 상관없이 저렇게 매끈하고 유려한 모습으로 다듬어줄 수 있다는 의지랄까.

 

성형수술에 대한 찬반과는 무관하게 저런 작품으로 은근히 돌려말하는 병원 측의 센스에 일단 박수를.

 

 

 

+ 지나다니며 몇 번이나 이 조형물을 맞닥뜨렸다는 모 씨에 따르면,

 

저것은 "베이글"을 만들어주겠다는 성형외과의 의지로 해석됨.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 바디를 만들어주마,

 

그래서 저 모양이 '베이글'이라는, 믿거나말거나식의 해석.ㅋ

 

태국 꼬싸멧 지도, 반페에서 배타고 삼십분이면 꼬싸멧의 나단페리항에 도착한다.

 

주로 동쪽 해안에 숙소가 몰려있지만 북쪽에도, 또 서쪽에도 리조트나 숙소가 있다.

 

반페의 누안팁 부두에서 받은 안내문. 가격과 행선지가 나와있다.

 

그리고 기타 정보.

 

문제가 되었던 지점, 방콕 에까마이에서 아침5시부터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더니 실제로 에까마이 동부터미널에서

 

받은 일정표는 아침 7시부터 첫차가 있었다. 역시 여행다니면서 가이드북을 100% 믿어선 안 될 일.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입장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인당 200바트.

 

그리고 티켓, 반페의 누안팁 항구에서 꼬싸멧의 나단 항구까지 오가는 티켓이다.

 

이건 방콕의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에서 반페까지 오가는 버스 티켓. (왕복으로 미리 구매하면 더 싸다.)

 

그리고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에까마이 동부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올 때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낸 톨게이트 영수증.

 

구간별 요금이 차등지급될 테고, 그 구간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저렇게 티켓 테두리에 구멍을 뚫어서 몇번에서 몇번 구간까지

 

고속도로를 운행했는지 확인하는 듯 했다. 디지털화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나름 부족할 것 없는 아날로그의 감성.

 

 

 

태국 꼬싸멧의 아침, 조금은 흐린 남국의 겨울 하늘이었지만 잔잔하게 찰박거리는 바다 위로 금비늘이 번뜩거렸다.

 

벌써부터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를 감각하고 있는 커플.

 

 

 

빠른 속도로 떠오르는 태양, 조가비 껍데기들 틈새로 잘도 비집고 쏘아지는 햇살.

 

 

금비늘이 번뜩이는 파도가 쓸고 간 해변 모래사장 위에는 금모래가 남았다.

 

그리고 어느틈엔가 리조트 앞바다의 단조로운 풍경 속으로 틈입해 들어오는 고기잡이배들.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의 섬 가장자리에 고르게 발달한 비치들 중 가장 고급스러운 곳은 서쪽 해변,

 

주로 유럽의 휴양객들이 와서 쉬는 고급 리조트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숙박하지 않는 사람에겐 밥도 안 판다..)

 

그런 건 모르고 그냥 점심식사 근사하게 하려고 찾아간 서쪽 해변. 가는 길부터 포장이 잘 된 게 분위기가 다르다.

 

 

깔끔한 썽태우들. 이 곳의 택시를 썽태우라 부르는데 사륜구동 SUV가 다닌다. 울릉도에서 SUV 택시가 다니듯 같은 이유일 터.

 

썽태우 앞에도 꽃다발을 묶어 신께 바치는 태국 사람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꼬싸멧, 그 해변마다 붙어있는 표지판들.

 

 

간이 부둣가에 쪼그려앉아 파란 파도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는 아저씨. 이별하고 겨울바다 보러 온 걸까.

 

 

서쪽 해변 모래사장에 놓인 파라솔이나 긴의자들은 이곳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 전용이라며, 앉지도 못하게 하더라는.

 

발이나 몸을 씻으라며 이렇게 커다란 항아리에 담수를 찰방찰방 담아서 곳곳에 놔뒀다.

 

 

숨은 도마뱀찾기. 꼬싸멧이 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지라 도마뱀을 비롯한 조그마한 야생동물들이 있다더니.

 

 

필시 이곳 리조트에 묵고 있을, 긴의자와 파라솔을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들.

 

리조트 건물들 위로 한껏 뻗어올라가는 열대의 녹색덩굴들.

 

 

리조트가 꼬싸멧 다른 곳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게, 너른 부지에 비치 하나를 통째로 확보한 유유자적한 공간이란 티가 줄줄.

 

 

 

조경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이 계속 수레를 밀고 다니며 정원도 관리하고 나무들도 관리하고.

 

 

그래서, 들어가는 길에서는 입구에 이렇게 가드도 세워두고, 외부의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통제하는 정도의 삼엄함.

 

무슨 나무열매인지 모르겠지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특해서 한 컷.

 

그리고, 얄포름하고 여위어 우아한 꽃잎을 흐드러지게 늘어뜨린 꽃들 다시. 그러고 보니 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나는 포스팅.

 

 

태국 꼬싸멧, 섬 안으로 들어오고 나면 물가가 아무래도 조금씩 올라가는 데다가 환율 역시 조금 불리해진다.

 

몇군데 환전소를 들러보던 차에, 어느 환전소 앞 문간에 떡하니 드러누운 이 고양이 녀석. 완전 요염요염하게 널부러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넘어가야 하나 고양이랑 잠시 놀아줘야(잠을 깨워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환전소 안에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며 고양이 깔개를 근심스레 내려다보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이심전심.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녀석은 날 밟고 가쇼~ 라는 투로 에라 모르겠다며 몸을 나른하게 부려놓았다.

 

참고삼아, 2013년 2월 초 태국 꼬싸멧의 환전소 환율표. 환전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저 수준인 듯.

 

미국 달러화의 경우 작은 액수의 지폐와 큰 액수의 지폐가 환율이 다르다는 점은 확인해둘 만 하다.

 

 

 

 

태국 꼬싸멧의 동부 해안가, 핫 싸이 깨우(보석모래 해변)에서 아오 힌콕(돌 언덕 해변), 그리고 아오 파이(대나무 해변)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는 그곳에서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우선 아침 겸 점심. 탁한 색깔로 바래버린 먼지투성이 팬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길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로 토스트, 햄과 베이컨 등.

 

텔레비전이 있는 음식점을 들어갈 때마다 꼭 한번씩은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를 봤던 거 같다.

 

여전히 한국의 촌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시골 상회같은 느낌으로 번다한 음식점의 카운터.

 

그리고 꼬싸멧 동부해안의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쉽게 구분하기 쉽지 않은 어느 해안으로 들어가는 길목.

 

아마도 아오 힌 콕과 아오 파이의 사이쯤이랄까, 사실 해변의 이름이 중요하진 않다.

 

이렇게 하얗고 보드랍고 고운, 밀가루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법한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고 쉴 수 있다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천을 파는 아저씨가 온몸을 칭칭 가리고서 모래사장을 산책중이셨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파라솔과 긴의자들은 따끈하게 덥혀지는 중이었으며.

 

비로소 자리를 잡고 돌아본 주변 풍경은 정말이지..

 

구아바니 망고니 코코넛을 바구니에 담고 팔러다니시는 행상아주머니도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주시고.

 

 

어느 중년의 부부는 양산을 하나씩 받쳐들고서, 한손엔 신발을 덜렁거리면서 나란히 백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모래사장이 워낙 하얗고 깨끗해서 더욱 맑고 투명해보이는 바닷물.

 

 

바닷물이 이런 파스텔톤의 에메랄드빛이랄까, 청록빛으로 반짝거리는 데야 뭍에서 버틸 재간이 없는 거다.

 

 

잠시 뛰어들어 파도랑 놀다가 다시 파라솔 아래로 들어오면 파라솔에 걸러진 기분좋은 햇살이 몸을 말려준다.

 

이런 풍경을 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지만 잘 모르겠고. 크흠.

 

 

해가 슬금슬금 중천으로 오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내몰렸나보다.

 

그러고 보니 긴의자 옆에 적힌 저 태국문자,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사람들이 슬슬 많이 보인다 싶더니 패러세일링 하는 사람도 계속 보이고, 멀리 나간 배들도 많아진 듯 하다.

 

파라솔 이용료를 걷으러 다니는 아주머니의 움직임은 살짝 부산해진 거 같지만 역시 여유롭기만 하다.

 

 

파라솔 아래서 뒹굴, 청록빛 파도 아래서 뒹굴, 하다가 슬몃 몸을 일으켜 술을 찾으러 가는 길.

 

술집에는 시계를 걸어두지 않는다더니, 여긴 그래도 시간은 봐가며 마시라고 하나보다. 저 온갖 류의 신의 물방울들은 어쩌고.

 

꽁무니에 태국 국기를 펄럭이며 앞코를 들썩들썩, 벌름벌름하는 게 어지간히 배고픈 모양새다. 내달리는 모터보트.

 

숨은 쉬고 있나, 걱정될 정도로 몸을 운신하지 못하던 검둥개 녀석. 만사 귀찮거나 어지간히 나른한 게다.

 

 

꺄아..이런 물빛을 맨눈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패러세일링이나 스노클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찾아다녀주시는 서비스.

 

흠..찍으려던 게 뭐였냐면..저 푸른 바다..

 

아니면 이렇게 의자까지 갖고 다니시는 간식 파는 아주머니 아저씨.

 

그러고 보면 파라솔 아래 긴의자 밑에는 예기치 않게 강아지들이 숨어있다. 곳곳에 숨은 강아지를 찾아라.

 

그치만 다시 시선은 푸른 바다..로 쏠리고.

 

서양 꼬맹이들은 왜케 인형처럼 귀엽게 생긴 건지, 금새 커버리고 징그러워지겠지만서도.

 

어느 험난한 시절엔가 목을 잘린 불상이런가, 해변 들머리에 놓여있던 부처의 미소가 은근하다.

 

MEDITATION이란 글자 왼쪽에 이렇게 내리깔고 있는 눈매도 인상적이고.

 

그러고 보면, 여기서 이렇게 목걸이도 꿰고 팔찌도 꿰는 이네들의 눈매가 저 그림이랑 닮았다. 순하고 정신적인 느낌.

 

꼬싸멧의 동쪽 해변,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굴려대며 보낸 한나절.

 

달리 해야 할 것도 보다 중요할 것도 없던 그런 더할나위없던 시간.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 섬을 둘러 하얗고 고운 백사장이 끊이지 않는 천혜의 휴양섬.

 

넉넉한 잎사귀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 아래 색색의 긴 의자가 사람들을 유혹하던 그 곳.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일랑 시크하게 무시해주고 긴의자 아래 자리를 잡고는 아침 댓바람부터 퍼져버린 검둥개 한 마리.

 

태국 중부의 국립공원 휴양지 꼬싸멧, 역삼각형 모양 자그마한 섬의 무게중심쯤에 있는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코발트빛 바다.

 

하루 300바트짜리(약 11,000원) 스쿠터를 대여해서 거의 산악 오토바이 수준으로 역동적인 코스를 내달린 후에

 

도착한 뷰포인트, 사실은 섬의 남단까지 가보려 했지만 비포장의 산길이 워낙 울퉁불퉁해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제법 높은 지대까지 올라와서 자그마한 섬이 온통 눈 아래, 게다가 이런 각도로 굽어보니 바닷물 빛깔도 훨씬 깊고 푸르다.

 

돌아오는 길에 섬의 동쪽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비치를 하나씩 돌아보며 쉬엄쉬엄, 음료도 마시고 바다도 보고.

 

저 서양 아저씨는 바다를 바라보며 태극권을 하는 듯 한참동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긴 모래보단 돌로 이루어진 해안인 듯, 잠시 앉아서 코코넛 주스를 홀짝홀짝.

 

꽃과 양산으로 장식된 코코넛 열매엔 물이 그득 담겨있었고, 하얗고 탱글한 젤리 역시 두껍게 붙어있고.

 

해변에선 어느 서양인 커플이 영화를 찍고 있는 중.

 

해안에서 다시 비포장도로로 올라가는 길, 정글 한가운데로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24시간동안 빌려서 열심히 타고 다닌 125cc 혼다 스쿠터. 기름은 일단 만땅 채워주던데, 섬 내부를 아무리

 

돌아다녀도 절반도 채 닳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골목 어귀에선가 만났던 용 그림. 화려한 색감의 용 두마리가 입을 쩍 벌린 채 지키고 섰다.

 

동쪽 해안가에는 방갈로나 값싼 숙소가 많이 모여 있었는데, 그런 숙소들을 가리키는 표지들.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서쪽 하늘.

 

 

 

둥근 홍등이 주렁주렁 내걸린 장대들이 맥주병이 놓인 테이블들 사이에 가로수처럼 불을 밝혔다.

 

 

몇걸음 내딛지 않아 바다에 들어가 파도랑 놀다 온 사람들이 물을 뚝뚝 흘리며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자그마한 해안 모래사장 곳곳에 색색의 조명들이 불을 밝히고 한줌의 사람들을 꼬드기는 시간.

 

 

 

순식간에 까맣게 불살라진 하늘 아래 점점 휘황찬란한 느낌으로 번뜩거리는 노랗고 붉은 등불들.

 

 

 

태국 꼬싸멧, 역삼각형꼴의 섬에 동해안가에 대표적인 해변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번화가도 이쪽에 형성되어 있다.

 

타이 음식점이나 뭔가 유러피안식 음식점, 술집이라거나 상점들, 심지어는 타투샵 같은 것들도 모두.

 

그리고 산깨우 비치, 태국 가이드북에도 고작 세네 페이지 소개되고 마는 꼬싸멧인지라 별반 정보도 없이 갔고

 

어느 비치, 어느 식당이 유명하다는 정도의 정보조차 관심없이 그저 꼬싸멧이란 섬을 덩어리로 즐기러 갔다.

 

저런 마음이면 충분한 거 같다. 꼬맹이가 좋아라고 팔짝팔짝 바닷물로 뛰어들듯, 즐길 준비만 되었다면 끝.

 

바다에서 놀다가 지치면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 위의 파라솔과 긴의자에 누워 과일도 사먹고 맥주도 사마시고.

 

그늘에 누워 따뜻한 온기, 파란 바다, 시원한 바람, 보슬거리는 모래의 촉감을 즐기는 유러피안 부부들.

 

좀체 급할 줄도 모르고 양순해보이기만 하는 강아지들도 그늘을 찾아 누웠다.

 

간식거리를 팔며 돌아다니는 행상 아주머니와 계속 눈에 밟히는 저 파란 거북 튜브. 재밌겠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림 그리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 누군가의 하트가 모래에 새겨졌다.

 

시퍼렇게 시원한 바다, 그리고 맹렬하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달리는 모터보트. 그 위에 나부끼는 풍선 하나.

 

 

누가 만들었을까, 꼬싸멧 모래사장의 곱디고운 모래를 물에다가 개어서 빚어올린 느낌이다. 거대한 천불천탑이 섰다.

 

 

해변과 해변 사이, 야트막한 돌무더기들이 바다 깊숙이 치고 들어간 둔덕 위에 피리부는 아저씨와 인어 아가씨 상이 섰다.

 

 

 

잔잔하게 보글보글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투명한 파도. 하얀 거품이 일다가도  이내 맑고 투명한 유리같이

 

하얀 모래사장을 쓰다듬곤 밀려나버리는, 한없이 평화롭고 아늑한 바다.

 

그렇지만 살짝 북적이는 노점가 앞에서는 이렇게 거북거북들의 종족 번식의 욕구가 피어오르고.

 

 

 

어느 파란 플라스틱 의자를 떡하니 차지하고 뒹굴거리던 고양이 한마리는 사람이 다가와도 마냥 게으르기만 한 눈빛이다.

 

 

 

 

 

 

 

 

태국 중부지방의 꼬싸멧,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조그마한 섬 북단에 있는 리조트 중 하나인

 

Samed Seaside Resort 앞의 조그마한 해변가. 그 앞에서 유유히 낚시중인 외국인들.

 

꼬싸멧의 해변에 형성된 모래사장은 대체로 매우 곱고 하얗다.

 

리조트, 라는 이름이긴 하지만 그렇게 럭셔리하거나 비싸지는 않은 곳.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고 왔는데 만족만족.

 

 

 

해변으로 나있는 숙소 건물의 측면. 모서리에 있는 방은 방의 두 면이 바다를 향해 넓게 뷰가 트여있다.

 

그늘막이 넓게 그늘을 드리운 앞마당에는 긴의자가 여러 개.

 

 

바닥을 장식한 색색의 조개껍데기들.

 

 

 

 

그리고 다소 흐리게 시작하던 날의 아침.

 

해변을 나눠가진 다른 리조트들이 쪼르르 이어진 모래사장.

 

 

파도가 발자락을 적실듯 달려오는 해변 긴의자에 누워 꼬냑을 홀짝홀짝.

 

 

 

 

맑은 청록빛, 투명한 하늘빛, 때로는 노르스름한 쿠키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멍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어디선가 종종걸음으로 내달려온 누렁이 한 마리가 파도를 슬쩍슬쩍 경계하며 반대쪽 해안가로 사라질 떄까지.

 

그리고 다음날,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조개껍질들이 부옇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표정.

 

 

햇살이 조금씩 번져내리는 거칠거칠한 태국의 앞바다. 따스하던 햇살이 이내 뜨거운 남국의 태양을 실감케 했다.

 

 

물론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급으로 크고 넓고 뒤로 180도 가까이 넘어가는 좌석의 메리트도 있긴 하다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영화를 그렇게 누워서 볼 일도 없거니와 몇몇 좌석들은 이미 노후화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슬리던 거다.

 

 

그러고 나면 티켓당 2만원이나 하는 CGV 골드클래스의 메리트는 이거뿐인 듯.

 

차갑게 식은 에그타르트 하나. (그리고 골드클래스 까페의 '예약석')

 

 

 

 

 

 

 

 

 

 

그러고 보면 이 곳의 사계절은 두바퀴 정도 돌려서 봤던 거 같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길.

 

올겨울 삼엄하게 내린 눈에 호수가 온통 하얗게 얼어붙었다.

 

본관 중앙홀에 설치된 고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텔레비전으로 쌓은 탑이 360도의 뷰를 보여주고 있는데,

 

저 작품은 볼 때마다 내가 티비를 보는 건지 티비가 나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위압감을 주는 듯.

 

마치 로켓이 발사되기라도 할 듯한 날카로운 예기가 서린 탑의 끝쪽에는 대들보를 상량하며 적어둔 축문이 한바퀴 둘려있다.

 

 

마치 구겐하임 미술관의 달팽이껍데기처럼 뱅글뱅글 돌아가는 계단이 휘감긴 벽면.

 

그리고, 온통 앙상한 잔가지만 가득한 나무와는 달리 겨울철 북풍한설에도 끄덕없는 둔탁하고 묵직한 인공조형물.

 

그 와중에 과천서울랜드 매표소가 이렇게 방긋 웃고 있었다. 어렸을 때도 저렇게 웃고 있었던가, 기억이 그닥.

 

 

 

 

 

 

일시 : 2013년 2월 19일(화) PM 06:15부터

장소 : "다른異 색깔彩을 지켜낼 자유"(http://ytzsche.tistory.com)

● 자격 : 
이 사진에 나온 장소가 어디인지 맞춰주세요.

 

+ 초대장 받을 이메일 주소~!^-^*

 

 

● 힌트 : 아래 장소와도 연관이 있는 곳입니다~*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28



태국 꼬싸멧의 북부해안,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아예 헐벗은 비포장도로길을 짐가방 돌돌거리며 걷는 참이다.

 

적당히 따끈한 햇살, 그리고 오른켠에 계속 따라오는 맑은 청록빛의 바다 덕에 마냥 기분좋게 걷던 길.

 

드문드문 뭉텅이 져 있는 건물들엔 이미 휴양이 한참이다. 휴양지의 로망 해먹을 매달고 까무룩 잠든 사람 아래선

 

서늘한 시멘트 바닥에 최대한 몸을 밀착한 채 널부러진 백구 한마리가 동반 수면중이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제단이랄까 자그마한 불당이랄까. 이번 여행동안 다치지 않고 즐겁기를 빌어본다.

 

당장은 묵기로 한 리조트까지 짐가방을 무사히 끌고 가는 게 급선무.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늑하고 살짝 럭셔리한 리조트의 느낌들. 꼬싸멧의 동쪽 해안은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고

 

서쪽 해안은 고급 리조트가 하나 있다더니 북쪽은 이제 슬슬 뭐가 생기는 참인 듯 하다.

 

 

 

중간중간, 저런 데서 늘어지게 앉아서 커피 한잔이던 맥주 한잔 하면 딱 좋겠다 싶은 레스토랑 겸 바들이 보이고.

 

 

싱싱하게 피어오른 붉은 꽃이 더없이 화려하다 싶은가 하면, 돌돌 말뚝을 감고 올라선 푸른 잎사귀는 그야말로 남국 스타일.

 

 

어느 허름한 가옥 앞에 붙어있던 팔괘거울. 무협지에서나 혹은 강시와 영환도사가 등장할 법한 영화에서 보일 듯한 아이템.

 

조그마한 섬에서 움직이는 방법은 용달차처럼 생긴 택시인 '썽태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300바트에 약 11,000원(2013. 2월 기준)이니까 보통 하루에 300바트하는 스쿠터는 대여료가 꽤 싸다. 그리고 재미있다.

 

 

곳곳에 있는 부두들, 그리고 자그맣게 펼쳐져 있어 마치 개인 모래사장같은 해변들.

 

꽃잎들이 겹겹이 포개져서 붉은 하트를 만들었다.

 

 

방갈로나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은 숙소들은 으레 이런 시원한 그늘막을 마련해두고 사람들을 뒹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오토바이 주차장 옆에 있던 자그마한 경비 초소..랄까나 사무소랄까나. 누런 선풍기 날개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숙소. 삼십분 동안 휘적휘적 걸으며 사진찍으며 온 거 치곤 꽤 금방 와버린 느낌이다.

 

애초 가이드북도 없이 그냥 꼬싸멧까지 오는 길, 그리고 이 곳만 아고다 통해서 예약했으니 이제부터 휴양.

 

 

 

 

태국 중부지방의 유명한 휴양지로는 파타야 정도가 흔히 알려진 곳이지만, 파타야 조금 아래쪽에 있는 해안마을인

 

반페(BANPHAE)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꼬싸멧은 그야말로 (한국인들에게) 숨겨진 휴양섬이다.

 

 

* 가는 길 : 방콕 동부버스터미널(에까마이)에서 07:00부터 1시간 간격 반페행 버스 운행(3시간반 소요)

반페 항구에서 꼬싸멧행 배 1시간 간격 운행(30분 소요)

 

방콕 에까마이에 있는 동부 버스터미널에 도착, 7시에 출발하는 반페행 첫 버스를 탔다. 역시 정시 출발은 무리.

 

반페까지 달리는 길은 대체로 왕복 이차선에 아스팔트 포장도 군데군데 벗겨져나간 편치 않은 길이지만 버스는 나쁘지 않다.

 

에어콘도 나오고, 제법 시트도 푹신하고, 차냄새도 심하지 않은데다가 운전기사 아저씨도 편안하게 운전했던 듯.

사실 태국 방콕까지의 5시간여 밤비행 덕에 다소 지쳐있기도 했고,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새벽 시간에

 

짐을 끌고 가는 길도 쉽지 않아서 꽤나 지쳐있던 터라 반페에서 배에 오르는 시점으로 순간이동.

 

항구에 가득한 배들이 제각기 구명복들을 오징어처럼 널어두었다.

 

저 얄팍하고 약하디 약해보이는 발판을 딛고 배로 가야 한다는데, 들고 있던 짐은 20키로가 훌쩍 넘는다는 게 함정.

 

 

부두의 널빤지는 이빨이 어찌나 넓던지 짐가방의 돌돌이 바퀴를 계속 깨물려고 들어 더욱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부둣가에서 일하던 아저씨들의 저 여유로운 의자 위 소품들과 긴의자의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예감.

 

반페의 부두에서 내다본 방파제, 그리고 그 너머 아늑한 언덕같은 느낌의 섬이 아마도 꼬싸멧.

 

 

정시마다 반페를 떠나 꼬싸멧을 출항하는 배는 이제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

 

시원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이제야 조금 태국에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작지 않은 배는 잔잔한 바다 위를 제법 빠르게 내달려 꼬싸멧을 왈칵왈칵 끌어당기고 있었고.

 

아무리 남국이라도 여기 역시 북반구인지라 현재 계절은 겨울, 현지인들은 목도리도 하고 비니도 쓰고 그런 날씨였다.

드디어 손에 잡힐 정도의 거리에 육박해오는 꼬싸멧.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리조트 건물들과 빌라들이 멋지다.

 

그리고 꼬싸멧의 항구 도착.

 

 

저 거대한 뒷태가 뭔가 했더니 아마도 바다의 신, 이런 분이신가 보다. 손에는 사람들이 바친 꽃다발이 주렁주렁.

 

그러고 보면 역시 태국의 꽃의 나라. 뱃전마다 꽃다발이 모셔졌다.

 

항구를 벗어나 처음 밟는 꼬싸멧의 풍경은 살짝 허름한 방콕의 골목 같달까.

 

(아마 세븐일레븐 앞의 저 아저씨가 피리를 불며 바다의 신을 위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세모꼴 모양의 섬 북부에 위치한 숙소까지 걷기로 맘을 정하고 몇걸음 떼지 않아 발견한 풍경들.

 

이곳이 태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조금만 더 청명했다면 더욱 이뻤을 테지만, 하얀 모래사장하며 맑은 청록빛의 바다.

 

서울에서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시간여의 여독이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포항 호미곶의 등대공원, 상생의 두손이 활짝 움켜쥐고 있는 땅끝 어귀에 펼쳐진 몇몇 박물관과 시설물들, 그리고 야외 공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중에 만난 '등대원 생활관' 입구. 실제 등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수은조식 회전등명기. 1953년 제작되어서 목포 홍도등대에서 사용되었다던가. 1979년까지 사용되다가 지금은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저 등불이 계속 회전하면서 반짝반짝 빛을 냈던 구조였던가 보다.

 

매월 25일은 저축의 날. 월급의 계좌이체가 일상화되기 전, 매달 회사에서 지급받았다는 월급봉투. 등대지기 김용정님은 매달

 

2만7천원정도를 받으며 근무하셨구나. 언제적 물가인지 모르겠지만 요새 돈 가치가 엄청 떨어지긴 했구나 싶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출연했던 쏨뱀이. 기억이 안 나실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톰 행크스가 악령이 깃들었다고 믿는

 

산에 오르기로 결심했던 건 여동생 딸, 그러니까 여조카가 '쏨뱀이'에 물려서 다리가 팅팅 부어올라 죽어가던 사건 때문이었다.

 

사실 그 녀석이 이녀석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서도, 왠지 무섭게 생겼으니 납득이 가기도 하고.

 

1900년대 초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대한제국시기의 근대식 등대. 안에 들어가면

 

각층 천장마다 대한제국의 꽃문양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굳게 걸어잠겨 있어서 안에는 구경도 못했다.

 

 

 

뒤로 보이는 해양박물관의 세모꼴 모양새도 독특하지만, 그 앞에 위풍당당 배를 깔고 누운 호랑이의 눈매도 인상적이다.

 

 

부표. 바닷물이 넘실거릴 때 속절없이 출렁이는 부표같은-사실 부초, 부평초같은, 이란 표현이 더 보편적이지만-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묵직하고 거대한 느낌이다. 배의 왕래를 돕는 중앙선이나 차선 같은 역할을 하는 부표.

 

등대박물관 앞마당에서 침묵에 잠긴 야트막한 난쟁이 등대 광원.

 

겨울이라 물이 쫙 빠진 등대공원의 야외분수를 지키고 선 인어의 헐벗은 몸이 추워보인다.

 

 

 

 

이전에 울릉도 나리분지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에서 한꺼번에 연기가 오르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누런 햇살이 분지를 감싸고 도는 구릉에 빗겨 내리쬐는, 먼지가 풀풀 일던 비포장도로를 몇시간째 걷고 난 저녁무렵이었다.

 

 

그제서야 어느 시에선가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노래했던 구절의 정서가 온전히 와닿을 수 있었는데,

 

포항의 호미곶-임곡간 해안도로 코스 초입의 펜션 창가에서 문득 다시 그 풍경을 반추하는 아침을 맞았다.

 

 

드세고 짭조름한 바닷바람도 채 깨어나지 못한 이른 아침, 무턱대고 하늘로 하늘로 치솟던 농밀하고도 새하얀 연기. 구름.

 

사람 하나 없어보여도 엄연히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또 한끼 식사를 챙겨먹을 거라는 표지, 그건 마치 힘내자는 다독거림.

 

 

 

 

 

100여년전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구룡포항 앞의 조그마한 거리, 일본식의 '적산가옥'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으로 향하는

 

입구를 지나면 여느 소도시, 아니 조그마한 마을의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이 그대로 나타난다.

 

 

높아봐야 2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맞부비고 있는 조그마한 골목통, 그 와중에도 네모 반듯반듯하고 말끔한 분위기의

 

일본식 건물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옆엣 건물들의 어깨 사이에서 살짝 기죽어 있는 듯한 단층 건물 역시 담백한 직선과 네모로 이루어진 형태가 일본냄새를 풍긴다.

 

 

100년전의 낡은 지붕, 붉은 벽돌과 뻥 뚫린 나무창살까지 일본식 가옥거리의 이전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

 

 

 

잔설이 채 녹아내리지 않은 채 하얗고 까만 일본식 기와가 얹힌 담장들이 차분하다.

 

그렇게 골목통을 따라 휘휘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일본식 가옥들은 저만치 밀려나고 또다른 생활의 풍경이 나타난다.

 

날것의 거칠한 질감 가득한 콘크리트 벽돌블록을 쌓아만든 담장 옆에는 그래도 구룡포 앞바다빛깔을 담은 파란색 칠의 대문이.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는 외계인 가면처럼 생긴 오징어들이 배를 째고서 바닷바람에 마르는 중이었다.

 

지붕위를 두텁게 덮었던 하얀 눈이불은 발치까지 끌어내려져서는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온통 녹슬어버린 파란 대문짝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풍상, 바닷바람의 짠기,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일상..

 

 

분분이 남아있던 잔설들은 단정하고 담백한 일본식 기와지붕의 갈비뼈를 까맣게 드러냈고, 거칠고 투박한 벽돌은 축축하게 적셔주었다.

 

 

산기슭을 따라 형성된 근대문화역사거리의 가장 윗동네에 있던 초등학교는 언제부터인지 폐교된 채 방치되었다.

 

그리고 윗동네에서 내려다본 구룡포항의 저녁 풍경. 불밝혀진 노점들의 행렬 너머로 바닷물이 일렁인다.

 

 

어느 골목에서 발견한 찻집. 잠시 들러 몸도 녹이고 차 한잔을 하려 하였건만 자리도 몇 개 안 되고 문도 일찍 닫는 듯 하다.

 

 

애초엔 '근대문화역사거리'인 줄만 알고 들어섰던 골목길이었지만 꼭 그런 느낌만 담겨있던 공간은 아니었다.

 

사실 늘 새롭고 예기치 않은 풍경으로 이끌어줬던 건 이런 골목길들이 품고 있는 마력 덕분이었으니, 이곳 역시도 마찬가지.

 

 

 

 

 

구룡포항 앞에 있는 어부의 동상, 손에 실제로 두꺼운 줄이 감긴 채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바다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온통 빼곡하게 들어선 채 후끈한 김을 퍼올리고 있는 대게 음식점들. 가게마다 대게 한마리씩 간판에 올렸다.

 

 

구룡포항을 굽어보는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의 탁 트인 구룡포항 풍경.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리는 시점, 항구 앞 노점들이 발갛다.

 

한쪽에서는 품바 '예술공연단'이 쉼없는 깨방정으로 장터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지만 늦은 시간 탓인지 한적하기만 하다.

 

삽시간에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장터, 과메기와 대게를 파는 노점들은 한산하고 주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서 한담중이던.

 

풍어를 기원하며 배에 꽂아둔 나뭇가지들.

 

 

게섰거라~ 찜통에서 쉼없이 뿜어나오는 하얀 연기엔 촉촉하고 탱글거리는 대게의 바다내음이 섞였다.

 

겨울비가 제법 대차게 내리던 지난 1월. 포항을 지나 경주의 대릉원 앞 까페 골목에 잠시 멎었다. 겨울비도 잠시 멎은 그 때.

 

 

천년고도라는 진부한 호칭에도 불구하고 경주에는 뭔가 있다. 까페 인테리어에 이런 담백한 창살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커다란 새장 같은 전등갓에 불빛이 하얗게 스며들었다. 어느새 다시 캄캄해진 하늘.

 

야외 테라스에 내어놓은 테이블과 의자들은 흠뻑 빗물을 머금다 못해 뚝뚝 뱉어내는 중.

 

 

까페에서 단팥죽을 파는 것 역시 경주니까 그럴 만 하겠다 싶은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깜놀. 에스프레소 꼼파냐도 달콜달콤.

 

이런 느낌의 룸, 마루보다 한층 올라간 높이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있으면 막 아늑해지고 그러는 분위기.

 

 

그리고 이 까페 앞에 웅크린 천년 전 왕들의 무덤들, 조금 너머 하늘을 받치고 있던 야트막하지만 단단한 첨성대,

 

그런 것들과 함께인 듯 따로 그럴 듯하게 서있던 나무들 같은 풍경이 참 아름답던 경주 대릉원 너머 이차선도로 맞은편.

 

 

 

 

 

 

포항 호미곶,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이 곳을 가본 사람이던 안 가본 사람이던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바로 이렇게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른 커다란 손의 형상. 갈매기들이 쉬어 가는 다섯 개의 봉우리이기도 하다.

 

 

사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도, 혹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 청동 조각상은 '상생의 손'이라는 이름으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99년 12월에 완공된 상생의 손,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로, 육지에선

 

왼손, 바다에선 오른손 이렇게 두 손이 함께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손이 육지에도

 

하나 더 있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성화대에 있는 화반은 해와 달을 의미하고, 두 개의 원형고리는 화합을 의미한다던가.

 

바다에 있는 오른손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진 육지의 왼손. 그 앞에는 독도 일출과 피지의 일출에서 얻어온 불씨가

 

2000년 1월 1일 이래 꺼지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었다.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왼손과 오른손, 상생하라는 두 개의 손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을 쥐고 있는 듯

 

살짝 움켜쥔 모양새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호미곶에 와서야 알게 된 손 조각상의 진실이랄까.

 

호미곶에 도착하면 딱 보이는 꽃마차들. 말갈기를 쉼없이 희롱하고 있던,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말들은 꿈쩍없었다.

 

상생의 왼손을 에둘러 바다쪽으로 훅 들어가는 전망대. 바다 쪽에서 육지를 배경으로,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시야를 가리는

 

갈매기들 틈새로 상생의 오른손을 볼 수 있다.

 

 

전망대 걸어들어가는 길에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거대 문어상. 포항이 문어로도 유명한 데다 심지어 문어축제도 있다는 사실.

 

 

더이상 나갈 곳 없는 전망대의 끝단에 서면 정확히 동쪽을 가리키고 선 꼬마 아이의 동상이 있고, 호미곶의 위치가 잡혀 있는

 

한반도 지도와 나침반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분분히 날아다니며 상생의 손을 향한 시야를 여지없이 가리는 정신사나운 갈매기들. 사람들이 자꾸 과자를 던져댄 탓이다.

 

이쪽에서 보이는 상생의 오른손 측면샷. 아무래도 육지의 왼손보다 크기도 크거니와 그림도 훨씬 이쁘게 잡힌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서, 미처 보지 못했던 가로등에 눈길이 간다. 포효하는 호랑이 형태의 한반도가 장식된 가로등이다.

 

같은 형태로 동해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상 , 검고 노란 줄무늬가 선연하던 가로등 호랑이와는 달리 흰색과 하늘색의 줄무늬를 가졌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둥싯 떠있는 하얀 달을 움켜쥐려는 듯 내뻗은 육지의 왼손상.

 

 

광장에는 지난 새천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전국 최대의 가마솥이라거나 각종 기념물들. 그 와중에 수쳔년 전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기념한 기념탑이 하나 숨바꼭질중.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로 가는 길은 엘레베이터와 계단. 계단으로 갔더니 대충 4층에서 5층 정도 높이가 되는 거 같다.

 

 

옆에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 한 대. 시험삼아 돌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효성의 광고판 같아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바닷바람이 매우 세게 몰아치기는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얼레를 하나씩 손에 쥐고 연을 날리고 있었고,

 

호미곶에 갓 도착한 아이들은 일단 부모손을 끌고 연 하나씩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으니. 그나저나 바닷가의 소도시답게,

 

혹은 바닷가의 명소답게 저런 연들을 담은 종이박스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잡힌다. 돌자반.

 

 

 

 

#1. 포항 북부해수욕장과 환여해맞이공원 사이의 물횟집. 

 

 포항 북부해수욕장과 환여해맞이공원 사이에 위치한 환여횟집. '1박2일' 방송에 출연하기 전부터 포항시내에서

 

물회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라는 친구 추천에 일단 고고. 서울에서 먹던 그 맛을 상상하고 있었다.

 

 도다리 물회를 시키려다 말고 '단지 물회'로 선회, 거기에는 해삼이니 멍게니 전복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고 하는 말에

 

4인 가족이서 단지물회 2인분을 시켰다. 분명 모자라서 더 시키려니 생각했는데 왠걸. 생각보다 양도 많았고.

 

 양도 양이지만 그 풍성한 해산물의 향연, 그리고 개운하고 시원한 맛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함께 나왔던 해산물 샐러드..라고 해야 하나. 전복과 해삼 등등이 김과 무채와 함께 비벼져서 나온.

 

여느 곳이나 그렇듯 이 환여횟집 좌우로 비슷한 물회집이 주욱 늘어서 있었는데, 다른 곳은 맛보지 못했으니 꼭 저곳을

 

고집하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포항에 가면 꼭 다시 맛보고 싶은 건 이런 류의 물회라는 것.

 

 

#2. 포항 죽도어시장의 대게상차림.

 

살이 꽉 차오른 대게의 앞발, 이렇게 탱탱한 속살이 푱, 하고 야무지게 튀어나오는 순간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어둠이 나리고 나면 죽도어시장의 대게 골목들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수증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밤이 으슥해질수록 축축하게 으깨진 시장통 골목을 오가며 적당한 횟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늘어나고.

 

자리잡고 앉은 횟집에서 스끼다시로 나온 굴. 커다랗고 뽀얀 속살이 탱글탱글.

 

그리고 참소라. 원없이 먹어보겠다던 소원을 그대로 성취한 커다란 접시 가득 썰어져나온 참소라 생물 회.

 

그리고 마리당 1킬로그램에 육박하던 거대한 대게들을 세마리 찜쪄버렸다. 김이 폴폴 오르는 대게들 사진은 용케 남겼다.

 

정신없이 양손을 다 쓰며 먹다가 아무래도 이 커다랗고 오동통한 앞발은 남겨야겠다 싶어서 한 장 남기고 나니 끝.

 

산처럼 쌓인 잔해 사이에서, 등껍데기에 밥을 비벼 싹싹 말끔히 비워버리고 만 녀석의 흔적을 찾아 병따개와 비교샷.

 

그리고 다음번에 포항에 갈 일이 있거들랑 꼭 맛보고 싶은, 횟집 아주머니가 추천해주셨던 이 곳에서만 난다는

 

이름모를-가르쳐주셨지만 까먹어버린-요 생선. 묘하게 생겼는데 맛은 어떠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기대.

 

 

 

 

 

포항 북부해수욕장, 새벽부터 내달려 세시간반만에 도착한 한반도 동남쪽 바닷가에는 그런 이름이 붙어있었다.

 

해수면까지 짙게 내려앉은 희뿌옇고 눈부신 장막 너머 포스코의 굴뚝들이 은폐엄폐중이던 그 곳.

 

 독도가 경상북도 울릉군, 이었다는 건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문구가 무수히 꽂힌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어릴 적부터

 

익어버린 노래 가사가 서로 만나는 순간 새롭게 각인되었다. 독도는 한국땅.

 

 포스코 제철공장을 마주본 이 곳인지라 그런지 곳곳에 철로 만들어진 조각들이 보였다. 이렇게 커다란 철로 만든 모기도 한마리.

 

 북부해수욕장 끄트머리부터 시작하는 야트막한 구릉은, 봄철에 왔더라면 좀더 물이 올라 싱싱한 초록빛으로 반짝이지 않았을까.

 

중앙공원, 해맞이공원, 혹은 환여공원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 수많은 이름을 가진 그 큼지막한 공원 가운데께에는 멀리

 

영일만의 반짝이는 파도가 굽어보이는 전망대도 있고, 몇 걸음 더 걷지 않아 도착하는 포항시립미술관(POMA)도 품고 있다.

 

 

 지방이라 그런지 아니면 포항이 부유한 도시여서 그런지 포항시립미술관은 무료. 마침 개관 3주년 기념 전시라며 그간

 

수집한 한국 모더니즘 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적인 분위기 물씬한 미술관 내부에 문득 볕이 들이치던 순간.

 

 미술관 정문 옆에 심어져 있던 아롱다롱한 소망나무 한 그루.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열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필체의 얼룩을 품었다.

 

 그리고 제법 오래 눈길을 붙잡았던, 포항시립미술관 앞의 이 작품. 허리춤을 아프지는 않게, 그렇지만 단단하게 부여잡은 저 손.

 

전망대에서 미술관을 지나 다시 공원 밖으로 내려서는 참에 다시 만난 포스코 제철공장의 어슴푸레한 풍경.

 

맑은날 밤에 여기서 야경을 찍어도 꽤나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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