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중부지방의 유명한 휴양지로는 파타야 정도가 흔히 알려진 곳이지만, 파타야 조금 아래쪽에 있는 해안마을인

 

반페(BANPHAE)에서 배를 타고 30분이면 갈 수 있는 꼬싸멧은 그야말로 (한국인들에게) 숨겨진 휴양섬이다.

 

 

* 가는 길 : 방콕 동부버스터미널(에까마이)에서 07:00부터 1시간 간격 반페행 버스 운행(3시간반 소요)

반페 항구에서 꼬싸멧행 배 1시간 간격 운행(30분 소요)

 

방콕 에까마이에 있는 동부 버스터미널에 도착, 7시에 출발하는 반페행 첫 버스를 탔다. 역시 정시 출발은 무리.

 

반페까지 달리는 길은 대체로 왕복 이차선에 아스팔트 포장도 군데군데 벗겨져나간 편치 않은 길이지만 버스는 나쁘지 않다.

 

에어콘도 나오고, 제법 시트도 푹신하고, 차냄새도 심하지 않은데다가 운전기사 아저씨도 편안하게 운전했던 듯.

사실 태국 방콕까지의 5시간여 밤비행 덕에 다소 지쳐있기도 했고, 공항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새벽 시간에

 

짐을 끌고 가는 길도 쉽지 않아서 꽤나 지쳐있던 터라 반페에서 배에 오르는 시점으로 순간이동.

 

항구에 가득한 배들이 제각기 구명복들을 오징어처럼 널어두었다.

 

저 얄팍하고 약하디 약해보이는 발판을 딛고 배로 가야 한다는데, 들고 있던 짐은 20키로가 훌쩍 넘는다는 게 함정.

 

 

부두의 널빤지는 이빨이 어찌나 넓던지 짐가방의 돌돌이 바퀴를 계속 깨물려고 들어 더욱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부둣가에서 일하던 아저씨들의 저 여유로운 의자 위 소품들과 긴의자의 세상이 머지않았다는 예감.

 

반페의 부두에서 내다본 방파제, 그리고 그 너머 아늑한 언덕같은 느낌의 섬이 아마도 꼬싸멧.

 

 

정시마다 반페를 떠나 꼬싸멧을 출항하는 배는 이제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

 

시원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태양이 이제야 조금 태국에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렇게 작지 않은 배는 잔잔한 바다 위를 제법 빠르게 내달려 꼬싸멧을 왈칵왈칵 끌어당기고 있었고.

 

아무리 남국이라도 여기 역시 북반구인지라 현재 계절은 겨울, 현지인들은 목도리도 하고 비니도 쓰고 그런 날씨였다.

드디어 손에 잡힐 정도의 거리에 육박해오는 꼬싸멧.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리조트 건물들과 빌라들이 멋지다.

 

그리고 꼬싸멧의 항구 도착.

 

 

저 거대한 뒷태가 뭔가 했더니 아마도 바다의 신, 이런 분이신가 보다. 손에는 사람들이 바친 꽃다발이 주렁주렁.

 

그러고 보면 역시 태국의 꽃의 나라. 뱃전마다 꽃다발이 모셔졌다.

 

항구를 벗어나 처음 밟는 꼬싸멧의 풍경은 살짝 허름한 방콕의 골목 같달까.

 

(아마 세븐일레븐 앞의 저 아저씨가 피리를 불며 바다의 신을 위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세모꼴 모양의 섬 북부에 위치한 숙소까지 걷기로 맘을 정하고 몇걸음 떼지 않아 발견한 풍경들.

 

이곳이 태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조금만 더 청명했다면 더욱 이뻤을 테지만, 하얀 모래사장하며 맑은 청록빛의 바다.

 

서울에서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10시간여의 여독이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포항 호미곶의 등대공원, 상생의 두손이 활짝 움켜쥐고 있는 땅끝 어귀에 펼쳐진 몇몇 박물관과 시설물들, 그리고 야외 공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중에 만난 '등대원 생활관' 입구. 실제 등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다.

 

수은조식 회전등명기. 1953년 제작되어서 목포 홍도등대에서 사용되었다던가. 1979년까지 사용되다가 지금은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저 등불이 계속 회전하면서 반짝반짝 빛을 냈던 구조였던가 보다.

 

매월 25일은 저축의 날. 월급의 계좌이체가 일상화되기 전, 매달 회사에서 지급받았다는 월급봉투. 등대지기 김용정님은 매달

 

2만7천원정도를 받으며 근무하셨구나. 언제적 물가인지 모르겠지만 요새 돈 가치가 엄청 떨어지긴 했구나 싶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출연했던 쏨뱀이. 기억이 안 나실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톰 행크스가 악령이 깃들었다고 믿는

 

산에 오르기로 결심했던 건 여동생 딸, 그러니까 여조카가 '쏨뱀이'에 물려서 다리가 팅팅 부어올라 죽어가던 사건 때문이었다.

 

사실 그 녀석이 이녀석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서도, 왠지 무섭게 생겼으니 납득이 가기도 하고.

 

1900년대 초에 처음 만들어졌다는 대한제국시기의 근대식 등대. 안에 들어가면

 

각층 천장마다 대한제국의 꽃문양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굳게 걸어잠겨 있어서 안에는 구경도 못했다.

 

 

 

뒤로 보이는 해양박물관의 세모꼴 모양새도 독특하지만, 그 앞에 위풍당당 배를 깔고 누운 호랑이의 눈매도 인상적이다.

 

 

부표. 바닷물이 넘실거릴 때 속절없이 출렁이는 부표같은-사실 부초, 부평초같은, 이란 표현이 더 보편적이지만-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묵직하고 거대한 느낌이다. 배의 왕래를 돕는 중앙선이나 차선 같은 역할을 하는 부표.

 

등대박물관 앞마당에서 침묵에 잠긴 야트막한 난쟁이 등대 광원.

 

겨울이라 물이 쫙 빠진 등대공원의 야외분수를 지키고 선 인어의 헐벗은 몸이 추워보인다.

 

 

 

 

이전에 울릉도 나리분지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집들에서 한꺼번에 연기가 오르는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누런 햇살이 분지를 감싸고 도는 구릉에 빗겨 내리쬐는, 먼지가 풀풀 일던 비포장도로를 몇시간째 걷고 난 저녁무렵이었다.

 

 

그제서야 어느 시에선가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노래했던 구절의 정서가 온전히 와닿을 수 있었는데,

 

포항의 호미곶-임곡간 해안도로 코스 초입의 펜션 창가에서 문득 다시 그 풍경을 반추하는 아침을 맞았다.

 

 

드세고 짭조름한 바닷바람도 채 깨어나지 못한 이른 아침, 무턱대고 하늘로 하늘로 치솟던 농밀하고도 새하얀 연기. 구름.

 

사람 하나 없어보여도 엄연히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는, 또 한끼 식사를 챙겨먹을 거라는 표지, 그건 마치 힘내자는 다독거림.

 

 

 

 

 

100여년전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구룡포항 앞의 조그마한 거리, 일본식의 '적산가옥'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으로 향하는

 

입구를 지나면 여느 소도시, 아니 조그마한 마을의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이 그대로 나타난다.

 

 

높아봐야 2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맞부비고 있는 조그마한 골목통, 그 와중에도 네모 반듯반듯하고 말끔한 분위기의

 

일본식 건물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옆엣 건물들의 어깨 사이에서 살짝 기죽어 있는 듯한 단층 건물 역시 담백한 직선과 네모로 이루어진 형태가 일본냄새를 풍긴다.

 

 

100년전의 낡은 지붕, 붉은 벽돌과 뻥 뚫린 나무창살까지 일본식 가옥거리의 이전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

 

 

 

잔설이 채 녹아내리지 않은 채 하얗고 까만 일본식 기와가 얹힌 담장들이 차분하다.

 

그렇게 골목통을 따라 휘휘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일본식 가옥들은 저만치 밀려나고 또다른 생활의 풍경이 나타난다.

 

날것의 거칠한 질감 가득한 콘크리트 벽돌블록을 쌓아만든 담장 옆에는 그래도 구룡포 앞바다빛깔을 담은 파란색 칠의 대문이.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는 외계인 가면처럼 생긴 오징어들이 배를 째고서 바닷바람에 마르는 중이었다.

 

지붕위를 두텁게 덮었던 하얀 눈이불은 발치까지 끌어내려져서는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온통 녹슬어버린 파란 대문짝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풍상, 바닷바람의 짠기,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일상..

 

 

분분이 남아있던 잔설들은 단정하고 담백한 일본식 기와지붕의 갈비뼈를 까맣게 드러냈고, 거칠고 투박한 벽돌은 축축하게 적셔주었다.

 

 

산기슭을 따라 형성된 근대문화역사거리의 가장 윗동네에 있던 초등학교는 언제부터인지 폐교된 채 방치되었다.

 

그리고 윗동네에서 내려다본 구룡포항의 저녁 풍경. 불밝혀진 노점들의 행렬 너머로 바닷물이 일렁인다.

 

 

어느 골목에서 발견한 찻집. 잠시 들러 몸도 녹이고 차 한잔을 하려 하였건만 자리도 몇 개 안 되고 문도 일찍 닫는 듯 하다.

 

 

애초엔 '근대문화역사거리'인 줄만 알고 들어섰던 골목길이었지만 꼭 그런 느낌만 담겨있던 공간은 아니었다.

 

사실 늘 새롭고 예기치 않은 풍경으로 이끌어줬던 건 이런 골목길들이 품고 있는 마력 덕분이었으니, 이곳 역시도 마찬가지.

 

 

 

 

 

구룡포항 앞에 있는 어부의 동상, 손에 실제로 두꺼운 줄이 감긴 채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바다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온통 빼곡하게 들어선 채 후끈한 김을 퍼올리고 있는 대게 음식점들. 가게마다 대게 한마리씩 간판에 올렸다.

 

 

구룡포항을 굽어보는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의 탁 트인 구룡포항 풍경.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리는 시점, 항구 앞 노점들이 발갛다.

 

한쪽에서는 품바 '예술공연단'이 쉼없는 깨방정으로 장터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지만 늦은 시간 탓인지 한적하기만 하다.

 

삽시간에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장터, 과메기와 대게를 파는 노점들은 한산하고 주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서 한담중이던.

 

풍어를 기원하며 배에 꽂아둔 나뭇가지들.

 

 

게섰거라~ 찜통에서 쉼없이 뿜어나오는 하얀 연기엔 촉촉하고 탱글거리는 대게의 바다내음이 섞였다.

 

겨울비가 제법 대차게 내리던 지난 1월. 포항을 지나 경주의 대릉원 앞 까페 골목에 잠시 멎었다. 겨울비도 잠시 멎은 그 때.

 

 

천년고도라는 진부한 호칭에도 불구하고 경주에는 뭔가 있다. 까페 인테리어에 이런 담백한 창살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커다란 새장 같은 전등갓에 불빛이 하얗게 스며들었다. 어느새 다시 캄캄해진 하늘.

 

야외 테라스에 내어놓은 테이블과 의자들은 흠뻑 빗물을 머금다 못해 뚝뚝 뱉어내는 중.

 

 

까페에서 단팥죽을 파는 것 역시 경주니까 그럴 만 하겠다 싶은데, 의외로 굉장히 맛있어서 깜놀. 에스프레소 꼼파냐도 달콜달콤.

 

이런 느낌의 룸, 마루보다 한층 올라간 높이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안에 들어가 있으면 막 아늑해지고 그러는 분위기.

 

 

그리고 이 까페 앞에 웅크린 천년 전 왕들의 무덤들, 조금 너머 하늘을 받치고 있던 야트막하지만 단단한 첨성대,

 

그런 것들과 함께인 듯 따로 그럴 듯하게 서있던 나무들 같은 풍경이 참 아름답던 경주 대릉원 너머 이차선도로 맞은편.

 

 

 

 

 

 

포항 호미곶,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다는 이 곳을 가본 사람이던 안 가본 사람이던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바로 이렇게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른 커다란 손의 형상. 갈매기들이 쉬어 가는 다섯 개의 봉우리이기도 하다.

 

 

사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생각보다 작아 보일 수도, 혹은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 청동 조각상은 '상생의 손'이라는 이름으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99년 12월에 완공된 상생의 손, 호미곶 해맞이 축전을 기리는 상징물로, 육지에선

 

왼손, 바다에선 오른손 이렇게 두 손이 함께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손이 육지에도

 

하나 더 있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성화대에 있는 화반은 해와 달을 의미하고, 두 개의 원형고리는 화합을 의미한다던가.

 

바다에 있는 오른손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진 육지의 왼손. 그 앞에는 독도 일출과 피지의 일출에서 얻어온 불씨가

 

2000년 1월 1일 이래 꺼지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었다.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왼손과 오른손, 상생하라는 두 개의 손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을 쥐고 있는 듯

 

살짝 움켜쥔 모양새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호미곶에 와서야 알게 된 손 조각상의 진실이랄까.

 

호미곶에 도착하면 딱 보이는 꽃마차들. 말갈기를 쉼없이 희롱하고 있던, 제법 쌀쌀한 바닷바람에도 말들은 꿈쩍없었다.

 

상생의 왼손을 에둘러 바다쪽으로 훅 들어가는 전망대. 바다 쪽에서 육지를 배경으로, 미친 듯이 날아다니며 시야를 가리는

 

갈매기들 틈새로 상생의 오른손을 볼 수 있다.

 

 

전망대 걸어들어가는 길에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거대 문어상. 포항이 문어로도 유명한 데다 심지어 문어축제도 있다는 사실.

 

 

더이상 나갈 곳 없는 전망대의 끝단에 서면 정확히 동쪽을 가리키고 선 꼬마 아이의 동상이 있고, 호미곶의 위치가 잡혀 있는

 

한반도 지도와 나침반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분분히 날아다니며 상생의 손을 향한 시야를 여지없이 가리는 정신사나운 갈매기들. 사람들이 자꾸 과자를 던져댄 탓이다.

 

이쪽에서 보이는 상생의 오른손 측면샷. 아무래도 육지의 왼손보다 크기도 크거니와 그림도 훨씬 이쁘게 잡힌다.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서, 미처 보지 못했던 가로등에 눈길이 간다. 포효하는 호랑이 형태의 한반도가 장식된 가로등이다.

 

같은 형태로 동해를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상 , 검고 노란 줄무늬가 선연하던 가로등 호랑이와는 달리 흰색과 하늘색의 줄무늬를 가졌다.

 

그리고 파란 하늘에 둥싯 떠있는 하얀 달을 움켜쥐려는 듯 내뻗은 육지의 왼손상.

 

 

광장에는 지난 새천년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전국 최대의 가마솥이라거나 각종 기념물들. 그 와중에 수쳔년 전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기념한 기념탑이 하나 숨바꼭질중.

 

 

새천년 기념관 전망대로 가는 길은 엘레베이터와 계단. 계단으로 갔더니 대충 4층에서 5층 정도 높이가 되는 거 같다.

 

 

옆에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 한 대. 시험삼아 돌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효성의 광고판 같아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바닷바람이 매우 세게 몰아치기는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얼레를 하나씩 손에 쥐고 연을 날리고 있었고,

 

호미곶에 갓 도착한 아이들은 일단 부모손을 끌고 연 하나씩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으니. 그나저나 바닷가의 소도시답게,

 

혹은 바닷가의 명소답게 저런 연들을 담은 종이박스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잡힌다. 돌자반.

 

 

 

 

#1. 포항 북부해수욕장과 환여해맞이공원 사이의 물횟집. 

 

 포항 북부해수욕장과 환여해맞이공원 사이에 위치한 환여횟집. '1박2일' 방송에 출연하기 전부터 포항시내에서

 

물회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라는 친구 추천에 일단 고고. 서울에서 먹던 그 맛을 상상하고 있었다.

 

 도다리 물회를 시키려다 말고 '단지 물회'로 선회, 거기에는 해삼이니 멍게니 전복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고 하는 말에

 

4인 가족이서 단지물회 2인분을 시켰다. 분명 모자라서 더 시키려니 생각했는데 왠걸. 생각보다 양도 많았고.

 

 양도 양이지만 그 풍성한 해산물의 향연, 그리고 개운하고 시원한 맛에 흠뻑 취하고 말았다.

 

 함께 나왔던 해산물 샐러드..라고 해야 하나. 전복과 해삼 등등이 김과 무채와 함께 비벼져서 나온.

 

여느 곳이나 그렇듯 이 환여횟집 좌우로 비슷한 물회집이 주욱 늘어서 있었는데, 다른 곳은 맛보지 못했으니 꼭 저곳을

 

고집하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포항에 가면 꼭 다시 맛보고 싶은 건 이런 류의 물회라는 것.

 

 

#2. 포항 죽도어시장의 대게상차림.

 

살이 꽉 차오른 대게의 앞발, 이렇게 탱탱한 속살이 푱, 하고 야무지게 튀어나오는 순간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어둠이 나리고 나면 죽도어시장의 대게 골목들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수증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밤이 으슥해질수록 축축하게 으깨진 시장통 골목을 오가며 적당한 횟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늘어나고.

 

자리잡고 앉은 횟집에서 스끼다시로 나온 굴. 커다랗고 뽀얀 속살이 탱글탱글.

 

그리고 참소라. 원없이 먹어보겠다던 소원을 그대로 성취한 커다란 접시 가득 썰어져나온 참소라 생물 회.

 

그리고 마리당 1킬로그램에 육박하던 거대한 대게들을 세마리 찜쪄버렸다. 김이 폴폴 오르는 대게들 사진은 용케 남겼다.

 

정신없이 양손을 다 쓰며 먹다가 아무래도 이 커다랗고 오동통한 앞발은 남겨야겠다 싶어서 한 장 남기고 나니 끝.

 

산처럼 쌓인 잔해 사이에서, 등껍데기에 밥을 비벼 싹싹 말끔히 비워버리고 만 녀석의 흔적을 찾아 병따개와 비교샷.

 

그리고 다음번에 포항에 갈 일이 있거들랑 꼭 맛보고 싶은, 횟집 아주머니가 추천해주셨던 이 곳에서만 난다는

 

이름모를-가르쳐주셨지만 까먹어버린-요 생선. 묘하게 생겼는데 맛은 어떠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기대.

 

 

 

 

 

포항 북부해수욕장, 새벽부터 내달려 세시간반만에 도착한 한반도 동남쪽 바닷가에는 그런 이름이 붙어있었다.

 

해수면까지 짙게 내려앉은 희뿌옇고 눈부신 장막 너머 포스코의 굴뚝들이 은폐엄폐중이던 그 곳.

 

 독도가 경상북도 울릉군, 이었다는 건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문구가 무수히 꽂힌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어릴 적부터

 

익어버린 노래 가사가 서로 만나는 순간 새롭게 각인되었다. 독도는 한국땅.

 

 포스코 제철공장을 마주본 이 곳인지라 그런지 곳곳에 철로 만들어진 조각들이 보였다. 이렇게 커다란 철로 만든 모기도 한마리.

 

 북부해수욕장 끄트머리부터 시작하는 야트막한 구릉은, 봄철에 왔더라면 좀더 물이 올라 싱싱한 초록빛으로 반짝이지 않았을까.

 

중앙공원, 해맞이공원, 혹은 환여공원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 수많은 이름을 가진 그 큼지막한 공원 가운데께에는 멀리

 

영일만의 반짝이는 파도가 굽어보이는 전망대도 있고, 몇 걸음 더 걷지 않아 도착하는 포항시립미술관(POMA)도 품고 있다.

 

 

 지방이라 그런지 아니면 포항이 부유한 도시여서 그런지 포항시립미술관은 무료. 마침 개관 3주년 기념 전시라며 그간

 

수집한 한국 모더니즘 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적인 분위기 물씬한 미술관 내부에 문득 볕이 들이치던 순간.

 

 미술관 정문 옆에 심어져 있던 아롱다롱한 소망나무 한 그루.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열매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필체의 얼룩을 품었다.

 

 그리고 제법 오래 눈길을 붙잡았던, 포항시립미술관 앞의 이 작품. 허리춤을 아프지는 않게, 그렇지만 단단하게 부여잡은 저 손.

 

전망대에서 미술관을 지나 다시 공원 밖으로 내려서는 참에 다시 만난 포스코 제철공장의 어슴푸레한 풍경.

 

맑은날 밤에 여기서 야경을 찍어도 꽤나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룡포 앞바다, 파도에 지쳤는지 잠시 항구에 어깨를 뉘인 채 어깨숨을 쉬고 있던 어선의 돛대 위에서 나부끼던 산대.

 

인간이 한발 내딛고 설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며 저런 징표 하나쯤 만들어 달아도 좋으리라.

 

 

 

 

 

포항 죽도어시장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맘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과메기 축제중인 시장통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린 한쪽에는 생선을 파느라 열심인 어느 청년이 보였다.

 

대담하도록 치켜올라간 점퍼와 내려뜨려진 츄리닝 바지를 위아래 입술삼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포항은 역시 과메기와 대게의 고장. 시장통 골목 곳곳에서 짙고 풍만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참돔배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상어 녀석. 경북 지방의 제수용 생선으로 널리 쓰인다던가. 세모꼴 이빨이 원통하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던 게 원조라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이런 꽁치로 만든단다. 살가죽이 말라비틀어질 지경.

 

흔치는 않지만 이렇게 청어로 만들어진 과메기도 곧잘 내걸려 있었다. 아쉽게도 이 녀석들은 시식용이 없더란.

 

 좌판마다, 상점마다 맛보기로 내건 (꽁치) 과메기 시식을 하나씩 하며 시장을 걷다보니 배가 부를 지경이다.

 

입으로는 시식을 권하며 쉼없이 과메기의 껍데기를 벗기고 꼬리를 떼어내던 그네들의 손놀림은 가히 생활의 달인급.

 

 아무래도 살짝 찝찝한 건 없지 않았다. 과메기 클러스터, 형님 예산, 만사형통 따위의 단어들이다.

 

포항까지 내려와서 네놈의 이름 석자를 들을 줄은, 그래도 몰랐다.

 

에라이,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하얗게 성에가 내려앉은 동태의 썩은 눈깔같은. 

 

성황이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서울같은 먼 곳 말고도 인근 지역에서도 총출동한 듯 하다.

 

 꼬리에 철사를 꿰고는 물구나무선 채 해풍에 노닐던 생선들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맛깔스런 핑크빛의 몸뚱이를 가진, 지느러미가 촘촘한 생선도 있었다.

 

 그런 생선들의 장막 뒤로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아주머니들.

 

 그리고 마치 커튼처럼, 시장통의 어느 예기치 않게 한적한 모퉁이에서 건너편 풍경을 미묘하게 가리는 생선들의 버티컬.

 

붉은 대게 한마리가 붉은 벽돌 건물벽을 기어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중.

 

그리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질척한 발길과 무수한 생선비늘로 갈고 닦인 이곳 죽도시장의 분위기만큼이나

 

운치있고 정감어린 돼지국밥집의 모자이크 창문 하나.

 

 

 

 

코엑스 메가박스 가는 길, 리모델링이 한창인 코엑스 곳곳에서 문닫고 사라져버린 샵과 공간들이 많아지는 시기다.

 

늘 무심코 지나쳤던 장식등들이 새삼스럽게 보이고, 마치 이 곳에 놀러온 외국인 관광객인양 카메라를 들게 만든 이유.

 

 구간구간 상점들이 빠져나가고 공사가 시작되고 있는 즈음이라 살짝 황량해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다.

 

그리고 코엑스 메가박스의 상징과도 같은, 이 텔레비전 탑.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라고 해도 믿을 법한.

 

 

어느샌가부터 메가박스 옆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생겼다. 도슨트도 상주 중이어서 언제든 들어가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작지만 알차게 작품이 전시된 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것.

 

재미지고 발랄한 작품들을 볼 겸, 슬쩍슬쩍 점심시간에 산책 삼아 돌아다니는 곳 중 하나.

 

 

 

 

김이 펄펄 끓어오르던 커다란 양은솥. 아궁이에서 삼엄하게 번져나오던 화염. 그 와중에 살짝 풍기는 달콤한 냄새.

 

그것은 가히 '화염'이라 부를 만한 정도의 불길이었다. 빨갛다 못해 샛노랗게, 투명하게 달아올라 뿜어오르는 빛과 열.

 

부뚜막에 정좌하고 앉으신 며느리 할머니는 빨간 잠바를 이쁘게 걸치시고 파란 물바가지를 젓고 계셨다.

 

 

천천히. 그렇지만 쉼없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파란 물바가지가 끈적하게 아우성치는 조청에 휘감기는 느낌으로.

 

 

 

 

경주 대릉원에 도착했을 즈음 기대와는 달리 겨울비는 한창 기세를 올리던 중이었다.

 

자욱하게 내려앉은 안개 너머 첨성대와 봉긋한 선대의 능들이 찢겨지는 게 아닌가 싶도록 수천수만의 빗방울이 드세던 그 때.

 

 

켜켜이 내려앉은 시간이 무겁게 가라앉은 경주만큼이나 수백년을 산다는 천개의 가지를 가진 나무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땅을 누르고 있는 건 천년의 시간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이상하게 기록되긴 했지만, 1번! 번호표를 뽑아 호떡을 사간다는 군산의 '중동호떡'으로 아침 요기거리를 하겠다고

 

갔는데, 이렇게 위치가 요상한데 있을 줄은 몰랐다. 군산항에서 '째보선창 삼거리'까지 와서 우회전, 인적도 드물고 인가도

 

별로 눈에 안 띄는 소소한 목공소나 작업장들이 늘어선 길을 가며 "여기가 정말 맞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즈음.

 

네이버 지도로 찾아보니 심지어 본점 말고 '나운점'도 있나 보다.

 

 이렇게 생긴 가게가 뙇. 문을 닫았나 했더니, 건너편 건물에서 영업한댄다.

 

 그리고 똬뙇. 대리석 건물이 반짝반짝. 이것이 바로 호떡으로 지은 건물의 위용인가.

 

제법 넓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실내. 색색의 의자가 특히 눈에 띄었다.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두주 남겨둔 시점인지라 계산대 위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놓여 있어 분위기를 돋운다.

 

 아침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호떡을 만드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아주머니들. 쉼없이 밀대로 반죽을 밀고 한줌씩 떼어내는 작업중.

 

그리고 여기는 그렇게 떼어낸 반죽을 팬 위에 넣고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구워내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호떡 사진이 없는데,

 

기름기 하나도 없이 담백하고 찰진 게 맘에 들었다. 언제든 군산까지 먼 걸음할 일이 있으면 한번 찾아볼 만 한 듯.

 

 

한개 700원, 다섯개 3,000원이던가. 저렴한 가격인데도 번호표 뽑아가며 사람들이 호떡을 찾으니 저렇게 번듯한 건물을 지었겠지.

 

 

 

 

 

 

 

군산이란 곳은 항구에서 시작하는 도시의 한쪽 끝에서부터 다른 쪽 끄트머리까지, 내처 걸어도 한두시간이면 관통하고도 남는

 

그런 조그마한 소도시다. 지방을 다니다보면 서울이란 데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데, 군산 역시 그렇다.

 

그런 군산에서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곳에, 항구 가까운 곳에 있는 작지 않은 공원이 있다. 공원보다 더 눈에 띄던 건,

 

해방후 피난민들의 판잣촌이었던 '해망동'의 고불고불한 골목길과 그 둥그스름한 실루엣들.

 

 

잔설이 남아있던 월명공원 앞의 주택들. 그리고 썰렁한 겨울 날씨만큼이나 썰렁하게 헐벗은 겨울나무들.

 

 

공원이라곤 하지만 야트막한 산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 살짝 트레킹 코스라는 느낌이 강하다.

 

공원이 품고 있는 능선 한쪽 비탈, 그러니까 바다가 내려보이는 쪽에는 말 그대로 바다가 바라보이는 동네, '해망동'의

 

골목길이 고스란히 남아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궤적을 기록하고 있다.

 

 

공원의 한 모퉁이에는 전망대도 세워져 있고, 군산의 유명한 독립운동가 아저씨의 동상도 서 있고.

 

새초롬한 댓잎이 소담히 그러쥐고 있는 새하얀 눈뭉치는 꽤나 묵직해보인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난롯불을 쬐며 담배를 태우며 맥주를 마시며 고스톱을 하고 계신 공원 안 매점에는

 

겨우내 어르신들의 온기를 책임질 까만 연탄이 집게에 코를 꿰고는 얌전하게 자리잡았다.

 

 

매점 옆에선 어디서 터져나온 수돗물인지 아니면 약숫물인지, 쉼없이 흘러넘치는 물줄기가 만든 자잘한 고드름이 주렁주렁.

 

해망동의 전경. 파노라마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봐야 자동으로 크기가 설정되고 마니 좀 그렇다.

 

 

이렇게, 나무 전봇대가 서 있고, 가장자리가 쥐에 파먹힌 듯 얼기설기한 슬레이트 지붕이 지친 듯 퍼져버린 풍경.

 

볕 한줌 쬐이기 쉽지 않을 좁다란 골목길에 찍힌 몇개 되지 않는 발자국, 여전히 눈밟는 소리가 뽀드득, 그런다.

 

 

어느 슬레이트 처마를 따라 쭉쭉 뻗어나간 고드름들. 가늘고 길게 뻗은 고드름, 수정고드름 발을 만들기에 딱이겠다.

 

 

한국전쟁 때 스러져간 영혼들을 위한 위령탑. 오래 묵은 나무 그림자를 따라 잔설이 고집스레 남았다.

 

 

그리고 군산의 조형탑. 커다란 등대 같기도 하고, 꺼지지 않는 횃불을 형상화한 거 같기도 하고.

 

 

조그마한 조각공원도 품고 있었는데, 그 입구 언저리에서 날개를 활짝 편 채 손님을 맞는 반짝반짝 갈매기 한마리.

 

 

군산에도 '구불길'이라는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었나 본데, 그렇게 따라 걷다가 저런 허름하지만 운치있는 벤치에 앉아

 

잠시 숨도 고르고 귤도 까먹으며 하얀 입김 풍성하게 내뱉으면 좋겠다.

 

 

꾸역꾸역 이어지는 산들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그렇게 다 걸어보려면 제법 시간도 오래 소요되겠기에

 

반절 정도만 돌아보는 걸로 만족했다. 꼭 다 돌아야 맛이 아니니, 쉬엄쉬엄 걸으며 얼음길에 이리 빼뚤 저리 빼뚤 했던 걸로

 

겨울철 산책의 묘미는 다 즐긴 걸로.

 

 

 

 

 

선릉역 사거리에서 선릉쪽으로 가는 길, 왼켠으로 보면 은근 술집과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골목이 하나 나오는데

 

그 중에서 몇 번 다녀보니 그때마다 맘에 들던 일식 이자카야집 하나. '탄'(TAN)이다.

 

 

 마침 갔던 시간대가 손님이 없던 시간대여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제법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있고, 사케 술병들이 쪼르륵 늘어서 있는 모습도 귀엽고.

 

 

 

 

 

그리고 아사히 생맥주에 더해서 썬토리 프리미엄 생맥주가 있단 것도 무척무척 맘에 든다.

 

 

 

 

 주방에 이렇게 짧은 커튼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조리 과정을 볼 수 있을 만큼 개방되어 있다. 깔끔한 내부 모습.

 

 

 하나 아쉽달까,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어서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지하에 있는 가게 출입문, 입구부터 정겹게 생긴 남녀와 고양이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딱 됐다.

 

 그러고 보면 저 아저씨랑 이 이자카야 주인 아저씨랑 생긴 게 닮은 거 같기도 하고. 딱 봐도 착하고 순진하게 생기셨다.ㅎㅎ

 

 

 

맥주 말고도 위스키도 파는데, 어라, 이 위스키는 국내에서 잘 보지 못한 건데. 선토리 위스키, 선토리 프리미엄 맥주와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인데 부드럽고 향긋하면서 그리 독하지 않아 좋아하는 위스키다. (많이 마시면 독하다..)

 

 문득 눈이 간 수저통, 대나무를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건가, 대나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나무 재질임엔 틀림없다.

 

 

 

 

 

* 메뉴가 궁금하다면.

 

 

나쁘지 않은 가격대, 식사도 가능하고 안주도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물론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가능한 메뉴들로.

 

 

* 위치가 궁금하다면. 

 

 

이자카야 탄 (TAN)

 

전화번호 : 02-562-5841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96-4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야요이 쿠사마를 만나다.

에 이어, 철길을 따라 걷다가 만난 두마리 고양이, 턱시도 고양이랑 얼룩이 고양이 뒤를 쫓아다니며 찍은 사진들.

 

평상 아래 숨어서 지그시 이쪽을 경계하고 있던 턱시도 고양이 녀석.

 

 

조금 경계심이 풀렸는지 지푸라기 가지고 콧구멍을 후비는 대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날 좀 봐주소, 놀아주소, 하는 용맹무쌍한 눈빛까지 쏴주시는 녀석.

 

그런가 하면 얼룩이 녀석은 어찌나 새침하던지, 카메라만 들이대면 도망가기 바쁘던.

 

그래도 철길마을의 좁다란 철길 위를 오가며 지나는 사람도 좇아보고, 골목통 양쪽의 세간살이나 쓰레기들을 부벼보며 의기양양.

 

어디선가 수도가 터졌는지 쏟아져나온 물이 꽁꽁 얼어버린 빙판에 고개를 박고는 사이좋게 얼음을 빨기도 하고.

 

못내 아쉬운 채로 바이바이를 하고 돌아서려는 참에도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한 이 녀석.

 

턱시도랑 얼룩이 두 녀석 모두 힘든 겨울 잘 지내고 길냥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겠다.

 

 

 

 

 

 

군산의 유명한 '경암동 철길마을'.

 

기찻길 옆 오막살이~ 라는 노랫말이 무색하도록, 그 옛날옛날 한옛날에나 있었을 거 같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들이

 

여전히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 옛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 회사까지 원자재 및 제품을 실어나르던 화물열차길인데,

 

놀랍게도 1944년에 개통된 이 노선이 2008년 6월에야 폐선이 되었다고 한다. 좀더 일찍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좁은 일차선 철길 옆으로 기차가 다니는 풍경은 어땠을까. 지금은 이렇게 철길에 다닥다닥 붙여서 온갖 잡동사니들을

 

늘여놓았다. 과거에도 그 자투리 공간을 주민들이 어떻게든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데 덕분에 영화촬영지나

 

출사지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근데 왜 난 전혀 몰랐을까..)

 

이제 열차가 지나다닌지도 오육년이 흘렀고, 철길 옆으로 다닥다닥 어깨를 겨루는 허름한 슬레이트 건물들 지붕을 따라

 

떨어진 낙숫물들이 철길 위에 고드름을 만들었다.

 

지나는 사람도 흔치 않은, 칼바람이 심하던 12월 중순의 어느 평일날에 찾아든 사람을 보고 강아지가 신났다.

 

 

 이런 식으로 약 일 킬로미터 이어지는 단선 철로, 그리고 그 양쪽으로 늘어선 슬레이트 가건물과 엉성한 외벽 건물들.

 

 

 그리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나가는 철문, 그야말로 '우드득 우드득'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얼음이 꽁꽁 얼어서 손수레 안은 온통 작지만 두꺼운 빙판이 되어 버렸고, 어디고 물방울이 떨어지던 곳은 고드름이 익었다.

 

 빨간 기본칠에 더해 초록색 페인트칠을 했던 슬레이트 벽면에 자글자글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딱 보자마자 생각났던 건,

 

최근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중인 '도트의 여왕'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들. 시각에 문제가 있어 세상 모든 물체가

 

점들의 배열로 보인다는 그녀의 작품 세계랑 저렇게 균열진 벽면이 묘하게 닮은 거 같다.

 

 

 

야요이 쿠사마와 루이비통의 콜라보레이션, 이런 식의 디스플레이를 두고 혐오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던 거 같지만,

 

그녀의 집요하고 강박적이랄 수도 있을 작품들은 어찌됐건 굉장한 시각적 임팩트를 남기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나 위에 스크랩한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을 보고 나서 다시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이지 않나. 나만 그런가;

 

기찻길 철로 위에는 발이 걸리적거리지 않게 아예 나무로 판판하게 덮어버린 구간이 태반이고, 아예 이렇게

 

길 옆에 초막이랄까, 지붕 달린 평상이 하나 지어져 있기도 했다.

 

 

샛길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채 곤죽이 되어버린 선거 홍보물. 18대 대선이 아무리 시끄러웠다고 해도 이런 볕이 덜 드는

 

공간에까지 커버하지 못하는 대선이었으니 무슨 좋은 결과를 바라랴 싶기도 했다. 실제로 그랬고. 

 

 

 

아마도 이전에는 철길 건널목이 있었을 골목통, 지금은 거침없이 차들이 달리는 길을 지나 계속 철길 따라 가는 길.

 

흘러내릴 듯한 슬레이트 지붕이 켜켜이 쌓인 무게를 이기지 못했는지 야트막한 집이 한층 더 낮아보인다.

 

 

덧대고 이어붙이고 다시 쪼아맨 그물망 뒤로는 개인지 닭을 기르던 공간 같은데, 지금은 하얀 눈만 망사를 뚫고 한가득.

 

어느 녀석이 참 꼼꼼히도 그려놨다. 누군가의 이름, 그리고 볼록하니 풍요로워보이는 하트가 두근두근.

 

바로 옆에 이어지는 학교가 있길래 슬쩍 들어갔다가, 무려 20년짜리 타임캡슐이 줄줄이 묻혀있는 곳을 발견.

 

구암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이십년 후라고 하면 대충..서른 초반인가. 별 거 없다 흥.ㅋ

 

좀더 가까이, 철길마을의 널판지와 얼기설기 엮인 벽면 너머를 들여다 보고 싶었다. 잔뜩 녹슬어 언제 마지막으로 열렸는지

 

알 수 없는 자물통들이 대개 더이상의 접근을 막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흔적들. 지금도 여전히 텃밭을 일구고 고추를 말리고 빨래를 널어놓는다더니, 지난 여름에 썼을 호미가 널렸다.

 

아리랑 티비에서 취재를 했던 적이 있는지, 그래피티 아래 아리랑 로고가 보인다.

 

아마 텃밭을 일구다가 흘렸던 땀방울을 닦을 수건을 널어두고 싶으셨던 걸까. 조금 부서지고 이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건 몇 개 걸어두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자바라 옷걸이.

 

 

 

흔친 않지만 2층 이상 되는 건물들도 철길 옆으로 바싹 어깨를 겯고 있었는데, 발이 숭숭 빠질듯 보이는 사다리는 참.

 

철로에 머리를 대고 아예 누워버린 국화꽃 화분 위에 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였다.

 

 

안전하려나, 싶을 만큼 붉게 녹슬어버린 양철판으로 지어진 (그것도) 2층 집. 카드로 만든 집처럼 위험해 보이는데..

 

 

눈이 흠뻑 언덕처럼 올라서 버린 어느 곳에서 불쑥 머리를 세우고 있는 맨드라미. 살짝 색이 바랜 느낌의 도돌도돌 맨드라미.

 

그러다가 평상 밑에서 눈을 피하고 있는 꼬맹이 블랙앤화이트 고양이를 만나기도 하고.

 

'당신이 불편해 했을 거란 생각도 했었죠' 라는 시적인 문구가 적힌 장독대도 만나고.

 

그 근처에서 또 발견한 문구 하나. '그래서 다음 만남은 편안하게'. 누가 누구에게 남긴 메시지일까.

 

또다른 문구가 남겨진 게 없나 찾아보는데 계속 뒤를 졸졸 쫓아오는 고양이 녀석.

 

물기도 모두 날려버린 채 바싹 마른, 얼어버린 행주가 빨래집게에 찝혀서는 너울너울 그림자를 흔들어 주었다.

 

다 타버린 살색의 연탄이 구멍을 송송 드러낸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도 했던 경암동 철길마을변 풍경.

 

 

군산에 가면 꼭 들러보아도 좋을 곳. 가는 방법은, 군산 이마트를 찾아가면 바로 그 입구 맞은편에서부터 시작된다.

 

 

 

 

눈이 펑펑 쏟아지다 못해 눈보라가 맹렬하던 서울의 하늘과는 달리, 나몰라라 새파랗기만 하던 가평의 하늘.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천조각 퍼즐로 짜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렵다. 반복적인 문양과 미묘한 색감의 변주.

 

 

강아지들이 눈보면 완전 신나서 펄쩍펄쩍 정신줄 놓고 나댄다더니, 정말 그 끝을 보여준 누렁이 한 마리.

 

문득 얌전한 틈을 타고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뭘 알았는지 늠름하게 카메라를 응시해주신다.

 

 

마당에 놓인 테이블 위에 눈이 두껍게 내려앉았다가 슬슬 녹고 있다.

 

 

NEX-5R의 일러스트레이션 필터를 적용해 촬영해 본 몇 장의 샘플들. 꽤나 재미있는 효과라서 자꾸 써보게 된다.

 

 

이런 느낌, 뭔가 거칠게 붓질을 한 느낌같기도 하고 굵은 윤곽선을 따라 형체만 잡고 나머지는 뭉개버린 느낌이 색다르다.

 

침실 옆에 깔린 핑크빛 커튼이라거나 비즈 장식, 그리고 굵은 매듭이 잡힌 매무새가 이쁘다.

 

 

마당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과 외바퀴 수레. 엊저녁까지 눈을 치우는데 썼는지 눈이 가득 담긴 채 바닥엔 장갑이 한 짝 널부러졌다.

 

 

계속되는 일러스트 샷들. 펜션 옆 진입로를 비추는 등 주변에 소복하니 내려앉은 하얀 눈과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

 

 

눈이 녹고 다시 얼어붙은 바닥에 갇혀버린 단풍잎 한 장.

 

 

그리고, 펜션 앞으로 흐르던 비실거리던 개울 위론 꽁꽁 두껍게 얼음장이 얹혔다. 제법 겨울 풍취가 동한달까.

 

 

더위가 한풀 꺾이던 9월, 커튼을 너풀거리게 만들던 살랑바람이 마냥 상쾌하기만 하던 그 때의 안면도.

 

서해의 바다 풍경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바다맛이랄 게 없는 굉장히 지지부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야트막한 갯벌을 품은

 

그 어슴푸레한 분위기는 또 나름의 맛이 있지 싶다. 바다라는 게 꼭 시퍼러둥둥 깊고 진한 느낌만이 아니라는 식의 웅변.

 

 

새까맣고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졸졸졸 사람들 발꿈치를 따라다니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까만 눈이 반짝반짝.

 

그러면서도 겁은 많아서 막상 정면으로 사람을 마주보진 못하고 한발 떨어져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간밤에 생겨난 이 모래무더기들은 어느 게가 싸지른 똥무더기들인고.

 

 

꽃지해수욕장 인근의 해변을 잠시 산책하다가 배가 고파졌으니, 안면도에 왔으면 역시 대하.

 

 

이쁜 선홍빛으로 익어가는 새우들의 팔딱거림이 잦아들고, 파라솔을 가게 앞에 늘어세운 가게 안쪽 깊숙히 비밀의 문이 보인다.

 

 

새우깡 따위 던져주는 거 받아먹고 사는 비둘갈매기가 아니라, 진짜 바다냄새 풀풀 풍기는 포스를 풍기는 갈매기떼들.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이 나무 사다리는, 어느 배에서 떨어져나간 걸까. 머리를 바다에 처박고 한없이 뭔가를 그리는 듯 하다.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빨갛고 파란 물풀들이 나무처럼 모래밭에 버티고 섰다.

 

그러고 보니 멀찍이 배 한척이 지나고, 여기는 뭔가 바다 속에 초원이나 숲처럼 녹색의 띠가 사방으로 얽혔다.

 

 

 

 

여름에 갔던 제이드가든, 어이없게도 들고 갔던 카메라 배터리가 불과 삼십여분만에 엥꼬 나는 바람에 허우적대다가

 

아쉽게 돌아와버렸지만, 그래도 몇 장이나마 찍은 사진이라도 올려두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여느 수목원과는 달리 나름 유럽 스타일의 정원을 만든다고 했던가, 꽤나 아기자기하고 세심한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어떻게 보면 골프장 조경만큼이나 신경써서 만들어진 구릉이나 평지, 그리고 연못들의 배치들이다.

 

 

산들이 죽죽 다리를 뻗은 사이로 움푹 들어간 골짜기 안쪽 깊숙이 이어지는 제이드 가든의 산책로.

 

 

슬슬 따라 올라가다가 제이드 가든의 끄트머리, 하늘 정원이던가, 올라왔던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산바람이 시원했던.

 

 

이런 느낌의 풍광이 발 아래로 펼쳐지던 곳.

 

 

 

내려오는 길, 간당거리는 배터리를 흔들어가며 쥐어짜낸 마지막 몇 장. 이쁜 꽃들이 곳곳에 무더기무더기 피어있더라는.

 

 

흐벅지게 피어난 꽃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벌들, 가끔 불쑥 들이밀어진 카메라에 놀란 듯 윙윙거리며 성을 내기도 하던.

 

 

빨리 따뜻한 여름이 돌아오면 좋겠다..따뜻한 햇살 아래 푸릇푸릇한 풀빛으로 싱싱한 풍경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니 원.

 

 

 

 

 

강릉 앞바다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호텔. 대체로 경포해수욕장이나 그 옆의 사근진해수욕장에 인접한 호텔/모텔들은

 

바다쪽 오션뷰와 경포호쪽 마운틴뷰 중에 하나를 골라잡게 되는데, 이 곳 같은 경우는 높이나 위치나 딱 바다 옆이다.

 

창가 밖 테라스에 나가 아래를 굽어보면 용궁민박집도 보이고, 담백하고 고졸한 기와지붕과 색색으로 널린 빨래를

 

몽창 삼켜버릴 듯한 파도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밀려들어오고 빠져나가고.

 

비치 하우스라고 적힌 간판의 '스'를 가만히 보면 나름의 센스랄까 미감이 느껴져서 훈훈하기도 하다.

 

해안도로와 바다 사이, 갈수록 쓸려나가며 좁아지기만 한다는 모래톱에 바닥을 뉘이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파랗고 벌겋고 희끄무레한 단층 민박집들이 쪼르르 늘어섰다.

 

 

 

이리저리 창밖으로만 둘러봐도 속이 탁 트이는 동해바다 풍경.

 

다음날 아침, 졸린 눈 부비며 테라스로 나가 게으르게 몇 방 찍어본 일출 사진. 날이 흐려서 조금 찍다가 말았지만.

 

언제고 이런 풍경을 가진 방이라면 와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 몸이고 마음이고 금세 충전될 거 같다.

 

호텔방을 나와 잠시 해변가를 산책하다 눈에 띈 들꽃 한 무더기. 11월 중순이니 제법 추웠는데 지지 않았다.

 

지지 않은 건 노랑 꽃잎들 말고도 싱싱한 젊음들 역시. 저러다 따뜻하게 덥혀진 방에 들어가면 바로 뻗겠지만서도.

 

아무래도 겨울 바다란 건, 이렇게 휑한 게 정상이다. 일말의 로맨스나 낭만을 꿈꾸지만 이내 차갑게 몸이 식고 마니까.

 

 

조금 차로 내달려 강릉초당순두부마을을 가다가 만난 텅빈 들녘. 어느새 산너머 가라앉는 해가 단말마의 비명을.

 

뙇. 하고 내지르다.

 

바다를 옆에 끼고서, 잠시잠깐의 침묵도 존재하지 않도록 파도소리가 우르릉거리며 맥놀이 중인 곳이기도 하지만.

 

살짝살짝 변주되며 쉼없이 이어지는 파도소리가 어느 순간 먹먹하게 사라져버리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강릉, 묵었던 호텔의 주인 아주머니에게 별 생각없이 "맛있는 칼국수 근처에 없나요", 라 물었더니 냉큼 알려주신 곳. '해궁'이란

 

곳의 푸짐한 해물칼국수. 아무래도 바닷가라 그런지 온갖 해산물이 그득그득.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포호 주변에서 드문드문 목격되는 네발 자전거를 따라 대여장소로 뙇.

 

핸들이 심플하고 단단하니 이쁘게 생겼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이 작아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전감.

 

경포호 옆의 공터에 여기저기서 자전거와 네발자전거..사륜마차를 주차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분들이 보인다. 추위를 막을

 

비닐 차양이 씌워진 것도 있고 그냥 날로 벗겨진 것도 있고.

 

달리기 시작, 운전하는 재미도 생각보다 쏠쏠하지만, 경포호가 생각보다 큰 호수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된다.

 

호수 옆에 살짝 주차해 놓고 사륜마차 전신샷. 앞에만 비닐차양을 위로 걷어올리고 삼면을 두꺼운 비닐로 막았더니 그럭저럭.

 

그러고 허난설헌의 생가로 빠지는 샛길을 달려 버렸다. 원래 호수 둘레길은 다소 안정적인 평지였는데, 다리 하나를 넘어

 

경포호에서 백미터 정도만 떨어지면 바로 나타나는 게 허난설헌의 생가. 오르막내리막이 제법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보통 사륜마차는 절대 도달하지 않는 곳에 와 버렸다는 뿌듯함.

 

 

사륜차를 한쪽에 슬쩍 세워두고 설렁설렁 돌아보고. 이미 바람이 차갑고 입김이 하얗게 새어나오는 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종아리는 살짝 기분좋을 만큼의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허난설헌 생가 뒷켠의 해송림 사이 오솔길을 내달리는 길. 아까 경포호에서 이쪽으로 올 때는 내리막이라서

 

엄청난 속도로 오솔길을 육박해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길은 (당연하게도) 오르막. 꽤나 헥헥거리며 페달을 밟았다.

 

 

샛길에서 다시 호숫가 둘레길, 공식적인 사륜차의 코스로 복귀하기 직전.

 

찬 바람이 씽씽 불어도 굳이 이 사륜차를 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제 궤도에 올라 좀 편하게 달려볼까 하다가 문득 옆에서 눈에 띈 꼬불꼬불하고 좁다란, 한눈에 딱 보기에도 마구마구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흥미진진해보이는 길. 물 위에 다리처럼 놓였는데 이리저리 배배 꼬였는 것도 재밌어 보이고.

 

그래서 다짜고짜 진입. 그렇게 또다시 사륜차는 옆길로 새 버리고. 생각만큼 길은 좁아서 사륜차 한대가 꽉 끼는 듯 했다.

 

그 와중에 뭐 재미난 게 있나 싶어 뒤를 따라온 다른 사륜차 한 대. 더구나 저건 6인승이어서 휠베이스가 더 길었는데,

 

덕분에 일정 이상의 꼬불꼬불한 코너를 만나면 전부 내려서 자전차를 들어올려야 했다.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오신 중년부부셨는데 어쩌자고 따라오셔서는.

 

그래도 중간에 차를 돌리고 이리저리 움직일만한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와서, 슬쩍 주차해두고 요리조리 구경도 좀 하고.

 

호숫가 한 복판에 이런 나무데크의 다리가 고불고불 이어지는 데다가 그 길에 꽉 껴서 달리는 사륜차도 재미있었다.

 

다시 정상 경로로 복귀. 그러고 보니 길 중간중간에 조각상도 보이고, 허난설헌의 오라비인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장면들을 묘사한 조각들도 보인다.

 

목 좀 축이고 가라며 만들어둔 음수대의 모양이 재미있다. 입을 쩍 벌리고 선 개구리 두 마리.

 

한바퀴를 도는데 한시간이면 느긋하고 유유자적하게, 더러는 딴 길로 새가면서 달릴 수 있는 듯 하다.

 

타기 전에는 뭐 특별한 게 있겠어, 싶다가도 생각보다 경포호 주변으로 샐 만한 곳도 있는데다가 기본적으로

 

두 발로 페달을 저으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주는 쾌감이 진하다.

 

 

 

 

강릉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커피 포레스트 바이 테라로사, 경포 해수욕장에서 순긋 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송숲 옆에

 

슬쩍 숨어있는데, 그렇게 좁지 않은 건물 앞 주차장이 온통 차로 가득하다.

 

벽난롯불이 이글이글 열기를 내뿜는 1층의 공기가 2층짜리 높은 천장의 카페 건물을 지긋이 덥히고 있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다소 어둑한 와중에도 중간층에 걸려 있는 인형이 눈길을 잡는다.

 

 

까페 라떼랑 아포가토, 커피를 붓기 전에도 이미 초코시럽이 촉촉하게 쿠키랑 아이스크림에 젖어들었다.

 

 

바닷바람에 치이긴 했겠지만 아직 해송림의 푸른 빛이 살아있던 11월, 햇살이 문득 봄인양 하던 잠시지간.

 

시원하게 유리창으로 구분된 야외 테라스, 겨울 바람과 얄포름한 겨울 햇살이 자유로이 드나는 공간처럼 보인다.

 

 

 

까페에서 책도 보고 뒹굴대다 보니 어느새 짧은 겨울해가 까무룩하니 바닷속으로 잠겨버리고 까페 역시 어둠에 잠기다.

 

 

까페 입구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찻잔과 찻잔받침들이 반짝반짝 금빛을 번쩍이며 늘어서 있기도 했고.

 

 

도심의 이러저러한 까페들과는 달리 넉넉한 스탭들의 공간과 위아래로 즐비하게 늘어선 커피 원두나 찻잔들이 여유롭다.

 

(아마 이건 서울과 지방의 땅값 차이가 크게 작용했겠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더욱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벽난로의 화염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사실 열기는 그다지.

 

떠나기 전 까페 건물 앞에서 노랑불빛이 일렁이는 유리창들을 한 장 담았다. 해송림 너머에서도 슬몃슬몃

 

드러나보이던, 보석을 담아둔 유리상자같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까페.

 

 

 

 

 

 

 

트리가 공간 한가운데 떡하니 자라난 까페, 잠시 앉아 노닥거리던 중.

 

문득 트리를 따라 펜을 슥슥 끼적거리다가 장난삼아 엉성한 트리 하나 완성.

 

 

 

아무래도 벽면의 이 장식이 가장 맘에 드는 까페.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와 세팅을 이리저리 조정해가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 보기도 하고.

 

 

 

송글송글 피어오른 잎사귀를 얼마나 블러블러하게 표현해야 이쁘려나 화분 하나 갖다놓고 이리저리 찍어보기도 하고.

 

 

 

@ 커피와 사람들.

 

모처럼 찾은 인사동, 길이 꽁꽁 얼어붙은 탓에 걷기도 힘들고 공기조차 차갑게 호흡기를 긁어내리며 들이마셔지는 느낌이라

 

가나아트스페이스니 무슨무슨 갤러리니 등등 눈에 띄는대로 일단 들어가서 체온을 보충, 그리고 설렁설렁 구경하다 다시 밖으로.

 

 

그러다 보니 이런 조각보 전시도 예기치 않게 구경하기도 하고, 생활한복이니 도자기니 사진전이니 등등, 예기치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쏠쏠한 재미가 있는 인사동 나들이가 되었다.

 

 쌈지길이 이렇게 내려다보이도록 높은 곳까지 한층한층 차근하게 구경하며 옆 건물의 갤러리를 돌아보기도 하고.

 

 기와지붕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고즈넉한 풍경 너머로 질척한 뻘밭에서 이리저리 배회하는 사람들.

 

 새하얀 눈송이를 머리 위에 지고 있는 장독대 4인가족이 흘낏 훔쳐보는 쌈지길의 번다함과 퓨전스러움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슬쩍 스며들듯 찾아온 조용한 까페. 아무래도 메인로드 양옆의 까페들이나 전통찻집은 늘 바글바글대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조용하고 나름 테이블간 거리도 아늑한 곳이 있었구나 싶다.

 

 

 

왠지 요새 크리스마스는 어영부영 지나버리는 느낌이지만 그즈음의 이런 장식들은 한철이라 더 이쁘게 느껴지는 거 같다.

 

 

 

 

그다지 길지 않은 하루 해가 그렇게 또 가고. 창 너머 비스듬한 옆집 지붕 위에는 에어콘 환풍기가 일렬로 늘어선 채

 

'홍콩'반점의 뿌연 형광등빛을 한겨울 얼어붙은 눈무더기처럼 이고지고 버텨낸다.

 

 

 

 

 

 

 

한파가 몰아닥친 2012년의 끄트머리,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추위가 한결 더 심해진 건 틀림없는 듯

 

연말 대목이 예년같지 않다는 푸념이 사방에서 들리더니 이태원프리덤의 이태원 역시 비슷하게 쎄한 분위기.

 

바람막이용 비닐 너머 괜찮은 비스트로 겸 까페 건물과 가로수에 칭칭 감긴 전등이 부옇고 앙상하게 드러나고,

 

마치 벽면을 타고 기는 덩굴손처럼 유리창 위에서부터 스물스물 늘어뜨려진 빨갛고 파랗고 노란 꼬마전구 불빛이 커튼처럼 드리웠다.

 

치킨집 천장에 장식된 세계 각국의 국기들. 홍콩을 국가라고 하긴 그렇지만 여하간 홍콩의 깃발도 보이고.

 

추위에 손이 곱아 아무리 손을 불어도 따스한 감각이 없어서 카메라고 뭐고 가방에 넣으려던 차에 눈에 띈 그래피티 하나.

 

왠지 2012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눈에 더 잘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에서 시작', 뭔가 리셋의 의미가 담긴 거 같기도.

 

 

어쨌거나 이제 모두 '작년'에 찍은 사진일 뿐.

 

아래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2013년이 되도록, 영에서 다시 시작~*

 

 

 

 

 

 전날 눈이 엄청 내렸던 십이월의 어느 날. 춘천으로 내달렸다.

 

 

 가져갔던 NEX-5R의 일러스트레이션 필터를 사용해서 찍어본 사진.

 

 생선들이 주렁주렁 내달린 춘천 엠비씨 안의 이쁜 까페 알 뮤트, R. Mutt 앞에 차를 대고 주변 산책.

 

 코카콜라의 빨간 자판기 앞에 새하얀 백곰들과 물개들이 주르르 엉덩이에 코를 박고 늘어섰다.

 

 까페 옆의 살수송수구, 는 총 여덟개나 되는데 그 위에 색색깔의 번호표를 붙여두었다. 오호라. 이쁘네.

 

왠지 천경자 류의 화려한 원색과 남국의 풍취가 묻어나는 조각이 까페 입구에 서 있었지만 일단은 스킵.

 

 우선은 이렇게 새파란 하늘을 품고 있는 공지천 너머 닭갈비집까지 쉬엄쉬엄 걸으며 좀 바깥공기를 마시기로.

 

 거의 형광색을 띈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파란 하늘이 수면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아..실력이 나부랭이라.

 

 눈이 슬쩍 녹은 가로수길,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그리고 질퍽하게 한걸음 한걸음.

 

다리 옆에 오리배가 뜨는 선착장 가까이엔 온통 얼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방금 지나온 가로수길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니 온통 하얗게 눈이 덮였고.

 

 

 담배를 꼬나문 아빠, 손길이 새털같은 엄마, 그리고 쪼꼬만 아기까지 눈사람가족을 지나쳐.

 

 꽝꽝 얼어붙은 강과 눈이 번쩍이는 얼음으로 변한 강둑길은 경계가 모호할 지경.

 

그리고 춘천엠비씨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일쩜오 닭갈비던가, 맛있다는 집에 드디어 도착~

 

춘천식 닭갈비답게 양배추와 야채가 많고 푸짐하더니, 밥을 이렇게 돌돌 말아서 볶아주신다. 신기하기도 하고 맛도 있고.

 

다시 알뮤트로 돌아오는 길, 조각공원에 있는 모자상 앞으로 찍힌 발자욱은 마치 저 둘이 찍어둔 거 같기도 하고.

 

 

어느새 깜깜해진 저녁무렵, 아까까지는 채 눈에 띄지 않던 다리 위로 색색의 불빛이 빙판위를 비춘다.

 

 

 

오리배 한 척 뜨지 못하는 공지천의 두꺼운 얼음로 미끄러지는 선착장의 네온사인 불빛들.

 

그리고 알뮤트에 도착했더니 그새 확 바뀐 풍경이라니.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는 동안 여긴 오색 불빛이 둥실 떠올랐다.

 

 

풍차도 있고 곰도 있고 눈사람도 있고.

 

 

춘천엠비씨에서 크리스마스 창작트리 공모전을 했다던가, 가장 참신했던 건 크리스마스 탑.ㅎㅎ

 

 

아까 줄줄이 엉덩이에 머리를 파묻고 있던 녀석들이 이젠 제자리를 잡았나보다. 아까가 더 귀여웠던 거 같기도 하고.

 

 

 

 

 

 

 

 

이천에 유명한 쌀밥정식집들이 많지만, 대개 큰길가에 나있고 '전통'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런 외지인용 맛집 말고,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이천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는 쌀밥정식집이 있다길래 알음알음 가봤었다.

 

 

딱히 '맛집'이라고 인증한다거나 추천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나중에 혹시 오다가다 이천에 들르게 되었을 때

 

어디 갈까 고민하기 전에 한번쯤 다시 스스로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니까 이건,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한

 

결과물이랄 수 있겠다.

 

 

 

처음에 하나씩 나오는 에피타이저들을 여유롭게 찍으며 잠시, 이번엔 깜빡하고 먼저 먹어버린 후 빈그릇을 찍는다거나 따위

 

멍청한 짓은 안 할 수 있겠다 기대했었지만. 늘 그렇지만 한정식은 서서히 피치를 올리며 음식을 서빙하다가 어느 순간

 

뙇, 하고 한상 가득 반찬들을 벌여두는데, 그쯤에선 결국 사진 찍기를 단념하고 에라 모르겠다, 먹자, 는 심정이 되는 거다.

 

 

실내 공간은 깔끔하고 조명도 창호문을 응용한 듯 제법 운치있지만, 그렇게 번잡하고 '나 전통음식점이유'하고 대놓고

 

티내는 모양새는 아니다. 입구쪽에 전시된 각종 담근술들이 인삼뿌리라거나 더덕이라거나 알 수 없는 것들을 품고 섰다.

 

 정식을 시켰는데 보쌈도 푸짐한 쌈야채랑 같이 솔찮이 나오고.

 

 

 대체 이렇게 테이블다리가 휘어지도록 나오는 음식들은 어떻게 담아야 하는 걸까, 가뜩이나 초점거리도 긴 렌즈를

 

갖고 갔던 터라 곤혹스럽기 짝이 없던 상황.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서 상을 내려다보며 찍었지만 여전히 맘엔 들지 않는다. 무려 삼사십여가지의 반찬그릇을

 

어떻게 담느냔 말이다. 다행히 반찬이 조금씩 나와서 남기는 반찬에 대한 미안함은 방지할 수 있었고, 맛있다 싶은 반찬은

 

한두번 더 달라고 해서 해결.

 

돌솥에 나온 쌀밥은 덜어내고 물을 부었더니 치익- 소리를 내며 이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뜨끈뜨끈한 숭늉.

 

가격도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인 듯 한데, 다만 음식점이 위치한 곳이 그냥 동네 한귀퉁이 정도라는 느낌이랄까.

 

'특'은 대체 어떤 메뉴가 더 추가되는 건지 못 물어봤지만, 아마도 반찬이 더 추가되는 거겠지. 소고기 반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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