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 넘은 아저씨하고 같이 일하면서 참 많이도 이야기했던 날이었다. 울 집이 둔촌동이었던 시절..날 '도시'와

연결시켜줬던 2호선 성내역 옆에 자리잡은 '노동현장(절라 뻘쭘함..이단어는 내 취향이 아냐..ㅋㅋ)'이 그간의

작업공간과는 어찌나 판이한 질적 퀄리티를 갖고 있던지.


일거리를 맡기면 대략 될 만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알아서 하게 냅두고..괜히 이일저일 못시켜서 안달인 나쁜넘이

없다. 화장실에 똥피라미드 군락이 형성되어 나로 하여금 뚜껑을 덮고 그위로 올라가게 하는 일도 없었으며..

저번 때와는 달리 콧물딱을 일없는 따스한 봄볕에 마음이 쾌청하였던 터에..무엇보다도 일거리자체가 그다지

힘들거나 오염스럽지 않았던 거다. 덕분에 일하다 쉬는 타이밍에 문자도 여기저기 날려보고 했던 거구.ㅋ


그냥, 날 자게 냅두지 않는 모종의 일로 말미암아 3시반에야 잠들고 5시에 인나야 했던 거...그 피로함에 맞물려

내게 다시금 '현실'을 들이대고 만 사건...어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새롭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 그자체로...내 여행은 이미 애초 생각했던 때부터 시작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물러서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오늘처럼, 작업을 위한 먼지구덩이의 남루한 작업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뽑아든 나의 작업복, 새로

빨아진 채 작업날을 다시 기다린 째진 청바지, 이번에 부대에서 업어온 얼룩무늬 잠바, 그 색깔이 왜 그리 선명하고

화사하던지 스스로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다. 그 위화감을 의식하고 있다가..몇분 지나지 않은 횟가루 풀풀

날리는 작업에 금세 '낡아버린' 모습에 맘이 편해졌다.


오늘은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나하고 같이 금방 '낡아버린' 거 같아서...봄볕을 즐기기에 별다른 애로가 없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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