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만난 오늘의 동료는 서른여덟의 아찌 하나, 서른셋의 총각 하나, 그리고 마흔셋의 애아부지 하나.

삼성역이라 해서 설마 코엑스를 드가랴 했는데, 역시 코엑스는 안 드가고 큰길 맞은편의 15층짜리

신축공사현장으로 갔다.


아직 벽도 안 선 채 그저 기둥 몇개로 콘크리트 판때기 몇개 층층 받혀놓은 형상인 그 곳은, 정말 바람이 무진장

씨게 불었다. 14층에서 왼갖 잡일들을 하면서 안전도구 하나 달랑 쓰고..플라스틱하이바..몸의 무게중심이

간당간당하게 건물 내부에 심긴 채 고개와 몸을 빼든 장면이 첨엔 보기만 해도 섬찟거리며 똥꼬..했으나, 대략

점심먹고 참먹을 때 쯤엔 유유히 길 건너 코엑스와 아셈타워를 바라보며 몸을 살짝 뺄 정도로 익숙해졌더랬다.

여전히 근처 든든해 보이는 무언가를 한손에 잔뜩 우겨넣은 상태였지만.ㅋ


사실 '잡부'라는 거, 특별한 기술도 필요없고, 다만 약간의 딴딴한 비위와 약간의 체력만 있음 걍 된다. 군대랑

상당히 비슷한 게 사람들의 스타일, 말투, 일처리하는 방식, 점심 먹고 난 후의 '오침', 적당히 담배 한대 피운다며

10분을 띵기는 식의 '유도리'. 아, 나 짐 한달째 금연 성공 중이다.ㅋㅋㅋ 덕택에 아저씨들 다 담배물 때 난

하이바깔고 앉아 손에 입김불고 있지만.--;


어쨌거나 인건비가 상당히 쎄다는 것에 자체적으로 대략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하이바에 눌려 잔뜩 떡진

머리와 흙덩이진 옷차림으로 삼성동의 그럴듯한 식당서 쿠폰내고 밥먹긴 좀 글타. 게다가 사람들은 왜 이리

공사장을 종횡하며 다니는지. 그래도 솔찮은 재미가 있는 게, 이럴 때가 아님 공사장의 그 부실한 '엘레베이터'

언제 실컷 타보겠어..중간에 고장나서 결국 점심하고 참은 15층서 걸어내려왔다 올라가야 했다지만.


여튼지간 오늘은 몸이 고된 것보단, 정신적으로 상당히 쫄았단 게다. 친한 선배 말이 예리한게, 내가 의외로 겁이

많단 말야..ㅡ.ㅡㆀ 말만 드럽게 한다지.ㅋ


낼은 창동이다, 아주 걍 서울 투어를 하는구먼. 몸이 살~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워낙 추워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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