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의여신님.

울드와 스쿨드와, 뭐니뭐니해도 베르단디.

내 중학교 시절 그녀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머릿결을 칼로 한올한올 파서 코팅하던 녀석과 친구였는데, 유유상종이었던 것이다. 오나의여신님 극장판 ost의 라이브공연 버전을 들으며 공부를 하는 척 그 간드러지고 꿀떨어지는 목소리에 집중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오나의여신님의 그림체는 무하의 그것과 비교함직하지 싶다.)

십년 넘도록 연재되어온 스토리를 갈수록 희귀해지는 만화방을 찾아 잘도 따라오면서, 어디선가의 애니 팬시샵이던가 전시회던가에서 사왔던 책받침, 콘티 자료집과 네컷 만화집까지 지금까지 고이 갖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면서도,

또 그와중에 종반에 이르러 케이를 고자로 만들었던 베르단디의 '속임수'라는 설정에 잠시 멘붕했다가, 초반에서 중종반을 지나며 같은 베르단디를 그리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각하게 변신해 버린 작가의 그림체에는 만성적으로 뜨악함을 느끼면서도, (갠적으론 초반의 통통함과 종반의 각진 달덩이 그 사이 어디쯤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오그라들면서도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으로 완결되었다는 건 뭔가 내 안에서도 함께 슥 완결되는 느낌을 던져주는 거다. 뭐, 물론 전적으로 남성 위주의 하렘물이라거나 입맛에 맞춘 캐릭터들의 진열 등등의 부분은 이미 쇽 극복한지 오래지만서도. (코슥)

해발 2,874미터의 마을 고레파니. 백두산이 2,744미터였던가 그러니까 이미 백두산보다 높은 지역으로 올라온 셈이다.

 

제법 기온도 서늘해졌다 싶더니, 해가 떨어지고 나니 삽시간에 추위가 몰려온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기 전, 아침 7시반부터 3시까지 근 7시간여 걷고 난 후에 숙소에 들어오고 나서 마을 구경에 나섰다.

 

머물게 된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그럴듯하게 휘감긴 염소뿔의 위용. 슬쩍 집어오고 싶을 정도로 위풍당당하더라는.

 

 

하루의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로 오면 일단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 캔 혹은 한 병씩을 마시는 게 그렇게도 맛났다.

 

네팔의 국산맥주인 에베레스트 맥주는 좀 싱거운 느낌이었고, 원래 유럽맥주지만 네팔에 공장이 있다는 투벅 맥주는 훌륭한 편.

 

그 외에 위스키나 럼, 아니면 옥수수나 곡물을 증류해서 만든 네팔 전통주 락시도 있는데 락시는 약한 안동소주의 느낌이랄까.

 

 

마치 서울의 여느 달동네나 산동네처럼 야트막한 집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이 입체적인 마을에서 그나마 너른 편인 광장 한켠,

 

아저씨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런 게 바로 그 유명한 '투전판'이로구나. 주사위가 들어있는 검정 사발을 흔들고 뒤집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유쾌하다. 타지에서 온 트레커 따위는 거의 신경쓰지도 않고 즐겁게 놀고 계셨다.

 

 

어느 틈에 그 조그마한 광장을 점령해버린 당나귀 동무들. 등짐도 안 올리고 어딜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거요.

 

좀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표식. 여긴 초등학교에서 뭔가 마법진 연성하는 걸 가르치는 건가 싶은 저 별모양이라니.

 

사실 네팔에 대한 흥미는 어렸을 적 '3X3 EYES'로부터 유래했는지도 모른다. 시바와 파르바티, 삼지안이 등장하는 그 초현실적인 만화.

 

 

그렇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정작 신체 건강하고 정신도 건전한 네팔의 남녀 젊은이들이 무려 성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들이 토스하고 스파이크하는 소리가 산중에 메아리치는 느낌, 대결을 지켜보는 어느 어머니의 표정이 따사롭다.

 

이런 빈티지스러운 학교 간판이라니.

 

 

 

 

마을 입구에서 아까 지나쳤던 사당, 제법 모질게 부는 바람에 사당 입구를 수놓은 붉은 리본들이 마구 휘날린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고레파니 마을을 내려다보니, 온통 파란 지붕들이 시루떡처럼 층층이다.

 

 

숙소 안으로 들어와 그새 차갑게 굳은 몸을 녹이려 밀크티 찌야를 마시며 이번엔 숙소 안 구경. 여기는 식당마다 휴지를 저렇게

 

한장한장, 삐뚤빼뚤 포개넣으며 탑을 쌓아놨더라. 그게 꼭 활짝 피어오르는 꽃송이 같더라.

 

그리고 밤새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난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모처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요, 땀에 흠뻑 젖은 옷들을

 

슬쩍 빨아볼 엄두를 내게 해준 것도 이 난로 덕분이었다.

 

그리고 저녁. 아무리 롯지마다 다른 레시피의 달밧을 내어준다지만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주문한 베지터블 카레.

 

 

 

11년만에 다시 찾은 뉴욕, 아르바이트를 했던 맨하탄의 스무디바나 그라운드제로도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들. 짧은 일정이니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뮤지컬에 두고

 

두 개 보는 데 성공했는데, 그 중에서 처음 본 건 바로 '스파이더맨'!

 

 

만화적인 상상력을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구현하는데 성공한 게 영화 '스파이더맨'이라면, 그걸 또다시 뮤지컬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최근에 개봉해서 인기몰이중이라는 핫한 뮤지컬, 스파이더맨을

 

세시간 가까이 관람하고 나니 완전 대만족. 커튼콜이 나올 때의 저 '스파이더맨 키스' 장면은 놓치지 마시길.

 

타임스퀘어 근방에 브로드웨이를 따라 수십개 극장이 늘어서서 '맘마미아'니 '위키드'니 '라이온킹'같은 공인된 대작들을

 

공연중이지만 새롭게 오른 작품이 롱런하는 건 흔치 않은 거 같다. 아마도 스파이더맨은 그 바늘구멍만한 가능성을 뚫을 듯.

 

 

극장 안으로. 오후 2시와 7시 공연이 있는 것 같던데, 워낙 휴가철이니 더욱더 그득하게 차는 것 같다.

 

 

기념품들을 팔고 있는 부스 앞을 지나고. 스파이더맨의 디자인이 이쁘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는데, 저 빨갛고 파란

 

유니폼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그렇지만 이제 뮤지컬까지 보러 와서 그런지 새삼스레 이뻐보이기도 하고.

 

 

앉았던 곳은 맨 앞의 오케스트라석. 1층과 2층까지 좌석이 가득차 있었지만 에어콘이 워낙 빠방한, 전기 절약 따위

 

안중에도 없는 미국의 뉴욕의 맨하탄인지라 실내는 쾌적.

 

 

 

20분의 인터미션을 포함 세시간의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중인 배우들. 관객에 인사를 마치고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 중.

 

 

그리고 고블린 역의 Robert Cuccioli. 사랑을 잃고 더욱 삐뚤어져 버린 그의 심성만큼 삐죽삐죽 까칠거리는 외모.

 

유머도 넘치고 카리스마있던 그의 연기에 반한 누군가의 꽃다발이 바쳐지는 장면.

 

그리고 히로인, Rebecca Faulkenberry. 작은 체구지만 노래는 참 잘 하더라는.

 

 

스파이더맨키스를 마치고 몽롱해진 주연, Reeve Carney의 표정이 참.

 

 

이내 기운을 되찾고 관객들의 환호성에 답하는 스파이더맨. 무대가 좁다며 관객석 위의 천장 사방팔방을 날아다니느라,

 

또 거미줄을 쉼없이 쏴대느라 정말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무대인사 마지막 쯤에 이루어진 스파이더맨과 고블린의 화기애애한 순간. 둘이 손을 꽉 잡고 화해하는 중이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나눠주는 플레이빌, 일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전문매거진..이라고 해야 하려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중인 작품들에 대한 기사와 정보들이 실려 있다.

 

 

 

팜플렛에 써있듯 티켓을 사는 방법은 세 가지, 그에 더해서 타임스퀘어에 티켓부스에서 조금 할인을 받고 살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티켓오피스의 내용을 참조~*

 

 

 

 

아이폰 사진폴더에 지저분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몇 장 선별해서 올렸던 포스팅들에 이어.

 

 

잡다구레한 사진들이지만 나름 하루하루 일상을 짚어나가고 있어서 재미있는 듯.

 

어느 고등학교였더라, 무슨 자격증 시험감독으로 나갔을 때 교실 형광등스위치에서 발견한 낙서. 딱 남고 수준.

 

또다른 학교의 또다른 자격증 시험감독이었던가, 고루하게 나가던 교훈에 급 '훈훈한 우리'라니. 훈훈한 교훈.

 

추석 때,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가져왔던 문제집 푸는 걸 도와주다 만난 문제. 담배피는 그림이라고 했었다, 이녀석.

 

무역의 날 행사, 이제 그만 좀 보고 싶은 그 사람.

 

뭔가 기분이 아주 더러웠던 날, 어느 술집에 장식되어 있던 성생활 교과서.

 

이런 기사는 기억해둘만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목만 덜렁 뜬 연합의 속보를 캡쳐.

 

매달 나가진 못하지만, 영유아 보호센터에서의 봉사활동. 색색의 형광펜이 그참.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이번 겨울, 동면에 들어간 오토바이는 그래도 이삼일에 한번씩 시동을 걸어줬었다.

 

뭔가 삶에 흔들림없는 '영구 지침'이 생긴 건 아닐까, 설레던 맘 가득하던 그 때.

 

강릉 경포 앞바다를 보겠다고 무작정 떠났던 그 겨울, 그 바다. 그리고 만화책 한 컷.

 

 

오물렛? 오믈렛 아니고? 오물오물 오물렛.

 

선유도 공원의 어느 벤치에 누워서 누군가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었다.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이 곧 올테고 그러고 나면 가을. 사계절이 한번 도는 셈이다.

 

부모님이 최초의 커플폰이자 스마트폰으로 프라다폰을 들여놓으셨던 날.

 

속초의 갯배를 타러 걷다가 발견했던, 암수 서로 정다운 저 복어 두마리.

 

유난히 과시성 국제행사가 많던 시절, 핵안보정상회의 때 받아들었던 비표.

 

어느 금요일 오후, 겨울비가 주룩대며 낙하하던 비사이로 막 내달리며 7시간짜리 마라톤 워크샵을 하러 가던 날.

 

새롭게 시작하는, 이전부터 생각은 있었던 그림 그리기. 팔레트에 물감을 짤 때의 느낌이란.

 

서울과 울산을 당일로 주파하는 코스란 생각보다 녹록치는 않았지만.

 

만수무강을 위해 오토바이를 팔고 나니 자전거를 사야 하나, 볕좋고 바람좋은 날씨에 싱숭생숭.

 

일단은 걷고 있다. 족저근만염을 막기 위해 출퇴근은 정장에 트레킹화로 대체.

 

다시 찾았던 강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흰색과 검은색의 모노톤으로 채색은 끝.

 

문득 시선을 잡아당겼던 작품 하나를 다짜고짜 폰카로 찍어서 저장.

 

올해 건강검진은, 사람을 물총새로 변신시키는 대장내시경을 처음으로 포함시켜보았다.

 

그야말로 5월의 햇살. 눈 깜짝하니 벚꽃이 사그라들었고 뜨거운 햇살이 촘촘해졌다지만.

 

온통 산산조각이 난 푸우를 겨우겨우 맞춰놓았지만, 배은망덕한 녀석은 오른손에 총을 쥐었다.

 

한강둔치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성산대교의 야경. '행복'이란 추상어의 구체적 현현.

 

지하철 플랫폼에 적힌 시들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때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딱 와닿는 때가 있다.

 

 

 

 

소감#1. 아이유는 넘어질 때도 '아이쿠~'하며 넘어지는구나.
 
소감#2. 이왕이면 '아잇쿠~' 하며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는 '하낫둘~'했으면 완벽했을 텐데.

소감#3. 아이유는 역시 대세.


p.s. BMK의 '물들어~', 요 노래 들어보고 싶다.ㅋ


주말이면 아키하바라의 넓은 대로는 차 대신 코스프레 걸들로 가득 찬다고 그랬었다.

가이드북에 딱 한 줄, 그렇게 나온 정보만 믿었던 게 실수였던 거다. 코스프레걸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주말에 맞춰 당도했던 아키하바라는 전혀 예상과 다른 곳이었다.


* 알고 보니 코스프레는 하라주쿠에서 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라주쿠 역 근처 다리 옆이

본산이라던가, 아키하바라는 건물 내 실내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는 정도라고.


코스프레걸들이 제각기 빼입고 온 의상과 제스처를 선보여야 할 넓은 대로 위엔 차들이

씽씽거리고 달리고 있었고, 대로변엔 온통 게임샵들 뿐.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를

직접 체험해보는 사람들이 있고,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흘낏흘낏

구경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게임엔 별로 관심이 없으니 그대로 전부 스킵하고 지나자니 이제 망가샵들이 나타나기 시작.

코스프레걸들을 구경하는 대신 애니메이션 샵들을 구경하기로 맘을 정하고, 5-6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파는 그런 건물들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들이야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지만, 이런 식으로

캐릭터들의 코스튬을 파는 가게들은 신기했다. 유니폼이나 응원복 같은 걸 맞추는 옷가게나

수선집 같기도 하고, 다소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빨강 파랑 원색의 의상들이 줄줄이 걸려있었다.

그 와중에 조금 비싸고 질이 좋아 보이는 옷은 이렇게 마네킹에 입힌 채 디피되어 있었고,

에메랄드색 가발도 가발이지만 머리뒤로 깍지낀 두손의 포즈는 또 뭔가 싶고. 그래도 저런

옷은 옷걸이에 빼곡하게 걸려있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인간이 입을 수 있겠다 싶은 느낌.

재질도 그렇고 모양새도 그렇고.

샵마다 조금씩 퀄리티나 분위기가 달랐는데, 내 취향은 (굳이 따지자면) 이런 쪽이랄까.

원색의 빤짝거리는 나이롱 재질의 옷들 말고, 단정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의...ㅋㅋ

굳이 치마가 잔뜩 짧을 필요도 없지 싶은 건, 역시 에반겔리온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인지도.

여전히 에반겔리온의 캐릭터들이 살아있구나 싶어서 기쁘기도 하고, 그 이후 이만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지 싶어서 아쉽기도 하고.

그러다 발견한 재미난 상품 하나. '원피스'의 캐릭터들이 제법 에로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물건의 용도는 바로 마우스 패드였던 거다. 이미 만화에서부터 풍만하게 그려졌던 그녀들의

가슴을 팔목받침으로 써서 손목의 피로도 줄이고 터널증후군도 방지하겠다는 그 갸륵하고도

참신한 발상이라니. 그 유쾌한 용도를 확인하는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슬쩍 올려보는 '공기인형' 상품. 배두나가 주연했던 영화 '공기인형'에서 첨부터

끝까지 등장했던 녀석들이 이런 실리콘 재질의 물컹이는 것들이었던 거다. 푸시시식, 하며

바람 빠지는 장면과 그 때의 배두나의 눈빛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

[공기인형] 짤그랑대는 기네스 병맥주,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그 밖의 건담이니 뭐니 캐릭터가 반영된 여러 성인용품들도 한쪽에서 팔고 있었고, 그것들의

모양새라거나 특징들이 어찌나 변화무쌍하던지 자꾸 눈이 가더라는.

그 밖의 여러 기기묘묘한 것들이 잔뜩 있었지만 차마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어서 그저 두눈으로

마음으로 곱게 담아두고, 잠시 바람쐬러 건물 밖으로 나와 또다시 옆 건물로.

아마 사무실에 저런 넥타이를 하고 가면 당장 출근길에서부터 쏟아지는 눈화살에 맞아

죽어버리지 않을까. 쟤는 뭘까, 하는 의구심과 경계심을 가득 품은 눈화살들.

귀여운 물건들도 많아서, 저런 다양한 이모티콘이 그려진 컵이라거나, USB 포트에 꽂으면

쉼없이 자전거 페달을 젖는 강아지라거나, 질릴 줄 모르고 돌아보게 되는 마력이 있던 곳.

캐릭터를 활용한 음식도 한가득이었다. 이름하야 '메이드 쿠키'. 메이드 복장을 한 꼬마아가씨가

귀여운 저 포장 때문이라도 한번 더 눈이 가게 되는.

웃기면서도 다소 의미심장한, 나이키 로고를 패러디한 NEET 로고. No Job, No Guts.

Just Don't do it이란 절묘한 말장난이 일본의 심각한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을 시사하는 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맘에 들었던 건, 심지어 저 가슴을 활용한 마우스 패드보다도 훨씬 맘에

들었던 건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캐릭터상품들. 지브리 스튜디오 샵에서도 못 봤던 것 같은

캐릭터상품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 녀석들을 하나씩 수집하는 건 어떨까, 싶다가도 저 만만치 않은 금액에 깜놀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하야오의 아이들.

그리고 마치 우리나라 모든 관광지에서 똑같은 등긁개니 곰방대니 옥돌이니 따위 파는 것처럼,

도쿄의 어느 관광지에서고 팔고 있던 녀석. 복던지는 고양이 스몰사이즈가 우르르.

건물 안에 들어가 샵들을 구경하는 데도 워낙 재미가 쏠쏠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러저러한 캐릭터상품들도 구경하고, 일본냄새가 물씬한 아이디어상품들도 보고,

그러다가 밝은 햇살 속으로 나오면 또 드문드문 메이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이런

메이드샵 광고지도 나눠주고. 만화캐릭터의 뽀얗고 맑은 피부, 커다랗고 그렁그렁한

눈망울, 여릿한 허리와 가늘고 기다란 다리 따위와는 전혀 거리가 먼 그녀들이

우르르 찍혀 있는 광고지를 요모조모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던 일본의 추억 중 하나.



'새삼' 블로그 소개와 미야자키 하야오 팬레터. 에서 미리 올렸었던 글, 아무런 가감도 되지 않은

그대로 책 끄트머리에 소개되었다. 여기저기에 넘겼던 글들이 약간씩 손질되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면 정말 가장 고마운 부분이기도 하다. 사진이 전부 담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뭐. 무엇보다

저 반지 사진이 그대로 실렸다는 게 꽤나 반가웠다는.

다음 장에는 내가 도쿄의 '에도도쿄건축공원'에서 찍고 이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들이 컬러로

보기 좋게 편집되어 담겨 있었다. 전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들이다. 다시금 올 여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



내 사진들과 블로그 소개글이 담긴 '예술분야' 신간은 "애니메이션 사랑을 탐하다"라는 책이다.

대학교수님이신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유치한 아이들용으로만 여기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와 상징들을 말글로 쉽게

풀어내고자 한다. 그의 애니메이션 한 편으로 이렇게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잔뜩 뽑아낼

수 있다는 건 사실 나 역시 크게 공감한다. 그의 작품 하나를 리뷰하기란, 왠만한 책이나 영화를

리뷰하기보다 훨씬 어렵던 거다. 숨어있는 의미도 많고, 이리저리 읽힐 수 있는 결도 많고.


아마 애니메이션은 그 안의 공간을 세세한 소품 하나하나까지 전부 창조해 내야 하기 때문 아닐까.

그런 데다가 하야오가 만들어 내는 그 같은 듯 다른 세계의 정밀함과 '레알'함이 더해지니 더더욱.

이 책만 해도 작품 네 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추억은 방울방울', 이 네 편으로 책 한권이 만들어졌다. 사실 개별 작품 하나하나로도 책 한 권의

이야기는 나올 수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꾹꾹 눌러담긴 것들일 텐데, 저자가 욕심을 버린 게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담겨 있는 '이미지를 제공해준 블로그'. 거기에 내 블로그 소개글과

컬러판 사진이 담겨있다. (읽고 싶으신 분은 가까운 서점을 찾으시길..현재 '예술'분야 신간부문에서

괄목할 판매성적을 보이며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었다던데.)

내 이미지들이 들어가 있는 1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다룬 챕터의 제목은 '그리움'.

저자는 하야오의 작품 네 편에서 그리움, 두려움, 입맞춤, 결혼이라는 네 가지 열쇳말을

잡아내어 강의하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로 대학교 교양수업 강의자료로 쓰일 예정인데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인문학적 소양을 갖고 분석하고 이야기를 이리저리 진지하게

들춰보는 책은 처음인 거 같다. 아직은 몇 페이지 들춰본 정도지만, 술술 읽히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개론서와 본격 서적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듯.



뭐,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쓰인다니 책이 많이 많이 팔리지 않을까 기대되지만 내게 좋은 건

딱히 없고. 다만 그 학생분들께옵서 이 미천한 블로그를 몸소 방문하시어 이리저리 구경하다

가면 좋을 텐데. 난 사진을 발로 찍는 것 같다, 라는 불만에 빠져있던 요새 굉장히 기분좋은

일이었다. 본문에 드문드문 들어가 있는 사진들에 ⓒytzsche.tistory.com 이란 문구가 전부

붙어있는 데다가 은근히 많이 쓰여서 좋았지만 굳이 아쉬운 걸 잡아내라면, 그 사진들이

칼라가 아니라 흑백이어서 조금 아쉬웠다는 정도. 내 평생의 소원 중의 하나인 내 이름이 박힌,

내가 쓴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사진들이 들어가 있고 내 글이 두 페이지에 빼곡히 실려있어

사적인 애정이 듬뿍듬뿍 담기는 책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도쿄에 있다. 정확히는 도쿄의 JR선 '기치조지(Kichijyoji)' 역과 '미타카(Mitaka)' 역 사이,

거의 그 중간에 걸쳐 있다고 해야 하려나. (참고 : 낡고 더러워진 도쿄 JR선 전체지도.)

해서 코스 잡기가 상당히 애매한데, 나는 기치조지 역에서 내려서 지브리 스튜디오까지는 (늦어서) 택시로

이동, 지브리에서 보고 나오는 길은 미타카 역까지 산책길을 걸어서 이동, 그리고 에도도쿄건축공원으로 향했다는.


아, 지브리 미술관은 한국에서 미리 표를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성수기 때에는

2주 전쯤엔 해야 안전할 듯. http://ghibli.ktbtour.co.kr/ 여기에서 하는 게 한국에서 사전 예약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들었다.
 

열심히 기치조지역으로 가는 길, 전철 끝에 탔더니 시원하게 앞창이 전부 트여있다. 물론 보이는 거라곤 깜깜한

지하 터널뿐, 그리고 매 역마다 마이크를 잡고 프로의 솜씨로 역 안내방송을 하는 철도운전사 아저씨도 빼놓음

섭하겠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에 휴관하며, 그외의 날엔 10시, 12시, 14시, 16시에만 입장할 수 있다.

입장 후에는 언제 퇴장해도 상관이 없으나 입장시간만은 지켜달라던 간곡한 부탁이 사전에 있었는데도 늦고

말았다. 사실은 기치조지역에서 살살 걸어보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잡아탄 택시 안에서 사진 한장.

생각보다 기치조지역은 꽤나 도쿄 외곽에 있어 멀기도 했고, 생각보다 기치조지역과 지브리 스튜디오 간의

거리도 솔찮이 떨어져 있었던 탓.

일본 택시도 한번 타 볼만하다 싶던 게,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더라는 사실. 기사분은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할아버지셨지만, '지브리스튜디오'하니까 한 큐에 알아들으셨다. '하야꾸하야꾸'하며 조금 채근해볼까 하다가

그게 '빨리빨리'란 말이 맞던가 문득 혼란스러워져서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았다.

지브리 스튜디오 입구! 결국 10시를 십분여 넘기고 말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줄을 선 채 입장 대기 중.

내부에서는 카메라 촬영 금지, 음식물 반입금지, 흡연 금지, 그리고 휴대폰 금지. 휴대폰? 아무래도 요새

휴대폰에 사진 촬영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가있으니 그걸 막고자 함인 듯. 스튜디오 내부의 분위기가

외부로 새나가는 걸 꽁꽁 막겠다는 의지가 결연해 보였다.

결국 내부 사진은 한 장도 없고, 그저 하야오가 그린 너무나도 감격적인 원화들과 금세라도 그가 동료들과 함께

다시 앉아 작업을 계속할 것만 같은 작업실의 재현공간, 그리고 곳곳에 수북하게 꽃처럼 피어났던 담배꽁초들의

이미지만 가득한 채 완전 가슴먹먹해져서 옥상 정원으로 올랐다. 옥상 정원에 오르는 길, 마치 아이들 놀이터에서

흔히 보이는 우주선 모양의 뱅글뱅글 계단을 따라 올라야 했다. 온통 담쟁이가 휘감고 있던 그길을 오르는데,

무슨 '천공의 성 라퓨타'를 탐험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둘러보는 거 같기도 하고.

옥상 정원에 오르면 바로 눈에 띄는 게 바로 '천공의 성 라퓨타'를 지키던 로봇 병사의 모형. 이 녀석이 큰 팔과

다리를 흐느적대며 금세라도 새둥지를 품어주고 아이들의 머리를 친근하고 섬세하게 쓰다듬어줄 것만 같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그러면서도 주위에 대한 사려깊음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그의 고개가 사뭇

수그러져 있어서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옥상 정원에서 내려다본 지브리 스튜디오 입구. 저기 아까 가슴 두근거리며 줄서 기다리던 그 천막이 보인다.

그리고 한층한층 눈을 뗄 수 없이, 그야말로 온 벽면 전체를 핥듯이 꼼꼼하게 살필 수 밖에 없었던, 여기 그냥

죽치고 자리깔고 살고 싶었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건물. 사방이 온통 초록빛 식물로 가득하다. 이런 곳이라면

지브리가 만들어온 그 온갖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쉼없이 졸졸대며 쏟아져도 이상할 게 없겠다.

하늘 높이 펄럭이는 지브리의 깃발. 하야오와 지브리, 그들의 작품에는 '반딧불의 묘' 정도만 제외하면 국적이

불분명한, 그리고 시대도 불분명한 시공간이 배경이 된다. 갈색머리와 검은머리가 공존하는, 그리고 기계문명과

녹색의 '원시문명'이 공존하는 세상.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 중세 성을 본딴 듯한 깃발이나 온통 녹색으로 휘감겨

있지만 내부에는 나름 기기묘묘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것들 역시 그런 것들의 반영일까.

공중 정원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진 않다. 로봇 병사를 지나 몇 걸음 걷다 보면 나타나는 조그마한 오솔길,

그길 끝에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등장했던 비행석 실물 사이즈의 모형이 나타난다.

만화로 먼저 나타나고 그걸 현실세계에서 실물로 다시 재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실물로 눈앞에 나타난 비행석의

모형을 보고 나면, 이 세상 어디엔가 천공의 성 라퓨타가 거대한 나무를 의지한 채 둥둥 떠있을 것만 같다.

그 밖의 다른 캐릭터, 다른 공간들 역시 어디엔가 숨어 있을 뿐, 미처 발견치 못하거나 잃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공중 정원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건물 내에서만 불가능하다. 공중정원으로

오르는 테라스에 놓인 이런 신기한 벤치라거나, 다른 것들은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건 그나저나, 다리가

달라붙어 있는 생선이라고 해야 하나, 생선처럼 생긴 강아지라고 해야 하나, 혹은 프로펠러 꼬리가 붙어 있는

4족보행 탈 것이라고 해야 하나. 언젠가 지브리의 만화에서 등장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연예지망생인지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입장권, 입장권으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지하1층에 있는 조그마한 영화관의 영화표로

쓰이기도 한다. 여기에서만 볼 수 있다는 지브리의 단편 네 편을 번갈아가며 상영한다는데, 한 20분간의

그 짧은 영화를 보고 또다시 하야오를 우러러보게 되고 말았다. 아 그의 상상력이란. 상상력과 통찰력이란.

그 아름다움이란.

지하 1층에 있는 조그마한 앞마당에 있던 빨간 지붕을 가진 낡은 펌프. 잔뜩 우그러들은 채 정감가득한

물잔이 두 개 놓여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펌프도, 끽끽 작지만 분명하게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

펌프질을 하면 물이 진짜로 쏟아져 나온다.

지브리 스튜디오 건물 외벽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창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그녀를 도왔던 검둥이

요정들이 바글바글 창문밖을 내다보겠다고 아우성 중이다.

풍경이 매달려 있고, 땔감으로 쓰려는 듯 한 구석에 차곡차곡 쟁여둔 나뭇가지들, 누군가 저 커다란 나무등걸에

땔감용 나무를 대고 도끼질을 신나게 해댈 것만 같다.

끝까지 감탄하게 만드는 지브리. 아, 지브리와 하야오 정말이지 당신들 최고. 마당 가운데의 하수구 뚜껑마저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챙겨주다니 당신들은 정말.

정말, 돌아나오기 싫었다. 이번 도쿄 여행은 사실 지브리 스튜디오를 가고 싶다는 오랜 소원에서 시작되었더랬다.

기념품샵을 이잡듯 뒤지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만 살 수 있을 법한 걸 골랐다. 그의 제작실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하던 원화들 복제본이 있으면 아무리 비싸도 한 점쯤 사가겠다 맘을 굳게 먹었는데, 정작 그런 원화를

활용한 엽서나 그림 따위는 보이지 않아 조금 실망. 그렇지만 한국에선 그다지 찾아볼 수 없는 붉은 돼지 관련

아이템들이 좀 보여서 그걸로 얼추 만족하다. 하야오의 작품 중 내가 손꼽는 작품 중 하나, 붉은 돼지.

돼지는 국가나 전쟁 따위 인간의 일에는 관심없어, 라는 붉은 돼지의 시크하면서도 단단한 한 마디.

그리고 지브리 입장권과 마찬가지로 필름을 일부 잘라내어 만들어낸 책갈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몇 컷이

담겨 있었다. 대충 여섯 컷쯤 들어가있는데 이건 뭐 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아 첫 씬과 마지막 씬의 모습이

뭐가 다른지 모를 정도. 그만큼 부드럽고 섬세한 모션을 구현한단 얘기겠지 싶다.

마지막으로 산 건 지브리 스튜디오 옥상정원을 지키고 있던 로봇 병사의 모습, 미니어처 형태로 명함 따위를

꽂도록 만들어둔 주석 장식품. 사무실에서 날 지켜주셈, 병사님.ㅋ

돌아나오려는데 지브리 스튜디오 앞의 안내원이 머무는 조그마한 안내데스크에 놓인 장식이 눈길을 끈다.

붉은 돼지같기도 한 모양에, 입에서 모기향을 담배연기처럼 울컥울컥 뱉어내고 있던 모습.

돌아나서기가 어찌나 아쉽던지,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공중 정원으로 올라서는 우주선 모양 동글뱅이

계단 위에서 나부끼는 깃발이 보였고, 온통 짙푸른 녹음으로 덮인 고풍스런 건물이 보였고,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하야오와 지브리의 꿈같은 이야기들이 보이는 듯 했다. 말하자면 이 건물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새로운 세계와 인물들을 창조해내는 마법의 솥 같은 존재랄까. 그런 경외감.
 
일단은, 당분간 안녕, 토토로. 지브리 스튜디오를 떠나는 길을 배웅해주는 토토로의 뚱하지만 믿음직한 표정.

저만한 사이즈의 토토로라면 눕혀두고 그 배 위에서 잠들어도 될 거 같은데 정말.

다들 마찬가지 심정이었던 게다. 좀처럼 사람 없는 순간을 포착하기 힘들 만큼, 다른 관람객들도 이곳을

떠나기 아쉬워하며 어떻게든 토토로와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려 애쓰고 있었다.






진중권(@unheim)은 "허영만 화백의 선견지명? 이 만화가 2003년 거라니... 이 분, 돗자리 까셔도 되겠네요."

지인(@tradepoli**)은 "저 강을 아끼는 사람들의 심정으로.."라며 답답함을 호소하며 리트윗을 했고,

나(@ytzsche)는 "이미 2003년에 상식이 되어가던 이야기, 그치만 2010년엔 낯설어지고 만 이야기."라며

프레시안에 오른 기사를 재트윗. ( 허영만 화백의 예언? <식객> 한 장면, 4대강 논란과 흡사 )



어제 4대강에 대한 피디수첩을 보면서도 계속 분통이 터졌댔다.

"아니 정말, PD수첩에서 하는 얘기 누가 몰랐나. 별거 없잖아. 상식적인 차원의 비판과 온건한 수준의 문제제기일

뿐이다. 그 정도의 제도권내 비판조차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다는 사실이 더 비극이다. 우리 가족 모두 총평은

싱겁다, 라는 것."

"솔직히 정권과 언론상층부에서 그토록 무리하게 방송을 금지시켰길래 대체 뭐가 있나 했었다. 근데 이건

너무나 상식적이자나. 그들은 '상식'의 기준을 어디까지 끌어내리고 싶은 걸까."


그 답을 보여주듯, 2003년 허영만 화백이 기록한 '상식화되어가던' 당대의 (준)상식. 2010년 지금은 오히려

그 방향이 뒤집어진 채 상식이 비상식의 낯선 영역으로 내몰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다른 트윗 친구분(@vleee**)은 "오늘로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채웠답니다!! 이제????"

라며 경악하고 말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아, 슬프다.



지난주 수요일에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위해 홍대 '한잔의 룰루랄라' 만화까페에 갔었다.

(관련포스팅 : [상실의 시대] 하루키를 '염세적 현실주의자'라는 딱지에서 구출하기.)

벌써 몇차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만화까페였는데, 그렇게 찾기 쉽지만은 않아서 뱅뱅 헤매다가 한번은

건물 앞을 모른 채 지나가고 말았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간판이라곤, 저렇게 조그맣게 붙은 게 전부다.

애초 1시간을 예정했던 인터뷰가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면서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되다 보니 정작 까페 내부의

분위기는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었으니 옆테이블에서 독서모임을

의욕적으로 하는 모습이나, 이처럼 만화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들.

까페 내부에는 온통 만화 캐릭터나 만화 그림, 카툰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다음에 혼자라도 와서 반나절정도

무념무상 책보거나 음악을 들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천장엔 구불구불 환풍용(?) 파이프들이 지나가는 게 빤히 보이고, 그 아래 벽면에는 만화 캐릭터들이 쪼르르

전시되어 있었다. 뭐, 이런 분위기다. 세련되거나 깔끔한 맛은 없지만 분방하고 편한 분위기랄까.

사실 뭐니뭐니해도 만화까페니까 만화가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은 작품들이 고루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일 거다.

아쉽게도 저 책장들을 가득 메운 만화들이 뭔지 확인을 못 해봤다는.

한켠에는 마치 대학교 도서관을 떼어온 것 같은 좌석이 딱 두개. 사이좋게 앉아서 공부..인지, 독서인지를 하는

뒷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저들은, 친하구나. 이런 느낌.

고양이 사진들이 가득했던 한 켠의 장식장..이랄까. 또 꺄아~* 이러면서 사진을 찍긴 했는데 빛이 부족했나보다.

계산대. 이 날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기자분을 당황케 만들었던 카드의 말썽, 더 당황했던 다섯 명의 인터뷰이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또 다시 수십 개의 법안을 'MB 개혁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입법에 실패했던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연설 등으로 더욱 거세게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MB악법'이라 부르며 반대를 계속하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

이런 가운데 강풀, 최규석, 손문상, 김용민 등 국내 유명 만화작가 13명이 'MB악법 반대' 릴레이 카툰 연재를 시작한다. 19일부터 이어지는 이번 연재는 <프레시안>을 비롯한 주요 인터넷매체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동시 게재 되며, 오는 2월 6일까지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Pressian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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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우연찮게 득템한 '온가족이 함께 보는 만화-6.25전쟁 바로 알리기'. 이미 얼마전 유치원을 포함한
각급학교로 무리하게 배포했던 사건, 그리고 그 내용상의 시대착오적 문제점들로 인해 이슈가 되었던 그 책자가
아닌가. 게다가 이 내용에 대해 비판했던 전교조분들한테 찾아가 백색테러까지 가했던 폭력집단의 책자였던
게다. 정갈한 마음으로 일회독하려 몇번이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헛웃음이 나면서도 웬지 화가 나는..그런
부분들이 있었다.

근데 왜 맨마지막장에는 김연아가 활짝 웃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광고하는 '아이시스'에 대해서도 불매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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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재향군인회..뭐하는 단체인가? 최근 대체복무제가 원점에서 재검토되도록 압박하는 주된 단체이기도
하고 걸핏하면 인공기-요새는 독도문제로 일장기도-를 불태우는 극우세력아닌가. 촛불시위에 대항해서 맞불
집회를 열어 '광우병괴담 좌파세력 응징하자'는가 하면,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전교조와 정의구현사제단,
민노당 등을 친북반미좌파..빨간 칠하는데 앞장서는 집단이다.

근데? 750만 향군회원의 뜻을 모아?? 얘네 정체가 뭘까. 위키에는 이렇게 나와있었다.

"1952년 2월 1일 창설된 후, 1963년 7월 19일 법률 제1207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에 의해 법적 법인이 된 단체로, “재향군인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군인정신의 앙양과 군사능력을 증진하여 조국의 독립과 자유의 수호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재향군인회법 제 5조에 의해 모든 군 전역자와 공익근무요원, 그리고 군 면제자까지 자동적으로 재향군인회 회원이 되어,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성인 남자는 재향군인회 회원이 된다.

재향군인회는 민간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정부로부터 기금이나 국고보조의 형태로 매년 400억원대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문제가 두가지다. 나도 회원이었다. 제길...탈퇴하고 싶은데. 다음에 청원이라도 해야겠다. 또하나, 명색만
민간단체지 사실상 어용단체, 게다가 재향군인회법 제 3조에 의해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으나,
보수적인 일부 장성 출신들을 주축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노무현 탄핵 찬성' 등 말이 많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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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왜 우냐...전교조 선생님들이 저렇게 가르친다고? 제발 사실부터 제대로 하자..니넨 지금 김정일 추종에 눈이
벌겋게 충혈된 허수아비 하나 만들어놓고 그거 때리고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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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함 얘기해봐라..과연 뭐가 북한이 남쪽에 비밀리에 조직한 인민해방군의 준동으로 벌어진 사건 두가지인데?
당신들은 지금 촛불집회도, 그이전의 국보법폐지투쟁도, 하다못해 노무현탄핵반대조차도 모두 북한의 지령을
받고서 빨갱이 허수아비들이 수행하는 '숙제'로 보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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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항쟁과 여순사건을 꼽고 있다..미친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0년 특별법을 만들어 4·3항쟁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법적으로 완료했다. 여순사건 역시, 점차 외부적 지령에 의해서가 아닌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한
자체적인 불만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양민들을 학살하란
명령에 불복한 상황, 제주도의 4.3항쟁이 복권되었다면 여순사건 역시 복권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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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불길 속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희망! 그건 바로...국토통일이랜다.
역사속에 묻힌 북진통일의 구호를 오늘에 되살리는 이들은 대체 누군가.."지난 10년간 반미, 친북이 유행병처럼
번졌" 으며 "안보의 자화상은 나라가 망할 조짐"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재향군인회, 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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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서의 패배와 핵무기 개발시도가 직결되는 순간이다. 최소한 30년 정도의 시간차와 맥락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갖다 붙이는 거다.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 왜? 걔들은 뱃속까지 시뻘겋고 항상 남쪽을 벗겨먹으려고만
생각하니까. 라는 식. 그런 식으로 북한이 변함없이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아이들한테 가르치고 싶었던 거다.
그 자연스런 귀결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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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북한의 무력도발, 그렇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정부는" 평화를 위해 애쓴다. 우리 정부는 진심이고
한결같이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데-여전히 무력통일의 가능성을 버리고 있지는 않단 점은
감춰지고 있지만-항상 북한이 문제랜다. 그리고 계속되는 배신과 피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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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쓰레기통 얘기는 처음 들었다. 내가 아직도 반공교육이 부족했던가..자성하는 부분이다.ㅋ
그나저나, 어렸을 때보았던 똘이장군, 각시탈 등등 온갖 반공물에서는 멧돼지나 여우, 귀신처럼 그려졌던
김일성이 그래도 사람으로 그려진 건, 비록 눈알없는 도끼눈의 심술궂은 악당이라지만...진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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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돌려 하느라 힘들었겠다. 니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을 까고 싶었던 게다. 북괴에 '무려 수조원'에 가깝도록
퍼줬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졌을까. 금강산 관광가는 사람들도, 니들이 좋아하는 맹박이 말마따나 '한사람한사람
북한을 도와주려고 가는 것'이니 참 한심해 보였겠다. 포용정책의 경제 측면, 안보 측면의 득실을 따지기란
쉽지 않단 거까지는 인정할 테니, 제발 흑백으로 보는 세상에 그레이 스케일을 도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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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2차 정상회담은 사실, 적지 않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들을 많이 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서해를 포함한 NLL관련한 부분이나 경제협력의 확대 등은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이지만, 이명박은
들어서자마자 그 모든 것을 뒤엎어버렸다. 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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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왜곡된 역사를 주입시키는 불법 만화', '시대착오적' 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기자에게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생명안정권도 지켜주지 못하고 있고 재향군인회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주입시켜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은 사교육
시장의 이익만 보장해주는 설익은 정책으로 국민을 지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역사 왜곡에 맞장구를 치는 꼴. 즉각 불법만화책을 전량 폐기하라." 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7,80년대 반공영화 똘이장군을 연상케 한다. 재향군인회의 역사의식은 아직까지 과거
냉전시대적인 반공, 멸공에 머물러 있다." 고 비판했다. 또한 민노당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잘못된 역사의식과
시대착오적인 역사의식을 주입시키고, '똘이장군' 같은 헛된 꿈을 꾼다면 하루 빨리 꿈 깨길 바란다." 며 즉각
전량 회수하고 폐기 처분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민노당은 "서울시 교육청은 정확히 실태를 파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허무맹랑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 서프라이즈)

결국 이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는, 그림에 나와있는 대기업 브랜드들로 대변된다고 말한다면 억측일까. 거기에
아래와 같은 영웅 맥아더, 은인 미국이라는 관념을 뼛속깊이 못새겨넣어 안달인 집단이라 한다면. 십분 인정한다
해도, 지금 '실용'을 내세운 친미정책이 어떠한 파국을 몰고 오는지 눈을 뜨고도 보이지 않는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시대착오적이거나 정신건강을 해친 인간들로 가득차길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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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진자료에 대한 권리는 재향군인회에...있는 건가요? 그렇다고 치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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