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의의에 대해, 진행 방식에 대해, 그리고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수업시간에 몇번씩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책이 나왔다는 말씀에 꾹꾹 참았었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의 논문이 묶인 책이고, 미처 한미 FTA가 급물살을 타고 타결되기 전인 작년 11월에 탈고한

책이지만, 윤영관교수님이 어떠한 대답을 하셨을지는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미 FTA는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란 사실은 아마 대부분 합의를

할 것 같은데요. 다만 책에서 지적되듯 로드맵도 무시하고 국내정치적인 협상도 건너뛰고 조급하고 임의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측면이 낳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동시다발적 FTA전략이란 과감한 전략

자체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영향이 적은 소규모경제권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니까요.


더구나 일단 FTA가 타결되고 나니까,마치 루비콘강을 건넌양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가자, 국제신용도도 그렇고

외국인투자도 그렇고 지금와서 반대해봐야 죽음뿐이다"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여론이 우려스럽습니다.

한칠레 FTA도 국내 비준까지는 1년반이나 걸렸는데, 그보다 더욱 파장이 큰 한미 FTA는 한국측, 미국측 모두

비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장애물과 난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재협상의 가능성도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구요. 만약 최종적인 비준에 실패했을 때 한국에 미칠 역풍을 한국정부, 언론 등이 스스로 키우는

건 아닐까요. 초점을 맞춰야 할 건 장기적으로 개방형 통상국가가 되기 위한 비전이지, 졸속처리된 한미 FTA

자체의 가부결이 아닌 것 같은데요.

협상이 좌초한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당장 나락으로 구를 것처럼, 혹은 타결된다고 해서 당장 (깃발들고 말달리며
 
태평양을 건너) 미국시장을 호령할 것처럼 겁주고 어르는 것은, 전혀 한국 내부의 이익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한미 FTA에 목매달고 있다고 광고해서 스스로의 협상역량을 부식시키는 일 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지금의

한미 FTA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우리의 로드맵에 따라 '개방형 통상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때엔 다른 한미 FTA를 협상할 수 있겠지요, 한국 내 여론을 수렴하고

피해상황도 좀더 분석된 후에요.


또하나, 흔히 자유무역의 장애물을 말할 때 반대 이익집단이 보다 집중화, 조직화되기 쉬워서 자유무역이

좌초되기 쉽다고 말하는데, 과연 한국에서도 그러한 일반적인 설명이 그대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정당이나

합법적 채널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그야말로 집회, 시위, 폭력행위같은 강압적 채널만이 허용된 한국의 자유무역

피해집단(농민, 중소기업, 노동자 등)은 이미 그 자체로 여론과 정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일정정도 상실하고

시작하는 것 아닐지요. 찬성집단이 정당과 합법적 채널을 장악하고 유려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반대집단이 찬성집단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은 다소 피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에서

지적된 대로 한칠레FTA 비준을 세차례나 연기시킨 역량이 있긴 했지만, 이미 판세나 여론은 찬성을 대세로 한

상황이었다고 보는데요. 한미 FTA 역시, 일부 반대 이익집단이 강력했다기보다는 교수들이나 사회단체들이

나서는 등 총론 차원에서 우려가 컸기 때문에 사회적 반발이 컸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21세기 한국의 정치경제모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사회의 권력 분산이 시급하다는

진단에 비추었을 때 협상과정에서 끊임없이 노출되는 파열음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앞선 채널의 편재에

대한 얘기는, 여전히 권력이 대기업과 자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세계화와 개방을

이야기하면서 외려 대기업들은 반독점이나 공정 거래에 대한 국내적 규율을 약화시키기를 요구하고 있구요.

세계화의 진척이 도리어 한국의 권력 분포를 집중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세계화 자체가 그러한 권력의

집중과 비민주화를 유인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나아간 질문으로는, 한국이 IMF라는 위기를 기회삼아 구조 조정과 권력 분산에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아..전 왜 요새 언론 모냥새 보면서 계속 OECD가입했을 때의 장밋빛 일색이던 그 모냥새가 생각나죠?-.ㅡ^



from '국제정치경제' 수업 커뮤니티게시판.


세계정치 6 - 6점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엮음/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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