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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유난히도 뚜렷하게 새겨지는 스와치 시계의 초침소리를 들으며, 일초일초 늙어가고 있다고

실감할 때가 있다. 어렸을 적 외할머니댁에서 있던 구식 괘종시계의 똑, 딱, 하는 초침소리도 그렇게 명징했지만,

어느새 다가오는 '늙음'의 표징들-그러니까 '졸업', '취업', 쉽게 가시지 않는 '숙취'..같은 것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된 지금에야 초침소리 속의 재우침을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렇게 계절은 돌고 돌 뿐이지만, 인간은 한 철 살고 지는 메뚜기처럼 그렇게 뛰다가

만다. (비록 47층에서 바라보는 하늘이야 늘상 흐린 황토빛이지만..) 어쨌든 봄빛이 일렁이는 와중에 나는, 살찐

돼지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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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 8점
정지아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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