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874미터의 마을 고레파니. 백두산이 2,744미터였던가 그러니까 이미 백두산보다 높은 지역으로 올라온 셈이다.

 

제법 기온도 서늘해졌다 싶더니, 해가 떨어지고 나니 삽시간에 추위가 몰려온다.

 

아직은 해가 떨어지기 전, 아침 7시반부터 3시까지 근 7시간여 걷고 난 후에 숙소에 들어오고 나서 마을 구경에 나섰다.

 

머물게 된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그럴듯하게 휘감긴 염소뿔의 위용. 슬쩍 집어오고 싶을 정도로 위풍당당하더라는.

 

 

하루의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로 오면 일단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 캔 혹은 한 병씩을 마시는 게 그렇게도 맛났다.

 

네팔의 국산맥주인 에베레스트 맥주는 좀 싱거운 느낌이었고, 원래 유럽맥주지만 네팔에 공장이 있다는 투벅 맥주는 훌륭한 편.

 

그 외에 위스키나 럼, 아니면 옥수수나 곡물을 증류해서 만든 네팔 전통주 락시도 있는데 락시는 약한 안동소주의 느낌이랄까.

 

 

마치 서울의 여느 달동네나 산동네처럼 야트막한 집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이 입체적인 마을에서 그나마 너른 편인 광장 한켠,

 

아저씨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이런 게 바로 그 유명한 '투전판'이로구나. 주사위가 들어있는 검정 사발을 흔들고 뒤집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유쾌하다. 타지에서 온 트레커 따위는 거의 신경쓰지도 않고 즐겁게 놀고 계셨다.

 

 

어느 틈에 그 조그마한 광장을 점령해버린 당나귀 동무들. 등짐도 안 올리고 어딜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거요.

 

좀더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표식. 여긴 초등학교에서 뭔가 마법진 연성하는 걸 가르치는 건가 싶은 저 별모양이라니.

 

사실 네팔에 대한 흥미는 어렸을 적 '3X3 EYES'로부터 유래했는지도 모른다. 시바와 파르바티, 삼지안이 등장하는 그 초현실적인 만화.

 

 

그렇지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정작 신체 건강하고 정신도 건전한 네팔의 남녀 젊은이들이 무려 성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들이 토스하고 스파이크하는 소리가 산중에 메아리치는 느낌, 대결을 지켜보는 어느 어머니의 표정이 따사롭다.

 

이런 빈티지스러운 학교 간판이라니.

 

 

 

 

마을 입구에서 아까 지나쳤던 사당, 제법 모질게 부는 바람에 사당 입구를 수놓은 붉은 리본들이 마구 휘날린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고레파니 마을을 내려다보니, 온통 파란 지붕들이 시루떡처럼 층층이다.

 

 

숙소 안으로 들어와 그새 차갑게 굳은 몸을 녹이려 밀크티 찌야를 마시며 이번엔 숙소 안 구경. 여기는 식당마다 휴지를 저렇게

 

한장한장, 삐뚤빼뚤 포개넣으며 탑을 쌓아놨더라. 그게 꼭 활짝 피어오르는 꽃송이 같더라.

 

그리고 밤새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난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모처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요, 땀에 흠뻑 젖은 옷들을

 

슬쩍 빨아볼 엄두를 내게 해준 것도 이 난로 덕분이었다.

 

그리고 저녁. 아무리 롯지마다 다른 레시피의 달밧을 내어준다지만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주문한 베지터블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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