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다시 떠나려는 참이다. 자그레브로 옮기고 나서는 1박하고 나서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일정을 잡았다. 제법 새퍼래진 하늘 아래 검붉은 기차, 샛노랑 문짝이 두드러진다.

 

검정색 기차 시간표, 그 아래 새파랗게 번져가는 검은 밤의 잉크, 붉은 기차칸과 샛노랑색으로 활짝 열린 문짝.

 

 

류블랴나의 중앙역 플랫폼도 생각보다 복잡한 구도여서, 제대로 자그레브를 향한 기차를 타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잠시 고심.

 

 

여기도 열차들은 유럽의 어디선가 얻어온 훈장과도 같은 그래피티들을 옆구리에 하나씩 새겨넣고 있었다.

 

자그레브 행 기차는 플랫폼 6번. 지하 연결도로를 따라 플랫폼을 찾아가는 길에 발견한 거리의 아티스트 한 분. 지하보도의

 

서늘하고 꿉꿉한 공기를 파르르 울리는 그이의 연주가 슬로베니아의 마지막 추억이 될 거 같다.

 

 

 

 

* 2013. 3월 기준 자그레브-류블랴나 기차표

 

 - Zagreb to Ljubljana (1일 3회) : 12:30(14:53), 18:25(20:45), 21:20(23:36)

 

 - Ljubljana to Zagreb (1일 5회) : 06:35(08:53), 08:15(10:35), 10:47(13:03), 14:45(17:13), 18:35(20:55)

 

 

* 괄호 안은 도착시간

 

 

 

대략 두시간반의 기차 여행,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국경을 간단히 통과하고 여권과 티켓 검사를 한차례 하고 나서,

 

자그레브에 거의 도착할 무렵, 짐을 챙기고 미리 나와있으려 분주한 몇몇의 사람들이 담긴 열차 안 풍경.

 

그리고 다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글라브니 콜로드보르. Glavni Kolodvor.

 

중앙 기차역에 내려서 바로 앞 트램역에 서서는 구시가로 들어갈 트램을 기다리다가 한 장.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다가 청담역에서 내렸다. 무심하게 플랫폼을 밟고 계단을 향하는데,

문득 시선이 간 반대편 쪽에 전철이 문이 활짝 열린 채 뭔가가 바글바글한 거다. 그냥 잠시

정차해 있는 지하철이겠거니 했는데 다시 출발하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잠잠하다.


그러고 보니 양파자루도 보이고, 노랑 플라스틱 박스도 보이고, 어라 저게 뭐지.

궁금증을 못 참고 슬쩍 객차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무슨 마을 장터다. 손님들이 앉았던

의자는 박스들을 쌓아두는 간이창고로 바뀌었고, 서서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할 위치에는

오이니 양배추니, 채소들이 진열된 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림, 제법 사람도 복작한 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아예 저렇게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고, 냉장고도 들여놓고 본격적으로 장사하는 분들을

보니까 이게 한두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행사는 아닌 듯 싶다. 아는 분들은 알음알음해서

퇴근길이나 어디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 두손을 무겁게 해서 전철역을

나설 것만 같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지하철 마을 장터, 주변분들은 애용하시면 좋을 듯.








가끔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우연찮게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발견하는 것.

딸꾹질을 세번 하고 발을 두번 구른다거나, 왼발을 잡아올리고 오른발 깽깽이로 세바퀴를

뱅글거리며 돈다거나, 혹은 오전 11시 11분에 빼빼로를 물고 거울을 본다거나.


뭐 비슷한 상상은 세상에 쌔고 쌘 게 사실. 학교마다 서려있는 괴담에서 열두시 정각에

어떤 거울을 두명이서 바라본다거나, 칼을 물고 밤 열두시에 접시물을 바라보면 뭐가 나타난다는

식의 이야기들, 심지어 해리포터에서 나오듯 8 1/2역 쯤에서 열리는 호그와트행 급행열차까지.


문득 카메라를 쥐었고, 지하철이 오길 기다리는 줄 맨 앞에 섰으며, 구두코가 반들반들

안전문 유리창에 비치는 순간. 건너편 세상에서 마주본 구두코가 문득 제 혼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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