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천제연, 갈때마다 날씨에 욕심을 부리게 되는 명소 중 하나. 이날 역시 하늘이 파랗게 이쁘진 않았던 게 아쉽지만,

 

육각기둥형태로 굳어진 주상절리의 기묘한 병풍에 둘러싸인 짙은 에메랄드빛의 연못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연한 초록빛이 되기도, 혹은 심원한 푸른빛이 되기도 하는 물빛깔이라니.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2폭포와 3폭포. 그런데 선임교라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가 살짝 갸우뚱.

 

 

 천제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그토록 신비로운 빛깔을 지녔던 물방울들이 매끈하게 흘러내린다.

 

 

 척, 하니 옆구리에 팔을 올린 것만 같은 아크로바틱한 나뭇가지도 지나가고.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우거진 나무들을 지나는 분위기를 만끽하다 보면.

 

어느새 도달하는 제2폭포. 제법 수량도 꽤 되고 폭포 아래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하얀 폭포수에 씻겨내리는 게 근사하다.

 

 비가 많이 온 다음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장쾌한 폭포의 맛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선임교. 문제의 선임교..옆면에 붙어 있는 저 선녀들의 부조부터 왠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얀색 플라스틱으로

 

사출해낸 것만 같은 저렴한 느낌도 그렇지만, 왠지 한국적이라기엔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여하간 큰 호를 그리며 위로 올라섰다가 내려서는 구름다리는 꽤나 재미있는 경험이고, 마침 해가 뉘엿거릴 때는 저렇게

 

샛노랗게 물드는 하늘을 볼 수도 있었다. 물론 저 석등이 이어지는 디자인이라거나 국적불명의 울타리는 좀 걸렸지만.

다리의 맨 꼭대기쯤에서 다리 너머를 바라보니 야자수가 점점이 늘어선 게 멋지다. 남국의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

 

한국이라기보다는 어디 중국의 남쪽 리조트같은 느낌에 가까우려나.

 

 이 아이도 좀 미묘했던 게, 한국의 사찰이나 전통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분수라거나 연못에 놓이지는 않는 형태 같은데.

 

최근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깊숙히 침투하고 있다더니 이런 자연 유산을 어떻게 꾸미는지에 대해서도 입김을 발휘하는 걸까,

 

천제연의 아름다운 비경 그자체에는 한국이다 중국이다 딱지를 붙일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덧붙는 조형물들이 이왕이면

 

이 땅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거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주상절리 가는 길, 잘 생긴 야자수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엔 현무암으로 쌓은 돌무덤들이 드문드문.

주상절리, 주상절리, 소리내어 발음을 해보면 왠지 '주상절리'라는 쫀득한 젤리가 입안에서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막상 녀석의 생김이란 울툭불툭, 육각형의 까칠하기 그지없는 기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이름하곤 별로

매칭률이 높진 않다.

주상절리가 어떻게 생겨난다더라, 뭐 세세한 건 다 까먹었지만 요는 그렇다. 바다 밑 땅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넘쳐나온

용암이 파앗, 하고 분출하는 순간 바닷물에 급속 냉각되면서 빳빳하니 굳어가며 육각형의 결정형태를 이룬다던가.

갠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거 모르고 보는 게 더 신기할 때가 있다.



8월, 9월...전략적으로 생각했을 때, 8월은 뭔가 여름휴가하면 생각나는 작렬하는 태양, 눈부신 육체, 그리고 축제

같은 분위기가 질펀해야 할 텐데 별로 그런 사진을 찾기 쉽지 않았다. 9월 역시 추석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있으니만치 그런 사진들을 올려야 할 거 같은데, 별로 해당될 만한 사진이 안 보인다. 객관적으로 내 사진들을

따졌을 때에도 그닥 뛰어난 사진은 없으므로 틈새를 노려야 한다는 고려도 한 몫해서 사진들의 해당 월수를 찾아

주었던 것.


애초 사진공모를 '빙자'했다고 했으나...어느새 몰입하고 있다는.

#1. 8월 - 제주도의 어느 노천 수영장.

#2. 8월 -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일광욕.

#3. 8월 - 축제의 도시, 파리의 휴일날 거리공연.

#4. 8월 - 아침고요수목원의 오래묵은 소나무.


#1. 9월 - 후쿠오카 유센테이 코헨의 가을 정취.

#2. 9월 - 김태희 허수아비가 지키는 남녘의 들판.

#3. 9월 -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웨이크보드가 응시하는 새벽안개 자욱한 남이섬.

#4. 9월 - 후쿠오카 유센테이 코헨의 이끼슨 석등.

#5. 9월 - 세느강변의 조금 이른 낙엽, 그리고 푸른 잔디밭.

#6. 9월 - 제주도 주상절리대의 검푸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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