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열린 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놀다가 예기치 않게 빨려들어 완전히 몰입해버린 밴드가 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밴드 이름만 듣고는 이게 어느 나라 밴드인지, 어떤 느낌인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지만, 일단 한번 딱 듣고 나면 바로 그들의 신도가 되어 버리는 거다.(혹은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며

평생 등을 돌릴지도 모르고.) 나 같은 경우는, 좀체 연예인 사인받고 팬질하고 그러는 거 없지만서도

공연 마치고 난 그들을 발견하고 얼른 달려가 사인까지 받아버렸다.


노래하는 오마르와 다르부카 치는 미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정현이 바로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멤버들.

그들의 음악은, 앨범 제목이 '지구음악'이라는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듯 그 뿌리를 딱히 어느 나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인류의 음악, 민족과 국가로 쪼개지기 전 신과 통하려는 주술적 의지나

집단 최면상태를 만들어내는 그런 음악인 거다. 달리 말하자면, "박카스 주사맞은 느낌"의 음악.


이토록 강하게 끌어당기는 음악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근래 달달하고 은근한 인디음악만 줄곧

들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예기치 못한 멜로디의 진행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창법들. 정말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허를 찔러들어오면서도 몸을 흐느적대게 만드는 그 마력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아래는, '수리수리마하수리'의 공연 영상과 몇 장의 공연장 사진들.



















 


 

 


 



 




얼핏 보면, 차가운 은색 파이프 십여개를 동여매둔 것 같다. 길이가 다른 파이프들을 질끈 묶어두고는 창고

한 곳에 똑바로 수직으로 세워두면 저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정원 한 가운데 연못에 비친 버즈 두바이의 서늘하고 뾰족한 실루엣.

빌딩 옆구리춤에 매달려 있는 조그마한 파리같은 불빛은, 실은 그렇게 작지만은 않을 크레인이다.

버즈 두바이의 발치께에는 여전히 공사중인 짜잘한 건물들이 우르르 몰려있다. 그러고 보니 밑둥만 보면

버즈 두바이도 꽤나 옹골찬 건물이다. 튼실한 하체, 얄쌍한 상체.

그래서다. 더욱 주사바늘이 연상되는 건. 저걸 한 손에 쥘 만한 사이즈의 로봇이 있다면 언제든 툭,

꺽어선 무기로 쓸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롱기누스의 창.

공사중인 아랫 건물들. 이것들도 그리 작다고 치부될 건물은 아닌데, 덜컥 하나가 뾰죽하니 솟아버리는 바람에

영 가오가 죽어 버렸다.

부분부분 떼어서 보면, 꽤나 높은 마천루다. 뉴욕이나 어디 대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높이이기도 하고.

사실 한국만 해도 최근 지어진 고층건물들이 잔뜩 몰려있는 지역이란 드물다. 아무리 강남이나 광화문 거리라

해도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면 그다지, 고층건물이 빼곡한 지역을 찾기는 쉽지 않은 거다.

뭔가 금속 골조와 유리 재질의 외장재가 초현실의 느낌을 던지고 있다. 메탈과 유리, 그 두가지 재료가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의 핵심 자재라는 지적이 와닿는 순간. 고층으로 오를수록 하늘의

파란빛을 머금은 버즈 두바이.

버즈 두바이를 올려다 보기 딱 좋은 이곳은 the old town island, 두바이의 전통 왕궁과 저택들이 재현된 공간.

압도적인 높이, 그렇지만 저 건물에 입주해서 일할 사람들은 좀 깝깝하겠다. 50여층만 되어도 창문 하나없이

답답한 공기가 내부에서 돌 뿐인데다가 엘레베이터 한 번 타면 귀가 윙윙거리는데, 저렇게 높아서야 원.


가까이 보나, 멀리 보나, 까마득하니 높게 뻗어 저게 진짜인가. 싶은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저번주부터 몸이 힘들어하더니, 급기야 주말이 되자 퍼져버렸다.

토요일, 일요일 계속 이불을 싸매고는 땀을 비오듯이 삐질거리고 있다가, 조금 나은 것 같아 어제 또 술을 마셨다.

군대동기들, 대학친구들, 고등학교친구들, 조모임친구들, 입사동기들 등등에 이어 마지막 우리 부서 송년회.

팀장님이 꺼내놓은 양주가 소고기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기침을 말보다 더 많이 한 날이었음에도 홀짝대고

잘도 받아마셨다. 결국 오늘 또다시 붕괴.


휴가라서 느지막히 일어나서는, 그것도 상당한 노력과 이를 악문 참을성이 있어야 했지만, 두들겨맞은 듯한

몸을 겨우 일으켜 땀에 흠뻑 절어버린 잠옷을 벗어던졌다. 선뜻한 기운에 얼른 옷을 꺼내입는데 옷이 팔다리에

쓸리는 느낌이 어찌나 아프게 느껴지는지..바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대.만.원.


한 삼십분 기다려서 진료를 받고 나온 병명은 코감기와 심한 몸살. 요새 과로했냐고 물어서, 일은 안 힘들었지만

송년회가 매일 있었다고 말하려니 좀 뻘쭘했다. 주사를 맞는데, 왠지 주사를 맞는 순간엔 갑갑하게 막혀있던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알콜적신 솜으로 채 제대로 부비지도 못하고 모종의 사정으로 이용한 급작스레

이용한 화장실에서 힘을 주었더니, 이번엔 주사맞은 엉덩이가 뻥, 터졌다.


사실 말그대로 뻥, 하고 풍선터지듯 엉덩이가 터진 건 아니고, 그냥 피가 좀 나더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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