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양이가 숨어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갈색 얼룩무늬 고양이가

밭고랑 사이 같은 곳에 숨어있어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더랬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온통

마르고 비틀려져 갈색빛 가득한 풀밭에서 메뚜기 한쌍을 알아보기란 꽤나 난이도가 있는

퀴즈인 셈이다. 그나마 한 마리가 아니라 한 쌍이라 조금은 눈에 잘 띌 테니 다행이다.

이들에겐 사랑, 혹은 종족보존을 위한 절실한 움직임이겠지만, 경련하듯 꿈틀거리며 뭔가 나른한

메뚜기의 앙상한 다리와 얼기설기한 문양과 질감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뭔가 거북살스럽다고나

할까. 아니면 '채털리부인의 사랑'의 한 대목처럼 대충 "그 우스꽝스러운 엉덩이의 움직임과

성급하고 눈먼 애무에 더한 섣부른 탄식" 나부랭이 운운하듯 대충 우습다고나 할까. 우야튼 과히

우아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너무 가깝게 들여다봐서 그런 거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면 둥글둥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일정 간격 이상으로

바싹 붙어서 관찰하게 되면 맘에 걸리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저 외롭고 추운 두

곤충이 서로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짝지를 찾아 사랑도 하고 종족도 보존하는 아름다운

그림인 건데, 너무 들이대서 보니까 이 녀석들의 서툴고 단조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얄포름한 여섯 다리와 거칠고 칙칙한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2010년도 어느새 사흘이나, 예수님도 무덤에서 벌떡 부활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연말연시, 뭔가 특별한 포스팅-예컨대 2009년 결산 같은-을 해야하나 생각해봤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이것저것 요새 뭐하고 지내는지, 무슨 생각하는지 끼적끼적. 좀체 포스팅해 본

적이 없는 연예계 관련 포스팅.


#1. 유희열이 싫어진 이유.

며칠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오랜만에 보다가, 예전에 퍽이나 좋아했던 유희열의 목소리,

말투, 화법, 외모까지 모든 게 다 맘에 안 든다고 틱틱대는 자신을 발견해 버렸다. 왜일까,

한참 생각하다가 깨우쳐 버렸다.
유희열...이명박과 묘하게 닮았다. 실은 굉장히 닮았다. 아놔..MB 때문에 좋아하는

뮤지션 하나를 잃고서 시작하는 2010년 새해다.


#2. 강호동이 싫은 이유.

정확히 말하자면 강호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라고 해야 맞을 거 같다. 흔히 유재석의

매너와 게스트를 배려할 줄 아는 면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부각하긴 하지만, 강호동의

스타일은 굉장히 남성적이랄까 마초적이랄까 좀 그렇다. 그가 이끄는 1박2일은 무한도전과는

달리 위계가 명확하고, 그가 담당하는 캐릭터는 좋은 말로 하자면 대체로 '듬직하고 의리있는

맏형', 뒤집어 말하자면 군대 말년병장의 느낌? 적당히 여유있고 유들유들거리면서도 자신의

지분과 위치를 양보하지 않는.


우야튼, 그냥 그가 맡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혹은 그가 티비 속에서 연기하는 캐릭터의

문제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009년 K본부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그가 대상에 선정되고

내뱉은 제일성이 굉장히 거슬렸다. "재석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나~" 였던가. 대상 후보가

자기들 둘만 있던 것도 아니고 다른 후보들이 몇명씩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양강 구도'임을,

자신이 의식하던 건 유재석 한 명 뿐이었음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나.


그의 말을 듣던 다른 대상 후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곁다리였음을 씁쓸하게 되씹어야

했을지도 모르고, 혹은 그냥 쿨하게 축하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생각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때로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감수성과 배려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고 좀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자세가 부족한,

그래서 '통크고 남자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는 그 캐릭터를 '연기'했던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건국'이란 단어를 들이대는 정부. 위대한 국민이라는 말도, 기적의 역사라는 말도, 너무 쭈뼛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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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그랜드볼룸의 한식 세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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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종류의 기본 찬은 미리 깔려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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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채에 들어있는 팬지꽃은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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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주는 복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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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유, 어..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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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 구이는 언제 먹어도 참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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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찜(호주산)이 사실상 마지막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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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진지와 국'이 함께 나왔지만, 왠지 한식은 그렇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어야 맛이지, 이렇게 쬐끔씩

맛만 보이며 코스로 띄엄띄엄 나오는 건 좀 별루다. 외국 정찬처럼 나이프와 포크가 필요에 맞게 십여개씩

나와서 그때그때 먹는 메뉴를 준비하고, 얼마나 식사가 진행되었는지 가늠케 하는 것도 불가능한 수저 한벌.

한식이 가야 할 고급화의 길은...아직 찾아내지 못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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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에 이어지는 쇼쑈쑛. 비보이와 현대화된 템포의 전통악기연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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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분의 파격적인 한복, 그리고 명치아래께 케잌묶듯 묶인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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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YTN이나 몇몇 신문방송 기자들이 오긴 했지만, 제대로 기사거리가 될만한 건 없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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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무리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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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현미. 보톡스의 힘일까, 마치 다림질된 듯한 얼굴을 보곤 생경함만 가득했다.

그녀의 노래는 여전히 구성지고 목소리는 깔끔했지만, 나이를 알 수 없이 요새애들처럼 비슷하게 이뻐진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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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에서 왜 느낌표가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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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겨우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왠걸, 사회란 이런 거다~라고 제대로 보여주었다.

좌중의 분위기를 조율하며 끌어올리고 내리고를 자유자재로 하는, 게다가 출연자, 스탭과의 호흡이라거나

여유넘치는 애드립이란. 사회자로서 유재석의 겸손함과 출연자에 대한 치켜세움이 미덕으로 발견되고 있지만,

이미 송해는 출연자에게, 관객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풍요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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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는 설운도.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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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과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일상의 조명이 되돌아오고, 호텔리어들이 부산해졌다.

항상 뭔가 가슴이 휑해지는 순간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직 몇 번 안되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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