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고양이가 숨어있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갈색 얼룩무늬 고양이가

밭고랑 사이 같은 곳에 숨어있어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더랬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온통

마르고 비틀려져 갈색빛 가득한 풀밭에서 메뚜기 한쌍을 알아보기란 꽤나 난이도가 있는

퀴즈인 셈이다. 그나마 한 마리가 아니라 한 쌍이라 조금은 눈에 잘 띌 테니 다행이다.

이들에겐 사랑, 혹은 종족보존을 위한 절실한 움직임이겠지만, 경련하듯 꿈틀거리며 뭔가 나른한

메뚜기의 앙상한 다리와 얼기설기한 문양과 질감은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뭔가 거북살스럽다고나

할까. 아니면 '채털리부인의 사랑'의 한 대목처럼 대충 "그 우스꽝스러운 엉덩이의 움직임과

성급하고 눈먼 애무에 더한 섣부른 탄식" 나부랭이 운운하듯 대충 우습다고나 할까. 우야튼 과히

우아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은 아니다. 너무 가깝게 들여다봐서 그런 거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면 둥글둥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 일정 간격 이상으로

바싹 붙어서 관찰하게 되면 맘에 걸리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저 외롭고 추운 두

곤충이 서로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짝지를 찾아 사랑도 하고 종족도 보존하는 아름다운

그림인 건데, 너무 들이대서 보니까 이 녀석들의 서툴고 단조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얄포름한 여섯 다리와 거칠고 칙칙한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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