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는 과선배랑 모처럼 만나서 진하게 술을 마시던 날.

보궐선거라거나, 북한 핵 문제, 남북관계라거나 동아시아 정세. 북한 내 정책결정자를 개인으로

볼지 그룹으로 볼지라거나, 대북정책의 근간이 되는 북한의 자멸 여부에 대해서라거나, 한-미,

한-EU FTA에 대해서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해서라거나, 진보정당들이 원내외에서

어떤지라거나. 근대국가니 현실주의니 따위, 오랜만에 듣는 국제정치학의 jargon들이 우르르.


뭐, 대학다니며 늘 나누던 이야기들이었다. 근대니 탈근대니, 국제정치가 어떻고 세계 정세가

어떻고. 국내 정세가 어떻고 어떤 정치인은 어떻고, 파급 효과는 어떨 거 같고. 개별 이슈에

종횡하는 표피적인 것들이 아니라, 구조와 동학에 대해 집중하는 이야기들. 국가 차원이나

세계 차원에서 정치와 정세를 논하는, 말하자면 정말 '고담준론',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학문쪽으로 계속 나갔다면 굉장히 진지하고 중요했을 이야기들.


누구는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고, 이 정부의 외교라인 씽크탱크로 들어간 교수진이 어떻고,

우리과 교수 누구는 한국의 대표선수로 외국 정계, 학계에서 인정받았고, 누구는 D.C로, 뉴욕으로

유학을 가서 아카데미아로 빠졌다거나 따위의 이야기들, 그리고 선배도 외교분야 보좌를 하다보니

공부를 더해야겠다며 유학준비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불쑥 마음이 서늘해졌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냥 나도 서른 즈음 되면 그렇게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무작정 생각했었다.

나름 '이데올로그'가 되겠다며 정치학이던 IR이던, 사회학이던 뭔가 잡고서 책상물림하며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국가 이외의 다른 행위자들이 등장하는

국제관계를 볼 수 있는 국제정치이론을 만들겠다느니. 그런 식의 '고담준론'을 교환하며 머릿속에

세계를 집어넣고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왠지 그런 이야기들이 내 일상과는 맞지 않게

붕붕 뜬 이야기 같기도 하고, 왠지 마음이 서늘해졌었다.


사실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열의도 그다지 많진 않은 거 같다. 못 가본 길에 대한 호기심이나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던 공부란 건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공부였던 거다.

뭔가 대단한 논리나 통찰을 제공해서 바뀔 세상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아카데미아로 빠진

삶에서 내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올곧은 선비의 이미지보다는 왠지 낙향해 초야에 묻혀사는

폐포파립의 한량 이미지에서 더 매력을 느끼는 거 같기도 하고.








99년만 해도 등록금과 입학금을 합쳐도 백만원이 안 되었었다. 사회대는 그랬었다. 물론

미미하지만 꾸준히 등록금은 올랐고, 졸업할 때쯤엔 백팔십..이었던가, 꽤나 오른 셈이다.

'서울대 법인화' 문제는 벌써 이야기나온지 십년쯤 된 것 같은데, 한마디로 서울대를 회사처럼

운영하겠다는 거다. 돈되는 학문 키우고, 등록금 '현실화'해서 수익도 남기고, 기념품도 적극

판매하고,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돈안되는 학문분야는 버리거나 축소하고, 등록금 부담스런

학생들은 생활이 피폐해지는 흐름이다.


서울대 이외에 다른 대학들은 이미 한참전부터 그렇게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모두가

효율과 수익을 집요하게 따지기 시작하면서 교육 역시도 더 나은 효율과 수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고, 대학은 예전과 같은 '신성성'이랄까 '사회비판'의 기능 따위는

상실한 채 적극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인력 공급으로 돈벌이에 매진하는 사업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나마, 대학이 어떤 대학이어야 하는지, 대학 교육이 본질적으로 어떤 걸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그나마의 '여유'란 게 남아있던 공간 중 하나가 서울대였던 게 현실이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그래도 순진하다거나 세상물정 모른다는 식의

면박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서울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서울대가

대학교육 본연의 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를 해온 것도 아니지만 어정쩡하게나마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여태 '법인화'가 미뤄졌는지도 모른다.


법인화의 귀결은 뻔하다. 그나마 어정쩡하게 옛 대학의 그림자가 남아있던 서울대마저

여느 대학들처럼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이 되는 거다. 대기업 취직율을 떠들고, 고시 합격률을

광고하며, 등록금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그런 대학. 교육부의 입김에 맞춰 매년 입학

전형방식을 시험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가린 채 돈많고 집안좋은 애들만 받게 되는

결과를 빚게 될 거다. '반값 등록금'이니 '교육의 공공성'이니 따위 더욱 멀어지게 될 거다.

그런 의제들이 실현불가능한 몽상으로 치부되거나, 아예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질 거다.


아직은 상상할 수 있는 시간, 실현가능하다 믿을 수 있는 시간, 지금의 서울대학도 아니고

법인화된 서울대학도 아니고, 내가 바라는 대학은 그렇다. 단순히 취업준비 단체교습소도

아니고, 지식만 반복재생산하는 학원도 아니고, 사회와 유리된 상아탑도 아닌 대학.


대학생들 전부가 피폐한 사회흐름에 잔뜩 핀치에 몰려있을 때, 대학이 전부 돈벌이에 눈이 벌개

등록금올리고 로스쿨 양산할 때, 사회가 집단적인 광기를 보이며 이명박을 뽑고 G20을 찬양할 때,

이성과 지성이 매도되고 하향평준화를 요구하는 '민주주의'가 횡행할 때, 마치 정의구현사제단이

그러듯 사회에 대해 일종의 이정표와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집단.


그렇게 대학이 기능하려면 나아가야 하는 길과 '서울대 법인화'의 길은 아마도 정반대.



p.s. 솔직히 서울대 교수들 너무 고상한 척만 한다.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어떤 입장이던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발언하는 것도 '교수'의 사회적 역할일 텐데

아래 인터뷰한 서사과 최갑수 교수나 법대 조국 교수 정도 밖에 안 떠오른다. FTA이슈가 터졌을 때,

통상 이슈가 터졌을 때, 그리고 하다못해 서울대 법인화 이슈에 대해 우리 외교과 교수님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부끄러울 뿐. 최갑수 교수가 '미생물이 아니라 무생물같다'고 말한 게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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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서울대마저 등록금 오르면 가난한 학생들이 갈 곳은…"

지난 8일 예산안 강행처리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중 '서울대법인화법'도 '쥐도 새도 모르게' 통과됐다. 교수들은 "끼워팔기, 신종날치기"라고 즉각 반발했다. 무엇보다 평소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외치던 이들이 교육 관련 법안을 충분한 상임위 논의 없이 바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인화법이 통과됨에 따라 서울대는 2012년부터 국립대에서 독립된 법인으로 전환된다. 총장 선출은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어 이사회의 선출과 대통령 임명 과정을 거친다. 법인이 되면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수익 사업도 가능해진다.

서울대를 법인화하려는 주된 이유는 인사와 재정의 자율성이 확보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학문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기초학문이 고사할 뿐만 아니라 등록금도 상승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이란 책자에는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2007년 기준 200%)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학내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함(208p)"이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당장 이런 법인화법 같은 사안이 터질 때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교수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회에 교과부, 기획재정부 차관이 포함되는 만큼 교수들의 '정부 눈치 보기'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대학의 사회비판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방 국립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법인화 때문에 당장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시장 논리가 강하게 개입되면 이른바 인기학과에만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서울대학교 법인화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학생들이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도 법안 폐기를 주장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프레시안>은 공대위의 최갑수 상임대표(서양사학과)를 14일 만나 '서울대법인화법'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 인터뷰는 서울대학교내 최갑수 교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법인화가 되면 가장 먼저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인가? 대학 지배 구조에 변동이 생길 텐데.

최갑수 : 법인화는 대학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교수들이 총장을 직선으로 뽑고, 그 총장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총장은 예산편성권이나 직원인사권은 없다. 교육부가 큰 틀에서 통제하고 대학 안에서는 총장이 모든 것을 하지만,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통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로 견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이사회가 학교의 사실상 주인이 된다. 총장 한 명에 부총장 두 명, 교수대표는 딱 한 명만 들어간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외부자 중심이다. 당연직으로 교육부 차관, 기획부 차관이 들어오고 나머지는 사실상 재계인사가 들어올 것이다. 교내 인사는 15명 중 최대 4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교내 인사가 최대 4명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최갑수 :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학이 공기업화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율성이 부여된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 이사회를 교육부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치'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예산, 인사 모두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 : 법인화,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최갑수 : 전 세계 OECD 국가 중 고등교육에서 국가가 재정지원 하는 비중이 우리나라가 제일 적다. GDP 0.5% 수준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중이 제일 높은 게 우리나라다. 학부 수준으로 80%가 사립대학이다. 미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럽이나 제3세계는 사립대학 개념 자체가 없다. 다 국립대학이다. 사립대학이 우리만큼 많은 나라가 일본인데 75% 정도다. 하지만 일본 최상위 대학은 모두 국립대학이다. 국가가 대학에 재정 지원하는 원칙이 확고한 것이다. 물론 일본은 법인화를 했다. 하지만 처음 법인화 논의가 나왔을 때 문부성은 찬성하지 않았다. 총리가 설득해서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 예산과 몸집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일본 법인화는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대학이 기업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갑수 : 물론이다. 법인화는 국가가 고등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립대학이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립대학 때문에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이 이뤄졌다.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대학, 국립과 사립의 균형이 유지됐다.

근본적으로 대학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학은 그 사회의 비판적 성찰 능력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다. 법인화는 자본의 논리 때문에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대학교수에게는 기업 연구원하고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비판적이고 중립적인 것을 기대한다. 자본, 권력과는 다른 것이 지성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에게 '전문가'가 되라고 말한다면 법인화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지식인'이 되길 바라지 않은가? 법인화 이후의 구조라면 대학에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비판적인 목소리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등록금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다. 정부 지원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법인화를 준비하면서 등록금을 올릴 계획을 준비한 자료도 있다.

2007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이란 책자인데 법인화를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등록금의 대폭 인상을 전제로 한 (법인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2007년 기준 200%)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학내의 합의를 이루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필요함(208p)"이란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런데 등록금이 지금도 절대 싸지 않다. 서울대마저 등록금이 오르면 가난한 사람들 좋은 대학에 갈 수가 없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좋은 대학이 운영되는 것은 그 사회가 굉장히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프레시안 : 그러나 서울대가 정체돼 있고 발전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또한 법인화법이라는 것이 서울대보다는 지방 국립대에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최갑수 : 서울대가 정체돼 있다는 것이 단지 경쟁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면 동의할 수 없다. 현재도 충분히 법인화에 준하는 제도들이 있다. 서울대 안에는 지주회사도 있고, 교수들도 기본적으로는 호봉제지만 연말 성과급제로 급여가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연구비에 따라 이미 차이가 많이 난다.

경쟁과 협동은 물론 병행되어야 한다. 학교 발전에도 경쟁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경쟁은 매우 많다. 95년도에 제기된 법인화 논의와 지금의 법인화 논의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지방 국립대가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건 맞는 말이다. 서울대 몫이 늘면 다른 국립대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꼭 서울대 법인화만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대의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절대로 서울대 혼자서는 발전 못 한다. 고등교육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같이 발전해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프레시안 : 법인화 법이 통과됐다. 어떤 심정인가? 앞으로 계획은?

최갑수 : 상임위 상정도 안 된 채 통과된 것을 보고 학문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모멸감 느낀다. 앞으로 공대위는 이 법안의 무효화 투쟁을 할 것이다. 일단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하라고 할 것이다. 민주당도 폐기법안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대 교수협회는 헌법소원까지 낼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 봄까진 무효화 투쟁 이어갈 것이다.

프레시안 : 국립 서울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법인화를 할 게 아니라 망해가는 사립대를 국립대로 만드는 것이 옳은 정책 방향이다. 서울대는 '겨레, 학문, 세계의 대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런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특권적 지위 포기해야 한다. 모든 국립대학이 하기는 그렇고, 거점 국립대학하고 만이라도 같이 입시를 꾸린다든지, 학문적 네트워크를 만든다든지 해볼 수 있다.

학문의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사립대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대는 기초의학, 기초공학 등 기초학문 중심으로 가고, 로스쿨, 경영학 이런 건 굳이 서울대에 있을 필요가 없다. 사립대가 하면 된다. 이럴 때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대학은 자기 정체성 일신해야 한다. 국민, 사회로부터 너무 멀어졌다. 이번 법인화 문제도 침묵을 지키는 교수들이 많다. 투쟁하면서도 외롭다. 당장 법인 이사회의 '직원'으로 자신의 신분이 바뀌는데도 조용하다. 실망스럽다. 서울대란 조직이 미생물이 아니라 무생물 같다.

/이경희 기자


#1. 국제 정세에 대해 논하시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그리고 당선된 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으레 질문은 내게 떨어졌다.

누가 될까? 오바마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암살당하지 않을까?ㅡㅡ;;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6자회담이 삐걱댄다는 기사가 나올 때였을 거다. 당시 내가 RA로 일하던 회사의 이사가 물었다.

자네가 잘 알겠구만. 북한이 왜 저러는 거야? 어떻게 될 거 같아?


심지어는 그런 질문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왜 한국은 핵무장을 안 하는건데??!!


내가 아냐.


외교학과를 나왔다고 국제 정세 분석에 능해지는 건 아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오만나라의 외교 정책과 기조를

파악하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리고 외교관으로 갖출 만한 덕목일 외교술수 이딴 것도 없다. (외교관이 따논

당상인 건 더더욱 아니다. 별 상관없다;;)


첨에 난 외교학과라고 해서, 무슨 대사관 뒷뜰에서 가든 파티할 때 바베큐 잘 굽는 법, 와인 마시는 법 갈쳐 주는

데인가 하고 갔을 뿐이고. 배워보니 무슨 자신이 한국의 대표인 양 겉멋든 인간들만 잔뜩 양산하는 기형적인

외교학과/정치학과 분리 시스템에 속았을 뿐이고.


#2. 다음 주자는,

귀여운 8살짜리 아드님이 있으신 플투님(http://plustwo.tistory.com/)께 바통 살포시 놓고 오렵니다^^


뒤늦은 세줄 요약.
외교학과(학부 나부랭이)를 나왔다.

국제정세 분석은 커녕, 외교정책이나 외교술 역시 모르니 묻지 마라. 쌩깔 테다.

다음 주자는 플투님입니다~!





자정 쯤에는 한미 FTA가 타결될지 알 수 있을 거라는데, 글쎄요, 시한 안에 협상을 타결짓고 세부적인 조항은

이삼일 동안 더 논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민변이나 국회의원들의 반발도 가세한 반대 시위는 촛불의

장관을 이루기도 했고. 협상 체결 후 일방적인 파기의 가능성은 아마도 한국에서 더 크지 않을까요. 워낙 국내적

합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꾸준히 여론을 무시한 채 달려간 합의라서요.ㅋ

저는 FTA 내용 자체보다도, 협상을 진척시키면서 전혀 국내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한국의 외교적

마인드랄까..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은..현실주의적으로 보았을 땐 다소 암담한 그림이 나온다, 그리고 지금 조금씩 국제 레짐이

형성되고 있으니 그에 기반하면 한국도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라는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실적인 기반이 제공하는 객관적 범위 내에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국제 레짐은

강대국이 이른바 단기적인 이익을 양보하는 수준 정도에 (아직은)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앞으로도

국제관계를 규율하는 레짐이 그 범위를 계속 넓히리라거나 발전해 나갈 거라는 전망도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하구요.


윈셋 이론이나, 국제레짐 이론에서 말하는 협상이란 건 다소 자연과학의 실험실과 같은 조건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Ceteris Paribus'와 같은 거지요.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요. 여타 국제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어 있고 지금의 협상에 아무런(혹은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가정이겠죠. 문제는, 미국같은 강대국은 판 자체를 새롭게 다시 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냉전 해체 후 단극 질서의 안정성을 의심받던 상황에서 돌발적인, 또한 예견되었던 9.11 테러를 빌미로, 미국은

성공적으로 자국이 확보한 가장 큰 자산의 효용을 갱신해냈습니다. 새로운 집단으로부터의 테러 위협에

대항하겠다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을 의제화하고 '악의 축'국가를 상정하면서 잠시 의문시되었던 무력의

중요성을 복권시킨 것 아닐까요. NMD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신속기동군을 축으로 한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GPR)도 그렇구요. 세계적 차원의 반미반전 여론이 일고 있고,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거센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탈냉전의 세계에 새로운 적을 규정짓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요. 상존하는 위험성,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미국의 헤게모니와 권력자원을 공고히 하는데 공헌했죠.

요는, 국제 레짐이나 협상이론에서 말하는 공정한 체스판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강대국이 보아 넘기리라

생각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새로운 의제를 던지면서 판 자체를 흔들어 자국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 실제로 모든 국가들의 생존전략 아닌가요.


물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말 자체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체로

단기적인 손해는 소프트한 영역의 레짐에서 일어나는 반면, 보다 장기적인, 근본적인 이익은 전지구적 차원의

병력 배치를 관철한다거나, 에너지 자원의 확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군사정치적 헤게모니의 유지, 혹은

(헤게모니란 단어가 거슬리신다면) 국력의 현상유지 아닐까요. 이러한 장/단기적 이익을 구분할 때, 대략 하드/

소프트 폴리틱스의
영역과 중첩되는 것 같거든요. 물론 경제적 분야의 경우처럼 그 자체의 장/단기적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그렇다면 여전히 현실주의적 가정이 살아있는 것 아닐지요. 어느분이 예로 드신 게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내 역풍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문제되는 장/단기적 이익이 뭔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미국내 역풍은 결국 미국의 헤게모니와 권력자원(소프트&하드)를 허비시킨 것에 대한 전술적 차원의 반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주의의 시각을 차용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여지가 상당히 좁고 답답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치만

그건, 마치 우리 나라의 영토적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강대국이 되기 힘든 본래적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장규모, (경제활동)인구, 인재발생 가능성, 자원 등 여러 측면에서

출발선이 다른 걸 인정하듯, '우리'에게 주어진 권력 자원이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소한 것이 사실이죠. 머..

그런 '비장한' 현실인식 위에서 전략을 짜는 것이 꼭 '패배주의'와 동일시되어야 한단 법은 없는 것 같은데요.

거기에 역사적인 피해의식과 조바심, 그리고 '우리'를 국가 자신으로 사고하는 다소 국가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열패감을 조장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사실 외교과 학생들이 너무 국가중심적인 사고만 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흔히 수업시간에

'우리'라는 단어로 지칭되는 건, 단일자로서의 국가, '대한민국'이죠. 국가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주의적

사고의 가장 큰 폐해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라고 흔히 지칭되는 측면에서 망각되기 쉬운 건

국내정치적 문제구요. 국제정치와 국내정치간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라고 묶여서

호칭되는 국가의 이익을 좀 깨어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전부다 대한민국의 대표인양 말하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국내정치의 동학과 연계해서 그야말로 '비국가 행위자'의 입지를 강화하고 그에 대한 이론적 성과를

내놓는 것. 그것이 현실주의의 암울한 전망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지요. 한국이라는 공간 내에 하나의

액터만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액터가 존재할 수 있고,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영역을

넘나들며 작용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지금 FTA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온갖 오류들은, 결국 국가적인 차원의 경쟁력과 수익을

제고하겠다고 채근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 요소는 도외시하고 활용하거나 고려할 생각도 안 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외교정책 담당자들이 너무 국가중심적으로만 사고해왔기 때문은 아닐지요.

외교가 국가의 총수익만 키워놓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사실, 윤영관 선생님이 저한테 그 질문을 하셨다면, 제 답은 아마도..당신이 돈많은 사람이면 한국이 더

편하니 눌러 붙어있고, 돈없고 빽없는 사회적 약자라면 어딜가나 똑같으니 남아라..정도일까요.^^ㆀ

(사실 이민가고 싶음 가는 거지 모. 지가 가겠다는데 왜 말리겠어.ㅋ)


from '국제정치경제' 수업 커뮤니티게시판.

윤영관선생님께서 오늘 학생들에게 물으셨던 질문, '미국으로 이민가려는 사람에게 한국의 가능성을 확신시키고

회유할 수 있는 방법은?'에 대해서 선생님은 복합적 상호의존론에 기반한 해답을 제시하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강대국 위주로 짜인 현실주의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종속이론이나 패배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우려도

하셨구요.


그렇지만 저는 선생님의 해답이 다소 의지적이거나 당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주의의 기본전제 세가지, 합리적인 단일 행위자로서의 국가, 이슈간의 위계, 무력 사용의 효율성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금의 국제 정치 현실이 많이 바뀌었고, 때문에 다층적인 장기판을 상정한 복합적

상호의존론이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커헤인과 나이가 애초부터 명백히 한 바와 같이, 이는

어디까지나 현실주의의 설명력을 보완하고 이론적인 이상형의 다른 극단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를테면,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의 한 극단이 현실주의라면, 정반대의 한 극단이

상호의존론이라는 식으로요. 현실은 그 중간 어딘가쯤에서 케이스에 따라 적절히 해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여전히 군사안보 분야에서 북한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현실주의에 무게중심이 실린 해석을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역시 사안별로, 이슈 영역에 따라 다르긴 할 테고, 분단 상황의 추이에 따라 변화할 여지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력이나 문화적 역량으로 군사 안보면의 취약점을 단순히 상쇄한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보는데요.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문제라거나, 미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교섭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구요. 동북공정이나 독도 문제, FTA 등에 대한 제약조건으로

군사안보적인 고려가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한국에 있어선 이슈간의 위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닐지요. '최종심급'에서의 판단이랄 수도 있겠구요.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군사안보상의 고려를

우선하는 현실주의적인 판단이 보다 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적 약소국의 입장에서 현실주의의 함의가 패배주의적인 종속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저도 그렇게는 생각지

않지만-아직은 현실주의적 시각이 한국의 입장을 일반적으로 보다 잘 설명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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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의의에 대해, 진행 방식에 대해, 그리고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수업시간에 몇번씩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책이 나왔다는 말씀에 꾹꾹 참았었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의 논문이 묶인 책이고, 미처 한미 FTA가 급물살을 타고 타결되기 전인 작년 11월에 탈고한

책이지만, 윤영관교수님이 어떠한 대답을 하셨을지는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미 FTA는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란 사실은 아마 대부분 합의를

할 것 같은데요. 다만 책에서 지적되듯 로드맵도 무시하고 국내정치적인 협상도 건너뛰고 조급하고 임의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측면이 낳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동시다발적 FTA전략이란 과감한 전략

자체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영향이 적은 소규모경제권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니까요.


더구나 일단 FTA가 타결되고 나니까,마치 루비콘강을 건넌양 "돌이킬 수 없으니 계속 가자, 국제신용도도 그렇고

외국인투자도 그렇고 지금와서 반대해봐야 죽음뿐이다"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여론이 우려스럽습니다.

한칠레 FTA도 국내 비준까지는 1년반이나 걸렸는데, 그보다 더욱 파장이 큰 한미 FTA는 한국측, 미국측 모두

비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장애물과 난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재협상의 가능성도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구요. 만약 최종적인 비준에 실패했을 때 한국에 미칠 역풍을 한국정부, 언론 등이 스스로 키우는

건 아닐까요. 초점을 맞춰야 할 건 장기적으로 개방형 통상국가가 되기 위한 비전이지, 졸속처리된 한미 FTA

자체의 가부결이 아닌 것 같은데요.

협상이 좌초한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당장 나락으로 구를 것처럼, 혹은 타결된다고 해서 당장 (깃발들고 말달리며
 
태평양을 건너) 미국시장을 호령할 것처럼 겁주고 어르는 것은, 전혀 한국 내부의 이익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한미 FTA에 목매달고 있다고 광고해서 스스로의 협상역량을 부식시키는 일 같습니다. 저는 차라리 지금의

한미 FTA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우리의 로드맵에 따라 '개방형 통상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때엔 다른 한미 FTA를 협상할 수 있겠지요, 한국 내 여론을 수렴하고

피해상황도 좀더 분석된 후에요.


또하나, 흔히 자유무역의 장애물을 말할 때 반대 이익집단이 보다 집중화, 조직화되기 쉬워서 자유무역이

좌초되기 쉽다고 말하는데, 과연 한국에서도 그러한 일반적인 설명이 그대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정당이나

합법적 채널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그야말로 집회, 시위, 폭력행위같은 강압적 채널만이 허용된 한국의 자유무역

피해집단(농민, 중소기업, 노동자 등)은 이미 그 자체로 여론과 정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일정정도 상실하고

시작하는 것 아닐지요. 찬성집단이 정당과 합법적 채널을 장악하고 유려하게 여론몰이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반대집단이 찬성집단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은 다소 피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에서

지적된 대로 한칠레FTA 비준을 세차례나 연기시킨 역량이 있긴 했지만, 이미 판세나 여론은 찬성을 대세로 한

상황이었다고 보는데요. 한미 FTA 역시, 일부 반대 이익집단이 강력했다기보다는 교수들이나 사회단체들이

나서는 등 총론 차원에서 우려가 컸기 때문에 사회적 반발이 컸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21세기 한국의 정치경제모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사회의 권력 분산이 시급하다는

진단에 비추었을 때 협상과정에서 끊임없이 노출되는 파열음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앞선 채널의 편재에

대한 얘기는, 여전히 권력이 대기업과 자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세계화와 개방을

이야기하면서 외려 대기업들은 반독점이나 공정 거래에 대한 국내적 규율을 약화시키기를 요구하고 있구요.

세계화의 진척이 도리어 한국의 권력 분포를 집중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세계화 자체가 그러한 권력의

집중과 비민주화를 유인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나아간 질문으로는, 한국이 IMF라는 위기를 기회삼아 구조 조정과 권력 분산에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아..전 왜 요새 언론 모냥새 보면서 계속 OECD가입했을 때의 장밋빛 일색이던 그 모냥새가 생각나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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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 6 - 6점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엮음/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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