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LA에서 출발해서 Las Vegas로 달리기 시작했다. 온통 까맣기만 한 어둠 속을 달리다가, 문득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가스를 잇는 15번 프리웨이, 모하비 프리웨이에서 일출을 맞았다.

 

 

까뭇까뭇하던 하늘이 지평선에서부터 조금씩 붉은 기가 번지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빛보다도 여린, 그렇지만 훨씬

 

압도적인 빛이 바야흐로 저 멀리서부터 떠오르려는 참이다.

 

 

마침 차를 세운 곳이 온통 황량한 사막 가운데를 지나는 프리웨이, 커다란 거인들처럼 고압선이 철탑에 지탱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지점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윙윙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왠지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들이 버티고 선 하늘이 붉게, 그리고 조금씩 노랗게 밝아지더니 이윽고 조금씩 새파란 하늘빛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전파방해라도 당한 듯 하얀색 구름이 온통 으깨진 채로 하늘 곳곳에 내걸렸고.

 

 

조금 다시 달리다가 발견한 풍경은, 그야말로 황량하고 황량한. 덤불이 모랫바람에 휘둘려 이리저리 굴러다닐 법한

 

바싹 마른 대지 너머 희끄무레한 안개에 감싸인 저 멀리 어딘가의 커다란 산 하나가 홀로 섰다.

 

심야 운전의 위기는 사실 이맘때, 해가 막 돋아나 사방이 밝아지는 즈음에 도래한다. 다시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잠시 눈을 붙이려다 발견한 직선 형태의 구름. 마치 차의 허리춤에서 뻗어나가 펼쳐지려는 듯한 날개 같기도 하고.

 

대충 세시간반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자며 쉬며 근 대여섯시간 만에 도착했던 거 같다. 중간에 잠시 쉬었던 곳에서

 

발견했던 재미있는 표지들, 사막 지대에 사는 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설명하고는 휴게소 곳곳에 그들의 발자욱을

 

남겨놓았다. 누군지 마침 그 발자욱이 닿는 곳에 차를 세워두고 문까지 활짝 열어두었길래 놓치지 않고 한장.

 

그리고 점점더 황량해지던 라스베거스 인근의 풍경들. 저렇게 근육질이 온통 울퉁불퉁한 거대한 산이 그냥 툭,

 

던져진 느낌으로 지평선에 꽂혀있고, 그걸 지나 한참 또 한참 지나가도 길이 끝나지 않는다는 게 미국여행의 매력.

 

 

 

 

 

 

 

작년말에 갔던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언제 다시 또 오겠냐 했지만 이렇게 일년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오게 되다니.

 

무려 90여불에 달하는 일일권 티켓과 같은 값에 파는 'Buy a day, Get 2014' 티켓-그니까 일년 무제한 이용권을 사두길

 

잘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하니 더욱 색다르기도 하고.

 

신용카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티켓.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탈거리가 트랜스포머라더니 역시 티켓도

 

트랜스포머를 전면에 내세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부에는 슈렉이라거나 트랜스포머라거나, 그린치라거나 온갖 영화속 인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가장 신기했던 건 역시 디테일이 살아있는 트랜스포머의 등장 로봇들.

스튜디오 내부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공간이 나뉘는 거 같다. 스튜디오 세트장 투어공간, 온갖 탈거리들, 그리고

 

이런 식의 잘 꾸며진 환상적인 거리들. 사진은 1938년대를 재현한 미국 거리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탈거리, 볼거리 중에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워터월드쇼. 실제 동명의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활용해서 지어졌다는

 

공간에서 배우들이 고난이도의 스턴트 액션과 전투신을 재현한다.

 

 

총알 대신 물대포를 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게 펑펑 폭음이 들리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게다가 객석과 공연장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 걸 생각하면 화염이 훅 치솟을 때의 열감과 열풍은 깜짝 놀라게 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커튼콜, 대략 20분 정도 진행된 공연은 하루에 네다섯 차례 반복되는 것 같은데,

 

기타 다른 볼거리나 탈거리들의 시간표를 입장시에 받아보게 되니 스케줄을 잘 짜는 게 관건인 듯.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세트장 투어. 아무래도 가장 대기시간도 긴 것 중에 하나인 것 같은데,

 

전기기차를 타고 실내외 세트장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언어는 영어/스페인어/중국어만 지원.

 

여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영화 작품 중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의 거리 장면을 찍었던 세트장이라고 한다.

 

뉴욕의 상징 노란색 택시가 딱 버티고 선 앞에 까페는 여러 작품에 등장했던 까페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렇게 그간의 작품에 등장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도 지난다.

 

꼭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만이 아니라, 'Back to the future' 시리즈에 나왔던 차들이라거나 모형차들 역시.

 

이곳은 특수효과를 시연해 보여주는 곳. 맑은 대낮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정도야 스프링쿨러에 익숙하다 쳐도,

 

이렇게 순식간에 하천이 범람하고 홍수가 벌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중인 모습을 촬영할 때 이렇게 조그마한 모형을 두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전설의 명작, '조스'의 유명한 장면을 재현하는 호수를 지나기도 했다.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수영중이던 사람이 끌려들어가고는 이내 시뻘겋게 물드는 해수면.

 

 그리고 킹콩의 한 장면을 3D로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이렇게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을 재현한 세트장도.

 

 실제로 비행기를 한대 구매해서 사고난 것처럼 실감나게 때려부쉈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 세트장을 활용해서 찍었던 항공기 사고 장면들이 알게 모르게 여러 영화에 쓰였다고.

 

 

그렇게 한 나절, 일년여 만에 다시 찾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온통 크리스마스였다. '심슨가족'이니 '미이라'니

 

'트랜스포머' 혹은 '쥬라기공원'이니 하는 다른 탈거리들도 조금씩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내용을 바꾸어야 사람들을 계속 찾도록 이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또 와도 실망하진 않겠다.

 

나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주위 '전우'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결승전 내용을 드문드문 귀기울였지만, 동생은

마침 로스엔젤레스 비행을 갔던 날이라 결승전을 직접 보고 왔다. 엘에이의 다저스 홈구장 입장권은 19달러부터

조금씩 비싸진다고 하던데, 55달러나 주고야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 결과야 익히 알고 있으니 별로 덧붙일 말이야 없지만, 사실 평소 야구에 관심도 없고 이번 WBC도 결승전이

마침 예비군 훈련날이었던 터라 겨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나로서는 준결승도 잘 한게 아닌가 생각할 뿐이다.

뭐, WBC 자체가 야구를 세계화하려는 미국 중심의 쑈라느니, 한국의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는 이유가 다름아닌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서라느니, 여러 귀기울여 들을 만한 지적들이 있지만, 최소한 내가 예비군 훈련날 점심식사후

두시간여 티비를 강당에 모여 함께 보며 그을 수 있었던 부등호는 이런 거였다.


(여러가지 면에서) 'WBC 결승전 관람' > '예비군 훈련'.


아래는 동생이 경기장에서 사온 2009 World Baseball Classic 기념 타월. 조잡하게 인쇄된 흰색문양이나 재질감,

역시 택을 눈여겨 살피니 Made in China.

결승전 그 현장의 사진...이 수많은 사람 중 어딘가에 동생이 있었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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