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쪽에 양꼬치집이 어느 순간 부쩍 늘었는데, 예전부터 즐겨 가던 곳은 정작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내가 길을 못 찾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래서 새롭게 발굴해 낸 맛난 꼬치집에서

양꼬치와 맥주를 먹으며 찍은 사진들.

1인분에 열 개씩 나오는 꼬치, 양념되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의 양꼬치가 빠알갛게 달아오른 숯불 위에 척하니

올려졌다. 고기가 보들보들한 게 벌써부터 먹음직스럽다.

양꼬치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일, 빼갈이나 공부가주 같은 중국술을 마실까 하다가 문득 눈에 띈 게

처음 보는 중국 맥주. 하얼빈 맥주인 거다. 두 병을 시켰더니 커다란 댓병 두개가 나오길래 화들짝 놀라서

한 병은 일단 돌려보내고, 610미리짜리 한 병으로 가볍게 시작.

음..뭐랄까, 좀 달다는 느낌. 탄산맛이 강하지 않고 단 맛이 주로 느껴지다 보니까 시원하게 마시긴 괜찮은데

맥주를 마시고 캬아~ 하기는 쉽지 않은 맛이었다. 도수는 4.5%. 하얼빈 맥주면 그나저나, 맥주공장이 하얼빈에

있는 걸까. 전세계 맥주공장을 돌며 시음을 해보는 건 내 로망 중의 하나.

어느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양꼬치들. 내가 하나씩 돌려가며 구우려니까 주인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오셔선

다섯개씩 한꺼번에 뒤집어주시더라는. 양고기 특유의 향기가 고소하게 피어오르고, 양고기는 술을 부르고.

밑반찬은 세 개, 짜사이와 양파와 땅콩볶음. 양꼬치 고기를 양념에 찍어서 먹고는 술 한모금, 그리고 양파나

짜사이를 곁들이는 거다. 캬아.

새로 주문한 건 양념 양꼬치. 아까 플레인 버전 양꼬치가 좀 '육회'같은 느낌으로 빛깔이 벌겋게 선명했다면

양념을 온몸에 묻힌 이 아이들은 좀더 점잖아 보인다. 맛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와서 다섯개씩 집고 슥삭 뒤집어주시던 주인 아저씨, 마늘을 한 줌 들고 오셔서는 꼬치에

쿡쿡 찔러넣더니 쿨하게 내미셨다. 드슈.

양념은, 아까 플레인 버전 양꼬치에 찍어먹던 그 양념을 미리 발라서 나온 거 같달까. 좀더 구석구석 듬뿍

발려있어서 참깨도 그렇고 고춧가루도 그렇고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양고기는 맛있다. 라는

뜬금없는 결론으로 급전직하. 양고기는 참 맛있다는.

마늘도 숯불에 꼬치로 꽂아 구워먹으니 더 맛있다. 잠시라도 방심해서 새까맣게 '흑마늘'로 만들어버릴 위험만

잘 피해낸다면, 쫀득쫀득 달달한 마늘을 맛볼 수 있던 것.

양고기의 효능이야 이제 익히 알려져 있는 거 아닌가. 아랍 사람들이 즐겨 먹는단 것,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들이 일부다처제를 긍정한다는 것이 맞물려서겠지만 양고기하면 바로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도 정말 그런지야..본인들만이 알 일.

하얼빈 맥주를 비우고 약간 아쉬워서 한 병 더. 이번엔 옌징 맥주다.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라는

광고포스터가 붙어있길래 시켰는데, 하얼빈 맥주보다 괜찮았다. 좀더 알싸하고 쌉쌀한 맛이 풍기는 데다가

맥주거품도 부드러웠던 듯. 그리고 양고기랑도 좀더 궁합이 잘 맞았던 거 같다.

근데 중국은 맥주병의 단위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아까 하얼빈맥주는 610미리짜리, 이 옌징맥주는 600미리짜리.

뭔가 표준화가 되어있어야 가격비교도 쉽고 병 재활용도 용이하고 운반도 편리하고, 그렇지 않을까.

양꼬치를 맛보고 나서, 아 여긴 다시 와야 할 곳이다, 란 느낌이 팍 들어서 메뉴판부터 사진을 찍었댔다.

양꼬치 1인분에 9,000원. 옥수수국수가 뭔지도 궁금하고, 고급양갈비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다음번엔

또 다른 음식들을 시도해 봐야겠다.

신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양꼬치집을 다 가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양고기 요리를 국내외 여기저기서

많이 경험했던 입맛에 비춰보면 꽤나 맛있는 집인 건 틀림없는 듯.




상해 신천지를 가로질러 마주한 음식점 하나. 이러저러한 행사들 때문에 제법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에 익숙한

입맛으로 변질되어 버렸음에도 굳이 기억해 둘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무려 9개짜리 코스요리. 보통 호텔 오찬이나 만찬이래봐야 많아봐야 7개 코스가 대부분일 텐데. 인당 388위안이면

대략 7만원에...택스 붙으면 8만원 정도 하려나. 맘잡고 가는 한끼 식사로는, 아무래도 중국 물가 감안하면

꽤나 비싼 거긴 하다.

우선 목 마른 김에 중국의 '입을 즐겁게 하는 음료' 하나 시키고.

오이 위에 얹힌 캐비어, 전복, 장어, 그리고 마 같기도 하고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마지막 한가지의 에피타이저.

샥스핀이 이렇게 커다랗게 등장하는 스프는 처음 봤다. 거의 지느러미 하나를 통째로 썰었나 싶을 정도로 큰.

그러고 보니 난 여태 아무 생각없이 읊던 단어였는데, 샥스핀이 Shark's Fin이었다. 아. 그렇구나.

묵직하게 시큼한 맛의 스프,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결이 살아있던 상어지느러미.

랍스터. 반으로 잘린 랍스터안에 꽉 차 있는 속살이 뽀송뽀송, 탱탱하다. 이녀석은 대가리가 크고 껍데기가

두꺼워서 늘 문제다. 이등신이다, 몸 반 머리 반. 쳇. 늘 아쉽게 만드는.

이게 무슨 생선이더라..껍데기가 두툼하면서 쫀득하고, 비늘 벗겨낸 자리가 까칠까칠한 식감을 주는 생선.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거슬리던 조명. 샥스핀에 샹들리에 조명이 반사되고, 노리끼리한 조명 때문에 영

색깔 내기도 쉽지 않아서 불만이었지만, 사실 등 자체는 이쁘장했다. (너한테 유감은 없단 말이다.)

계절 채소 조금과 함께 나온 건,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르는 메인 음식. 양갈비거나, 혹은 스테이크거나. 난 양갈비를 골랐는데 꽤나 맛있었다.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요리재료가 다양하니 먹을 만한 옵션도 넓어지는 거 같다.

연어알이 얹힌 대나무통밥. 메뉴상으로는 'home-made' 스타일이라 주장하고 싶은가 본데...날치알과는 비교도

안 되는 풍성하고 호사스런 바다맛을 내는 연어알이 우리집 밥상에 오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마지막 디저트. 들깨를 갈아만든 푸딩이랄까, 굉장히 고소하고 탱탱한 푸딩. 그리고 망고와 수박과 키위 삼형제.

원래 먹는 거 포스팅은 피하려 하는데, 그래도 상해에서 먹었던 잊을 수 없는 호사스런 자리 중 하나였기에,

게다가 지금 쪼끔 배가 고픈 나머지.ㅎ





상해에서 지나친 커피숍, 몇걸음 떼다 뭔가 이상해서 눈여겨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이 아이랑 참 비슷한 분위기의 배색, 그리고 도안이지 싶은데. 사실 안에 들어있는 가슴큰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비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나름 비슷하지만 딱히 어디라고 찝어낼 순 없는 경계에

달랑달랑, 그 정도 수위의 카피인 듯 하다.

메뉴판이 동그라미 링으로 조금은 두툼하게 나왔지만, 뭐 팔고 있는 커피 종류가 많은가 보다 했다.

근데 아니다. 심지어 국수류도 팔고 있었다. 중국식 소면, 메뉴만 보고는 여기가 까페란 사실을 망각하겠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는 상해 어느 길거리의 별다방 닮은 듯 안 닮은 듯 딱히 찝어말하기 힘든 로고를 가진 까페,

보통 까페라 하면 커피를 팔고 차를 팔고 여름에는 팥빙수 정도를 팔곤 하지만 김이 무럭무럭한 면을 팔지는

않는단 말이다. 중국어로 '까페이'라 읽히는 건 우리말로 커피숍, 까페라고 분명 배웠는데.

조금 불안했지만 ice-coffee를 시켰다. 서빙되어 나온 건, 그야말로 아이스커피와 냉커피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잔의 다방 커피.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셋의 커피에 뜨거운 물 조금 부어 녹인 후에 얼음 동동 띄운.

그치만 빨대가 비비 꼬인 건 맘에 든다.

바닥에 깔아준 받침을 유심히 보니 꽤나 재미있는 말들 투성이다. Latter, Colombian, Hawail Coffee, Sunmiyaki,

그렇지만 대박은 뭐니뭐니 해도 'Espresson'.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에스프레'손'!

어라, 더 심한 걸 보고 말았다. 무려 양갈비다. 까페 유리창에 붙어있는 메뉴는 다름아닌 기름기 줄줄 흐르고

노린내 응큼하게 나는 양갈비. 다시 한번 리마인드하자면 여기는 까페. 대개는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 와우.

80, 90년대 한국의 다방에는 동전을 넣어 오늘의 운세가 돌돌 말린 종이를 뽑는 재떨이도 있었고, 한쪽엔

오락기도 있었고 그랬던 거 같다. 한 숟갈씩 퍼먹던 프림의 숨막히도록 텁텁하고 달달한 맛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다. 중국의 커피숍엔 그런 건 없었지만, 제법 이런 식으로 생긴 호출벨도 있지만, 저 아저씨는 왜 저리

입을 쫙 벌리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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